기맥 산행/땅끝기맥

땅끝기맥 9구간 (닭골재~달마산~도솔암~도솔봉)

범산1 2025. 7. 5. 10:59

(달마)산에서 길을 찾다.

▲달마산 도솔암 풍경.

 

. (Prologue)

 

백두산이 뿌리인 山經의 최장 마루금은

'백두산~대간~호남정맥~땅끝'을 잇는 맥!

그 맥에 흐르는 의 응혈지가 바로 달마산.

그 달마산에 秘藏의 샘터가 있다기에

전설을 좇아 금샘과 용담샘을 찾아 나섭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Why has Bodhi-Dharma Left for the East?)

이는 천등산 봉정사가 무대인 독립영화 제목.

달마는 동쪽으로 가서 不立文字를 깨쳤는데

우리는 남쪽으로 가서 무엇을 깨칠 것인가.

 

Ⅱ. 산행 얼개

 

어디 : 닭골재-바람재-관음봉-달마봉-떡봉-도솔암-도솔봉 (11km).

 

언제 : 2017115.

 

누구랑 : 대전한겨레산악회 여러분과 함께.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흔적 & 느낌표 버무리기

닭골재의 아침. 모처럼 歲寒이 이름값을 합니다.

 

수로를 따라 오르면서 언 몸을 데우기 시작합니다.

 

오늘 산행의 궁극적 목표는 금샘과 용담샘 찾아보기.

 

모처럼 매운 날씨에, 모처럼 하늘이 파랗게 물든, 기분 좋은 날입니다.

 

가슴에 촉수 높은 전등이 환히 켜지는 듯, 몸 상태가 가벼움을 느낍니다.

 

갑자기 핸들을 돌려 급좌틀 합니다.

 

오른쪽에 공간이 열렸고, 멀리 짜잔 나타난 농바우는 군계일학.

한반도의 최장마루금은전방의 왼쪽 능선으로 줄기차게 이어집니다.

 

푸른 숲이 맑은 햇살과 몸을 섞고 있는기분좋은 산자락입니다.

 

햇살이 색색깔로 우러나는 아름다운 산길이네요.

 

(작은 닭골재).

 

임도는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이지만마루금을 배신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맑은 햇살이 찬 바람을 몰고와서 귓볼이 얼얼합니다.

 

달마산을 오르면서 생각합니다.

인도의 달마는 동쪽 중국으로 가서 선종을 개창하고 소림사를 열었다는데,

우리는 오늘 달마산이 있는 남쪽으로 달려와서 무슨 깨달음을 얻고 갈 것인가.

 

아무 생각없이 땀 흘리다보면 뭔가가 스며들겠지.

 

▲제철답지 않았던 철없던 계절이,

오늘은 철든 아이처럼 제철다움을 드러냅니다.

 

'~답다'는 말이 절실한 시절입니다. 오늘같이 제철에 딱 맞는 날씨처럼.

 

본격적인 바위의 향연 속으로 들어갑니다.

 

마루금 바다에 배 젓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찌그덕 찌그덕.

어부사시사에서 표현하기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至匊悤 至匊悤 於思臥).

 

두 손을 오므려 하늘을 떠받친 듯,

좌우 양쪽의 바위가 멀리 가공산과 하늘을 감싸고 있습니다.

 

때로는, 정면승부보다는 에둘러 휘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하기도...

 

돌아보니, 우회한 거대 암봉이 멋집니다.

 

돌아보는 김에 좀 더 시야를 넓혔더니,

지난 구간의 두륜산 자락이 자랑처럼 불끈불끈합니다.

 

행주물 넘친 김에 상판 닦는다고, 돌아보는 김에 둘러봅니다.

달섬과 완도대교가 완도와 육지와 쪽빛 바다를 아우르고 있네요.

 

▲완도의 풍경을 완성하고 있는 숙승봉, 백운봉, 상황봉.

 

반짝반짝 은빛 바다에 외롭게 떠 있는 섬 하나.

 

백두산에서 출발한 긴긴 마루금이,

여세를 몰아 자꾸 산꾼의 등을 떠밀고 있습니다.

 

달마산의 정수리가 희망봉입니다.

 

멋진 풍경으로 인해,

뜨거운 물속에 각설탕 풀어지듯, 매운 날씨가 한 순간에 녹아 내립니다.

 

남녀의 육체적 관계를 雲雨이라 하지만,

산과 산꾼의 관계도 雲雨이 일어날 수 있음이니....

 

부채살처럼 펼쳐진 산의 모양새처럼,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의 꿈이 구김살 없이 펼쳐지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서 빤히 바라보는 것처럼,

빤히 보이는 고스락을 오르는 산행은 즐겁기만 합니다.

 

돌아보면, 지나온 산길이 그림자처럼 졸졸 따라오고 있습니다.

 

판소리에 추임새를 넣듯이,

오름 발걸음에 세찬 바람이 흥을 돋우고 있습니다.

 

모진 세월 한가운데서 생각합니다.

시작하기 가장 완벽한 곳은 항상 지금 바로 이 자리란 사실을....

 

모진 세월의 수많은 정성들이 모여 달마산이 되었습니다.

 

소리없이 번지는 山上의 주체할 수 없는 흐뭇함이여,

지금 이 순간은 달마의 정신세계가 전혀 부럽지 않음이니......

 

(달마산 고스락 조망1).

뒤돌아보기를 필두로, 조망의 즐거움을 만끽하렵니다 (시계진행방향 순).

 

(달마산 고스락 조망2). 중앙 멀리 천관산.

 

(달마산 고스락 조망3). 완도 숙승봉-백운봉-상황봉 라인.

 

(달마산 고스락 조망4).

저 끝닿은 곳에 한라산을 기대했었는데. 과욕이겠지요?

 

(달마산 고스락 조망5). 걸어야 할 마루금이 설렘으로 다가옵니다.

 

(달마산 고스락 조망6).

송호해수욕장 저 너머 아득히, '세월'의 아픔이 일어납니다.

 

(달마산 고스락 조망7). 발 아래는 미황사, 저 멀리는 진도.

 

(달마산 고스락 조망8). 미황사 당겨보기.

 

도솔봉으로 향하는 산길. 암봉의 사면을 우회합니다.

 

주작 공룡능선에서 보던 대포바위가 여기도 있네요.

 

사자봉을 바라보면서.

 

계단의 기울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희망의 하늘문을 찾아갑니다.  우틀

 

문바위 아래에 열려있는 하늘문.

 

마루금 우측에 살짝 열려있는 또 하나의 하늘문.

 

작은금샘 삼거리.

 

좌측 우회길로 내려서는 길목.

미황사 응진당 상량문에 나오는 彌陀穴이 혹시 저기?

 

방지가 항하의 조수와 통하여 정석에 미타혈을 남겼으니,

누가 피안에 이르러 그 등불을 전하겠는가.

 

당겨보기.

 

오늘의 첫번째 목표지점인 작은금샘 길목.

 

두근두근, 조금스럽게 내려섭니다.

 

20m가 채 안 되는 거리, 금샘 흔적 발견.

 

언뜻 보기엔, 샘이 아니라 작은 구멍.

 

금이 들어 있어서 금샘이 아니라, 금만큼 소중한 샘이라는 뜻이 아닐까.

 

▲클로즈업 하니까, 작은 구멍이 제법 근사한 굴이 되었습니다.

 

화면빨을 제대로 못받았는데, 수량도 제법이고 수질도 양호합니다.

 

금샘 물맛 보신 분들,

금샘 물맛보다 더 맑은 웃음이 얼굴에 머물러 있습니다.

 

귀래봉과 도솔봉이 묻는 것 같습니다. 금샘 물맛이 어떠냐고.

 

(대밭삼거리 풍경 1).

 

(대밭삼거리 풍경 2).

 

(대밭삼거리 풍경 3).

 

(대밭삼거리 풍경 4).

 

큰금샘 찾는 단서가 되는 그림.

저 앞 계단을 넘고, 철계단 지나, 밧줄구간 내려서면, 금샘 갈림지점이 지척.

 

저 계단을 오르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계단 올라서자 나타난 ET바위.

 

운좋게도 큰금샘 갈림지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좌측 바위사면을 끼고, 200m 정도 돌아간 지점.

큰금샘은 이 세상의 비밀처럼 거기에 숨어 있었습니다.

 

너덜지대를 지나며 몸을 추스리고.

 

통천문을 지나며 마음도 추스리고,

 

▲몸과 마음을 추스리며 바위와 산죽 사이를 헤집고 돌아가면,

 

(큰금샘 풍경1).

은둔의 땅, 은둔의 수도자처럼, 숨어있는 큰금샘의 앞뜰.

 

(큰금샘 풍경2).

용이 되어 승천한 이무기와 황금개구리의 전설이 서려있는 무대입니다.

 

(큰금샘 풍경3).

사뿐사뿐, 선녀가 목욕재계하러 내려올 것 같은 가슴 떨리는 예감, 기대감.

 

(큰금샘 풍경4).

샘터에서 바라보는 바깥풍경은 더 따뜻해 보였습니다.

 

(큰금샘 조망1).

샘터 앞 전망대에 서니, 아래 세상이 새롭게 보입니다.

 

(큰금샘 조망2).

혹여 큰금샘을 찾으시는 분이 있다면,

아니온 듯 조용히 다녀가셨으면 합니다.

 

다시 마루금을 걷다가 돌아보니, 큰금샘의 앉은 자리가 명당입니다.

 

떡봉과 도솔봉이 손에 잡힐듯이 가까워졌습니다.

 

햇빛에 반사된 상록수가 꽃처럼 하얗게 반짝입니다.

 

(하숙골재).

 

도솔봉 안테나는 확실한 길라잡이.

 

당겨 보기 (도솔봉과 도솔암 요사채 부근).

 

빨간 원은 도솔암 요사채.

 

여기까지 와서 도솔암을 지나친다면 개념없는 산꾼이겠죠.

 

저 고개마루를 넘어서면, 등불같은 길이 보일까.

 

저어기, 하늘과 이마를 맛대고 있는 도솔암.

 

도솔암의 자리매김이 신비감을 자아냅니다.

 

도솔암 작은 뜰 앞에 서면, 시원한 조망이 펼쳐집니다.

그 조망의 시원함만으로도 이미 비교 불가의 명당터가 되지요

 

도솔암 뜰의 춤사위.

 

도솔암 돌담, 색다른 풍경.

 

암자 뜰의 돌담을 넘어, 새로운 기운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둘러싼 바위병풍은 도솔암의 호위무사.

 

바위 너머로 햇빛 화살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도솔암 아래 갈림지점.

 

강물처럼, 세상의 물결이 순리대로 흐르면 좋으련만.

 

삼성각 쪽에서 바라보아야 도솔암의 진면목이 나타납니다.

 

돌을 쌓아올린 축대와 둘러싼 바위의 조화가 예사로움을 넘어섭니다.

 

도솔암 밑둥치의 용담샘을 찾아가는 길.

 

용담샘으로 가는 길목에서 생각합니다.

산 안에 내가 있음이 바로 행복. 그리고 내 안에 산 있음은 과분한 행복.

 

용담샘 문턱.

 

용담샘의 신비한 구조.

사진엔 안 잡혔지만, 위쪽으로 4개 구멍이 나란히 뚫려 있습니다.

용이 승천하다가 뿔로 들이받아 생긴 구멍이라는데....

 

수질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바닷물의 간조와 만조에 따라, 샘의 수량이 줄었다 늘었다 한다네요.

 

샘터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세상.

 

더 높이 고개를 들었더니, 하늘이 더 푸르게 보입니다.

 

도솔암과 용담샘의 세계에서 마루금세계로 복귀합니다.

 

빨간 원 지점이 지름길과 마루금길이 갈리는 곳.

 

길이 빤질빤질합니다.

도솔봉 주차장에서 도솔암을 많이 다녀가는 가 봅니다.

 

도솔봉 고스락은 출입금지구역.

그래도 마루금에 최대한 근접하려고 좌틀.

 

헬기장에서 바라본 도솔봉 고스락.

 

(도솔봉 헬기장 조망1).

도솔봉 헬기장의 조망이 죽입니다. (시계 진행방향 순).

바다를 사이에 두고 진도가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도솔봉 헬기장 조망2).

 

(도솔봉 헬기장 조망3).

 

(도솔봉 헬기장 조망4). 오늘 지나온 능선과 그 뒤 대둔산 자락.

 

(도솔봉 헬기장 조망5).

 

(도솔봉 헬기장 조망6). 땅끝기맥의 땅끝이 보입니다.

 

산 옆구리로 우회합니다.

 

▲산길 좌측의 녹슨 철구조물.

 

도솔봉주차장 직전에서.

 

(도솔봉 주차장).

 

도솔봉 앞의 도솔봉 표지석이 있는 봉우리.

 

오르면서 돌아본 풍경.

 

표지석 있는 봉우리를 오르면서 생각했습니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지 왜 손가락 끝을 보는가 하는 선문답을....

 

 

표지석 있는 봉우리만 보지말고, 도솔봉 전체의 산자락을 넓게 보자고.

요즘은 손가락 끝만 보고 손가락을 물고 늘어지는 이들이 많아서 걱정이죠.

 

산꾼의 키만큼 산이 더 높아졌습니다.

 

(도솔봉 표지석봉 조망1).

도솔봉을 기점으로 특급조망을 펼쳐봅니다.

 

(도솔봉 표지석봉 조망2).

오늘은 천관산, 상황봉이 끝까지 동행해 주었네요.

 

(도솔봉 표지석봉 조망3). 윤도산.

 

(도솔봉 표지석봉 조망4). 보길도와 여러 섬들.

 

(도솔봉 표지석봉 조망5). 장엄하게 펼쳐진 마루금 끝자락.

 

(도솔봉 표지석봉 조망6). 송호해수욕장과 진도.

 

(도솔봉 표지석봉 조망7).

 

표지석 있는 봉우리와 작별하고 날머리로 향합니다.

 

도솔봉 주차장에서 내려오는 도로와 접선.

 

잠시 도로를 따라 내려가고,

 

좌측, 흑일도와 보길도가 다정하게 겹쳐 보입니다.

 

오늘의 마루금 날머리.

 

오늘의 마루금 여행은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득도하기 위함이겠거늘,

우리는 오늘 남쪽으로 와서 무엇을 깨우쳤는가.

오늘 땅끝까지 끝내지 않는 이유로, 그 무엇을 대체하렵니다.

 

저 마루금 끝자락을 눈 앞에 두고도 여기서 끝내는 이유는,

우리는, 잘 우려낸 진국 같은, 진심의 정을 나누고 싶을 뿐입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에서 동자승이 묻고 있습니다.

"처사님, 어디로 가세요?".

 

♧♧♧   ♧♧♧   ♧♧♧   ♧♧♧ 

 

Ⅴ. ( Epilogue )

 

설 전후의 혹독한 추위를 뜻하는 말, 歲寒!

세한 이름값 하느라 날씨가 고추처럼 맵습니다.

추운 날의 풍경을 그린 歲寒圖가 생각납니다.

텅빈 설원과 세 그루 나무, 외로운 집 한 채.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송백의 푸름을 안다'

그림 옆구리의 跋文(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

반짝 歲寒然後인지라 달마산이 훨 돋보입니다.

달마산 산행의 꽃은 비장의 터 금샘 찾아보기.

금샘은 선녀가 목욕하러 사뿐 내려올 것 같은 곳.

숨어서 기회를 엿보다가 선녀 옷 슬쩍 해볼까?

하산길에 언뜻 스치는 생각, 아직도 멀었다 멀었어.

 

 

== 읽어주신 귀한 당신, 늘 행복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