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일 북바위가 울리고 박쥐가 날았네. ▣

▲북바위산의 상징 북바위 풍경.
Ⅰ. 프롤로그
그늘에서 눈이 멀 듯 강렬한 태양빛을 보다가,
야생화 쓰다듬는 여문 계절빛이 그리워졌지요.
맵싸한 계절공기가 살갑게 피부를 자극할 즈음,
건듯 불어오는 상쾌함에 몸을 맡기고 싶었습니다.
삶이 다 그렇듯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연휴로 인해 마루금산행이 틈을 마련해 주었지요.
오늘 하루 어떻게든 산의 품에 빌붙고 싶었지요.
프로포즈하는 심정으로 새 산벗에게 다가갑니다.
Ⅱ. 산행 얼개
○ 언제 : 2021년 9월 12일.
○ 누구랑 : 청백산악회 여러분과 함께.
○ 어디 : 물레방아휴게소~북바위산~박쥐봉~만수휴게소.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흔적 & 느낌표 버무리기

▲입산하다가 살짝 우측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멀리 용마산이 짝짝짝 환영의 멘트를 날리고 있네요.

▲오늘은 산과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까 기대가 날개를 펼칩니다.

▲현실의 막막함이 두려워 산으로 파고드는 지도 모르지요.
산 앞에서 알몸이 되어 하루를 견디다 보면 두려움은 사라지려나.

▲아직 몸이 덜 풀려서 힘든 고비가 찾아올 쯤,
애교 반 원망 반의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 듯한 풍경이 다가옵니다.
바위에 씩씩하게 뿌리를 박은 소나무가 자기를 보아달라고 미소를 뿌리네요.

▲산은 정물화 한 점을 멋들어지게 그려놓았습니다.

▲둥둥둥 어디선가 북소리가 들려옵니다.
산이름을 낳게 한, 북바위가 짠 나타났습니다.
중턱을 직선으로 재단하여 곡선을 드러내고,
허리를 허공으로 두른 대담하고 직설적인 풍경!

▲그 직설적인 풍경 속에 경이로운 생명력이 잉태되고 있네요.

▲(북바위 전망대 조망 1).
오늘 코스(북바위산~박쥐봉)의 형님뻘이랄까,
용마산~망대봉~석문봉~북바위산~박쥐봉 코스의 큰 그림이 그려집니다.

▲(북바위 전망대 조망 2).

▲(북바위 전망대 조망 3).
하얀 용마산이 월악산에 기죽지 않고
파란 가을을 배경으로 빳빳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북바위 전망대 조망 4). 만수릿지가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고.

▲(북바위 전망대 조망 5). 박쥐봉이 어서 오라 손짓하고.

▲(북바위 전망대 조망 6). 북바위산도 성질 급하게 채근합니다.

▲까칠하게 날을 세운 계단을 오르며 퉁퉁퉁, 발짝소리 찍어냅니다.

▲시계진행방향으로 시선을 따라 가다보니,
거기 뜻밖에도 가슴을 시원하게 훑어내는 슬랩이 나타나고,
소나무 한 그루 허공을 가르고 멋들어진 춤사위를 자랑합니다.

▲우리는, 산과 우리는,
서로 끌리면서 팽팽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날을 세우던 오르막에서의 땀방울 댓가로
이런 분위기 있는 산길을 선물로 보답받았습니다.

▲선문답을 주고받는 것 같은 소나무의 자태.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해 아리송해 합니다.

▲마음의 화살은 멈추지 않고 계속 저 위로 날아가고.
발은 마음을 따라잡지 못하고 달팽이 걸음을 합니다.

▲얽히고 설키며 살아가는 생명력이 경이로움을 자아냅니다.

▲기어서라도, 엎드려서라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 생명의 소중함.

▲가야 할 북바위산과 사시리고개 뒤로
백두대간 마폐봉 자락이 자랑처럼 솟아있습니다.

▲긴 굴 속 같던 나날에서 빠져 나오게 해준, 고마운 산.

▲철따라 옷을 갈아입고 굽이마다 개성 넘치는 산,
그 산을 바라보고 걸어나간다는 게 즐겁기 그지 없습니다.

▲확실히 조물주는 사람 생각보다는 한 수 위인 것 같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갖가지 기암들의 모양새와 배치를 보여줍니다.

▲소가 풀을 통째로 삼키듯이 이 거대한 풍경을 통째로 눈으로 삼켜버립니다.

▲산이 보여주는 하나하나의 풍경은 내가 꿈꾸던,
산은 이런 모습일거라 생각해온 모습들을 뛰어넘곤 합니다.

▲소의 밥통에서 도로 끄집어내져 씹히는 풀처럼,
산길을 걸으면서 되새김해보면 그제야 산이 새로 머리에 들어오곤 하지요.

▲하얀꽃 둘, 검은꽃 둘. 그래도 외로워 보입니다.

▲하얀 구절초 한 송이. 거기에 벌이 찾아오니 외롭지 않네요.

▲(북바위산 고스락 풍경 1).

▲(북바위산 고스락 풍경 2).

▲(북바위산 고스락 풍경 3).
누군가의 염원을 담고 작은 돌탑들 꿈이 영글어 가고 있습니다.

▲(북바위산 고스락 조망 1).
포암산에서 만수봉으로 이어지는 만수릿지가 아름다운 하늘금을 긋고 있네요.

▲(북바위산 고스락 조망 2).

▲(북바위산 고스락 조망 3). 주흘산 산자락이 힘자랑하듯이 불끈거리고.

▲뫼악동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뫼악동은 사시리고개 기준, 남쪽방향에 있습니다.

▲저마다 가는 길이 정해져 있는 장기의 말들을 생각합니다.
한 칸씩만 앞으로 나아갈 뿐 뒤로 돌아갈 수는 없는 졸.
우리들 운명은 가련한 졸을 닮았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행복은 찾아집니다.

▲(사시리 고개). 오늘 산행의 터닝포인트.

▲사람들 마음 속 산세계는
대나무의 마디처럼 성장의 굽이 마다에서 함께 자랍니다.

▲오른쪽은 뫼악동, 왼쪽은 팔랑소. 우리는 직진합니다.

▲잊혀질 것 같지 않던 일도 산을 오르듯 지내다보면,
너그러운 세월에 의해 그런대로 익숙해지기 마련이지요.

▲죽은 이에 대한 그리움엔 절망이 동반되지만
산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희망이 동반된다고들 하지요.
우리 다같이 희망을 가지고 서로를 그리워해보자구요.

▲소낙비를 피할 수 있는 명당이네요.
땀방울도 식힐 겸 번져오는 고민도 피해 갑니다.

▲건강하게 자란 소나무들을 보니 마음이 뒤설레기까지 합니다.

▲저 소나무의 몸뚱아리에서 세월이 보입니다.

▲소나무의 표정에서 희망 하나 뽑아 하늘로 날려봅니다.

▲저 바위에게 이름 하나 지어줄까요. 제단바위? 포갬바위? ㅎㅎ....

▲이 봉이 박쥐봉인가 싶으면 저 멀리 달아나고,.....
서리서리 끝없이 풀려나고 꾸역꾸역 한없이 늘어나는 것 같은 산봉우리...

▲무식하지만 그래도 소크라테스는 통독했나봅니다.
거대한 산 앞에서 자꾸 작아지는 내 자신의 주제는 아니까요.

▲(박쥐봉 고스락 풍경 1).

▲(박쥐봉 고스락 풍경 2).

▲(박쥐봉 고스락 조망 1). 용마산 앞 산줄기가 우리가 걸어온 길.

▲(박쥐봉 고스락 조망 2).
대간의 대미산에서 갈래치는 등곡지맥이
충주호로 잠수하기 전에 솟구쳐 놓은 산, 등곡산.

▲(박쥐봉 고스락 조망 3). 언제 보아도 듬직한 월악산 영봉.

▲(박쥐봉 고스락 조망 4).
백두대간의 대미산도 빼꼼히 고개를 들이밀고....

▲(박쥐봉 고스락 조망 5). 포암산, 운달산, 주흘산 라인.

▲(박쥐봉 고스락 조망 6). 주흘산 영봉-부봉 라인.

▲ (박쥐봉 고스락 조망 7). 조령산이 말합니다. 나도 여기 있소.

▲(박쥐봉 고스락 조망 9).
오늘 지나온 길도 애정어린 눈길로 돌아봅니다.

▲이제 오늘 산행의 끝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는 시각.
나무와 바위가 의미를 담아 묵직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상생! 조금 양보하고 조금 비켜주면서 함께 살아가자고....

▲아프겠지만,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야 자연의 질서는 지켜지는 거라고....

▲채찍을 든 채 저 멀리서 포암산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조심해서 내려가라고.

▲빨간 원은 날머리, 만수 휴게소.

▲계곡으로 떨어지기 직전,
산은 마지막 눈요깃거리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계곡 물소리는 보슬비보다 더 가늘게 들려왔습니다.
그렇게 산은 온몸으로 내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산이 제공하는 알탕으로 삭신이 하얗게 녹아내렸습니다.
정선아라리 한 구절을 산에게 마지막 인사로 건네기로 합니다.
내 왔다가 간 뒤에 동남풍이 불거든,
내 왔다가 가느라고 한숨 쉰 줄 알어라....
Ⅴ. 산행 기록


Ⅵ. 에필로그
아직 더위의 여운이 조금은 남아 있을 텐데도
계절은 그걸 건너뛰고 성큼 직진했나 봅니다.
삶도 현실을 건너뛸 수 있다면 해방일 텐데...
멋진 풍경에 빠져 현실을 팽개치고 싶었지요.
낡은 비유지만, 무릉도원에 들어선 듯 했습니다.
허나 직설적 땀은 현실의 끈을 놓아주지 않았죠.
기승전山. 거기 북바위가 울리고 박쥐가 날았죠.
산행 내내 산에 홀릭해 할 말을 고르지 못하다가
날머리에서 겨우 깨달았죠. 또 사랑이 시작됐음을.
=== 읽어주신 귀한 당신, 항상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