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남대는, 과거를 비우고 일상을 채우는 쉼표였다. ▣

▲봉황탑에서 바라본 구룡산 모습.
Ⅰ. 프롤로그
이 세상에는 유명한 대학들이 쌔고 쌨지요.
학벌로 따지면 수도권 SKY대를 알아주고,
군대로 치면 해병대가 꽤 설쳐대고 있구요,
쉼터를 꼽아보면 청남대가 쬐금 유명하지요.
오늘, 하루간 별장으로 청남대를 찜했답니다.
영춘재가 ‘따뜻한 남쪽 청와대’로 갈아타고
대통령들의 별장으로 유별나게 소용되더니
거금의 입장료 요구하는 관광지로 변신했죠.
시대흐름에 따라 구경꾼 행렬에 올라탑니다.
청남대, 홈피의 소갯말에 귀가 솔깃해졌네요.
보고 듣고 느끼고 걸으면서 마주하는 일상의 쉼표.
Ⅱ. 여행 얼개
◆ 언제 : 2026년 9월 20일 (일요일).
◆ 누구랑 : 마눌님과 둘이 호젓하게.
◆ 어디를 : 대청호가 품은 힐링 호수정원, 청남대 한 바퀴.
Ⅲ. 여행 지도


Ⅳ. 여행 흔적 & 느낌표 버무리기.

▲마음이 아픈 아내를 위해 눈길이 분주합니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청남대에 눈길이 멎었습니다.

▲주차장에서 매표소로 향하면서, 우측 풍경.
‘물멍쉼터’ 라고 소개되어 있는 호수영미술관.

▲우측 풍경 하나 더.
‘호반길’이 윤슬 반짝이는 호수를 품고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매표소로 향하면서, 좌측 풍경.
모노레일로 연결된 1전망대가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매표소 모습).
거금 6,000원이 아깝지 않게 본전을 뽑아야 할 텐데.

▲본디는 ‘봄을 맞이하는 곳’ 영춘재였었고,
‘따뜻한 남쪽 청와대’ 청남대로 개명한 곳이라는데...
계절에 맞춤하여, ‘가을을 맞이하는 곳’ 영추재로 받아들입니다.

▲아, 여기를 보고 저기를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입니다.

▲모노레일은 고장 수리 중이라 하네요.
편하게 높은 곳을 오르려는 분들이 서운해 하겠는데요.

▲시원한 바람이든 호젓한 데크길이든 그건 출발선에 불과하지요.
대청호의 파란 물결이 멋진 하루를 여는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있네요.

▲호숫가의 하늘거리는 갈대꽃이 가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청남대기념관 풍경 1).
개방이라는 날개에 올라탄 지금이야말로
청남대의 가치를 확장할 골든타임이겠지요.

▲(청남대기념관 풍경 2).
아하, 청남대기념관은 원래는 경비대의 관리동이었군요.

▲(청남대기념관 풍경 3).
한 사람의 휴식을 위한 별장에 만족할 것인가,
만인의 힐링을 위한 세상의 쉼터가 될 것인가.
갈림길에서 후자로 변신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네요.

▲(청남대기념관 풍경 4).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선물들에 정이 더 가지요.
외국 정상들로부터 받은 선물들이 장소의 가치를 더 올려주네요.

▲(청남대기념관 풍경 5).
찍힌 풍경의 멋짐보다 찍은 이의 정성이 더 돋보이네요.
카메라맨의 집요함으로 탄생한 대청호의 형상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하늘정원 풍경 1).
여행은 이 세상 끝까지 이어져도 좋을 소꿉 약속 같은 거.

▲(하늘정원 풍경 2). 여행은 맑은 영혼을 심어줍니다.
풍차를 향해 거인이라고 우기며 달려드는 돈키호테의 영혼 같은.

▲(하늘정원 풍경 3).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
‘하늘정원’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에 현혹되어 접근했는데...
주택의 옥상정원과 진배 없는 수준에 당혹스러움이 앞서네요.

▲(하늘정원 조망). 하늘정원의 유일한 미덕은
구룡산의 꼭지를 일부라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솔바람길 풍경 1).
청남대는 세 갈래 산책길(호반길, 솔바람길, 오각정길)을
대청호를 향해 황소 불알처럼 주렁주렁 늘어뜨리고 있지요.
지금 걷는 길은 호젓함이 퐁퐁 샘솟는 '솔바람길'입니다.

▲(솔바람길 풍경 2).
기억의 실마리를 따라가다 보면 나타나는 풍경이 있습니다.
그 풍경에 배어있는 사연이 내게 건너와 어느새 내 기억이 되곤 하지요.

▲(솔바람길 풍경 3).
오솔길에서 솔가지 너머의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면서,
자신을 둘러싼 굴레를 끊고 싶어 하는 자신의 마음을 읽게 됩니다.

▲(솔바람길 풍경 4).
직진하여 1.55km를 걸으면 솔바람길을 완성하는 길.
좌틀하여 데크길을 오르내리면, 대통령기념관행 지름길.

▲(솔바람길 풍경 5).
이 길을 먼저 걸었던 이의 감각과 기억에 내 기억이 스며들고,
내 기억과 타인의 시간이 겹쳐져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됩니다.
비로소 공동선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데크 계단길 마루에 올라섰더니 유쾌한 풍경이 열렸네요.
발 아래에는 청와대를 닮은 대통령기념관 지붕이 밟히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선 봉황탑이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대통령기념관 풍경 1).
걸음의 무게는 떠날 때보다 돌아올 때 선명해집니다.
떠나기 전에는 욕망이지만, 돌아올 때는 무게가 되겠지요.
역대 대통령들 발자취가 그 진리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대통령기념관 풍경 2). 걸어온 길 돌아보면,
전에 보이지 않았던 게 보이고, 뒤늦게 울림이 밀려오곤 하지요.
기념관 카페에서 차 한 잔 들며 그 순리를 되새기고 싶어집니다.

▲(대통령기념관 풍경 3).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뭐라고 봉황이라는 은유를 자꾸 들이대는지...

▲합을 맞추고 있는 풍경입니다.
기념관 뜰에는 봉황이, 맞은편 산꼭대기에는 봉황탑이.

▲안내 지도에는 양어장이라고 소개하고 있던데...
음악분수가 쉴 새 없이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있습니다.

▲음악분수가 메타포레 앞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풍경.
어쩌면 청남대 여행에서 가장 빛나는 풍경이 아닐까 싶네요.

▲메타포레의 시원한 풍경에 빠져든 것까지는 좋았는데...
코를 찌르는 이상한 냄새의 정체는 무엇인지 아리송했지요.

▲드넓은 잔디광장이 걸음에 여유를 안겨줍니다.
여운, 뒤끝, 미련…
여행은 이런 종류의 생각들을 훌훌 털어버리는 기회가 되지요.

▲무장애나눔길....
평탄한 데크로 연결된 1.5km의 둘레길이 탐나기는 했지만,
‘오후 6시까지’라는 관람시간 장애에 막혀 포기하고 말았네요.

▲(대통령별장 본관).
남의 별장을 엿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그냥 스쳐갑니다.

▲대통령별장 본관 뒤편의 오각정길로 걸음의 방향을 정합니다.

▲야생동물 출현주의(멧돼지, 뱀, 고라니 등)!
살벌한 문구에 움찔하는 마눌님 모습이 귀엽네요.

▲2중, 3중으로 철문이 나타나는 걸 보니,
대통령이라는 직함이 대단하긴 대단한가 봅니다.

▲(오각정, 무장애나눔길, 봉황탑 갈림지점).

▲무장애나눔길이
호수변을 돌아와서 느린 걸음으로 연결하고 있네요.

▲‘봉황탑 가는길’을 따라 날아 오릅니다.

▲봉황의 날개짓을 흉내내며 비상의 흐름에 올라탑니다.
오름행위를 통해 비로소 산이라는 드넓은 세상을 만끽합니다.

▲탑이라는 은유로 봉황새을 흉내내는 게
모양 빠지는 일이긴 하지만 뭐 어때. 마음이 위로를 받으면 된 거지.

▲봉황탑을 꽈배기처럼 돌아돌아 오르는데,
바람에 미세하게 흔들리는 느낌이 짜릿했네요.

▲(봉황탑 꼭대기 모습). 거침없이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에,
가슴에 남아있던 일상의 찌꺼기가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네요.

▲(봉황탑 조망 1). 봉황탑 마루에 올라 360° 둘러봅니다.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호수정원 청남대가 도드라져 보입니다.

▲(봉황탑 조망 2). 짐작컨대,
청남대 터를 고를 때 저 구룡산이 한 몫 했을 게 분명합니다.

▲(봉황탑 조망 3).
양성산과 곰실봉 사이의 공간에 있는 산은?
청주의 우암산, 것대산, 성무봉.... 좀 아리송하네요.

▲(봉황탑 조망 4).
월리사를 품고있는 샘봉산은 대청호의 터줏대감이죠.

▲(봉황탑 조망 5).
대청호와 대전 주변 산들의 콜라보가 환상적입니다.

▲(봉황탑 조망 6). 선물을 듬뿍 안겨주는 맑은 하늘.
청남대에서 계룡산을 알현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죠.

▲청남대 정원을 산책하는 노부부의 모습.
어떤 풍경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이 아름다운 정원수들을 보면서
자연스러움을 논하는 건 가당치 않은 사치이겠죠?
모든 사건이나 풍경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어디를 가나 봉황이 날고 있습니다.
기념관 안에도, 출입문 창살에도, 봉황탑 숲에도.

▲잘 가라고, 봉황탑이 손을 흔들어 줍니다.

▲고향의 오래된 장소들 이름을 부를 때마다
누구나 애틋한 미소를 짓게 된다는 사실, 인정하시죠.
이 길이 그런 미소를 짓는 길이 되길 소망합니다.

▲‘민주화의 길’이라고 거창하게 이름을 붙였네요.
이름이 뭐 그리 중헌가요. 아름다운 풍광이면 족한 것을.

▲산책길 우측에 공연장(어울림마당)이 있네요.
새들이 지저귀고 바람이 노래하는 광경을 상상해 봅니다.

▲물멍 쉼터로 제격인 장소입니다.

▲한참을 머물면서 가슴 속 때를 씻어냈지요.
어긋나고 삐걱거려도 적응하면서 진화해 가는 게 삶입니다.

▲조깅하던 건강한 정신과 육신을
삶의 동력을 가져다 줄 불쏘시개로 활용하고 싶네요.

▲너무도 아름다워,
토를 달 데가 없는 낙우송 산책길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이
멘털을 강화하는 기제(機制)로 작용하네요.

▲기이한 풍경을 목격합니다.
낙우송 아래 땅 위로 울퉁불퉁 돌출된 저 놈들 정체는 뭘까요.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낙우송의 공기뿌리라고 하네요..
기근(氣根, Pneumatophore)이라 하며, ‘호흡뿌리’라고도 합니다.
낙우송이 ‘뿌리 혹(기근)’을 땅 위로 내보내는 이유는,
진흙 속에는 산소가 부족해 뿌리가 호흡하기 어렵기 때문에
뿌리 일부를 땅 밖으로 돌출시켜 산소를 직접 흡수한다네요.
강한 바람에도 나무가 쓰러지지 않게 지지대 역할도 한답니다.

▲(그늘집).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로 쓰던 곳으로,
지금은 갤러리로 이용하고 있다는데, 목하 공사중.
만남의 광장 – 초가정 - 등산로 - 1전망대 –주차장.
이게 원래의 계획이었는데, 마눌님 몸 상태를 감안해야 했지요.
그늘집 이후의 계획은 머리속에서 삭제하고 돌아섭니다.

▲원점으로 복귀하는 길이 꽃길이네요.

▲(매표소 옆 조형물, LOVE ADAM).
뜨거운 포옹 포즈가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희석시켜 줍니다.
함께 걸었던 아름다운 길보다는 함께 걸었던 소중한 사람을,
평생 헛되이 지워지지 않게, 오래도록 기억하고 그리워하렵니다.
Ⅴ. 여행 기록

Ⅵ. 에필로그
여름의 뒤끝을 다잡고 가을 앞에 서 있네요.
여운과 뒤끝과 미련을 껴안고 뒤척이다가
‘더, 아직도, 여전히’를 떨치고 길을 나섰죠.
여행은, 지도 없이 세상을 청진(聽診)하다가
웃음을 주렁주렁 달고 원을 그리는 과정이죠.
지도 없이 걷는 여행의 참맛을 그려 보았지요.
세월이 흘러 산산이 부서진 시간의 조각들!
생각 속 잔상으로 남은 풍경을 곱씹다 보니
풍경은 기억이라는 올찬 실을 건네 주었구요.
그 실로 추억을 건져 올릴 그물을 만들었지요.
여행 끝에 쥐게 되는 질문은 다 다르겠지만,
청남대를 거닐면서 질문 하나를 떠올렸네요.
우리는 일상에서 무엇을 비우며 걸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