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익은 가을을 잔뜩 주워서 돌아왔다네. ▣

▲상여바위에서 바라본 백족산의 모습.
Ⅰ. 프롤로그
가을은 만물을 여물리고 무르익게 하죠.
‘가을 낭만’의 대명사인 낙엽을 밟으면서
눈앞에 펼쳐진 심쿵한 풍경을 스캔합니다.
알록달록 울긋불긋 색동옷으로 치장한 산!
산이 품안은 생명들 신호에 귀 기울입니다.
산들이 자꾸 묵직하게 돌직구를 던지네요.
번역 불가한 山신호를 붙드는 게 산행기!
산에 깃든 영혼의 조각을 정성껏 맞춰보면
산은 이쁜 꽃이요 손을 쬘 만한 겻불이지요.
그 온기 찾아 청미천 분수령으로 향합니다.
Ⅱ. 산행 얼개
◆ 언제 : 2026년 10월 25일 (일요일).
◆ 누구랑 : 범산 그리고 주산자 님.
◆ 어디를 : 〔오갑지맥 첫째 마디〕
(분기봉~수리산~솔고개~행덕산~원통산~이문고개)
Ⅲ. 산행 지도 & GPS파일 (트랙)

Ⅳ. 산행 흔적 & 느낌표 버무리기

▲여름 지나 열매 맺는 가을이 왔습니다.
찾아온 자연의 가을 앞에서 인생의 가을을 생각합니다.
일단, 주어진 오늘 하루를 충실히 완성해야겠습니다.
시작은 수리산 동쪽 기슭 (충주시 노은면 법동리 481번지).

▲(修理山 修理院). 뭐하는 곳일까?
길의 끝에 있는 문패가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하네요.
修理, 사전적 의미는
‘고장 나거나 허름한 데를 손보아 고침’
오늘 하루,
산에서의 시간을 놓치지 않고 잘 수리해 보겠습니다.

▲산길은 컨테이너 왼쪽으로 희미하게 연결됩니다.
부용지맥에서 갈래치는 오갑지맥 분기봉(641m)을 향한 첫걸음.

▲산자락에 들어서니 마음이 풍성해집니다.
결국 산은 내 앞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이죠.

▲산은,
지금 가을이 농익었음을 색깔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능선에 올라섰습니다. 오갑지맥 마루금 산행은
좌측 약400m 거리의 분기봉을 찍고 돌아오는 구조.

▲‘전설의 샘’에서 전설 한 가닥에 귀 기울여 봅니다.
권씨네 연못, 묘자리와 관련된 믿거나 말거나 스토리네요.

▲결국 돌아올 길이지만, 분기봉으로 향합니다.
'과거의 꼭대기인 현재'를 땀으로 버무리는 과정이지요.

▲산길은 낙엽과 단풍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무르익은 가을을 만나니 온몸에 피가 도는 것 같네요.

▲상여바위에도 전설이 살아있네요.
분기봉 찍고 돌아올 때 살펴보기로 하고 일단 패스.

▲나무는 꺾인 채 모든 걸 버리고 갔네요.
‘토지’의 박경리 작가가 시 ‘옛날의 그 집’에서 말했다는,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마음은 어떤 경지일까?

▲(분기봉 풍경 1).
부용지맥과 오갑지맥의 접점에도 가을은 내려앉았습니다.

▲(분기봉 풍경 2).
나뭇가지 사이로 걸어갈 오갑지맥의 산들이 보입니다.
오갑지맥을 구성하는 내용의 주된 테마는 무엇일까.
까마귀가 많아서 오갑(烏甲)일까(대동여지도),
아니면 오동나무가 많아서 오갑(梧甲)이라 부르는 걸까.

▲(상여바위 풍경 1). 오갑마루금을 내딛는 걸음 앞에,
첫 번째로 살갑게 마중나온 주인장은 전설의 상여바위입니다.

▲(상여바위 풍경 2).
와우, 상여 타고 가는 저승길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까.
상여바위가 펼쳐내는 조망 파노라마는 판타스틱 그 자체.
조망의 블랙홀에 빠진 주산자 님이 헤어날 줄을 모르네요.

▲(상여바위 조망 1). 헤어지고 출발하는,
파워 넘치는 산줄기를 굽어보면서 생각합니다.
강한 자는 끝까지 달리는 자만이 아니라고.
때로는 일상을 벗어나 멈춰야 할 순간을 알아야 한다고.

▲(상여바위 조망 2).
겹겹 굽이치는 산너울이 가슴 속에서 물결치고 있습니다.
흑백으로 가를 수 없는 인간사를 다독이면서 힘을 줍니다.

▲(상여바위 조망 3). 산이 좋습니다.
언제 찾아와도 청구서를 내밀지 않는 산이 좋습니다.

▲(상여바위 조망 4).
구름바다를 둥둥 떠다니는 산들의 자유가 마냥 부럽네요.

▲(상여바위 조망 5). 얼굴 본지 오래됐다고,
한번 다녀가라고, 용문산이 서운한 내색을 비칩니다.

▲(상여바위 조망 6). 오갑산이 마음을 건네고 있습니다.
모진 세월에도 꺾이지 않는 게 있다고. 희망. 그게 모든 시작이라고.

▲(상여바위 조망 7).
국망분맥과 천등지맥이 합심하여 멋진 콜라보를 엮어내고.

▲(상여바위 조망 8).
꿈틀대는 부용지맥의 용틀임에서 힘을 충전합니다.

▲다시 ‘전설의 샘’으로 돌아왔습니다.
평지라면 시답잖아 눈길을 거뒀을 웅덩이를
다신 못 볼 꿈속 정경 같아 다시 한참을 바라보았지요.

▲(수리산 고스락 풍경). 밧줄에 걸렸을 정상표지판이
귀퉁이 하나를 떨군 채 땅바닥에 내려앉아서 기대 있네요.

▲산에서 내려와서야 비로소 온전히 산이 보이지만,
산속에 들어 세세한 아름다움에도 탄복하며 걸어갑니다.

▲단풍 색감으로 마음을 물들이며 산사랑에 빠집니다.
자주 돌보지 않으면 사랑은 시들고 휘어지기 마련이죠.

▲시간 날 때마다 접속하여 산사랑을 실천해야겠습니다.

▲산에만 들면 계절 불문하고 그저 기분이 좋아집니다.
비 온 뒤의 잡초처럼, 일상에서도 그리움은 금세 고개를 들지요.

▲언뜻, 얼핏, 깜짝 놀랐습니다.
천년 묵은 능구렁이 한 놈이 승천하는 줄 알았지요.
잘라야 할 건 나뭇가지가 아니라 마음속 불안의 덩굴이었네요.

▲(솔고개).
충주시 노은면 법동리와 음성군 감곡면 월정리를 잇는 고개.

▲마루금 왼쪽, 철망 안에 갇힌 건,
축사인지 폐공장인지 모를 녹슨 건축물.

▲가을 타는 마음이 시름일까요. 그리움일까요.
가을 ‘추(秋)’ 밑에 마음 ‘심(心)’이 놓이면 시름을 뜻하는 ‘수(愁)’.

▲목표가 있다는 건 곧 희망이 솟을 구멍이 있다는 의미.
높이 솟아있는 원통산이 직면한 목표치를 설정해 주네요.

▲노룩패스는 상대 수비수를 속이는 기술이죠.
낙엽으로 눈길을 노룩패스하며 오르막의 힘겨움을 감춥니다.

▲ 행덕산 직전, 벌목 능선에 명품 조망터가 열렸습니다.
말로만 듣던 곳에 처음 와서 뜻밖의 아름다움에 발이 묶였지요.

▲(행덕산 직전 조망 1).
좌측 행덕산은 원통산을 오르기 위한 간이역으로 손색이 없고.

▲(행덕산 직전 조망 2).
국망산에선 봉화불을 지피는지 연신 구름연기가 피어오르네요.

▲(행덕산 직전 조망 3).
좌우로 겹겹이 울타리를 친 산줄기들이 들판을 다정하게 품고 있군요.

▲(성황당고개).

▲산길을 걸어갈 때의 차분한 마음상태.
그 느낌을 꼭 간직하고 싶어 가슴팍에 꼭꼭 새겨 넣었지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입술이 허전해 소월의 시 구절(가는 길)을 외우며 올랐지요.
한번 중얼거리고 나니 신기하게도 마음의 얼룩이 씻겨집니다.
앞강물, 뒷강물 / 흐르는 물은 /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행덕산 고스락 풍경).

▲(427.1m봉).

▲연륜이 묻어나는 나무들 사이 능선을 걸어 가노라면,
금방 팔다리가 없어지는 소중한 기억이 아쉬울 따름이죠.
시계 눈금이 일정하다고 시간도 같이 흐르는 건 아닌가 봅니다.

▲나무가 보여줍니다.
본디는 한 몸이던 것이 사정으로 인해 따로 떨어졌다가,
몸을 이해하고, 몸을 나의 일부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과정을.
궁극에 몸을 지닌 채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된 걸까요.

▲아직도 고지가 저긴데...
좌고우면 없이 과감한 풀액셀을 밟고 오릅니다.

▲세간에는 ‘3대장 시리즈’가 참 많지요.
세계 3대 미항, 3대 영화제, 3대 테너, 등등… .
오늘 산행을 ‘3대 봉우리 밞기’로 의미를 만들어봅니다.
수리산, 행덕산, 원통산을 오르면서 하루를 잘 경영하렵니다.

▲쇼츠 알고리즘과 데시벨 경쟁 판치는 일상과 담을 쌓은 채,
잎새의 색감 변화에 환호하며 땀을 흘리는 과정이 너무 좋네요.

▲옹종한 바위들이
원통산 고스락을 향해 징검다리처럼 배치되어 있습니다.

▲(구절터 갈림지점).

▲소나무의 풍성함이 우리 모두의 내일 모습이면 좋겠네요.

▲(원통산 고스락 풍경 1).
산 마루금은 끝없는 공명의 연쇄반응을 만들어냅니다.
자연에서 사람으로, 역사에서 일상으로, 땀방울에서 건강으로.
그 울림은 발바닥으로 옮겨가 산꾼의 가슴에 감동을 불러옵니다.

▲(원통산 고스락 풍경 2). 한 걸음에서부터 시작된 떨림이,
마침내 꼭대기에 오른 자의 감동에 닿게 되는 메카니즘이 산행이지요.

▲(원통산 고스락 풍경 3).
원망하여 서럽게 운다는 뜻의 원통산(怨慟山)에서
원만하게 잘 통한다는 뜻의 원통산(圓通山)으로 바뀌었군요.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산이름이 바뀐 것도 모자라,
산줄기 이름까지 오갑산에게 빼앗긴 격이 되어 버렸네요.
최고봉이라, 높이 측면에서 오갑산보다 선순위일 텐데 말이죠.

▲(원통산 고스락 조망 1).
수레의산은 오갑지맥 산행의 기준점이 되는 산이라 할 수 있죠.

▲(원통산 고스락 조망 2).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청미천 건너편의 산너울 매직쇼를 편하게 구경하고 있네요.

▲(원통산 고스락 조망 3). 마이산, 팔성산, 임오산,
모두 청미천에 젖줄을 대고 있는 한 통속의 산들이죠.

▲(원통산 고스락 조망 4).
독조지맥의 마국산이 오갑지맥과 친구하자고 손짓합니다.

▲(원통산 고스락 조망 5). 한강을 매개로 하여,
북쪽의 용문산과 남쪽의 원통산이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원통산 고스락 조망 6).
다음 구간까지 기다려주겠다고, 오갑산이 약속하네요.

▲(원통산 고스락 조망 7). 여느 지맥 못지 않은,
멋들어진 산세를 자랑하는 국망분맥 산줄기입니다.

▲(원통산 고스락 조망 8). 범산 기분이 들떠 있네요.
희미하게나마, 최애의 희양산 위치를 특정할 수 있어서.

▲(원통산 고스락 조망 9). 가섭산은,
무에 그리 부끄러운지 구름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거참, 쬐금 민망하네요.

▲산자락은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시장입니다.
사후에도 자세를 흩트리지 않는 나무가 경외롭게 다가오네요.

▲산길은 점점 거칠어지고 있고,
덩달아 마음은 달아오르고 있었지요.

▲마루금 궤적을 보면,
국망산과 갈라서야 한다는 서늘한 진실이 드러나지요.
범산은 이 풍경에서 아쉬움으로,
한동안 다음 쳅터로 넘어가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었지요.

▲이문고개로 향하는 마루금도 한창 가을을 타고 있습니다.

▲(질마재).

▲낙엽을 밟으면서 감상에 젖어서 오르다 보면,
산이란 우리가 올라가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이 됩니다.

▲(국망분맥 분기점).

▲누구에게나 실패는 열려 있고, 산길도 예외일 순 없지요.
산사람에게 메워지지 않는 구멍은 산을 향한 끝없는 허기입니다.

▲스타cc를 우측 옆구리에 끼고 능선은 지루하게 이어집니다.

▲(돌아보기). 우측의 원통산,
미련을 거두지 못하고, 앞으로도 원활하게 소통하자 합니다.

▲일상은 ‘최선’이라는 키워드만으로 완성되진 않겠죠.
맥산행으로 산사랑의 열정을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모습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진 진심의 또 다른 얼굴이겠지요.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산길도 점점 야생으로 치닫고 있네요.
도깨비바늘이 전신의 옷자락에 달라붙어 떨어지길 거부합니다.

▲내일 말고 오늘!
도비산 님의 메시지를 큰 에너지로 충전합니다.

▲(지당리고개).

▲(돌아보기). 걸어온 우측 능선이,
제대로 마루금을 읽어나가고 있다고 인증해줍니다.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갈라놓은 마루금을 잇기 위해,
우측의 무시무시한 가풀막을 두 눈 딱 감고 내려갑니다.

▲차들은 머리 위를 도망치듯 쌩쌩 내달리고,

▲긴가민가 갸우뚱하면서 마루금을 읽어갑니다.

▲살은 내주더라도 뼈는 지켜야 제대로 된 삶이겠죠.
중요한 건 자연을 향한 호기심을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 시간, 이 위치쯤 되면 마음은 비행기를 타게 되죠.
하루가 다 내 거라는 것, 내 의지로 걷고 결과도 다 내 거라는 것.

▲(이문고개 풍경 1).
모든 일은 때가 무르익어야 드러나는 법이죠.
산은 일상의 빈틈을 채워주는 시절인연의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이문고개 풍경 2). 마지막 고개마루에 서니,
비로소 우주인이 된 것처럼 몸과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이문고개 풍경 3).
오늘, 오갑마루금 외에는 누구도 누릴 수 없는,
배타적 ‘경험’을 전리품처럼 획득하고 걸음을 멈춥니다.
Ⅴ. 산행 기록

Ⅵ. (교통편)
(1) 갈 때.
대전역 (06:05발) - 주덕역 (07:37착). (무궁화, ₩7000).
주덕역 – 노은면 법동리 482. (택시, ₩27,840)
(2) 올 때.
이문고개 – 감곡터미널 (택시, ₩12,500)
감곡터미널 – 대전복합터미널 (시외버스, ₩15,100).
Ⅶ. 에필로그
멀리선 멋지고, 가까이선 힘든 게 삶이라,
기왕 온 세상, 잘 놀다 가자고 토닥이네요.
산과 내가 하나 되고, 지금이 다음이 되고...
해서, 산은 삶의 저수지요 바로미터가 되죠.
‘신’과 한 끗 차인 ‘산’을 통해 힘을 냈지요.
땀방울은 자연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언어!
이미 자체로 아름다운 풍경에 땀을 더했더니
서로의 시간이 겹쳐 경이로운 세상이 열렸네요.
찰진 풍경이 깜빡이도 안 켜고 훅 들어와선
대책도 없이 심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네요.
심쿵사, 심장을 내려앉힌 건 오갑지맥입니다.
== 읽어주신 귀한 당신, 꼭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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