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산행/계룡산

계룡산 시리즈 15 (동학사~칼날능선~코끼리통천문~신원사)

범산1 2024. 12. 27. 19:21

계룡산에 코끼리가 나타났다.

계룡산의 숨은 비경, 코끼리 통천문의 모습.

 

Ⅰ. ( Prologue )

 

때마침 X마스, 연말. 머잖아 새해인지라,

삶의 방식을 心鏡에 비춰볼 좋은 타이밍이죠.

따져보면 산행은 죽은 맘에 불을 지르는 것.

자신을 쏟아붓는 것만큼 괜찮은 자극도 없죠.

山은 사람 손이 닿는 것 중 맨 꼭대기 열매.

자신을 쏟아부어 그 열매를 꼭 따고 싶답니다.

 

뿌연 머릿속에 잊었던 계룡산이 떠올랐지요.

품고있는 서사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계룡산!

몇 번 고쳐쓴 후에야 산길 하나를 완성했지요.

<동학사~칼릉~코끼리바위~신원사> 코스!

산사랑도 묵히면 썩는다는 핑계를 대면서,

중력보다 세게 끌어당기는 유혹에 굴복합니다.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12월 25일 (수요일).

 

2. 누구랑 : 뚝배기님, 범산.

 

3. 어디를 : 동학사~칼날능선~쌀개봉능선~코끼리 통천문~신원사.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흔적 및 느낌표 버무리기

▲흰 눈을 이고있는 동학사계곡의 洗塵亭.

밤새 안녕했는지, 사람 발자국 소리에도 기척이 없습니다.

 

▲계룡산을 수없이 오르고 내리면서도,

가시같이 가슴속에 걸린 채 남아있던 비경이 있습니다.

 

비밀처럼 풍문으로만 엿듣던 ‘코끼리 통천문’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582계단을 오르면서 반성하듯이 돌아보았습니다.

동학사를 품은 동학사계곡이 다정한 포즈로 갑하산을 바라보고 있네요.

 

▲은선폭포는 오늘도 속살을 드러낸 채 메말라 있습니다.

폭포의 생명은 시원하게 쏟아지는 흰 물줄기일 텐데 말이죠.

 

▲‘코끼리 통천문’을 찾아가는 디딤돌로,

보석처럼 아끼는 ‘칼날능선’을 간택했습니다.

 

▲은선산장에서 마시던 따끈한 커피가 생각납니다.

하얀 눈이 내린 산장터는 고소한 추억의 산실입니다.

 

▲세월이 짠물처럼 깎아내 풍화시킨, 은선산장의 산증인입니다.

 

▲사람이 있습니다. 산처럼 크고, 산처럼 흔들림 없는.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산을 닮고 싶어 안달하는.

 

▲매를 맞는 심정 반, 호기심 반으로 칼날능선에 듭니다.

솜이불 같은 눈은 가풀막 오름길을 견디게 해주는 쿠션이지요.

 

▲다람쥐처럼 날렵하게 칼날 위를 오르고 있네요.

 

▲합죽이가 넙죽넙죽 아침공기를 들이키고 있는 풍경입니다.

 

▲괜찮은 인생이란,

광고에서처럼, 매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삶이겠지요.

우리는 지금, 칼릉의 다양한 볼거리를 골라서 감상하고 있습니다.

 

▲다양하고 쏠쏠한 볼거리 메뉴가

‘계룡산’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여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칼릉의 바위들은 변신의 귀재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 볼 때와 뒤에서 볼 때의 모습이 판이합니다.

 

▲추위는 아랫세상 일과 상관없이 사정없이 곤두박질치고,

칼릉 위에 올라앉은 강아지바위는 앙증맞음을 뿜뿜하고 있네요.

 

▲일상, 거기엔 불꽃을 당길 불쏘시개가 부족하지요.

산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네 삶은 불꽃처럼 활짝 피어납니다.

 

▲자연성릉이 칼릉의 멋짐을 시샘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은 칼날능선과 하얀 눈의 합작품.

그 작품을 기껍게 포옹하면서 생의 한때를 만끽합니다.

 

▲(상투바위 풍경 1).

칼날능선의 백미, 상투바위가 나타났습니다.

 

멋진 모습 앞에서 마음이 숙연해지네요.

기교가 아닌 진심으로 산을 대하고 싶습니다.

 

▲(상투바위 풍경 2).

밧줄을 잡은 손도 조심, 눈 쌓인 디딤판의 발도 조심.

바위를 트래버스하는 모습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달립니다.

 

▲(상투바위 풍경 3).

상투바위도 야누스의 얼굴을 가졌네요.

앞뒤의 모습이 예상을 뛰어넘는 차이를 보여줍니다.

 

▲(상투바위 풍경 4).

상투바위와 공간이 만들어내는 케미는,

정감록이라는 원초적 놀잇감마저 하찮게 만드네요.

 

▲호기심과 사랑이 뒤섞인 눈으로 아랫세상을 바라봅니다.

폭격하듯 쏟아지던 잡념덩이들이 하나씩 지워지고 있습니다.

 

▲눈이 쌓인 산자락이 푸른 솔을 돋보이게 하네요.

 

▲언 발에 눈 오줌처럼, 잠시 마음을 달궈주는 소나무.

발바닥에 불이라도 붙은 듯, 접근하면서 눈요기를 합니다.

 

▲쌀개봉 능선에 올라섰더니 칼바람이 몰아칩니다.

아랫세상과는 질적으로 다른, 뼈로 스며드는 한기입니다.

차라리 한파 호랑이가 내려왔으면 좋겠네요. 맞짱 한번 뜨게.

 

▲황적봉 능선의 산주름이 아름답게 빗살무늬를 긋고 있고.

 

▲(쌀개봉능선 조망 1).

러셀을 하면서 능선을 걷는 기분이 삼삼합니다.

흰 눈처럼 마음이 순백으로 밝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쌀개봉능선 조망 2).

저기 어드메쯤 코끼리가 숨어있을 텐데.

 

▲(쌀개봉능선 조망 3).

웅숭깊은 신원사계곡의 아우라가 시력을 보정시켜 주는 듯.

 

▲통조림 내부처럼 꽉 들어찬, 쌀개봉 주변의 풍경이네요.

 

▲(V자 협곡).

멀리서 바라보는 맛과 가까이서 보는 맛은 다르네요.

쌀개봉능선의 트레이드마크(V자협곡)가 둥둥둥 북을 울립니다.

 

▲‘코끼리 통천문’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향합니다.

바람따라 설사면의 나무들이 서툰 군무를 추고 있었네요.

 

▲쌀개봉 암벽의 우측사면을 비스듬히 돌아나가다가,

신원사계곡 방향의 능선으로 붙었더니 성터 흔적이 나타났네요.

 

▲이런 풍경의 돌무더기를 만났다면 제대로 길을 잡은 거겠죠.

병아리가 부리로 쪼는 듯한 간지러움이 발바닥을 타고 흐릅니다.

 

▲아직 코끼리의 흔적이나 낌새는 오리무중.

긴가민가 감만 잡고 한 걸음씩 내디딜 뿐입니다.

 

▲호기심은 본능보다 강한 의지를 가지고,

사람을 흔적없는 산자락의 목표물로 이끌었지요.

 

▲눈덮인 산자락이 코끼리의 등짝처럼 안정감을 주네요.

 

▲우측 사면을 돌아내리는데, 아 글쎄, 뭔가가 보입니다.

와우, 긴 코를 늘어뜨린 코끼리가 홀로 기다리고 있었네요.

 

▲(코끼리 통천문 위치 1). 트랭글 트랙을 캡처했구요.

 

▲(코끼리 통천문 위치 2). NAVER 지도를 캡처했습니다.

 

(코끼리 통천문 풍경 1).

지금 범산은 껍질을 벗고있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들뜬 마음을 누르고 통천문의 이모저모를 훑어봅니다.

 

▲(코끼리 통천문 풍경 2).

모름지기 강산이 그림보다는 훨씬 나은 법이죠.

병풍에 그림으로 만들지 말고 마음에 넣고 볼 일입니다.

 

▲(코끼리 통천문 풍경 3).

터진 공간을 통해 하늘의 기운이 흘러드는 듯.

 

▲(코끼리 통천문 풍경 4). 공생하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산과 사람도 합을 이루어 기운이 통해야 완벽해지는 거겠지요.

 

▲(코끼리 통천문 풍경 5).

속이 투명한 돌연변이 변온동물의 내장을 들여다보듯이,

통천문을 통과하면서 자신을 통천문의 레이다에 비추어봅니다.

 

▲(코끼리 통천문 풍경 6).

산과 사람이 하나되어 기대고 살아야 하듯이,

사람들끼리도 서로 기대고 살아야 함을 인식합니다.

 

▲(코끼리 통천문 풍경 7).

코끼리의 기다란 코가 확연히 드러나네요.

코끼리는 지혜, 힘, 행운을 상징한다고 하지요.

 

계룡산과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코끼리 통천문 풍경 8). 한 길 사람 속도 잘 모르는데,

통천문의 헤아릴 수 없이 깊은 속내를 어찌 알 수 있으리오.

 

▲(코끼리 통천문 풍경 9).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순리대로 굴러온 오늘의 여정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코끼리 통천문 풍경10).

무채색 산자락이 흐느끼듯 몸을 뒤트는 풍경 위로,

회색 하늘이 통천문을 통해 사람의 가슴으로 들어왔습니다.

 

▲코끼리바위를 뒤로 하고 하산하는 발걸음이 홀가분하네요.

이 개운한 기분을 일상의 흐름에 접목시켜 많이 웃고 싶습니다.

 

▲문득, 신원사계곡으로 향하면서 돌아보니,

쌀개봉이 품격있는 풍경을 쏘아주고 있습니다.

 

▲코끼리바위에서 신원사계곡으로 떨어지는 구간은 초행인지라,

호기심이 부풀어 올라 두리번두리번 귀동냥 눈동냥을 하게 됩니다.

 

▲낙엽바다에 빠져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그 무한한 세계를 범산은 감히 추측이 불가합니다.

 

▲돌아보면 오늘 산행은, 쌀개봉능선을 지렛대로

여러모로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부분이 있었네요.

 

동학사 계곡과 신원사 계곡이 그랬고,

오름길의 하얀 칼릉길과 내림길의 갈색 낙엽길이 그렇고.

 

▲무슨 표식일까요. 계곡에 거의 접근한 지점,

무속인들 알록달록한 천조각이 이정표처럼 걸려있더니,

이번엔 나무마다 이상한 번호 표식이 상징처럼 달려있네요.

 

▲드디어 고왕암~연천봉고개 등산로에 닿았습니다.

 

오름길이 쌓인 눈으로 인해 칼릉의 칼날이 무뎌졌다면,

내림길은 코끼리 통천문의 감동물결에 묻혔던 시간이었네요.

 

▲사그락사그락, 자연은 살아있습니다.

긁히듯 허스키한 음질의 산죽들 연주회가 들을 만했지요.

 

▲하늘의 농간으로 아무리 큰 천재지변이 일어난다 해도,

우리 가슴에 피어난 코끼리통천문의 꽃은 시들지 않을 겁니다.

 

▲(고왕암 풍경 1).

산왕각이 각을 세우고 풍경의 한 켠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산신각은 불교와 토착신앙의 융합, 그것을 상징하는 장소입니다.

 

▲(고왕암 풍경 2). 「계룡산에서 자연을 노래하다」.

여기 고왕암에 주석하는 스님의 산문집에 잔잔한 글귀가 많다네요.

 

꽃의 미소는 땅에서 주는 아름다움이요,

나비의 춤은 천상에서 내려오는 항아의 몸짓이며,

산새들의 웃음은 우리에게 신비한 에너지를 일으키는 협연이 아닐까요?

 

▲(고왕암 풍경 3).

고왕암의 핵심은 누가 뭐라 해도,

부처바위 위에 우뚝한 소나무가 아닐까 싶네요.

 

▲(고왕암 풍경 4).

오늘은 한가지 생각만 했었지요. 코끼리 통천문!

 

이제부턴 돌아갈 일상에 대해서도 여지를 줄 생각입니다.

고왕암이 산에서 일상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

 

▲(고왕암 풍경 5). 석간수 한 모금 입에 물고 하산을 서둘렀지요.

 

▲세상만물은 흘러갑니다. 겨울에도 물은 흐릅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공기는 찬 곳에서 뜨거운 곳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살은 썩고, 과일은 무르고, 꽃은 떨어지기 마련이지요.

 

▲산신에게 정성스런 마음을 전하는 제단이네요.

 

산의 영혼은 각자의 마음속에 늘 존재하는 것이니

정갈한 마음으로 산에 들면 그게 산신의 경지 아닐까요.

 

▲예로부터 국가에서 산신에게 제를 지내던 곳,

상악단(묘향산), 중악단(계룡산), 하악단(지리산) 중에서

현재 중악단만 남아있고, 보물 1293호로 지정되어 있지요.

 

▲두근거리는 심장코끼리 통천문을 대면한 감동의 뒤끝입니다.

 

몸속에서 저 혼자만 남은 것처럼  심장이 요란하게 뛰었는데,

뛰는 심장을 계룡산의 심장인 중악단의 큰 기운으로 다스렸답니다.

 

▲칼릉을 밟고 코끼리통천문도 통과하면서,

많은 걸 채워넣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던 하루.

 

산문을 빠져나오는 걸음이 가벼울 수밖에 없었지요.

 

▲무심하게, 계룡산을 돌아보았습니다.

 

코끼리통천문을 대면했다던 건 특별한 인연이지요.

이전과 달리, 그 위치를 가늠해 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토,일,공휴일에만 운행하는 신갑동 셔틀버스를 이용했지요.

우리 두 사람이 버스 한대를 전세 냈으니 이런 호사가 없었네요.

 

Ⅴ. 산행 기록

 

Ⅵ. ( Epilogue )

 

산문을 열자 칼칼한 기운이 대뜸 밀려왔고,

산공기는 마음속 소음을 말끔히 지워주었지요.

새벽을 뚫는 산새들 목소리가 참 정갈했구요.

산을 깨우는 동학사 목탁소리도 참 청아했네요.

582계단은 단차가 일정해서 리듬이 살았고,

땀방울은 마음의 호수에 동심원을 그렸답니다.

 

칼릉과 코끼리 코를 핥는 한파가 매서웠지만

산사랑 전선에 생채기 하나 낼 수가 없었지요.

계속 단꿈에 붙들려 있으려 떼를 써보았지만,

산은, 그만 산행 마침표를 찍으라 을러댔네요.

자신을 짝사랑하는 학생 구박하는 깍쟁이처럼.

산은 삶이 불발탄 되는 걸 막아주는 방어선이죠.

 

== 읽어주신 귀한 당신, 더 행복하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