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당재산 오름길은 악! 소리나는 가풀막이었다. ▣

▲길마재 부근에서 돌아본 구진산 모습.
Ⅰ. 프롤로그
봄햇살을 끌어안은 오월의 끝이 부드럽네요.
새가 울어 그 소리가 산에 되울리는 메아리,
나무와 바람이 부딪치는 부드러운 백색소음.
음악과 소음의 경계에서 다리품을 쉬면서
가슴이 열리는 순간이 오길 기다리다 보니,
자신이 머물고 싶은 풍경이 되어 있었습니다.
산은 그릇을 키워주는 스승이고 삶의 거울.
산행은 미지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몸짓이라,
끝없이 질문하며 가능성의 길을 모색합니다.
발로만 익혀온 산에 머리와 마음을 보태면서
저마다 ‘이야기’를 가진 인생 주인공이 되지요.
오늘, 금수지맥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볼랍니다.
Ⅱ. 산행 얼개
◈ 언제 : 2026년 5월 31일 (일요일).
◈ 누구랑 : 범산 홀로 호젓하게.
◈ 어디를 : 〔금수지맥 첫째 마디〕
(분기점)~435봉~구진산~길마재~마당재산~결매령)
Ⅲ. 산행 지도 & GPS파일


Ⅳ. 산행 흔적 & 느낌표 버무리기

▲현재위치 : 제천시 대랑동 348-2.
원칙적으로 지금 서 있어야 할 지점은
갑산(제천)지맥 호명산과 성산 사이의 295.1m봉이어야 하지만,
세상 다반사가 그렇듯,
산경(山經) 역시 원칙대로 굴러가지 못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마루금에 자리잡고 있는 군사시설로 인해,
분기점에서 약1.5km 마루금은 먼 훗날의 숙제로 남겨둔 채
지금 이 위치에서부터 금수(매포서)지맥으로 접근하려 합니다.

▲마루금 산행의 역할이 오늘은 씻김굿이었으면 좋겠네요.
군시설로 인해 잠자고 있는 산줄기의 한을 풀어주는 나름의 의식.

▲오월 마지막날의 푸르름이
하늘과 땅에 공평하게 내려앉고 있습니다.

▲오늘은 얼마나 더우려고 그러는지,
아침부터 햇살이 따갑게 등을 데우고 있네요.

▲산행기마다 올라오는 악명높은 마지막 민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까치발을 하고 지나치는데....
어젯밤에 주인장의 잠자리가 괜찮았는지,
집안에 인기척은 있었지만 무사통과입니다.
집 앞의 멍멍이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네요.

▲군부대에 빼앗긴 마루금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는 직관적 메소드 산행을 추구합니다.

▲지루하게 계속되던 포장 임도는 끝나고,
흙내음과 풀내음이 진동하는 마음속 핫플 속으로 들어갑니다.

▲아름다운 하늘금을 그리고 있는 저 앞의 푸른 능선이,
갇혀버린 마루금에 대한 앎의 결핍을 아프게 확인시켜 주네요.

▲(돌아보기). 아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천 외곽을 감싸고 있는 용두산이 빙그레 웃고 있습니다.

▲번식하듯 늘어나는 호기심과 조바심을 다독이고,
철책이 차지한 마루금의 사면을 숨죽이면서 걸어갑니다.

▲(435.3봉). 일명 필봉이라고 한다네요.
부대철책과 만나자마자 헤어지는 지점의 풍경.
(※이 정도 사진은 보안문제와 관계가 없겠죠?)

▲밟아갈 마루금이 눈 앞에 보이면,
늘 가슴은 벅차오르고 걸음은 가벼워집니다.

▲480.6m봉은 마루금에서 살짝 비껴난 봉우리죠.

▲뭇사람의 관심을 끄는 아기자기한 명산도 좋지만,
평범한 산길을 걸으면서 빙그레 웃어보는 것, 이 또한 괜찮은 일이지요.

▲(418.2m봉 풍경).

▲부드러운 능선은 가만히 바라 볼수록 좋은 것들이고,
햇살과 섞인 풍경은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운 것이 됩니다.

▲오늘도 이렇게 산속을 걸을 수 있어서 감사하지요.
오늘은 어제 죽은 자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 아니던가요.

▲(505.8봉 풍경).
이 지점에서 마루금은 남동향에서 서남향으로 턴하게 됩니다.

▲이 물건, 뭐하는 놈인고.
하기사 세상에 굉장한 일 같은 건 없지요.
정확히 말하면, 소소한 일상조차 실은 굉장한 것이지요.

▲(495.3봉 풍경).
마루금은 다시 서남향에서 서북향으로 턴하게 됩니다.

▲(495.3봉 조망1).
티없는 하늘이 마루금을 멋진 하늘금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네요.

▲(495.3봉 조망2).
성산은 갑산지맥의 산이고 감악산은 치악지맥의 산이죠.

▲수많은 세월, 흔들렸을 소나무를 바라봅니다.
산은 바람에 흔들려도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지요.
산꾼은 산을 좋아하느라 자신이 산이기도 하다는 걸 망각하곤 합니다.

▲말없이 걸어도 그냥 마음이 통할 것 같은 산길입니다.

▲만유인력처럼 끌어당기는 느낌을 주는 산길입니다.

▲산에 갈 때면 자신이 텅 비어짐을 느낍니다.
산이 전해주는 메시지로 빈 틈을 채우길 희망합니다.

▲소멸을 두려워하면서도,
우리가 변함없는 산의 일부임을 깨닫는 건 행운이죠.

▲산의 일부라 자부하는 산꾼이, 산의 일부인 거목을 만났습니다.

▲위대한 이웃을 만나,
이웃의 삭혀온 긴 세월을 함께 호흡하면서 더 끈끈한 산이 되어갑니다.

▲두 팔 벌려 안아보고 기대보고 멍 때려봅니다.
아, 도파민 터진다는 것, 가슴이 뛴다는 건 이런 거구나 싶네요.

▲산길의 나무들이 마음바다에 각을 잡으며 파도를 일으키네요.

▲(구진산 오름길 조망 1). 산줄기의 주봉,
금수산으로 향하는 마루금이 설렘을 만지작거립니다.

▲(구진산 오름길 조망 2).
괴로움이 기본값인 곳이 우리 살아가는 세상일진대,
산이 그 기본값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구진산 오름길 조망 3).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당두산이 궁금증을 유발하네요.

▲(구진산 고스락 풍경 1). 句陳山.
언젠가 죽는다는 한계적 존재성으로 인해,
불안감이 상수인 인간에게 산은 큰 힘이 됩니다.

▲(구진산 고스락 풍경 2).
이제는 산이 내 영혼의 종을 울리는 종지기가 되었습니다.

▲호젓한 산길을 혼자 독차지할 수 있어 마음부자가 되었네요.
평범한 풍경 속에 자신의 영혼을 갈아넣는 작업을 계속할 겁니다.

▲나무는 죽어 풍장의 의식을 치르고 나서,
자연으로 돌아가 풍경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길마재 오르는 도로가 내려다 보이네요.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자연의 고독까지 함께 하려 합니다.

▲(구 길마재).
세월의 이끼처럼 성황당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싱싱한 백선(봉삼)이 산자락을 환히 밝히고 있네요.

▲때론 침묵의 시간마저 함께 품어 안아 주는 것,
그게 오래 전 자연으로 돌아간 이들이 전해주는 사랑법입니다.

▲오월 마지막 날, 기분 좋은 걸음을 합니다.
싱싱한 녹색물결을 밑천 삼고, 호기심을 에너지 삼아 걸어갑니다.

▲(길마재 풍경 1).
영원히 박제하고 싶을 만큼 길마재의 맑은 햇살은 상큼했네요.

▲(길마재 풍경 2). 여기까지 오면서,
무수히 땀을 흘렸는데도 걷는 게 쉬는 듯했지요.

▲(길마재 풍경 3).
‘길마재 전망대’라고 마련해 놓은 시설물이
그렇게 전망대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지요.

▲(길마재 풍경 4). 산으로 향하는 걸음걸이에,
힘을 실어주는 마음가짐은 욕망보다는 야망이겠지요.

▲(길마재 조망).
길마재 좌우로 흐르는 산줄기는 갑산(제천)지맥입니다.

▲길마재에서 마루금 따라 고도를 조금 높였더니,
높아진 만큼 넓은 시야가 터져 마음창까지 열어주었습니다.

▲(길마재 윗길 조망 1). 산들은 서로 제 잘났다고 우겨대고 있지만,
그걸 바라보는 사람은 산들 잘나하는 깊이 이상으로 흠뻑 젖어들고 있었지요.

▲(길마재 윗길 조망 2). 구진산의 멋진 모습을 보고서,
잘난 체 할 만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두말 없이 수긍합니다.

▲비바람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자란 나무들을 보면
일상의 고단함에 피곤해 하는 자신의 처신이 못마땅해집니다.
산자락 건강한 나무들에게서 받은 치유력은 유통기간이 없습니다.

▲건강한 산자락은 그들 생의 주인공일 뿐 아니라,
사람 인생속에도 등장하는 멋진 주인공일 수 있겠네요.

▲(457.6m봉 고스락 풍경).

▲밀양박공묘가 터 잡고 있는 봉우리는 고사리 천지였는데....
조망이 화끈하게 터져 동공 지진을 일으킬 정도로 황홀했었네요.
이런 땐 안주 없이도 취할 것 같고, 아니 술이 없어도 취할 것 같지요.

▲도상에서 현재위치를 찾아 자신을 증명합니다.

▲(457.6m봉 언저리 조망 1).
갑산의 허연 속살은 시대의 민낯을 드러내는 아픔이고.

▲(457.6m봉 언저리 조망 2).
사서삼경을 전해준 것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산에까지 와서 맹자가 주인행세를 하고 있네요...떨떠름.

▲(457.6m봉 언저리 조망 3). 이때까지는 진정 몰랐었네요.
보기와는 딴판으로, 저 마당재산이 엄청 악명높은 산이었음을.

▲사람을 살게 하는 건 스스로를 아끼는 마음이죠.
나를 중심에 두는 산행을 하면서 산자락의 건강함을 닮고자 합니다.

▲으아리꽃과 다정하게 눈을 맞춥니다.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톡톡 튀는 꽃말을 앞세우며 고고한 척하는 산골무꽃이랍니다.

▲태양열 시설물을 요리조리 돌아가며 드는 생각 한 토막.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식 인간이 아니라,
나는 오른다. 고로 존재한다는 산행스타일 인간이 되려고 합니다.

▲산신령님이 디저트로 산딸기를 선물해 주셨지요.

▲몸은 정직하지요.
잘못 사용하면 아프고, 안 사용하면 녹이 습니다.
몸을 잘 돌보아 산자락에 단단히 뿌리내려야겠습니다.

▲마음이 아프면 몸이 먼저 아려오는 게 세상 이치.
예고 없이 방향을 틀곤 하는 인생을 잘 단도리하여
이 아름다운 산을 오래오래 자주 오르내리고 싶습니다.

▲너도 나도 자연이란 몸의 세포 하나하나.
중력을 이기고 산을 오르며 산의 일부가 되어갑니다.

▲(534.2m봉 고스락 풍경).

▲막 양수의 강을 건너온 말똥말똥한 아기처럼,
나비스의 신기한 눈으로 산의 건강성을 체크합니다.

▲(544.5m봉 고스락 풍경).

▲위대해 보였습니다. 앞에 딱 버티고 서있는 마당재산 모습이.

▲유목민이 양떼를 따라 이동하듯,
우리는 마루금을 따라 움직이는 ‘산줄기의 유목민’인 셈이죠.

▲네 발로 기어오르는 마당재산 오름길입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가풀막은, 고난도 지맥스러움 그 자체였지요.

▲끝까지 열릴 것 같지 않아서 고민이었던 마당재산!
눈 앞에 하늘이 보였을 때 ‘인생이 코미디구나’ 싶었지요.

▲(마당재산 고스락 풍경 1). 편도 아니고 팬도 아닌데...
마당재산 표지석 뒷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뭉클했답니다.

▲(마당재산 고스락 풍경 2).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끔찍한 가풀막을 제공한 산은 끔찍하게 달콤한 감동도 선물하지요.

▲먼나라 천상의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나뭇가지 틈새로 바라보이는 다음 구간 작성산 꼭지에서.

▲산행은 이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결매재로의 하산길에는 그늘사초가 기다리고 있었네요.
AI 시대에도,
산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만큼은 끝내 인간의 몫으로 남겠지요.

▲꽃이 피어있지 않아도 하산길 마음속은 늘 꽃길입니다.
꽃미남, 꽃길, 꽃할배, 꽃보직, 꽃중년, 꽃놀이패....
‘꽃’은 특별히 좋은 무언가를 강조하는 접두사처럼 쓰입니다.

▲(결매령 풍경). 잠은 뇌의 야간 정비 시간이라 하죠.
그렇다면, 산행은 뇌의 주간 정비 시간이라 할 수 있겠죠.
이젠 뇌의 주간 정비시간을 마무리하기 위해 좌틀합니다.

▲지난 겨울 마른 낙엽으로 삭막하던 숲을
이토록 풍성하게 만들어준 계절에 감탄합니다.

▲민가, 텃밭, 도로...
아침에 헤어졌던 사람의 흔적들과 다시 만났습니다.
잘 말하는 것보다, 제대로 들어주는 게 공감의 기본이라 하죠.
자연이 공감의 기본을 헤아리며 산꾼의 마음을 들어주네요.

▲산과 일상, 두 세상을 오가는 일이야말로 삶의 여정.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은 산으로 돌아오기 위한 준비과정입니다.

▲제천터널 주변의 중앙고속도로와 나란히 걸어갑니다.

▲고속도로 굴다리 그늘의 시원함을 통과합니다.
하루동안 치열했던 산에 대한 열정을 잠시 식히기 위해...

▲산은 끝까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줍니다.
날머리 건너편, 맹자산이 녹색 가운을 입고 기다리고 있었네요.

▲길섶에는 순백의 구절초꽃이
순수함·사랑·그리움의 메시지를 내고 있었고.

▲산속에서는 간간이 불어주던 바람도 여기선 잠이 들고,
포장길 열이 얼마나 올랐는지 고기라도 구울 수 있을 것 같았지요.

▲단양군 적성면 적성로 819.
택시를 호출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지나온 산길을 반추하는 시간이죠.
Ⅴ. 산행 기록

Ⅵ. 에필로그
가랑비를 맞으면 반드시 옷이 젖어들듯이
묵묵히 쌓아올린 시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지요.
보이지 않는 축적의 힘을 믿고 걸어야겠지요.
곁가지에 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해야겠구요.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마루금을 다져갑니다.
오늘도 내일도 더 머나먼 미래에도 변함없이.
산행은 산과 대화하는 셀프문답의 기회이고,
문답 속에서 삶의 파이를 늘리는 시간입니다.
역사와 신화의 틈에서 길을 잃을 때가 있듯,
가끔 일상과 산 사이에서 길을 잃을 때가 있죠.
길게 보면, 소소한 일상도 역사의 한복판이죠.
해서 역사를 만드는 맘으로 일상에 충실합니다.
오늘의 금수지맥도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겠죠.
== 읽어주신 귀한 당신의 행복을 소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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