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산행/소래산

소래산 산행 스케치 (굿바이 2023, 웰컴투 소래산)

범산1 2024. 4. 20. 11:48

소래산을 오르면서 마음텃밭에 씨를 뿌렸네.

▲소래산 고스락 풍경.

 

Ⅰ. ( Prologue )

 

좋은 기억의 산, 생각만으로도 따뜻해집니다.

한남정맥 종주 때 들렀으니 벌써 10년 전이네요.

 

모든 것을 비워내고도 풍요로운 계절, 겨울에,

세월의 땀내가 물씬 나는 소래산을 찾아왔습니다.

 

세월 지난 후에야 알았지요. 그게 그리움이란 걸.

산은, 그저 위안이었지만, 이젠 정신적 지주입니다.

 

한겨울 호호 불던 입김으로 내 안에 씨를 뿌려

삶이란 텃밭에 꽃을 피워내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3년 12월 31일 (일요일).

 

2. 누구랑 : 몸은 홀로, 마음은 여럿이.

 

3. 어디를 : 시흥ABC학습타운~산림욕장 입구~마애입상~소래산~헬기장~내원사.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흔적 및 느낌표 버무리기

▲소래산이 구심력을 발휘하였던 것일까요.

딸 신혼집이 배곧신도시인 관계로, 소래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배곧생명공원 앞에서 소래산행 63번 버스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생명이 땅속에서 꿈틀대는 계절.

생명공원은 온통 겨울 무책색 옷을 입고 있네요.

머잖아 외적 모습도 풍요로운 시절이 곧 오겠지요.

 

▲다행히 배곧신도시에서 소래산으로 한번에 연결되는 시내버스가 있었네요.

 

▲대전 아랫동네 사람이 윗동네 구경을 나온 길인데,

인터넷 검색 결과와는 다르게, 1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네요.

 

▲월곶포구, 소래포구 등을 느긋하게 눈요기하면서,

63번 버스 안에서 보는 소래산은 피라미드를 닮았습니다.

 

▲시흥ABC행복학습타운, 오늘의 실질적인 소래산 출발지점.

 

▲ABC학습타운을 조용히 통과하여,

현실로부터, 아니, 일상으로부터 벗어납니다.

 

▲(소래산 놀자숲).

 

▲산자락이 감쪽같이 마술을 부리는가 봅니다.

어젯밤의 숙취가 눈 녹듯 한방에 말끔히 사라집니다.

 

▲걸음과 걸음의 틈새로 산자락의 포근한 느낌이 조금씩 밀려듭니다.

 

▲소래산은 한남정맥 성주산의 옆지기여서

한남정맥 종주시 살짝 발을 올려놓았었는데,

시간은 말없이 흘렀고 꽃처럼 그리움이 피었습니다.

 

▲중턱을 횡단하는 산길이 내원사 방향으로 뻗어 있네요.

범산은 그냥 수직 방향으로 소래산 고스락을 향해 오릅니다.

 

▲쏜살같이 날아가는 시간을 붙잡고 위쪽을 향해 움직입니다.

자신이 진입하지 못한 인생 장르에 대한 탐색이 산행 아닐까요.

 

▲초보 산행 이력에 붙은 촉이 단언하고 있습니다.

소래산 산길에는 함부로 뿌리칠 수 없는 아우라가 스며 있다고.

 

▲(청룡 약수터).

 

▲예고도 없이 얻어맞은 날벼락이랄까.

간밤에 내려앉은 눈으로 인해 산길은 빙판이네요.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바쁠 거 없이 걸어서인지,

마애입상으로 향하는 산길이 때맞춰 기울기를 죽여서 나타납니다.

 

▲(마애보살입상 주변 풍경 1).

풍경이 품고 있는 세월의 땀내가 느낌으로 전해지네요.

 

▲(마애보살입상 주변 풍경 2).

삽시에 산자락이 세월의 문을 열고 역사를 풀어내기 시작합니다.

 

▲(마애보살입상 주변 풍경 3). 보물 1324호.

자세히 눈여겨 보지 않으면, 음각의 선을 구분하기 어렵네요.

 

▲(마애보살입상 주변 풍경 4).

깊이 모를 늪으로 발을 디딘 기분입니다.

선의 날렵함과 애매함이 문외한을 기죽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10여 년 전 한남정맥 종주 때,

성주산에서 이 길을 통해 소래산으로 진입했던 것 같네요.

 

▲사나운 맹수에게 덜미를 물린 강아지처럼,

소래산의 매력에 덜미를 물린채 속절없이 끌려갑니다.

 

▲떠도는 풍문에 의하면, 산의 모양새가 소라를 닮았다고 하던데,

어디에서 보는 모습이 그러한 지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답니다.

 

▲과거라는 시간의 좋은 기억에 붙들려서 찾아왔지만,

그 기억을 불쏘시개 삼아 현재를 느낌표로 도배합니다.

 

▲인천종주길의 일부 구간인가 봅니다.

산뜻한 안내패가 마음을 산뜻하게 변화시켜주네요.

 

▲(소래산 고스락 풍경 1).

정점에 이르기까지의 산길이 매력투성이입니다.

그 매력을 훔치려고 도둑걸음으로 조바심 내며 접근합니다.

 

(소래산 고스락 풍경 2).

기억이란 믿을 게 못 되는가 봅니다.

옛 기억은 손상되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보존중인데.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 기억속 풍경과 판이합니다.

 

▲(소래산 고스락 조망 1).

잿빛 하늘이 푸른색을 감추고 있습니다.

때론 나쁜 것까지 포함한 게 인생이라 말하는 것처럼.

 

▲(소래산 고스락 조망 2).

도덕산과 구름산 사이, 멀리 관악산이 폼을 잡고 있을 텐데.

 

▲(소래산 고스락 조망 3).

낮지만 알차게 토실토실 잘 익은 한남정맥이

수도권순환고속도로를 따라 힘차게 달려오고 있습니다.

 

▲(소래산 고스락 조망 4).

성황제가 성대하게 열리는 군자봉, 참 귀엽게 생겼네요.

 

▲(소래산 고스락 조망 5).

소래포구에는 오늘도 싱싱한 횟감이 들어왔을까요.

 

▲(소래산 고스락 조망 6).

오봉산과 문학산 사이를 빼곡히 채운 마천루는

인간의 한계를 덮어주며 인간의 힘을 믿게 해줍니다.

 

▲(소래산 고스락 조망 7).

문학산~연경산~노적산이 한 덩치 하면서 성큼성큼 다가오네요.

 

▲(소래산 고스락 조망 8).

크게 C자를 그리며 인천 한복판을 관통하는 한남정맥, 힘이 느껴집니다.

 

▲(소래산 고스락 조망 9).

산들은 제각각의 계획 속에서 자존심을 지키고 있습니다.

 

▲하산의 1차 포스트를 내원사로 찍고,

빠져있던 조망의 도가니에서 탈출을 시도합니다.

 

▲팩트와 생각의 경계선이 점점 애매해지는 시대입니다.

일상의 탈피는 산행이라는 가장 기본적 단계부터 시작되었지요.

 

▲소래포구를 교두보 삼아 서해바다가 상륙작전을 시도하는 듯합니다.

 

▲탄탄한 마천루의 명암이 풀어헤친 햇살 사이로 도드라지네요.

 

▲산이라는 멋진 탈출구에 홀릭되다 보면,

명산이든 무명봉이든 달려드는 잡식성 매니아가 됩니다.

 

▲산길이 시멘트 바닥보다 야한 이유는

돌탑이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죠.

 

▲하산 데크길과 아랫세상의 납작한 모습을

드론의 시각으로 내려다봅니다. 묘한 쾌감이 일어나네요.

 

▲산행의 덕목 중 하나는, 일상에서 짓눌렸던 감정들의 해방이죠.

그래서 하산할 때면 발의 피로보다 심장의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산을 오를 때면 사람의 의지가 작용하지만,

하산을 할 때는 산이 제공하는 힐링의 힘이 작용합니다.

 

▲서재보다 도서관 애용자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

잘 다듬어진 등산로보다 야생미 넘치는 산길이 더 구미가 당기지요.

 

▲소래산은 곳곳에 쉼터, 체육시설, 안전도구가 잘 구비되어 있습니다.

 

▲운치있는 산길을 걸어가노라면,

가슴에 알 수 없는 일렁거림이 일어납니다.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정감어린 산길을 걸어가노라면,

그래서? 라며 산의 다음 이야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찐팬이 됩니다.

 

▲절간의 지붕이 눈 아래 밟히면,

이제 다 내려왔다고 안심해도 되겠지요.

 

▲소래산은 마지막 서비스로,

멋진 대숲 모퉁이를 선물로 제공해 주었습니다.

 

▲내원사 뜨락에 있는 소래산 등산안내도.

범산은 1코스를 역방향으로 진행했었네요.

 

▲세상을 등지고 돌아앉은 불상을 보는데,

머릿속을 ‘펑’하고 지나가는 깨침이 있었네요.

 

산행은 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본능은 말합니다. 아직은 무장을 해제할 때가 아니라고.

 

▲산을 빠져나오면서,

산에게 호기심 대신 고맙다는 말을 건넵니다.

 

▲산은 자연스럽게, 일상적 기쁨들에 대해 감사하게 만듭니다.

 

▲산은 자연스럽게, 티슈를 뽑듯 슬픈 감정을 뽑아내게 해줍니다.

 

▲내려온 길을 무심코 돌아보는데,

아, 산은 마지막까지 값진 선물을 던져주네요.

 

줄 바꾼 문장이 새롭듯, 길 바꾼 너도 새로워, 기대돼!

 

Ⅴ. 산행 기록

 

Ⅵ. ( Epilogue )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들어. 사랑은 또 왜 이래~’

오르며, 서러워서 ‘테스형’을 목놓아 불렀습니다.

노래가 속감정을 뚫어 오솔길을 터주는 듯했지요.

 

이룰 수 있는 꿈과 이루고 싶은 꿈이 다를 때

눈엔 불꽃이 튀고 불길로 번질 씨앗을 잉태합니다.

사람이 꿈에서 도망 칠 뿐, 꿈은 도망치지 않지요.

 

오르면서 입 안에 빙빙 도는 말을 삼켰습니다.

내일은 늘 바라는 방향으로 오지 않음을 잘 압니다.

새해, 해치워버리는 심정으로, 삶을 경작하렵니다.

 

---산행기를 읽어주신 귀한 당신,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