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하산 뒤꼍을 오르면서 계룡산을 엿보다. ▣
▲갑하산 내림길에서 바라본 계룡산 황적봉, 천황봉.
Ⅰ. ( Prologue )
뭔가를 만나면 마음 한 켠이 울컥할 때가 있지요.
내게 그 뭔가는 산이고, 그 메시지는 희망입니다.
그리워 산을 찾으면 기다린 듯 문이 절로 열립니다.
산이 건네주는 향기에 오래도록 마음이 머물렀고
산들을 생각하면, 천리향처럼 내면이 그윽해집니다.
하늘 아래 첫산인 갑하산의 뒤안을 훑어보렵니다.
먹뱅이골을 중심에 놓고 빙 돌며 원점회귀할 예정.
산 초입에 서면, 산내음이 강아지처럼 뛰쳐나올 테고,
호장봉~신선봉~갑하산을 한 바퀴 돌며 발자국을 찍고,
마음의 GPS에 영혼의 바코드를 옴팍 찍어 볼랍니다.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1월 28일 (일요일).
2. 누구랑 : 범산 홀로 오붓하게.
3. 어디를 : 갑하산 뒤안 산길 한바퀴 돌기.
(사봉마을~호장봉~신선봉~갑하산~사봉마을).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발자취 및 느낌표 버무리기
▲저는 계룡산이 보고 싶을 때는 갑하산을 갑니다.
그래서, 먹뱅이골 입구 ‘사봉마을 승강장’에 몸을 부렸지요.
▲범산을 태워준 107번 버스를 배웅했더니,
호장봉 오르는 산길이 잽싸게 마중을 나왔네요.
▲우선 발걸음을 떼기 전에 탐색전을 모색합니다.
원점회귀할 코스의 중심축인 먹뱅이골을 일별하고.
▲숨을 고르면서 천천히 시동을 걸기 시작합니다.
가능한 한 좌측 도로 쪽(루트1)으로 붙으려고 합니다.
▲5분 정도, 도깨비바늘과 실랑이를 벌였더니,
짜잔! 하고 차곡차곡 쌓인 계단길이 나타났네요.
▲바벨탑과 연결된 계단일까요.
전시되어있는 계단길이 구미를 당깁니다.
▲(호장봉 오름길 조망 1).
돌아보니, 차량들이 삽재를 넘고 있네요.
갑하산~삽재~도덕봉 하늘금 = 관암지맥 마루금.
▲(호장봉 오름길 조망 2).
도덕봉~백운산 능선에서 도래산으로 뻗어내린 산줄기.
그 산줄기의 야생성이 꽤 매력적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호장봉 오름길 조망 3).
계룡산 천황봉은 신비감을 부추기는 재주가 탁월합니다.
▲희미한 산길을 헤치며 가풀막을 해결했더니,
멋진 조망바위가 기다리고 있다가 반겨주었네요.
▲(호장봉 고스락 풍경).
희미하고 애매하고 야생적인 비탈오름길은 계속되었고,
호장봉이라고 올라선 봉우리엔 아무런 표식도 없었답니다.
▲출발지점에서 갈라졌던 길(루트2)과 이 지점에서 도킹합니다.
▲(호장봉~신선봉 능선 풍경 1).
아기자기함이 걷는 재미를 업 시켜주었고.
▲(호장봉~신선봉 능선 풍경 2).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에 장단 맞추어 힘을 내봅니다.
▲진행방향 우측, 먹뱅이골 건너편의 갑하산을 찜해 놓습니다.
▲신선봉은 성격이 급한가 봅니다.
조금 있으면 만날 텐데, 빨리 오라고 안달하네요.
▲(먹뱅이골 갈림지점).
▲(신선봉 고스락 풍경 1). 신선봉 고스락에 올라서는 순간,
바짓가랭이에 매달려 있는 것 같던 묵직한 돌멩이가 사라졌지요.
▲(신선봉 고스락 풍경 2).
신선봉과 밀착된 유착관계, 그 ‘줄’은 산사랑이랍니다.
▲(신선봉 고스락 풍경 3).
확신합니다. 갑하산 신선봉은 제1의 계룡산 전망대라고.
▲(신선봉 고스락 풍경 4).
저 마당바위에 앉아 계룡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를 잊고 시간을 잊게 됩니다. 참 신기한 일이지요.
▲(신선봉 고스락 풍경 5).
저 빈 공간에서 저 자신도 비어지기를 갈망했습니다.
▲(신선봉 고스락 조망 1). 계룡산 쪽으로 열린 조망을
뿌연 미세먼지와 낮게 깔린 구름이 합동작전으로 방해하네요.
▲(신선봉 고스락 조망 2).
먹뱅이골을 내려다 봅니다. 출발지점이 시야에 잡히네요.
▲이제 갑하산을 향하여 걸음을 옮깁니다.
중요한 건, 움직이게 할 어떤 목적지가 있다는 사실이지요.
▲하산 모드로 전환하여 열심히 내려갑니다.
막막해도 갈 수 있습니다.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있으므로.
▲(거북바위).
계룡산에 오르면 승천할 수 있었던 거북이가
갑하산을 넘다가 계룡산 절경에 반해 갑하산에 남았다는...
어처구니 없는 스토리텔링이지만 笑而不答心自閑이라.
▲(요괴소나무).
요괴가 소나무의 기운을 탐내자 신선봉 신선이 요괴를 봉인하였다...
어처구니 없는 정도가 좀 더 심해졌네요.
다시 이백의 시를 빌릴 수밖에. 別有天地非人間이라고.
▲해가 바뀐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기입니다.
신년의 다짐이 슬그머니 실종되어가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그래도 산을 향한 설렘이 들어설 자리는 늘 비워두었습니다.
▲현충원의 주산격인 두리봉 알현은 다음으로 넘기고,
오늘은 갑하산 방향으로 범산의 발자국을 찍어보렵니다.
▲왜 좋아하는지 알 수 없음에도 빨려드는 감정이 사랑이라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산을 좋아하는 간절한 마음, 사랑이 맞지요?
▲접었던 길의 가치가 훨 커보이기 십상이지요.
막상 직진하려니 먹맹이골 떡이 더 커보이는 거 있죠.
▲아, 이 길이 세종~유성 누리길이었군요.
때론, 익숙한 것으로의 회귀보다 낯선 세계로의 모험이 필요하겠지요.
▲능선을 걷다가 좌측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봉긋한 봉우리 하나가 눈으로 쏙 들어와 안깁니다.
대전현충원을 여기 터잡게 한 일등공신, 두리봉이랍니다.
▲대전현충원이 한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이 땅의 평화와 번영을 가능케 한 분들의 보금자리지요.
▲이 능선에서 아무 생각도 행동도 하지 않음으로써
범산은 비로소 산을 그저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갑하산 오름능선 조망 1).
드디어 계룡산의 진경을 마주했습니다.
일상의 힘겨움을 견디기 위해 산을 찾고 또 산에 취했지만,
오히려 산풍경의 아름다움에 너무 취해 견디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갑하산 오름능선 조망 2).
지나온 산길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사람처럼, 올라왔던 능선을 훑어봅니다.
▲(갑하산 오름능선 조망 3).
신선봉 오르면서 흘렸던 땀방울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그 기억은 소중한 체험으로 체화되어 에너지로 변신했습니다.
▲잎을 떨군 裸木은 枯木이 아니지요.
지금도 열심히 땅 밑에서 봄을 준비하고 있겠지요.
코 앞으로 다가온 갑하산이 그 진리를 가르쳐줍니다.
▲(갑하산 고스락 풍경 1).
팔각정은 텅 비어 있었고, 오늘 산도 텅 비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산이 제공해주는 해방감이라는 도시락을 맛있게 포식했습니다.
▲(갑하산 고스락 풍경 2).
팔각정이나 그 앞의 헬기장 모두 조망은 신통찮았답니다.
▲산에서 행복할 수 있는 건, 역설 같지만,
돌아갈 집과 의지할 가족이 있다는 기대 때문이 아닐까요.
하산길의 느긋함 역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겠지요.
▲(갑하산 하산길 조망 1).
오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만끽했네요.
집요하게 수통골 쪽을 응시하며 조망의 열락에 빠졌답니다.
▲(갑하산 하산길 조망 2).
가운데 멀리 희미한 봉우리는 향적봉.
향적봉의 소속은 금남정맥이고 황적봉 소속은 관암지맥.
▲평평한 능선길을 걸어가니 마음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인간에겐 바닷물이 짜지만, 돌고래에겐 짜지 않은 것처럼,
산이라는 환경에 잘 적응한, 최적화된 존재이고 싶습니다.
▲(갑동•사봉마을 갈림지점).
▲(돌아보기).
발자국을 남기고 온 능선이 멋진 하늘금으로 남아있네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함께했던 시간들로부터도 멀어져갑니다.
▲(돌아보기).
신선봉을 돌아보다가 신기한 시그널을 발견했습니다.
오르는 내내 입안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고여있던 말,
그말을 산자락이 역으로 범산에게 전해오고 있었습니다. ♡
▲(산불무인감지시스템).
▲산길은 곧 생명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불순물 제로인 모유처럼 사람의 마음을 살리는 정결한 길입니다.
▲기구한 운명의 나무를 보고 묻습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저 소나무,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듯합니다. 왜 그럴 수 없지?
▲느림을 택하여, 산의 말을 들으려고 귀를 열어둡니다.
산길에 빠져서 정신없이 걷다보니 어느듯 날머리가 보입니다.
▲굴다리를 중심으로 양쪽에 시내버스 승강장이 있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아쉬움이 잔뜩 일어남을 감지합니다.
▲버스 기다리는 범산을 계룡산 장군봉이 배웅해 줍니다.
아직 산의 이야기를 다 들은 게 아님을 잘 압니다.
산의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더 자주 찾아야겠습니다.
Ⅴ. 산행 기록 및 교통편
◆대중교통: 대전시내버스 107번 (사봉마을 정류장 승하차).
계룡시내버스 48번 (사봉마을 정류장 승하차).
◆자가용 : 사봉마을 입구에 주차 공간 넉넉함.
Ⅵ. ( Epilogue )
갑하산 뒷길은 그림엽서 같은 풍경을 쉼 없이 열었고,
자박자박, 낙엽 소리는 봄이 오는 소리를 들려주었지요.
걸음걸음, 걷는 속도를 저글링하듯 조절하며 올랐더니
자신을 향해 걸던 주문이 산을 오르는 힘이 되었습니다.
내면의 한 축인 영혼을 채워주는 소울산행을 그렸답니다.
신선봉에서 굽어본 계룡산 모습이 산행의 압권이었고
선망으로 바라본 현충원의 주산(두리봉)도 대단했지요.
안 오르면 죽을 것 같고, 올라보면 미칠 것 같은, 산.
山化의 망아적 만-랩에 도달할 수 있길 소망했답니다.
산과 한마음 되었더니, 하산길이 아쉬움으로 물들었네요.
허접한 산행기를 읽어주신 귀한 당신,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