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금 산행/강화지맥

강화지맥 1구간(평화전망대~별악봉~성덕산~봉천산~고려산~혈구산~퇴모산~강화농업기술센터)

범산1 2024. 8. 13. 22:46

산에서, 죽음이 두려울 만큼 행복하면 좋겠네.

 

▲고려산에서 바라본 혈구산 모습.

 

Ⅰ. ( Prologue )

 

강 얘기를 해봅니다. 사는 게 꼭 강 흐름 같아서.

강은 끊임없이 침식하고 나르고 퇴적을 반복하지요.

그러나 강은 늘 새로운 강물로 끊임없이 흐르지요.

 

바다이지만 강이라 불리는 큰 물길이 있습니다.

강화해협 또는 염하강이라 부르는 물길 말입니다.

강은 산의 자식이라, 산을 알면 강을 알 수 있지요.

 

무더위의 馬脚이 백일하에 기승을 부리던 날,

그 염하강의 어미인 강화 산줄기를 찾아갑니다.

손 안 대고 코 푼다는 말? 딸 찬스를 이용했지요.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8월 11일 (일요일).

 

2. 누구랑 : 범산 홀로 오붓하게.

 

3. 어디를 : 〔강화산줄기 첫째 마디〕

(강화평화전망대~별악봉~봉천산~고려산~혈구산~퇴모산~강화농업기술센터).

 

Ⅲ. 산행 지도

▲우선, 선조들의 흔적을 따라가 봅니다.

대동여지도에는 별립산, 혈구산의 위치를 실제와 다르게 표시하고 있네요.

 

Ⅳ. 산행 흔적 및 느낌표 버무리기

▲강화평화전망대는 아직 문을 열 시간이 아닌 모양입니다.

制赤峰에서 출발하려던 계획은 일단 어그러지고 말았네요.

 

▲직선을 선택할 수 없으면 곡선을 택하면 되는 것이죠.

후진해서, 철산교회 방향으로 들머리를 잡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더위에 급습을 당한 산자락은 물속처럼 조용했습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땀방울이 송송 맺히고 숨이 턱턱 막힙니다.

 

▲서서히 몸의 예열을 시작하면서,

산에 대한 허기와 목마름을 단도리합니다.

 

▲예상 외로, 길은 고속도로입니다.

아마도 서해랑길과 겹치는 구간이라서 그런 걸 겁니다.

 

▲실질적인 마루금 출발선에 닿았습니다.

또 하루동안 기탄없는 山사투리에 흠뻑 빠져보렵니다.

 

▲별악봉을 향해서 마음을 열었습니다.

미답의 산줄기에 희소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아낌없이 오르렵니다.

 

▲진흙탕에 뒹굴면 옷 젖는 것이 두렵지 않은 법이죠.

아무리 더워도 땀방울 속에 빠지면 오히려 쾌감이 일어나지요.

 

▲(별악봉 고스락 풍경 1).

별악봉은 북녘땅을 바라보면서 많은 말을 건네고 있었고.

 

▲(별악봉 고스락 풍경 2).

정자의 창틀에 갇힌 강화만 풍경은 오리무중이네요.

 

▲(별악봉 고스락 풍경 3). 철계단 위에 올라서니,

산자락이 허세를 부리며 멋진 조망을 듬뿍 선물합니다.

 

▲(별악봉 고스락 조망 1).

봉천산으로 향하는 하늘금이 아름답네요. 더위를 잊을 만큼.

 

▲(별악봉 고스락 조망 2).

산행은 정신을 젊게 하는 샘물과 같은 것이죠.

처음 마주하는 산봉우리에서 싱싱함을 체득합니다.

 

▲(별악봉 고스락 조망 3).

발 아래 펼쳐지는 바다가 망망대해처럼 아득합니다.

 

▲고속도로 같았던 산길이 호젓한 오솔길로 변신했고.

 

▲산길이 제공하는 힐링의 마법에 걸려들어,

감정과 행동이 통제 불능의 흐름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저담산 갈림지점).

저담산은 마루금에서 약200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저담산 고스락 풍경).

표지석이나 삼각점 하나 없지만, 저담산은 의젓했습니다.

 

▲(저담산 고스락 조망). 마루금에서 벗어나,

마루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는 제격인 위치였네요.

 

▲산길의 아름다움이 극에 닿은 듯 황홀감에 젖어듭니다.

‘산은 영혼의 자유를 가르치는 학교’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네요.

 

▲(두꺼비바위). 부부 사랑의 전설이 흐르고 있는 곳.

 

▲(성덕산 고스락 풍경 1).

쉼터, 이정표 등등 산자락 마디마디 행간에

지자체의 정성이 배어나고 있어서 보기 좋았네요.

 

▲(성덕산 고스락 풍경 2).

산길에 쌓여있는 솔잎의 푹신함이 가슴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장군바위).

산자락 곳곳에 서려있는 전설은 생활의 활력소 역할을 하지요.

 

▲이 지점에서 서해랑길과 아쉬운 작별을 해야겠네요.

 

역시 오길 잘했어!!

산꾼의 마음갈피, 그 핵심을 찌르는 멋진 말이네요.

 

▲(덕고개 삼거리).

산행수첩엔 산행계획이 설계도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이나 타협’이란 말은 들어설 자리가 없지요.

 

▲(덕고개 풍경).

결혼한 딸아이가 근처에 살아서, 들머리 교통은 딸 찬스를 이용했지요.

 

▲신은 바쁜 세월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던가요.

땀방울을 쏟으며 오르다보면 그저 무아지경이 되고 맙니다.

 

▲(142m봉). 코팅 속 글씨체가 무척 낯이 익네요.

조그만 배려 하나가 산길을 가는 객에게 큰 힘이 됩니다.

 

▲내려섰다가 올라설, 봉천산이 방가방가 인사하네요.

 

▲개똥나무라고도 하는 누리장나무가 꽃을 피웠네요.

꽃은 냄새가 기분 좋은데, 잎은 냄새가 좀 거시기하지요.

 

헛돌이 주의지점입니다.

우측에 무덤이 있는 곳에서 살짝 좌틀해야 고생을 덜합니다.

 

▲땅에다 뿌리를 박은 채 風葬되고 있는 나무, 거룩해 보입니다.

 

▲(새말고개).

새말고개는 봉천산을 오르기 위해 숨을 가다듬는, 쉼터 같은 곳.

 

▲소나무는 상처난 자리를 송진을 내뿜어 치유한다고 하지요.

산꾼은 땀방울을 쏟아내어 마음속 찌꺼기를 말끔히 씻어냅니다.

 

▲(봉천산 고스락 풍경 1).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 奉天山에 올랐습니다.

 

▲(봉천산 고스락 풍경 2). 고스락에 섰을 때,

산을 품은 영혼으로 성장한 것 같아서 뿌듯해졌지요.

 

▲(봉천산 고스락 조망 1).

걸어온 산길을 복기하다가 더 멀리를 바라보았지만,

이놈의 날씨가 기온만 올려놓고 시야는 망쳐놓고 있네요.

 

▲(봉천산 고스락 조망 2).

이쪽 산줄기도 제적봉~성덕산 산줄기만큼이나 야무지네요.

 

▲(봉천산 고스락 조망 3).

바다 건너 개성지방 산풍경은 안내판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봉천산 고스락 조망 4).

송악산은 산경표의 임진북예성남정맥에 해당하는 산.

천마산~송악산, 우측으로 쭉 가면 정맥 끝자락인 진봉산이 솟았겠죠.

 

▲(봉천대 풍경).

옛날 제천의식을 치르던 봉천대에도 여름 무더위는 찾아왔네요.

 

▲(봉천대 조망).

고려산으로 향하는 풍경이 조감도처럼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오층석탑을 중간 포스트로 삼아 걸음을 옮깁니다.

 

▲하산 모드, 자신에게 3인칭 소설 같은 메시지를 날려봅니다.

범산은 즐거운 마음으로 땡볕더위를 뚫고 걸어가고 있었다’고.

 

▲(강화 장정리 오층석탑). 산행의 매력은,

거기 배어있는 뭇 흔적을 들여다보며, 그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죠.

 

▲하점성당 옆 골목을 빠져나와 도로를 건너갑니다.

 

▲마트와 미용실 사이로 빠져나가 고려산 방향으로 향합니다.

어차피 이 세상은 부대끼다 떠나는 사람들의 가설극장이겠지요.

 

▲48번 도로를 가로질러야 고려산 접근하는 길이 열립니다.

 

▲(부근리 점골 고인돌).

청동기 시대의 탁자식 무덤이, 세월이 지나면서 유적이 되었네요.

 

▲길도 없는 산자락을, 방향만 머릿속에 입력하고 오릅니다.

 

▲여름산은 잡풀과 무더위와의 전쟁이죠.

땀방울로 샤워하면서 무념무상으로 오르는데 집중하였지요.

 

▲좌측에 시루메산 고스락이 위치합니다.

국가시설이 위치하고 있어 조심스럽게 통과합니다.

 

▲여기서부터 고려산 오르는 길은 고난의 길입니다.

도로 따라 지열을 견디며 오르노라면 속물인간이 되고 맙니다.

 

▲빛은 어둠이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불볕더위 속에서 통닭구이가 될까봐 걱정하며 오릅니다.

이 고비를 넘어서면 성취감이라는 밝은 빛이 스며들겠지요.

 

▲진달래 명산 고려산은 봄에 어울리는 산이지요.

상춘객을 위해서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지만,

지금은 한여름, 계절을 잘못 만나 전망대가 홀대 받네요.

 

▲우측, 봉우리들의 수려한 곡선미가

예술의 경지를 홀가분하게 뛰어넘습니다.

 

▲(오련지 풍경).

 

▲현실과 희망 사항은 같은 게 아닌가 봅니다.

너무 더워서, 접촉 나쁜 전구처럼 의욕이 깜빡거리기 시작합니다.

 

▲(고려산 고스락 조망 1). 더위에 지친 범산을 위해서,

고려산은 시원한 조망의 선물꾸러미를 던져주었습니다.

늠름한 혈구산이 힘내라고 하트를 뿅뿅 날려주고 있습니다.

 

▲(고려산 고스락 조망 2).

석모도의 해명산과 상봉산도 풍경의 한 구도를 담당하고 있고.

 

▲(고려산 고스락 조망 3).

불타는 진달래 군락지가 눈에 선하게 떠오릅니다.

 

▲(고려산 고스락 조망 4).

별립산~봉천산 너머 북녘땅 사람들은 오늘도 잘 있는지....

 

▲(고려산 고스락 조망 5).

시루메산을 거쳐서 올라왔던 산자락이 뜨거운 기억으로 가득합니다.

 

▲고려산 정상 부근의 국가시설로 인해,

측면 7~8부 능선으로 난 산길을 돌아갑니다.

 

▲다시 마루금에 접근합니다.

다시 만난 마루금에서도 불볕더위는 마중나와 있었네요.

 

▲고비고개로 내려가는 비탈이 살인적이었지만,

서늘한 기울기보다는 더위가 더 살인적이었네요.

 

▲너무 날씨가 더워서 산길의 표정에서 밝음을 찾습니다.

배시시, 생글생글 웃는 얼굴을 명품소나무에서 상상해봅니다.

 

▲간흘적으로 지나가는 바람의 말을 귓전으로 흘리는데,

튼실한 나무 한 그루가 길 한복판을 가로막고서  웃고 있었네요.

 

▲(고비고개 풍경 1).

구름다리, 여기도 그 유행을 타고 있네요.

 

▲(고비고개 풍경 2).

구름다리에 올라섰을 때, 마침 잠잠하던 바람이 일어났네요.

그 바람이 희망의 약속인 듯 삶의 등대로 광신하고 싶었습니다.

 

▲(고비고개 풍경 3).

돌아보는 구름다리는 더 아름다웠답니다.

 

▲땀방울을 소나기처럼 쏟아낸 뒤에 오는 개운함이,

오늘은 무더위에 압도되어 탈진의 씨앗이 되어감을 감지합니다.

 

▲혈구산은 1봉, 2봉을 거쳐서 정상으로 연결되는 구도.

오르고 보니, 1,2봉은 기슭을 질러가는 지름길도 있었네요.

 

▲머리로는 자를 새기며 참고 오르지만,

육체는 머리와는 별개로 놀고 있었습니다.

무더위라는 조커가 가세하여 사람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100미터 이내에 뱃지가 있습니다.

50미터 올라서 뱃지를 획득해 보세요.“

혈구산을 올랐다가 다시 여기로 돌아와야겠지요.

 

▲(혈구산 고스락 풍경 1).

토라진 듯, 표지석이 뒷모습을 보이고 있네요.

 

▲(혈구산 고스락 풍경 2).

앞에서 바라보니, 표지석이 방긋 웃는 모습을 보이네요.

 

▲(혈구산 고스락 조망 1).

1대간 9정맥의 마침표를 찍으며 외쳤던,

염하강 건너 문수산에서의 다짐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1대간 13정맥의 완주의 그날이 오면,

진봉산에서 문수산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겠다고.....

 

▲(혈구산 고스락 조망 2).

짖궂은 날씨와 똑딱이 디카의 한계로 인해,

북한산은 물론이고 염하강까지의 구분도 힘들어 괴롭네요.

 

▲(혈구산 고스락 조망 3).

강화 벌판을 바라보면서 생각해 봅니다.

 

비록 변수인 날씨 탓에 겨우 계획을 맞추긴 하였지만,

범산의 산사랑은 불변의 상수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지요.

 

▲(혈구산 고스락 조망 4).

강화도 남북산줄기는 길상산 방향으로 뻗어갈 것이고,

강화도의 산 중에 최고점은 마니산, 둘째는 여기 혈구산.

 

▲(혈구산 고스락 조망 5).

섬에서 산줄기는 산경표에서의 산자분수령 개념이 아니라,

그저 가장 긴 산줄기를 걷는다는 명분을 반듯이 지키고 싶지요.

 

▲(혈구산 고스락 조망 6).

석모도가 강화도라는 항공모함을 엄호하는 함정으로 비칩니다.

 

▲(혈구산 고스락 조망 7). 탈진 직전의 멘탈이지만,

조망의 황홀함에 빠져 있다보니 소록소록 힘이 솟아납니다.

 

▲(혈구산 고스락 조망 8).

종일 옆탱이에서 엄호해 주었던 별립산이 든든함으로 다가옵니다.

 

▲(혈구산 고스락 조망 9).

걸어서 지나갈 때 정을 들인 풍경을,

돌아서서 바라보는 느낌은 무덤덤 아닐까요.

 

▲퇴모산을 향해서 하산 모드로 들어갑니다.

 

▲(안양대학 갈림지점).

날씨 탓일까. 오늘 20km 능선은 텅텅 비어 있었네요.

사람 그림자 하나 만나지 못하고 무더위와 겨룬 하루였네요.

 

▲너무 편하게 덤벼들었다가 뜨끈하게 데었던 하루였습니다.

 

▲혈구산~퇴모산 구간 능선에는

건장한 소나무들이 즐비해 눈을 즐겁게 해주었네요.

 

▲산과 나누는 교감의 소통은,

산사랑의 정신영역과 노화되는 육체영역을 동시에 일어나게 합니다.

 

▲(퇴모산 고스락 풍경).

이제는 진정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고스락 부근의 초록 풀밭이 초록 꽃밭을 연상케 했습니다.

 

▲(퇴모산 고스락 조망).

오늘 조망의 하이라이트는 우리야 우리!

진강산과 마니산이 큰소리로 외치는 듯합니다.

 

▲마취도 하지 않은 채 수술 받은 듯한 하루였지만,

다리에 힘을 풀고 내려서는 지금은 통증이 사라졌네요.

 

▲금방 쉽게 끝날 것 같았던 하산길은 꽤나 지루했네요.

오늘 무더위의 폭탄 속에 마주쳤던 산들과의 조우에 대해,

범산은 우연이라 부르지 않고 인연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강화농업기술센터 뒷문으로 들어서는 기분이 날아갈 듯했구요.

 

▲농경문화의 정돈된 풍경이 시선을 맞대왔습니다.

뜨거운 기운이 식도를 쓸고 뱃속까지 내려가면서,

하루종일 달아올랐던 심신을 차분하게 쓸어주었네요..

 

▲끝점을 향해서 걸어가는 감정은,

무너질 듯하던 피곤함에서 사뿐사뿐 행복감으로 도약했지요.

 

▲신석기시대를 침공한 청동기시대 사람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다리도 두 개나 달렸고, 못 할 게 뭐 있고, 못 갈 곳이 어디 있어?

날머리를 향하면서 다음구간 덕정산을 공격적으로 바라보았네요.

 

Ⅴ. 산행 기록

 

Ⅵ. ( Epilogue )

 

무더위가 어찌 그리도 칙칙하게 사랑스럽던지,

산은 겉보기엔 과묵해 보여도 실제론 다정하지요.

잊고 있어도 때 되면 꽃을 피우는, 베프랍니다.

 

억수에도 견뎌내는 새둥지의 지혜가 그립습니다.

억수같이 땀을 쏟고난 후 막판에 찾아올 개운함.

산보다 나은 삶의 도장은 이 세상에 없다 봅니다.

 

산사랑에 대한 의심을 확대하며 산에 빠지고 싶고,

내 산사랑이 얼마나 진한지 들키고 싶었던 거지요.

산에서, 죽음이 두려울 만큼 행복해지면 참 좋겠네요.

 

===읽어주신 귀한 당신, 더 행복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