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세먼지의 포화 속에서도 산들은 의연했다. ▣

▲자주봉산 내림길에서 바라본 보련산 모습.
Ⅰ. 프롤로그
산길과 인생길은 참 많이도 닯아 있지요.
오름짓은 몸으로 수행하는 일종의 만트라!
뜻을 알아서 외는 짜여진 만트라가 아니라
걷다 보면 절로 뜻이 쌓이는 묘한 주문이죠.
삶을 감당 못해 눈물버튼을 누르기도 하지만,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세상을 읽어나갑니다.
발자국 하나하나가 크고 묵직한 의미겠지요.
춤사위가 그렇듯 오름 흔적은 곧 휘발되지만
몸에 차곡차곡 새겨져 삶의 흐름을 만듭니다.
무수한 오름행위가 쌓이면 산이 익숙해지고,
어느 순간부터 몸보다 가슴이 더 중요해지죠.
산을 가슴에 넣으려고 부용지맥으로 향합니다.
Ⅱ. 산행 얼개
◆언제 : 2026년 2월 22일 (일요일).
◆누구랑 : 범산, 어처구니 님, 주산자 님.
◆어디: 〔부용지맥 둘째 마디〕
(못재~수레의산~매봉채산~자주봉산~솔고개).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흔적 및 느낌표 버무리기

▲무대 위의 곡예사가 줄을 움켜쥐듯,
산으로의 끈을 잡으려고 주덕에 왔습니다.

▲산으로의 끈은 ‘연세중앙의원 버스정류장’까지 닿아 있었네요.

▲오늘 산행의 들머리는 못고개.
충주 159번 시내버스의 종점이 못고개(수월리)입니다.

▲159.
이 숫자를 달고있는 버스가 우리를 산까지 데려다 주었지요.
단순한 숫자 하나가 이렇게 고마울 때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네요.

▲지형도가 원마루금(실선)의 생생한 알리바이를 증명합니다.
알리바이의 진실은, ‘82번 지방도~3번국도~평택-제천 고속도로’

▲참된 것과 꾸며진 것.
몸은 둘 중에서 무엇을 더 기억할까요.
참된 진실의 길을 걸어갈 수 없기에
후자의 길을 택해 오생1교차로 가랑이를 통과해 우회합니다.

▲알뜰주유소 뒤편의 후미진 길을 훑어갑니다.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는 뒤안길에서도
우리는 우리만의 속도를 찾으며 산으로 파고듭니다.

▲잠시 허세를 부려봅니다. 우린 남는 게 시간밖에 없다고.
백지처럼 하얀 오늘의 텅 빈 시간 속에
산을 그려넣기 위해 평택-제천 고속도로 옆구리를 관통합니다.

▲산사랑이 깊어감에 따라 하나의 패턴에 젖어들지요.
그건, 그저 산사랑이던 게 산줄기 사랑으로 옮아가는 것.
오늘, 산행 시발점은 그 산줄기 사랑의 물결을 헤엄치기 위한 시발점입니다.

▲낙엽을 스치는 소리는 우리의 발걸음만이 아니었지요.
미세하게 후둑이는 빗방울이 기상청 예보와 장단을 맞추고 있었네요.

▲오르다가 등허리가 따뜻하게 느껴져 돌아보니,
멋진 산 하나가 우리를 엄호하고 있었지요. 가섭산!

▲수레의산은 몇 단계로 나누어 고도를 높여가는 구조.
시선에 필터가 씌워진 산꾼은 간헐적인 빗방울을 뚫고 가볍게 오릅니다.

▲땀방울 한 바가지 흠씬 쏟으며 올랐는데....
고스락은 저 멀리 훌쩍 달아나 있네요. 그저 웃지요.

▲산능선을 반복해 오르면서 삶의 자세를 가다듬곤 합니다.
굳이 고스락이 아니어도 반복되는 오르내림이 마음을 단단하게 하지요.
그 시도는 도망치지 않고 도전했다는 증거이며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일단 해보는 것. 실패하더라도 또 하는 것.
원했던 봉우리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도 또 오르는 것.
삶을 지탱하는 근원적인 동력은 결국 그 시도들이겠지요.

▲사슬은 가장 약한 고리만큼만 강하다.
(A chain is only as long as its weakest link)
거의 2시간이나 걸린 수레의산을 코 앞에 두고,
신문 칼럼에서 접했던 영어 속담 하나가 뾰롯이 떠올랐네요.
힘들었던 기억을 기준 삼으면 세파를 헤쳐나가는 게 더 수월하겠지요.

▲(수레의산 고스락 풍경 1).
수레의산이 이 산줄기의 최고봉인데...
부용산에게 그 이름을 빼앗겨서 서러운 신세가 된 산입니다.

▲(수레의산 고스락 풍경 2).
익숙해진 산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산을 찾아 오르려고 애를 씁니다.

▲(수레의산 고스락 풍경 3).
새로운 시선은 뇌의 과부하를 푸는 열쇠가 된다고들 하지요.
외주화 되어가는 사고의 근력을 주체적 사고로 전환시키는 열쇠.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라고 전망 정자가 마련되어 있는데,
‘매우 나쁨’ 단계의 지독한 미세먼지가 모든 걸 집어삼켜버렸네요.

▲(수레의산 고스락 풍경 4). 가슴이 열리는 산봉우리는,
새 출발을 꿈꾸는 이에게 인생의 새 장을 여는 첫 페이지가 될 만하지요.
조금 떨어진 정자에서 정상을 바라보니 새로운 시선이 열리는 듯하네요.

▲마루금이 흐르는 쪽은 이정표의 ‘휴양림’ 방향입니다.

▲잎을 떨구고 알몸을 드러낸 겨울 능선은
걸어가는 사람의 잡념까지 떨구어내는 힘을 지녔습니다.
겨울이 없다면 봄이 그토록 더 희망적으로 비치진 않을 겁니다.

▲(헛돌이 주의지점).
이정목에 표시되지 않은 ‘B코스 반대방향’으로 키를 잡아야 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들 하지요.
산으로 뛰어든 우리는 서로에게 속도를 맞추기 위해 집중합니다.

▲미세먼지 지옥이 실감나는 시간대입니다.
먼지 냄새가 풀풀 날려 코를 벌름거리게 하네요.
날씨가 극단적으로 자꾸 무협지를 쓰는 요즘입니다.

▲(오갑지맥 분기점 풍경).
오갑지맥을 찜하는 마음이 설렘 한가득입니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완전히 막아낼 수는 없어도,
산행의 키를 쥐고 안전한 방향으로 나아갈 주도권은 우리 손에 있지요.

▲숙성의 세월을 보내고 돌아온 겨울산은
계절의 완성을 위한 새 출발점의 산이기도 합니다.

▲이파리를 떨궈 맨얼굴을 드러낸 겨울산은
아무 장식없이 산이 지닌 스토리와 전설을 잘 드러냅니다.
겨울 능선을 걸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음에 점 하나 찍으면서 올려다 보았더니,
희뿌연 겨울 하늘이 눈이 시리게 참 서정적이네요.

▲늦게 피는 꽃일수록 향이 깊다고 하더니,
봄여름가을을 보내고 만난 겨울산 풍경이 마음을 홀립니다.

▲높은 하늘에서 보면 사람이 콩알 만해 보일 테지요.
높은 산 위에서 평지의 사람을 보아도 그럴 테구요.
그 콩알이 돌돌돌 굴러 겨울 나무 사이를 누비며 걸어갑니다.

▲이 잔잔한 능선 풍경을 평생 책갈피에 꽂아놓고 보고 싶네요.

▲미세먼지 창살 너머로,
원통산~승대산이 모습을 드러내며 설렘을 유발합니다.

▲겨울산은 대자연의 시간이 잠시 머물러 있는 곳이지요.
그러나 매서운 추위도 흐르는 계절의 바퀴를 멈출 수는 없겠지요.

▲(숨은 그림 찾기).
낙엽과 녹슨 철망이 어우러져 보호색을 연출합니다.
까딱 마음을 놓았다가는 철망에 걸려 넘어지기 십상입니다.

▲땅속으로 뻗은 소나무를 감고 있는 넝쿨줄기!
이런 컨셉의 덩쿨도 송담으로 취급될 수 있을까요.

▲땡과 딩동댕 사이를 넘나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미세먼지 속 산행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상어 이빨 번뜩이는 바다 한가운데를 헤엄쳐가는 심정이 됩니다.
숨 쉬기 곤란한 미세먼지 속을 산행하면 자신을 더 신뢰하게 되지요.

▲겨울산의 풍경은 단순해지고 소리도 줄어듭니다.
늘 그래 왔듯, 자연이 소리 없이 다음 장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숭선고개(능안고개). 고갯마루에서의 시간은
늘 빠르게 흐르던 생각의 시간을 자연의 리듬과 맞춰보는 시간입니다.

▲지나온 루트를 돌아보니,
겨울이라는 계절 덕을 많이 보았다는 게 실감납니다.
다른 계절이라면 뚫고 내려오기 쉽지 않았을 것 같네요.

▲대동강물이 풀린다는 우수와 경칩 사이의 시절,
땅 밑에는 이미 새 생명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서고 있겠지요.
기지개를 켜는 심정으로 한 걸음씩 마루금을 밟아나갑니다.

▲모든 일의 시작은 달력이 아니라 걸음에서 시작되지요.
자연의 변화도 그저 기다리기만 할 게 아니라
그 변화를 일찍 알아차리고 마음을 먼저 일으켜 세워야 하리.

▲마루금 산행이 산줄기 대신 사람을 향할 때가 있습니다.
산능선에서 함께 땀을 흘리는 고마운 산벗들은 또다른 산입니다.

▲매몰찬 칼바람 속 겨울산은 꾸밈없는 얼굴을 보여주지요.

▲(414.1m봉).

▲공간을 메우고 있는 미세먼지가 숨통을 조일지라도
산행을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요즘 말로 리즈시절이지요.

▲미세먼지 포화 속에서도 ‘평택제천고속도로’가
오늘 두 번이나 마중나와 있습니다. 매봉채산을 대동하고서.

▲(현재위치 조감도).
실선이 원마루금. 점선은 실제 산행노선.

▲먼 곳에서부터 도착한 누군가의 마음을 챙기듯,
고속도로는 통로를 만들어 소통의 물꼬를 틔우고 있었네요.

▲굴다리가 연달아 두 번이나 나타납니다.
매사에 진정 중요한 건 숫자 너머에 있기 마련이죠.

▲마루금을 가로막는 고속도로로 인해,
원마루금을 걷지 못하고 우회하는 마음이 영 불편합니다.
그래도 이어갈 수 있는 굴다리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겠죠.

▲마루금을 우회하면서 어쩔 수 없이 물을 건너는 것,
산줄기에 대한 채울 수 없는 설렘을 볼가심하는 과정으로 치부합니다.

▲(덕고개 삼거리).
잠깐 이별했던 마루금과 드디어 도킹했습니다.

▲시간이 넉넉해 산을 찾을 기회가 많은 사람이 참 부럽지요.
부러우면서도 부러워하지 않으려 애쓰는 자신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덕고개).

▲그리 오래 산줄기를 타고 많은 곳을 밟았는데도,
산에서 만나는 풍경과 느낌은 여전히 처음의 설렘과 별반 차이가 없지요.

▲ 마루금 우측 아래, 그린에코사이클(폐기물처리장).

▲매방채산 오름길은 쉴 틈을 주지 않고 가풀막으로 이어집니다.

▲강한 인간은 늘 깨어있는 인간이라고들 하지요.
山사람은 늘 산을 향해서 깨어있는 사람들이지요.
그래도 부처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이라는 걸 늘 명심하겠습니다.

▲(매방채산 고스락 풍경).

▲(매방채산 고스락 조망).
친구하자고 손짓하는 자주봉이 다정해 보입니다.

▲마루금은 좌측에 문성휴양림을 두고
시계 진행 반대방향으로 반원을 그리며 흘러갑니다.

▲마루금 좌측, 문성휴양림에는 출렁다리가 출렁입니다.

▲산행기는 자신에게 쓰는 편지이자 1인칭 소설이지요.
산에서의 매순간을 기록하고 느낌을 표현하여 공유하는 과정입니다.

▲(문성자영휴양림 임도 조망 1).
내 마음의 강물 위로 미세먼지에 잠긴 보련산이 지나가고,

▲(문성자영휴양림 임도 조망 2).
내 마음의 강물 위로 잘 생긴 자주봉도 물살을 가르며 지나갑니다.

▲휴양림의 탄탄한 임도가 산사랑 충전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수많은 마루금 여행을 통해,
우연이었던 시간이 인연의 기회로 변하기도 합니다.
몰랐던 자연이 삶의 틈새로 들어와 내 삶의 색깔을 변화시킵니다.

▲임도가 우측으로 휘어지는 지점에서 산비탈을 타고 오릅니다.

▲‘옹달샘’은 명상치유센터인 ‘깊은산속옹달샘’을 지칭하는 듯.

▲사람은 자기 과거의 퇴적으로 이루어집니다.
한걸음 한걸음이 쌓여서 마루금산행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걸음걸음에 산사랑의 마음을 담아 보듬듯이 오릅니다.

▲(남산 분기봉). 남산은 왕복 1.2km거리.

▲한겨울 한낮의 얇은 햇살이 능선에 내려앉고 있습니다.
능선 길섶에 등대불 같은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360.7m봉).

▲자주봉은 거리를 쉽게 내주지 않고 자꾸만 물러나고 있네요.
그래도 운을 떼듯이 한걸음씩 발걸음을 떼어 여유롭게 오릅니다.

▲(우리재 풍경).

▲자주봉 오름길은 무미건조합니다.
잎을 다 떨구어낸 나무들의 무채색 행렬 일색입니다.

▲아래에서 볼 때 고스락처럼 보이던 봉우리는
실제 거리 400m 정도의 자주봉 전위봉이었네요.

▲전위봉에서 자주봉으로 가는 중간 지점에 박혀있던 삼각점.

▲(자주봉 고스락 풍경 1). 산꾼에게 있어,
모든 산의 고스락은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운 낙원이지요.

▲(자주봉 고스락 풍경 2).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미세먼지에 잠겨있던 자주봉이었는데....

▲아, 자주봉 내림길은 치가 떨리는 가풀막이었네요.
미끄러지고 구르고 하면서 스틱이 휘는 줄도 몰랐네요.

▲갑갑하던 사위가 사라지고 갑자기 시야가 빵 터지면,
술을 마시기도 전에 흠뻑 취해버리는 기분이 되곤 하지요.

▲과수원 가장자리를 따라 뚫린 임도가 명품 조망을 선물합니다.

▲(자주봉 내림길 조망 1). (돌아보기).
자주봉의 치가 떨렸던 가풀막이 벌써 옛일인 듯 아득합니다.

▲(자주봉 내림길 조망 2).
미세먼지를 덮어쓴 보련산은 신비감을 부추기고.

▲(자주봉 내림길 조망 3).
아름다운 산을 품고있는 충주시 노은면에 대해 구미가 당깁니다.

▲(자주봉 내림길 조망 4).
봉황자연휴양림을 품고있는 을궁산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증폭됩니다.

▲(자주봉 내림길 조망 5).
다음 구간에 밟을 산들은 느긋하게 기다려야겠죠.

▲뉘엿뉘엿한 해거름의 산에 화살표를 그려넣으니
마치 거대한 뱀이 꿈틀대며 제 집을 찾아가는 듯하네요.

▲꿈틀대는 마루금 속으로 마음이 빨려 들어갑니다.
할 말을 잊은 듯 말없이 산 밖으로 시선을 돌릴 수밖에.

▲돌아보았더니,
자주봉의 전체 모습(전위봉까지)이 제대로 조감되네요.

▲'열심히 걸었더니 또 원수 같은 날머리야.'
늘 날머리에 설 때마다 아쉬움이 가슴을 칩니다.
낳아봤더니 원수 같은 또 딸이더라는 옛여인들 원성처럼.

▲덕련재(솔고개).
다음 구간 산행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배가 불러옵니다.
Ⅴ. 산행 기록

Ⅵ. 교통편
(갈 때)
대전역(06:06발) ⇒ 주덕역(07:37착). 무궁화호(7,000원).
주덕 연세중앙의원(07:50발) ⇒ 수월(08:20착). 충주 159번 시내버스.
(올 때)
솔고개 ⇒ 주덕역. 택시(12,000원).
주덕역 (18:45발) ⇒ 대전역 (20:18착). 무궁화호(7,000원).
Ⅶ. 에필로그
몸을 나게 한 건 어머니, 영혼을 키운 건 산.
산은 가슴속 영혼을 싸담는 보자기가 됩니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배낭에 담기고,
그리움, 희망, 설렘이 산행 마다 덧붙여지면,
산은 세상을 들여다보는 요긴한 통로가 되고,
산꾼들에게 쫄깃한 정서적 언어로 작용합니다.
겨울산은 잎을 떨구고 알몸 능선을 드러내죠.
삶이 풍차와 싸우는 돈키호테가 된 기분일 때
겨울능선에 서면 오래된 시간의 결이 전해지고,
거머리같이 들러붙은 근심이 바람결에 털립니다.
산행은 몸을 통해 마음근육을 단련하는 과정!
수레의산에서 삶의 피루엣을 시작하고 싶었네요.
=== 읽어주신 귀한 당신, 항상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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