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금 산행/서봉지맥

서봉지맥 1구간 (감투봉~구봉산~칠보산~샘골고개)

범산1 2024. 2. 28. 11:55

칠보산, 그 꿈길 같은 산길을 원없이 만끽했다네.

 

칠보산에서 바라본 광교산 풍경.

 

Ⅰ. ( Prologue )

 

바람이 가지뿐인 겨울숲을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겨울은 새벽별의 찌르는 듯한 아픔이기도 하지만,

새봄이 옷고름 풀고 다가오는 희망이기도 합니다.

추위를 타다 부끄럼 타며 봄을 타기 시작하는 날,

마음의 뽀얀 먼지를 털어 보려고 산으로 향합니다.

 

낮게 낮게 신음하듯 가녀리게 흐르는 서봉지맥!

높이에만 천착한다면 맥이 탁 풀리는 지맥이지요.

길이에 의미를 심어 걸음에 힘을 보태고 싶지만,

높이와 길이 깡무시하고 산사랑으로 채워보렵니다.

머릿속을 말끔히 하려면 바지런히 걸어야겠습니다.

 

Ⅱ. 서봉지맥 얼개

 

서봉지맥은 한반도 산줄기 족보에서 볼 때,

백두대간 속리산에서 가지 친 한남금북정맥~한남정맥을 직계존속으로 둔 산줄기로,

한남정맥 능선상의 수리산 전 3.8km 지점인 감투봉(185m)에서 남쪽으로 가지를 쳐

64km를 야트막이 이어지다가 아산만에 이르러 물과 합치게 된다.

 

신산경표에서는 최고봉 서봉산(250.3m) 이름을 따 서봉지맥(棲鳳枝脈)이라 하고,

수계 중심의 대한산경표에서는 안성천 북쪽 물막이여서 안성북지맥이라 부른다.

 

이 산줄기가 품고 있는 주요 산...

감투봉(185m), 구봉산(145m), 칠보산(238.8m), 태봉산(224m),

서봉산(250.3m), 덕지산(137.5m), 옥녀봉(84m), 계두봉(44.0m) .

 

Ⅲ.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2월 25일 (일요일).

 

2. 누구랑 : 산파고파 산행클럽 여러분과 함께.

 

3. 어디를 : 서봉지맥 첫째 마디 (감투봉~구봉산~칠보산~샘골고개).

 

Ⅳ. 산행 지도

 

Ⅴ. 산행 흔적 및 느낌 버무리기

▲말만 들어도, 생각만 해도, 설렘 뿜뿜인 수리산.

그 이름을 딴 수리산역에서부터 오늘 걸음을 시작합니다.

 

▲수리산역에서 직선거리 700여m를 걸었더니,

군포시 1번 시내버스 종점이 아침공기를 안고 반겨줍니다.

 

▲오늘은 서봉(안성북)지맥 첫걸음을 떼는 날입니다.

서봉지맥은 한남정맥 감투봉에서 아산만을 향해 가지 친 산줄기죠.

가야주공아파트 가장자리로 들어서는데 눈발이 폴폴 날리고 있네요.

 

▲일상의 경계를 벗어나듯, 아파트 담장의 경계를 벗어납니다.

 

▲드디어 한남정맥과 해후합니다.

會者定離야 시절인연이겠지만 자연과의 해후는 더 찐함이 있네요.

 

▲와우,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갑자기「설국」의 첫 장면이 눈앞에 쏟아져 마음을 어루만졌네요.

 

▲(감투봉 고스락 풍경1).

감투봉이 瑞雪이라는 감투를 쓰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감투봉 고스락 풍경2).

아름답지만 슬픈 이야기여서 전설을 아프게 되새김합니다.

 

▲(감투봉 고스락 풍경3).

‘군포시보건소’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서봉지맥을 시작합니다.

 

▲마루금을 걸으면서, 생각해 보렵니다.

앙상히 남아있는 갈증을. 내가 누구인가 하는.

 

▲설경 별천지에서 두고온 아랫세상을 바라봅니다.

일상의 먼지를 털고 웃음으로 물드는 하루이기를 소망합니다.

 

▲몸 밖으로 빠져나간 혼이 헤매는 게 꿈이라 하던데,

금새 설경의 색감이 지워지니 꿈의 경계를 드나들었나 아찔해집니다.

 

▲산속에서의 시간은 아랫세상과는 다른 차원이겠지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산세상의 아름다움 역시 달라질 것이고.

 

▲도로 건너편 보건소로 이어진 구릉이 마루금인데,

도로와 시설물이라는 현실의 훼방꾼을 이겨낼 재간이 없습니다.

 

▲평지를 걸으면서 분수령 위를 걷는다고 우기는 아이러니!

가상의 선을 걷고, 몸과 마음을 버무려 그 선을 따라갑니다.

 

▲진행방향 좌측, 군포공영차고지가 풍경의 일부를 담당하고.

 

▲(대아배수지).

배수지 울타리 곁으로 접근해서 마루금에 접속합니다.

 

▲서군포IC 부근에서 원마루금을 이어가기는 불가능한 일.

정신줄을 바짝 조이며, 마루금과 헤어지고 만나기를 반복합니다.

 

▲(100.2m봉)

 

▲수원광명고속도로 굴다리 앞에서 장고합니다.

우측 굴다리를 통과해서 마루금에 접근하는 방법이

짧기도 하고 또 가능은 하겠으나 위험이 수반됩니다.

그래서 직진해서 우회하는 안전한 방법을 선택합니다.

 

▲(남군포IC 부근 지형 개념도).

월화수목금토일이 반복되는 건 더 잘해 볼 기회를 주려는 게 아닐까요.

마루금과의 헤어짐과 만남이 반복되는 게 올바른 마루금을 만나기 위함이듯이.

 

▲영동고속도로와 수원광명고속도로가 만나는 지점에서 좌틀(동쪽)합니다.

 

▲현실성이 없는 여러 논의를 탁상공론이라고 한다면,

Indoor클라이밍, 역시 유통되지 않는 카세트 플레이어쯤 아닐까요.

두 발로 땅을 짚고 걸으면서 땀과 생각을 버무려 보렵니다.

 

(개념도지점), 영동고속도로 굴다리.

 

▲굴다리 통과하자마자 직진해야 합니다.

좌측 길을 따르면 우회길이 훨씬 더 길어집니다.

 

▲두 고속도로에 완전 포위된 지형이지만, 평화롭기만 합니다.

 

▲(개념도③지점), 남군포TG 부근 굴다리.

 

▲고속도로의 포위망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영향권에 들어있습니다.

 

▲(개념도④지점), 수원광명고속도로 굴다리.

 

▲(개념도⑤지점),

이제 고속도로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

마루금의 진수를 자유롭게 만끽할 차례입니다.

 

▲좌우 물길 사이의 분수령을 걸어가다 보면,

마음 속에는 그리운 얼굴들이 여럿 보름달처럼 떠오릅니다.

그 그리움의 원력으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가는 것 같습니다.

 

▲(군포산장 낚시터).

 

▲자신과 대화를 하면서 산길을 걸어갑니다.

산에게 범산를 소개하고 범산에게 산을 소개하면서.

한 명의 나는 산을 오르고, 또 한명의 나는 산과 대화를 나누고.

 

▲산과 대화를 나누고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이렇게 멋진 명품산길을 만나면 걸음은 훨씬 가벼워집니다.

산길 풍경이 과분해 마땅한 얼평 단어를 고를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산자락 뱃속을 관통하는 터널을 보면서,

걷는 이의 뱃속이 아려옴은 무슨 연유일까요.

 

▲총알이 뱃속을 무지막지하게 관통해도 멀쩡한,

공상과학영화 같은 초월적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의 관심대상은 설명 가능하며 만질 수 있는 것들입니다.

 

언젠간 다가올 끝이 정해져있는 불안한 존재일지라도,

발로 밟고 손으로 만지며 오감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구봉산 고스락 풍경).

 

▲과수원 전정작업에 한창인 농부의 손길이 보기 좋았는데,

멀리 봉긋한 칠보산의 곡선미가 농부 모습과 잘 어울렸습니다.

 

▲길을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지는 풍경들이

마치 어젯밤 꿈들에 관한 일기처럼 느껴져서 편안해집니다.

 

▲터널 위 철망에서 좌우 어디로 방향 잡아도 무관하지만,

우측으로 연결하면 조금 더 거리를 단축할 수 있는 구조였네요.

다운 받아온 트랙들이 중구난방으로 방향을 알려주는 지점입니다.

 

▲터널 위에서 좌틀했다면 우회해서 이 굴다리로 나오겠네요.

 

▲사유지 경계표식을 꼼꼼히 해놓아 넘어서기가 거북했지요.

 

▲(105.1m봉)

 

▲지나가는 객의 술상으로는 제격이었는데,

나무 밑에 제단이 있는 풍경의 의미는 뭘까요?

 

▲동안산당수TG를 좌측 옆에 끼고 걸어갑니다.

 

신의 입을 빌려 기도하고 몸을 낮추며 현실의 부족을 메꾸듯,

먼저 걸어간 수많은 역사속 선답자들의 발흔적을 빌려 걸어갑니다.

 

▲동적인 사람과 정적인 자연의 합일은 일종의 천기누설 사항.

걸어가는 사람과 자연의 교감을 통해 작은 통합이 이루어집니다.

 

▲도로와 시설물에 막혀 오리지날 마루금을 밟을 수 없을 때,

가상의 지표가 되는 사물은 마음속에서 환하게 켜진 연등처럼 일렁이지요.

 

▲그렇게, 환하게 등을 밝히는 마음으로 콘크리트 도로를 걸어갑니다.

 

▲수없이 다리 밑을 건너고 굴다리를 통과하면서,

사람과 자연이 서로가 서로의 수호신임을 인식하게 됩니다.

 

▲걸으면서, 산이라는 종교 근처를 배회하는 중에도,

배는 거짓말을 못해 꼬로록 소리를 질러대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산꾼들 단골식당이 오늘은 임시휴업상태네요.

 

▲빨간 간판 ‘그림 그리는 날’이 중요 길잡이가 되었네요.

미소짓는 산꾼의 가슴속에 하나의 문장이 조용히 떠올랐습니다.

그림 그리는 날, 산꾼 마음속에 자신보다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네.

 

▲먼저 이 세상을 떠난 분들의 공동음택이 즐비합니다.

먼저 떠난 분들의 곁을 스치면서 더 가열차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칠보산 오름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걸음과 걸음 사이로 발라드풍의 가벼운 리듬이 솟아납니다.

 

▲비단길보다 더 좋은 명품 산길을 만나니,

근본 없는 춤사위가 덩싱덩실 끝도 없이 뛰쳐나옵니다.

 

▲연이어 등장하는 아름다운 산길은

마음속을 환하게 비추는 초롱불과 같았습니다.

 

▲(148.9m봉), 산불감시초소.

 

▲산불감시초소에 올라 칠보산 고스락 쪽을 바라보았는데,

감투봉이 선물했던 설국의 환타지가 다시 살아나는 듯합니다.

 

▲객으로만 처신하는 자는 다다를 수 없는 세계가 산에는 있지요.

주인의식이라는 버전으로 오르는 자의 품에는 거리낌이라는 게 없습니다.

 

▲(제1전망대).

정자 앞, 가진바위의 옆모습이 사자 얼굴로 보이는데 제 눈에만 그럴까요?

 

▲'나에게도 고민이 많답니다'

곰보바위가 면상을 찡그리며 하소연 하는 듯합니다.

 

산길 위로 풍성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둘도 없는 멋들어진 산길의 정석이 탄생하고 있다는 느낌.

 

▲가슴에 칠보산 산길은 최고의 길로 새겨지고 있습니다.

이런 날은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좋은 날입니다.

 

▲산 오르는 길은, 삶이 새로워지는 계단을 오르는 길이기도 합니다.

 

▲(칠보산 고스락 풍경). 칠보산이 품고있는 7가지 보물의

선한 영향력이 온세상에 고루고루 퍼져나가면 참 좋겠습니다.

 

사는 내내, 자신 이름을 가장 많이 불러준 사람은 어머니겠죠.

범산이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부른 이름은 어머니 같은, 산입니다.

그 산을 그리워하며 멈춰 있을, 먼 미래의 자신 모습이 그려집니다.

 

▲눈사람이 사람 마음을 하얗게 씻어주고 있었네요.

이 시각의 하얗게 씻겨진 마음을 꽉 부여잡고 걸어갑니다.

 

아름다움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깨닫게 할 멋진 조망대가 있었네요.

무엇이 아름다운 건지는 두 눈으로 둘러보며 스스로 발견하게 되겠지요.

 

▲조망대의 안내판을 탐독하며 주변 공부로 텅빈 머릿속을 채웠네요.

 

▲(제2전망대 풍경 1).

해는 둥글고 산은 삼각형, 물은 띠가 되어 흐르지요.

그러면 대부분의 정자가 팔각형을 이루는 이유는 뭘까요.

 

▲(제2전망대 풍경 2). 정자에 바라보는 조망보다

바위 위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풍경이 한 수 위였네요.

 

▲(제2전망대 조망 1). 수리산의 최고봉은 태을봉이죠 아마.

 

▲(제2전망대 조망 2).

저기 5개 산 중에 한남정맥에 속하는 산은 뭘까요?

 

▲(제2전망대 조망 3). 광교산의 아우라가 장난이 아니네요.

 

▲(제2전망대 조망 4).

조망 풍경에 홀릭되어 잠시 시간을 잊고 있었더니,

겨울 바람의 앙칼진 회초리가 뒤통수를 치며 그만 가자고 합니다.

 

▲산으로 향하는 걸음이 스스로의 에너지를 얻어,

생의 隱喩로서 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대부분의 산자락에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한 보따리지만,

반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흥미가 반감되는 곳도 더러 있지요.

 

▲잠 못 드는 사람들이 수면제를 찾듯이,

일상에 시달리면 산이 꼭 필요할 때도 있는 거겠지요.

절실한 사람에게는 쫌 우회하는 길이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제3전망대). 멀리, 넓게, 바라보는 조망 풍광은

오랜 세월 삭아가는 시간의 흔적이 쌓여있는 것이리라.

 

▲(제3전망대 조망1). 독산성 洗馬坮의 안부가 궁금해집니다.

 

▲(제3전망대 조망2).

다음 구간에 만날 태봉산, 서봉산을 미리 찜해 놓습니다.

 

▲(제3전망대 조망3).

태행산이 어서 오라고, 느긋한 산꾼을 재촉하고 있네요.

산꾼의 삶은 산과 함께 굴러가지만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닙니다.

 

▲산행, 바람을 잡으려는 것처럼 헛된 徒勞임을 알면서도,

내려오면, 돌아서면, 또 그리워지는 게 산이라는 요물입니다.

 

▲도로 위를 횡단하는 생태통로에서,

동물들의 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숨죽이고 있던 자연의 온갖 소리가 깨어나는 듯합니다.

 

▲어릴 땐, 기차 선로를 보며,

이 세상의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고 묻곤 했지요.

지금은 산길을 걸으며 묻습니다.

이 길을 계속 가면 합수점에 다다를 수 있느냐고.

 

▲생태통로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이 정도 폭과 이 정도 식생 환경이 되어야, 동물들도 마음 놓고 이동하지 않을까.

 

▲잘 조성된 길이 덤으로 제공해 주는 선물은 힐링입니다.

생태통로인 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걸어갑니다.

 

▲각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 모습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견딜 수 없이 슬플 때는 깊은 잠보다 더 좋은 약이 없고,

견딜 수 없이 심란할 때는 걷는 것보다 더 좋은 해결책이 없지요.

 

▲마지막 보루로서, 비장하는 몇 개 패 중 하나가 산.

열심히 걸으면서 삶의 애환을 땀방울에다 녹여냅니다.

 

▲평지 같은 마루금을 걸을 때면,

꼼짝없이 아가리가 좁은 병 속에 갇힌 꼴이 됩니다.

그래도 속삭입니다. 내 마음 속에서 널 지우지 않을 거야.

 

▲古今禪院 옆길을 스치며 야산 언덕빼기를 지나갑니다.

 

▲(79.6m봉)

 

▲내딛는 걸음마다 몸속 것들이 다 사랑이 되어 빠져나오는가.

낙엽 밟히는 사각사각 소리가 아내의 잔소리 마냥 정겹습니다.

 

▲(오목천삼거리).

사각사각이던 느낌이 이제부턴 터벅터벅이 되는 순간입니다.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하염없이 걷는 구간입니다 (약4.5km).

 

▲(수영오거리). 병점․융릉․건릉 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그저 걷는데 집중합니다.

 

▲걷기만 하는 시간,

그건 어떤 막연한 느낌을 갖는 시간이지요.

 

▲‘와우리’가 ‘와~우리’로 변신할 수도 있군요.

글자 한 끝 차이로 느낌이 180도 달라지는 경험을 합니다.

 

▲「좌 임광, 우 푸르지오」를  좌우명인 양, 정신줄에 매달고 걸어갑니다.

 

아직 서로를 잃지 않았습니다.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 흔들리지 않고 길을 찾아갑니다.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딱딱함의 영역에서 부드러움의 영역으로 들어서면.

 

▲그물처럼 팽팽히 죄는 산자락의 눈빛이 좋습니다.

거미줄처럼 끈끈하고 접착력있는 시선을 되돌려줍니다.

 

▲여기는 화성시 봉담읍,

'웃음만발 놀이숲' 이정표가 길을 안내하네요.

 

▲생태통로가 공원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산줄기의 흔적을 쫓아 한 걸음씩 내딛는 다리품은

마루금이라는 큰 걸음을 내딛기 위한 작은 시도에 불과합니다.

산자락이 건네주는 하트(♡)의 시그널이 작은 위안이 됩니다.

 

▲산꼭대기에 운동시설이 잘 갖추어져있네요.

왁자지껄, 땀 흘리고 있는 친구들 모습에서 봄이 느껴졌습니다.

 

▲독백 세계에서 추상적 파편에 불과했던 산줄기는,

오르내리며 쏟는 땀방울을 통해 비로소 구체적 실체를 얻게 되지요.

 

▲산줄기를 걸었던 기억은 최소 동경이고 최대는 사랑이지요.

그 기억의 틈새로 흘러나오는 마음결을 그리워하며 살아갈 겁니다.

 

▲(샘골고개). 날머리를 밟고나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오늘, 공평하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을 밀도 있게 활용했구나 하고.

 

▲샘골고개에서 우틀하면 협성대학 정문이 나옵니다.

여기서, 발품의 원천인 보금자리로 돌아갈 버스를 기다립니다.

 

Ⅵ. 산행 기록 및 교통편

 

◆교통편

 

(갈 때)

 

대전역(06:14 출발) ⇒ 수원역(07:36 도착) (무궁화호, 8,100원)

수원역(지하철1호선) ⇒ 금정역(지하철4호선 환승) ⇒ 수리산역.

 

(올 때)

 

협성대학교 정문 ⇒ 수원역 (30-1번 시내버스).

수원역(17:39 출발, 입석) ⇒ 대전역(19:16, 무궁화호, 6,900원).

 

Ⅶ. ( Epilogue )

 

오른 산과 오를 산의 더미 속에 길 잃기 십상이라,

산길에서 튕겨나가지 않으려고 집중해 걸었습니다.

산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닭똥집보다 좋은 안줏감,

산의 언어를 삶의 갈피에 끼워 넣으며 걸었습니다.

산행의 중요 모티브는 다른 세계와의 만남이지요.

새로운 산길을 만나서 그 세계에 흠뻑 취했답니다.

 

찰나 같은 과거와 도통 모르겠는 미래를 생각하고

독한 소주 아니면 견디기 힘든 일상을 고민했더니,

문득 떠올려 보지 못했던 주제가 머릿속을 채웠네요.

다다다다 급히 산행하면 풍경도 소화가 안 되는데,

다다다다 월화수목금토일은 왜 이리 빨리 흐르는가.

 

느리게 걸으며 꿈길 같은 산길 맛을 만끽했네요.

더 잘해볼 기회로서의 월요일은 또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