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금 산행/서봉지맥

서봉지맥 2구간 (샘골고개~태봉산~서봉산~방울산~암소고개로)

범산1 2024. 3. 14. 00:19

서봉산은 마루금 간판으로 손색이 없었네.

 

▲서봉산에서 바라본 건달산 풍경.

 

Ⅰ. ( Prologue )

 

이름 하나, 귀에 쏙 들어와 내속에 내려앉았네요.

棲鳳이란 이름이 봄바람에 실려 손님으로 왔고,

山이라는 말도 저벅저벅 다가와 속삭여 주었네요.

‘棲鳳山’, 그 이름은 줄줄 풀리는 실타래였습니다.

가슴을 후벼파는, 일상의 조각난 기억을 더듬어

서봉산 찾아가는 길섶에 씨앗처럼 뿌려보렵니다.

혹 압니까? 그 씨앗이 자라 알찬 열매로 피어날지.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3월 10일 (일요일).

 

2. 누구랑 : 산파고파 산행클럽 산벗님들.

 

3. 어디를 : 서봉(안성북)지맥 둘째 마디.

   〔샘골고개~태봉산~서봉산~천석산~방울산~암소고개로〕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흔적 및 느낌표 버무리기

▲여기는 수원역 버스환승센터 12번 플랫폼입니다.

또 만나자던 산과의 약속을 붙잡고 서봉지맥을 찾아가는 길입니다.

 

▲지나가는 아침풍경을 부담 없이 구경하다 보니,

30분도 채 안 되어 협성대 정문 앞이었네요(30-1번 버스).

대부분 산꾼들이 애용하는 협성대 교정 루트를 제끼고,

저번 구간 날머리인 샘골고개를 들머리 좌표로 찍습니다.

 

▲아, 보기 드물게 하늘이 파란 색감을 품었습니다.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의 든든한 응원에 힘 입어,

몸과 마음 모두 가볍게, 서봉지맥 둘째 마디를 시작합니다.

 

▲협성대 담장을 끼고 오르는 마루금이 꽤 까칠했지만

청명한 하늘이 보내주는 응원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지요.

 

▲마루금이 길라잡아 주는 대로 덤불을 헤치고 올랐더니,

협성대 맨 위쪽에 위치한 생활관과 산학협력관 마당입니다.

 

▲산학협력관 우측으로 돌아가니,

고맙게도 담장 철문이 빼꼼히 열려있습니다.

 

▲금세 산길은 시원한 산책길로 바뀌었습니다.

산자락에만 들면 시끄럽던 마음이 조용해지는 기적을 체험합니다.

 

▲왼쪽(남쪽)으로 시원한 공간이 활짝 열렸습니다.

계절과 벌목 덕분에, 태봉산을 미리 감상하는 기회가 주어졌네요.

 

▲태봉산 방향으로 길을 잡습니다.

이정표가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주네요.

 

▲아름다운 산길이 사람 마음을 녹여줍니다.

산줄기 산행은 인적이 드문 길을 오른다는 희열이 크지요.

 

▲아, 아름다운 산길이 연달아 인사합니다.

먼저 간 이들의 발자국 흔적을 따라가는 길,

이 길도 머지않아, 그리워서 마음으로 걷는 길이 되겠지요.

 

▲(태행지맥 분기 지점).

태행지맥은 날머리에 대해서 논란이 있기는 합니다만,

제부도 앞 바다까지 흘러가는 비산비야의 산줄기입니다.

 

▲걷다보니 오른쪽으로 잘 관리된 묘지가 나오고,

덕분에 조망이 터져 눈이 호강하는 행운을 누립니다.

 

▲삼봉산으로 향하는 태행지맥의 하늘금이 매끄럽고.

 

▲삼봉산~태행산 구간의 하늘금이 수려합니다.

다음에 걸을 태행지맥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릅니다.

 

▲오늘의 산길은 온통 명품 산길 전시장입니다.

멋진 금을 그으면서 걸어가는 사람도 명품이 되는 기분.

 

▲어느 순간, 앞쪽이 뻥 뚫리는 쾌감이 일어났지요.

열린 공간에는 예상하지 못한 풍경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현재위치).

올라오는 산행기마다 공사판 투성이더니,

비로소 정돈된 형태의 풍광이 시선을 사로잡네요.

 

▲(남봉담IC 부근 마루금 개념도).

생태통로를 4개나 통과해서 이어가는 과정입니다.

누군가의 굿 아이디어가 마루금을 살렸군요. 감사한 일이죠.

 

▲(번 생태통로 풍경).

마루금 여행은 자연의 일부가 되어 이어달리는 과정이지요.

 

▲(②번 생태통로 풍경).

 

▲산행은 초창기에는 사람과 산이 만나는 모양새를 띄지만,

사람이 산에 녹아들면서, 점차 산과 산의 만남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③번 생태통로 풍경).

 

▲(④번지점 풍경).

걸어온 산자락을 돌아보니, 한눈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됩니다.

 

▲(④번지점 조망1). 돌아보며 생각해보니,

①번지점은 풍경맛집으로 손색이 없었네요.

 

▲(④번지점 조망2).

협성대 뒤편, 백운산~광교산 라인이 어렴풋이 너울거립니다.

 

▲(④번지점 조망3). 위에서 내려다보는 남봉담TG 풍경.

 

▲태봉산, 시커먼 놈이 태양을 이고 다가왔습니다.

굶주린 산꾼에게 맛있는 거리를 선물하는 고마운 산들이지요.

 

▲망설일 시간이 없습니다.

이 삶이 다 가기 전, 뭐든 일단 움직이고 봐야겠습니다.

 

▲(⑤노리고개).

마루금을 잇기 위해 바톤 터치하던 생태통로의 릴레이는

일단 여기서 끝나는 셈이지요. 덕분에 수월하게 지나왔습니다.

 

▲노리고개에서 곧장 오르는 길은 불가능합니다.

절개지여서, 빙 돌아서 우회하는 길이 안전합니다.

 

▲우회하면서 돌아보니,

노리고개 생태통로가 온전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차들이 쌩쌩 내달리던 생태통로를 벗어나니,

티비의 음향만 꺼 버린 것처럼 사위가 조용해집니다.

 

▲(태봉산 전위봉 전망바위).

 

▲전망대가 멋진 풍경을 제공헤줍니다.

열린 공간을 채우고 이는 내용물이 아름다움으로 가득합니다.

 

▲산으로 향하는 꿈이 계속 따라다닙니다.

산에서 만났던 사람, 소리, 풍경이 꿈의 소재가 되지요.

자본주의에서 가장 잘 팔리는 광고상품이 ‘꿈’이라고들 하던데.

 

▲(태봉산 고스락 풍경 1).

태봉산 고스락은 마루금에서 살짝 비켜나 있습니다.

 

▲(태봉산 고스락 풍경 2).

태봉산 고스락에는 운동시설과 돌탑이 있구요.

동네 주민들의 따뜻한 인정이 살아 있었습니다.

 

▲(태봉산 고스락 조망 1).

태봉산에서 바라보는 서봉산 모습이 오늘 조망의 압권.

 

▲잠시 마루금을 놓치고, 마루금을 바라봅니다.

유행가 가사가 마음을 대신해 허공에 풀풀 날리고 있네요.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흔들리지 말고~.

 

▲(용구리고개).

가까이 고갯마루에서 멍멍이 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멀리선 연신 고속철 지나가는 소리가 우루루 몰려옵니다.

아무 관계없는, 한가한 소리 하나에도 마음이 가곤 합니다.

 

▲‘마하리, 관항리 유적’이라는 안내판이 있던데.

 

▲아래로는 터널공사가 한창입니다.

전지적 시점에서 산을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저 관찰자 시점에서라도 따뜻하게 바라보고 싶은데.

혹 주인 시점이 움튼다면 같이 걱정하는 입장도 되겠죠.

 

▲視點이 아니라 時點의 측면에서 볼 때,

지금이 여름이라면 이 풍경이 얼마나 성가신 길목이 될까.

 

▲바람에 말라가며 비워지고 있는 나무들 풍경은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소멸, 순환 등은 우주 입장에서 봤을 땐 당연하지만

개개 생명체 이름으로 시점을 옮기면 우주가 사라지는 것이죠.

 

▲‘자연= 진실’이라는 관점에서 넓게 본다면,

진실이라는 보물은 ‘사실에 대한 거짓 없는 해석’이 되겠지요.

이런저런 생각에 물들다가 문득 공장지대로 내려섰지요.

 

▲(점촌고개).

점촌고개는 태봉산과 서봉산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고속철도를 건너기 위해 좌우 굴다리 중 하나를 통과해야 하는데,

우리는 우측 넓은 길을 선택해 널널하게 걸어갑니다.

 

▲마루금 산행은 구색을 갖추어야 제격입니다.

명품길, 낙엽길, 덤불길, 굴다리, 콘크리트길, 헛돌이길....

구색 맞추기. 그건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허상일 테죠.

 

▲철망에 갇힌 마루금이 자유를 빼앗긴 존재처럼 느껴지네요.

 

▲번듯한 산길에 닿기 위해선 과도기적인 마루금 덤불이 필요하지요.

덤불을 헤쳐가다보면 무대의 막이 갈라지듯 짠! 하고 산길이 나타나는 거지요.

 

▲산이 그리운 삶의 전부였다는 걸 진작에 깨닫지를 못했네요.

 

▲소나무 개선문을 통과하면 서봉산 명품산길의 서막이 열립니다.

 

▲봄은 여러 환경이 바뀌는 혼란스러운 계절이지요.

봄 풍경들을 조각조각 모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볼랍니다.

 

▲명품산에 명품산길을 만났네요.

 

▲소풍 나온 가족들과 봄이 잘 어울리죠.

발안저수지 옆댕이 철마산도 푸른 하늘과 잘 어울리네요.

 

▲저번 구간의 칠보산이 명품길을 선보이더니

서봉산도 그에 버금가는 명품산길을 선물해 주네요.

 

▲수많은 발걸음과 땀으로 산을 오르다 보면

점점 더 말보다 몸의 반응을 더 믿게 되는가 봅니다.

배꼽시계가 꼬르륵 울림소리를 연거푸 들려주네요.

 

▲현실에선 원인과 결과가 퍼즐처럼 맞춰지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불합리와 불공평이 판을 치는 일상과는 다른 세상이 그리웠습니다.

꾸밈없는 산세상이 그 동경의 세상으로 가는 출입구라 여겨졌습니다.

 

▲탈칵, 탈칵. 끝도 없이 이어지는 마우스 클릭 소리보다는,

터벅, 터벅. 수없는 발자국소리가 음악이 되는 세상이 여기 있습니다.

 

▲그렇게 기대치를 높게 잡지 않고 찾았던 산이었는데,

그 산에서 과분할 정도의 아름다움을 선물 받았을 때,

우연만큼 삶을 빛나게 하는 신의 선물은 없다고 믿게 되지요.

지금 연달아 선보이는 서봉산의 명품 산길이 그 산증인입니다.

 

▲오르다가 옆길로 살짝 샜더니, 고스락이 미리 달려나왔습니다.

가끔은 고개를 들고 하늘이 있는 걸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치사량 초과의 달달함을 선물하는 산길 분위기에 압도되었지요.

 

▲균형을 잃고 특별한 감정에 휩싸이는 것.

그걸 감동이라 한다면, 오늘은 완전 감동에 휩싸인 날입니다.

 

▲(서봉산 고스락 풍경 1).

산행에는 기한이 있지만 꿈에는 기한이 없지요.

그래서 고스락에 올라와도 설렘은 끝없이 블링블링.

 

▲(서봉산 고스락 풍경 2).

오랜 망설임과 깊은 간절함이 배인 마음을 풀어 이 순간을 즐깁니다.

 

▲(서봉산 고스락 풍경 3).

알고 싶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 깨닫게 되는 것이 있지요.

서봉산이 풀어내는 풍경 맛집의 범접할 수 없는 경지가 그것입니다.

 

▲(서봉산 고스락 조망 1).

서봉산 고스락이 보여주는 풍경의 특징은 무표정입니다.

아름다움을 망라한 표정이라서, 콕 집어낼 수 없는 표정이라서.

 

▲(서봉산 고스락 조망 2). 여리고 보드랍고 말랑거리는,

3월의 봄빛이 발안저수지 푸른 물빛에서 피어오르는 듯합니다.

 

▲(서봉산 고스락 조망 3).

산과 물이 어우러지는 풍광이 자연스러움을 연출하고 있네요.

자연스럽다는 말은 누구나 죽고 이별한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지요.

 

▲(서봉산 고스락 조망 4).

지나온 발걸음의 목록들이 거울처럼 비추어지고 있습니다.

 

▲마루금은 계속 흐르고 있었고, 마루금 여행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굵직한 마루금을 그으며 이어지는 오묘한 산길입니다.

좌우 물길의 경계선이자 분수령인 마루금은 과학입니다.

 

▲건강하게 자란 나무들을 보면 그냥 그저 안아주고 싶어집니다.

그 나무들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 자꾸 고마운 마음이 들까요.

 

▲(217.4m봉). 멋진 조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217.4m봉 조망1).

화성시를 한눈에 조감할 수 있는 특급 조망처입니다.

 

▲(217.4m봉 조망2).

앞에 높이 솟은 굴뚝은 소각장 시설이라 합니다.

 

▲늘 부족하다고 느꼈던 시간이 산에만 들어오면 흘러 넘칩니다.

산이니까 가능한 일이겠지요. 산에선 조금쯤 미쳐 있는 게 정상이니까.

 

▲(연화사고개)

요란한 꽹과리 소리가 산을 울리고 있었습니다.

말끔히 청소되고 있던 영혼을 뒤흔드는 소리,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리로 해석합니다.

 

▲아름다운 산길은 아쉬움을 자아내곤 합니다.

님과 함께 이 길을 걸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

그래서 아쉬운 길은 그리움의 길이 되기도 하는 길입니다.

 

▲동오리 방향으로 키를 잡습니다.

저 벤치에 앉아 산이 던져주는 메시지를 생각합니다.

까칠한 맥길을 감당해온 산꾼에게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한 산길.

화성시의 산길은 잘 정돈되어 있어서 선물을 받는 느낌이 드네요.

 

▲통행금지?

산길에서 많이 접하던 출입금지 또는 입산금지 문구가 아니어서

색다르기는 한데, 무슨 연유로 통행을 금지하는지 감이 안 잡혔지요.

 

▲잘 관리된 묘지를 보면 마음을 정돈하는 계기가 되곤 하지요.

타임슬립 영화를 보는 일처럼 고전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가슴 밑바닥에 매몰된 기억의 촉수가 슬며시 고개를 들곤 합니다.

무한히 주기만 하시던 분들의 마지막이 아쉽고 아프고 그리워서.

 

▲색다른 풍경을 마주합니다.

식재된 식물일 텐데, 관리가 안 돼 덤불들에게 구속된 듯.

산천이 녹색으로 물이 오르기 시작하면 다시 되살아날까요?

 

▲산의 몸을 잠시 빌려 내달리던 거추장스런 육신은,

어느새 바람으로 변해서 가벼워진 느낌이 되었습니다.

 

▲동산숲유치원을 지나고 커피숍을 스쳐갑니다.

산에 길들여진 터라 현실의 간판들에 살짝 이질감이 느껴지네요.

 

▲동오정 식당 간판은 이정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객쩍은 생각도 해봅니다.

세상에 뚜렷한 길이 안 보일 때 이정표 역할하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관리고개(도이리고개).

 

▲숨그릇(폐활량)을 조이며 저 계단을 올라갑니다.

세상 사람에게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언제일까요.

파일럿에겐 이륙할 때 아니라 비행 마치고 세상 돌아올 때라 하지요.

산사람은, 돌아올 때가 아니라 땀 빨빨 흘리며 오를 때라 생각합니다.

 

▲(돌아보기).

마루타운이 산마루 마루금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네요.

 

▲괴상하게 생긴 저 넘은 왜 저기에 저렇게 있을까요.

 

▲(139m봉). 나무가 우거진 곳에 산불초소가 무슨 소용일까요.

 

▲산길에 널린 기묘한 이미지는 내겐 늘 휴식 같습니다.

나무가 마련해준 자연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갑니다.

 

▲(천석바위).

하늘(天)과 관련된 전설이 바람따라 허허롭게 날리고 있습니다.

 

▲간절함이 세월에 덧입혀져서 산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천석산 고스락 풍경).

할머니와 손자가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낚고 있었습니다.

손자가 천석바위 앞에서 기도를 했다는데,

무엇을 빌었니? 할머니 건강을?  / 아니요. 최신 핸드폰 사달라고요.

 

▲갑자기 눈앞이 휭하니 비어버렸습니다.

공장지대 절개지가 허공을 무상 제공하고

산꾼은 이리저리 내려갈 구멍을 찾기 바쁩니다.

 

▲(가로고개).

 

▲(가로고개 부근 마루금 조감도).

마루금을 찾지 못해 왔다리갔다리 갈팡질팡했더니

행복나루 사장님이 나와 상세하게 길을 가르쳐주었네요.

사장님, 큰 복 받으실 겁니다. 대박나세요.

 

▲행복나루의 ②번 난간지점을 통과하려는데,

음식점 사장님이 나오셔서 상세하게 안내해 주었네요.

배낭 매고 헤매는 사람들 많이 봤다고 하시면서.

 

▲여기서 저 시커먼 흙벽을 올라가야 하는데,

난감했네요. 길도 안 보이고, 부스러지는 흙벽이고.

 

▲④지점.

난해하고 위험하고, 그래서 어려운 수학을 푸는 느낌.

 

▲⑤번 지점이 오늘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다행히도 하늘로 올라가는 두레박줄이 있었네요.

 

▲회로가 꼬이는 경우도 가끔은 있지만,

마루금은 답이 빤히 나와 있는 문제입니다.

산행은 아는 답을 다그치며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현재, 살아 숨쉬는 이 순간이 중요하지요.

과거에 산을 얼마나 탔고, 지맥 몇 개를 한 게 아니라...

현실은 현실로서 가치있고, 과거를 보상할 수 없습니다.

과거의 사실로 인해 현실이 변명되고 보호되지도 않는 것이고.

 

▲가로고개 근처의 난감한 마루금을 떠올리면서,

이 멋진 산길을 마주하니 마음꽃이 환하게 피어납니다.

 

▲거울을 보듯, 산을 바라보면서 걸어갑니다.

아름다운 산길을 꼭 닮은, 산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쿠르릉, 쿠르릉. 굉음이 산자락을 흔들어댔습니다.

MTB하는 친구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쏜살같이 지나갔는데.

그래도 양심은 있었는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산길을 만들고 싶습니다.

바퀴자국 선명한 길이 아니라 발자국이 진득하게 박힌 산길.

 

▲(방울산 고스락 풍경).

명예와 부를 가지고 꿈을 이룬 사람이기보다는,

산사람이라는 더 값진 이름으로 살아가고 싶답니다.

 

▲걸어가야 할 산마루가 하늘금을 그리고 있고.

 

▲산벗님들과 함께 걷고 있어도,

때로는 청승 맞은 외로움이 찾아들지요.

그럴 땐 따뜻한 햇살과 멋진 산길에 위로를 구합니다.

 

▲산길이 아니어도,

길 위에선 멋진 퍼포먼스가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RollingPin 카페 옆을 스쳐가고.

 

▲시멘트 평지를 마루금이랍시고 걸을 땐 도를 닦는 심정입니다.

와! 하고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차가운 감탄사를 내지르며 걸어갑니다.

얼마나 밖의 것들을 소화할 수 있느냐는 마루금 사랑의 깊이에 달렸겠지요.

 

▲산꾼만의 공감으로 현실에서 쌓인 것들을 씻어내며 걸어갑니다.

 

▲도로가 마루금인 길을 타박타박 따라갑니다.

도로를 걸을 때면 늘 억울하고, 늘 받아들이며 걸어갑니다.

아름다웠던 산길의 체온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여운을 안고.

 

▲뽕나무골 누에박물관은 유황오리백숙 전문점.

딱딱한 도로와의 전쟁을 한바탕 치른 후

한번 더 가시덤불과의 전쟁을 치르기 위해 산으로 들어갑니다.

 

▲지도상 현재위치는 댕산. 

주객전도. 공장들이 마루금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어서,

공장이 주인, 마루금은 객. 역전현상이 벌어지는 현장입니다.

 

 

★ ◈ 잠시 길을 잃었습니다. ◈ ★

 

산행기를 완성하고 하루가 지난 시간, 느긋하게 산행 흔적을 복기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댕산~성진레미콘 직전봉(약3.5km )구간의 산행 사진이 증발해버린 걸 뒤늦게 발견했네요.

최소한 30컷 정도는 될 듯한데, 아쉬움을 달래면서 그 구간 지도를 삽입하여 보충합니다.

혹 이  글을 읽다가 짜증이 일었다면 용서를 구합니다. 더 알찬 산행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택의 기로.

내가 선택하는 길이 최선의 길이길 소망하며 마루금을 걸어갑니다.

 

▲선택의 기로는 어디에서나 언제나 있기 마련입니다.

 

▲거듭된 갈림길에서, 선택의 무게를 알고 걸음을 옮깁니다.

분수령이라는 정답을 정방향으로 알고 떳떳하게 걸어갑니다.

 

▲파헤쳐진 혼돈의 지형이 앞을 가로막을 때마다,

山經 철학은 얼치기 건달의 호기로 변신하기 일쑤입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꿈 많은 산경표 신도였습니다.

잘린 마루금을 날아서라도 폼 나게 이을 거라는 야망이 있었지요.

그러나 절개지의 위험을 감수하기엔 너무 나약한 일개 인간이랍니다.

 

▲번듯한 마루금을 두고 우회로를 택하는 마음이 몹시 불편합니다.

 

▲아쉬움 달래며 선망의 눈초리로 마루금을 바라봅니다.

사랑했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순애보의 주인공이라도 된 걸까.

 

▲대개, 양심 속 알량한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

사람들은 각자의 척도로 재단한 갑옷을 입기 마련이지요.

그래도 마루금을 우회하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사랑합니다.

 

▲공장지대 한복판을 마루금의 무풍지대인 양 걸어갑니다.

비로소 마루금의 현실적 의미, 무게가 생생하게 실감됩니다.

 

▲(암소고개로). 오늘의 걸음은 여기까지.

문득 의문이 일었습니다. 내 갑옷은 무엇이었을까.

 

Ⅴ. 산행 기록

Ⅵ. 교통편

 

(갈 때)

 

대전역(06:11 출발) ⇒ 수원역 (07:36도착)  (무궁화호, 8100원)

수원역 환승센터(07:53 출발) ⇒ 협성대학(08:15도착) (30-1번 버스)

 

(올 때)

 

양감면행정복지센터(18:20출발) ⇒ 송탄역(18:45 도착)  (H104번 버스)

송탄역 ⇒ 천안역  (지하철 1호선).

천안역(20:29 출발) ⇒ 대전역(21:09 도착)  (무궁화호, 4500원).

 

Ⅶ. ( Epilogue )

산이 선택하는 유일한 소통 방식은 잔인한 침묵.

산의 알짜 알맹이를 캐려고 서봉산에 들었습니다.

산이 눈에 보여도 그 진실한 울림은 각자의 몫이죠.

새삼 산과 함께 했던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네요.

 

늘 정곡을 찌르며 찌든 영혼에 영양분를 주는 산!

위로해 주고 위로를 받기 위해 그 산을 찾아갔네요.

본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위해 심호흡을 했지요.

느림의 미학, 그 시답잖은 주제에 백퍼 공감합니다.

 

천천히 걸으면 호흡이 깊어지고 빨리 걸으면 짧아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