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백산은 죄가 없다. ▣
▲426.5m봉을 내려서면서 바라본 태백산 모습.
Ⅰ. ( Prologue )
번듯한 이름 없으면 홀대받기 딱 좋은 세상이지요.
번듯한 이름 있어도 엉뚱한 번지에 붙기도 하구요.
허울의 이름만으론 내실을 담아낼 수 없는데 말이죠.
더 높은 봉을 밀어내고 맥 이름을 꿰찬 산이 있지요.
우포늪을 품은 토평천 북쪽 산울타리가 그 주인공!
오늘, 왕령(토평)지맥을 접수하려고 설렘을 충전합니다.
Ⅱ. 왕령(토평)지맥 얼개
旺領(土坪)支脈)이란?
낙동정맥에서 분기한 비슬(밀양)지맥이 비슬산을 넘어 내려오다가
천왕산(619.3m)에서 남쪽으로 열왕(청도)지맥을 가지 치고,
열왕(청도)지맥은 천왕재 직전 534.4m봉에서 서쪽으로 가지를 친다.
이 가지가, 토평천 북쪽 울타리로 자리매김하면서
토평천과 낙동강과의 합수점을 향해 흐르는 왕령(토평)지맥이다.
산줄기는 창녕군 대합면 태백산(泰白山)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신산경표는 대니산을 거쳐 진등산까지의 산줄기를 주맥으로 보았고,
대한산경표는 수계를 중심 테마로 삼아 토평천 합수점을 날머리로 친다.
왕령지맥은 도상거리 약38km로, 주요 봉우리는 다음과 같다.
분기봉(534.4m), 547.4m봉, 왕령산(428.6m), 작은왕령산(262.6m),소시랑등(236.1m),
태백산(284.6m), 노랑갓골산(143.3m), 코장산(228.3m), 큰당메산(165.6m).
Ⅲ.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3월 3일 (일요일).
2. 누구랑 : 산파고파 산행클럽 여러분 (가나다순)
〔범산, 신샘님, 어처구니님, 주산자님, 진달래님, 희망봉님〕
3. 어디를 : 왕령(토평)지맥 첫째 마디.
〔천왕재~분기봉~547.4m봉~왕령산~작은왕령산~소시랑등~태백산~대양리〕
Ⅳ. 산행 지도
Ⅴ. 산행 이모저모 및 느낌표 버무리기
▲(천왕재).
이 글은 삶의 희망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산줄기(맥) 산행을 하면서 땀과 삶을 버무려 보렵니다.
오늘, 왕령(토평)지맥 분기점에 닿으려고 천왕재에 몸을 부렸답니다.
▲이른 시각이라, ‘번지 없는 주막’은 아직 인기척이 없네요.
▲삼월이라 하지만, 아직은 겨울 냄새가 역력하였네요.
움츠려드는 속을 화끈한 약주 한잔으로 달랜 후 시동을 걸었습니다.
▲산행은 자신과 데이트하며 기분을 다스리는 작은 사치입니다.
그래서 산행 이야기는 무겁거나 우울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죠.
▲설렘을 안고 몸을 굴렸더니 금새 산줄기 시작점이 나타났습니다.
초장부터 꽤 까칠한 가풀막이긴 했지만 몸풀기로는 제격이었답니다.
▲(534.4m봉)
누군가 ‘천왕산’이라 명찰을 걸어두었는데,
번지가 맞는 이름인지 그저 아리송할 뿐입니다.
▲거목 한 그루, 산을 지키면서 산을 가득 채워주고 있었네요.
기슭을 휘감고 도는 산기운이 사람 가슴까지 가득 채워주었습니다.
▲천왕재에서 같이 출발했던 임도가 먼저 와서 대기하고 있네요.
▲산행 이야기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판타지의 옷을 입고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기도 하지요.
여러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임도가 사람을 만나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600여m 거리, 백일몽처럼 스쳐간 임도와의 데이트였습니다.
▲우람한 소나무들의 새틋한 기운에 걸음이 탁 멈추어졌지요.
생명에 힘을 보태는 자연의 치유력을 어렴풋하게 느껴집니다.
▲멧돼지들의 목욕탕도 얼음이 어는 겨울에는 문을 닫는 걸까요.
멧돼지는 12월에서 4월까지가 민감한 발정기, 임신기간이라 하던데.
▲왕령지맥 최고봉인 547.4m봉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이름 하나도 걸치지 않고 그저 무심하게 우뚝 솟아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풍장되고 있는 나무들을 겸허하게 바라봅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반드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순간이 오겠지요.
내 삶의 유일무이한 존재인 나 자신과 작별하는 순간 말입니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 치열하게 사랑하며, 온 힘으로 살아야겠습니다.
▲진행방향 좌측,
관룡산~화왕산 능선이 아름다운 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저 소나무가 조근조근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분리되었지만 오직 하나라는 동그라미 속에서 살고 있다고.
'서로 다르다'를 기본값으로 살면 이 세상이 더 넓어보인다고.
▲(547.4m봉),
산줄기의 맏형이지만 이름이 없어서,
왕령산에게 왕관을 빼앗긴 비애의 산입니다.
▲삶은 계획대로만 잘 흘러가지는 않지요.
가끔 마루금 방향을 잘못 잡아 헛돌이 하듯이.
엉뚱한 길에 홀리고, 홀린 김에 원칙을 망각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것을 깨달았을 때 빨리 돌아서는 게 현명하다는 걸
산길에서 헛돌이를 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잘 압니다.
▲한 컷의 풍경이, 어릴 적 어느 날로 데려가 줍니다.
어째서 나무들 공생모습에서 옛날 우리 사회의 치부가 연상될까요.
행세한다는 어른들은 자랑거리라도 되는 양,
세컨드를 거느리고 거들먹거리며 사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요.
3자가 공생하는 모습이 어린 눈에도 그리 좋아보이진 않았지요.
▲(산영재 풍경 1).
빈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표정이 많은 거목이네요.
▲(산영재 풍경 2).
나무의 표정이 해학적이라, 즐거우냐고 물어보았지요.
그랬더니 나무가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당연하지 않느냐는 듯이.
▲(산영재 풍경 3).
방골재 도로가 개설되기 전에는, 고암면 계상리와 방리의 연결통로였다고 하네요.
▲산행은 언제나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낫지요.
뒹굴대던 몸도, 미적대던 마음도, 복잡하던 머리도,
솔향 진득한 산길에선 밝음과 맑음으로 물들기 마련입니다.
▲(387.5m봉)
▲(방골재 풍경 1).
산자락이 담고있는 정적인 풍경을 흔들며 자동차가 바람처럼 지나가네요.
▲(방골재 풍경 2).
국토의 높이를 측량하기 위한 중요국가시설인 수준점이군요.
산사랑의 높이를 측량하기 위한 중요시설은 우리들 심장이지요.
▲(방골재 풍경 3).
파릇파릇해지는 길섶의 색감에서 계절의 표정이 읽혀집니다.
그 계절의 표정에 동의하는 마음가짐이 설렘으로 피어납니다.
▲가풀막을 한바탕 가열차게 올려칩니다.
그러면서 두고온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일어났지요.
미안함 뒤에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진하게 드리워져 있구요.
▲(산불초소봉 풍경).
비록 미세먼지로 인해 해맑은 풍경은 아니라 할지라도,
트인 능선에서 내려다보면 마음에 고요함과 평화가 깃들게 되죠.
▲(산불초소봉 조망 1).
바래져 간 추억들이 반드시 잊힘을 대변하는 건 아니겠지요.
얼마 전 오른 열왕산과 오늘 올랐던 547.4m봉의 기억이
추억으로 변신하여 삶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산불초소봉 조망 2). 감동저수지를 가운데 두고,
열왕산군과 화왕산군이 감동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산불초소봉 조망 3).
맑은 햇살이 풍경의 외피를 비추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희뿌연 먼지가 외피를 덮어도 나름 분위기가 살아나네요.
▲(산불초소봉 조망 4).
오늘 걸어갈 능선의 굵직함에서 듬직함이 스며나옵니다.
▲지난 세월, 저 돌탑을 쌓았던 사람들의 간절함이,
오늘 이 시간의 역사가 되어 산자락에 흐르고 있습니다.
▲산길을 말없이 오르는 건,
끊임없이 산자락에 스민 역사와 대화하는 것이죠.
각자 가지고 있는 연료를 태우는 속도는 다를지라도.
▲헉헉대며 오르는 숨 냄새가 너무 좋습니다.
그 날숨이 비록 이산화탄소 냄새일지라도 말이죠.
희망이 있는 한,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법이지요.
▲우리에게서 젊음을 빼앗아간 게 과연 시간일까요?
봉우리를 넘어설 때마다 젊음이 충전된다면 넘 좋겠네요.
▲송림길이 너무 좋아 정신줄을 놓았던 걸까. 홀린 걸까.
이쯤이 왕령산일 텐데, 산패를 확인하려고 두리번거렸는데.
산불초소봉(426.5m)을 만나고서야 지나친 걸 깨달았네요.
동행한 산우님이 찍은 산패 사진으로 아쉬움을 달랩니다.
▲꺾인 채 살아가고 있는 소나무를 보니 마음이 짠합니다.
겉모습보다는 행동이 중요하겠지요. 당당한 행동이. 괜찮다고 믿는 마음도.
▲(426.5m봉 풍경 1).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성터흔적을 동반한 산불초소가 짠 나타나서 당황스러웠답니다.
▲(426.5m봉 풍경 2). 오늘 구간의 특급 조망처.
시야를 좁게 만든 먼지가 원망스러워서, 왜? 라는 물음만 되풀이하였네요.
▲(426.5m봉 조망 1).
먼지 속에 잠겨도 명산은 명산. 그걸 화왕산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426.5m봉 조망 2). 太白山! 말만의 성찬이 아님을,
작은 덩치로 큰 아우라를 똑똑히 증명하고 있는 산입니다.
▲(426.5m봉 조망 3). 퇴포산은 티피산이라고도 하고,
달창저수지는 달성군과 창녕군의 머릿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
▲(426.5m봉 조망 4).
아름다운 비슬산을 아플 정도로 눈에 넣고 싶었는데.
▲(426.5m봉 조망 5).
수복산은 비슬지맥상의 산으로, 수봉산이라고도 부른답니다.
▲환상과 현실의 간극이 커질수록 깨어났을 때 허탈감이 큰 법이죠.
회색 먼지에 휩싸였지만 그래도 환상적인 조망의 뒤끝은 남았네요.
회색이 오늘은 따뜻한 색으로 느껴지네요. 아직 불씨가 남아있는 재처럼.
▲봉긋봉긋 고분군같은 산들이 정감을 불러내며 걸음에 힘을 보탭니다.
▲하산의 발걸음에 남은 건 조망의 그물에 걸린 허울뿐이지만
때로는 허물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요. 빡빡한 일상의 울타리 안에서는.
▲겨울의 알몸 능선울 마주치기만 하면 몸이 멋대로 날뜁니다.
그러는 자신이 싫고 화가 납니다. 홀리는 게 이런 기분인가 싶기도 합니다.
▲(작은왕령산 고스락 풍경).
▲오른쪽 봉우리가 소시랑등인 줄 알고 약간 방심했었네요.
▲생판 남의 일만은 아닌 듯합니다.
뿌리째 뽑혀서 자연의 일부로 환원되고 있는 과정이.
▲(250.9m봉 고스락 풍경).
▲멀끔하게 잘 생긴 소시랑등인 줄 알고 올랐더니,
저만치 홀라당 달아나버리는 소시랑등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맥 산행은 최선이 아니면 차선책? 그런 차원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오르고 내리면서 몸과 마음과 단련시켜 가는 과정입니다.
▲꽤 까칠했던 오르막을 기어오르다시피 했네요.
▲(소시랑등 고스락 풍경).
소시랑등의 뜻이 궁금해집니다. 농기구인 쇠스랑과 연관 있을까요.
▲겨울과 봄이라는 계절이 엇박자를 내면서,
겨울냄새를 떨쳐내려는 봄날의 낌새가 모락모락 피어오릅니다.
▲진행방향 오른쪽, 대니산이 아는 체를 합니다.
▲마루금은 왼쪽 114m봉을 거쳐 오른쪽 태백산으로 흐르고.
▲창녕군 대합면과 성산면 경계선을 따라 마루금이 흐릅니다.
지금 현재위치가 대합면 십이리와 성산면 정녕리의 경계지점.
▲성산중학교 정문에서 좌틀.
콘크리트로 뭉개진 마루금의 기억을 전부 지우고
초기상태로 포맷시키며 새 기분으로 맥을 이어갑니다.
▲‘첫’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누구든 상큼한 출발을 상상하지요.
흙길을 처음 밟는 첫걸음의 기분으로 두둥실 마음을 다잡고 걸어갑니다.
▲오늘은 봄빛이 마음을 물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생강꽃과 산수유꽃의 노랑과 매화꽃의 하양이 경쟁하듯이.
▲내내 멀찌감치서 바라보았던 태백산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선택지는 여러 갈래가 놓여 있었습니다.
오른쪽 공장지대 옆을 따라 창녕휴게소로 오르는 길.
왼쪽 도로 따라 우회하여 5번국도 아래를 통과하는 길.
우리는 정면의 길없는 길을 돌파하기로 작정합니다.
▲현재 위치 이후의 마루금 개념도 (빨간 실선이 실제 진행한 루트).
▲길 없는 마루금의 야생은 희열을 안겨주는 보약입니다.
아수라 같은 정글 속에도 진정한 맥꾼의 흔적이 있었네요.
▲진행방향 오른쪽, 공장지대 모습.
▲텅, 갑자기 눈 앞에 허공이 나타났습니다.
5번국도 절개지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절개지 건너편에는 태백산 오름길이 기다리고 있었고.
▲차량이 뜸한 틈을 타 잽싸게 도로를 건너고.
기다리고 있는 건 터프한 산길, 그래도 무지 행복했네요.
▲오르면서 돌아본, 도로 건너편 마루금 풍경.
붙이기 한 원안의 사진은 폐업한 창녕휴게소 모습.
▲음성 언어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가풀막이네요.
몸짓 언어만으로만 이해가 가능한 야생의 산자락입니다.
▲(태백산 봉수대). 지나간 날들은 돌아오지 않지요.
그래도 봉수대에 불을 밝혀 마루금을 밝히고 싶습니다.
낮동안 걸어왔던 발걸음 위로 봉수대의 노을이 쏟아지네요.
▲계획했던 걸음을 다 채우려면 저 태백산을 넘어야 합니다.
▲(태백산 고스락 풍경 1). 태백산에 올라서니,
어쩐지 모든 게 제자리에 놓여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태백산 고스락 풍경 2).
일출의 해맞이 명소에서 일몰의 노을 명소로 변신하는 순간입니다.
▲(태백산 고스락 풍경 3).
이 순간 모든 사람이, 모든 사물이 좋게 보입니다.
싫었던 사람이 불현듯 좋아지는 건 의지와 상관없는 일이지요.
좋았던 사람이 더 좋아지는 것도 마찬가지 이치 아닐까 싶구요.
▲(태백산 고스락 조망).
걸어온 길을 복습하는 마음은 연인을 바라보는 마음입니다.
그처럼 정이 듬뿍 가고 그처럼 애틋함이 철철 넘쳐 흐릅니다.
▲태백산에서 어디로 방향을 잡을 것인가는 자유입니다.
그러나 애초에 '산줄기 산행'이 시작된 지점을 생각합니다.
마루금 개념이 산경표에서 비롯되었고, 그 기본원리가 산자분수령일진대,
그 원칙에 충실하자면 합수점으로 향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따라서 어디로 가든, 태백산은 죄가 없다는 사실이 확실합니다.
▲(합리재).
▲도로 따라 400여m를 진행하다가 우틀, 능선으로 붙습니다.
▲미세먼지가 빼곡했던 오늘을 되새김합니다.
시간이 화살처럼 흘러, 지금은 먼지처럼 쌓이는 시각입니다.
▲경계선 위에 존재하는 것들은 늘 마음을 흔들어 댑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좌우 물길의 경계선인 마루금 아닐까요.
석양을 맞으며, 그 경계선인 과수원 한복판을 열심히 걸어갑니다.
▲그런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요.
원래의 마루금은 사라지고 마구잡이로 이지러져 있네요.
▲상전벽해의 변화 앞에서, 마루금을 생각하면서,
언제라도 울음으로 변해버릴 웃음을 흘리며 걸어갑니다.
▲옛 마루금은 허공으로 사라지고 기복없는 평지가 되었네요.
이름이 없는 한 개 먼지처럼, 개발의 불도저에 떠밀려 떠내려갑니다.
▲고속도로를 건너기 위해 굴다리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현실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이 일어나지요.
아직은 낯설기만 한 새로운 산길을 걸어야 될 것 같네요.
▲땅거미가 강물처럼 밀려오는 아쉬운 시각에,
잘 생긴 태백산은 소류지에서 데깔꼬마니 작품이 되었습니다.
▲소중했던 산에서의 시간을 붙잡고 싶어집니다.
고생 많았다.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이것뿐이어서 미안하지요.
Ⅵ. 산행 기록
Ⅶ. ( Epilogue )
그 이름을 부른 것도 아닌데 봄이 찾아왔습니다.
산을 만난 건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마법이었죠.
‘혼자’라는 단어를 밀치고 공허함을 채워주었고,
일상에 반향하는 메아리, 설렘을 샘솟게 했지요.
꼿꼿한 허리(硬脊)로 떳떳한 삶을 오르고 싶었네요.
얼핏 볼 때 짜증 날 정도로 잘 생긴 산이 있습니다.
메인 얼굴인 왕령산보다 태백산에 더 마음이 갔지요.
멀끔하게 잘 생겨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합수점이냐 진등산이냐를 놓고 갈등하게 만드는 산!
태백산에는 다양성이란 의미심장이 녹아 있었네요.
갈등은 더 나은 걸 만들기 위한 몸부림 아닐까요.
--- 산행기를 읽어주신 귀한 당신, 늘 행복한 나날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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