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금 산행/열왕지맥

열왕지맥 2구간 (큰고개~덕암산~처녀봉~비룡산~합수점)

범산1 2024. 3. 19. 16:45

처녀봉은 호락호락한 산이 아니었다.

 

▲덕암산에서 바라본 종남산~덕대산 라인.

 

Ⅰ. ( Prologue )

 

내 삶을 어떤 작품으로 할지 정하는 자, 누구?

내 삶의 주인공은 나. 내 삶의 감독도 바로 나.

근데 작품을 고르기엔 러닝 타임이 너무 짧지요.

웃픈 현실 앞에 훌륭한 멘토가 등장했지요. 큐큐.

 

힘차게 흐르던 열왕지맥이 합수점으로 향합니다.

우리도 그 산의 행보에 동참해 같이 흘러갑니다.

산이라는 극강 멘토를 졸졸 따르는 멘티가 되어,

물을 만나 無로 산화하려는, 멘토를 지켜보렵니다.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3월 17일 (일요일).

 

2. 누구랑 : 산파고파 산행클럽 여러분과 동행.

 

3. 어디를 : 열왕지맥 둘째 마디.

   〔큰고개~덕암산~팔도고개~처녀봉~비봉고개~비룡산~합수점〕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흔적 및 느낌표 버무리기

▲청도천의 서쪽 산울타리를 마무리하기 위해 산으로 향합니다.

마루금 위의 큰고개에 접속하려고 청룡암 앞에 몸을 부렸습니다.

 

▲잡념이라는 먼지를 지우고, ‘진짜 나’를 만나기 위해,

산으로 향합니다. 그 산속에 나를 비추는 거울이 있습니다.

 

▲오후에 오를 처녀봉이 빙그레 미소를 머금고 있습니다.

미소의 의미는? 아직은 모르지만 모종의 예고편이 아니었을까.

 

▲지금 내딛고 있는 한 걸음에 집중하며 오릅니다.

지금은 눈 앞에 보이는, 저 덕암산이 가장 소중한 정점입니다.

 

▲산속에선 좋든 싫든 산이라는 끄나풀에 연결되어 있지요.

아랫세상과는 달리, 산속은 다른 차원의 세계처럼 정적이 흐릅니다.

 

▲드디어 마루금에 접속했습니다.

제일 높은 곳만 더터 가는 마루금 여행길입니다.

 

▲산공기 속으로 들어가 산의 생기 속에 잠기고 싶었습니다.

 

▲진달래가 산자락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습니다.

산을 좋아한다는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산이 품은 부차적인 것들을 다 받아들일 수 있겠지요.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 심지어 아름다운 진달래 빛깔까지도.

 

▲덕암산 오름길은 매력적이면서도 어딘지 야비해 보입니다.

송림으로 덮여서 힐링 뿜뿜인데, 까칠한 가풀막이 진을 빼기도 합니다.

 

▲산이 선물해주는 폭신한 솔밭길을 날 듯이 걸어갑니다.

 

▲(농협 주차장 갈림길).

 

▲(덕암산 고스락 풍경 1).

산이름에서 풍기는 덕스러움의 징후일까, 아님 인간의 이기적인 잣대일까.

세 봉우리가 높이와 삼각점, 조망을 내세우며 자기가 덕암산이라 우깁니다.

높이를 제1의 잣대로 친다면, 545.3m봉은 ‘덕암산’의 이름을 꿰찰 자격이 있습니다.

 

▲(덕암산 고스락 풍경 2).

덕암산의 빗장뼈에 대고 속삭이는 심정이 됩니다.

어느 봉우리에 덕암산의 이름이 붙든, 산길은 변함없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덕암산 고스락 풍경 3).

중요지점에 설치하는 삼각점을 잣대로 친다면,

543.9m봉이 덕암산 이름에 최적이지요. 그것도 1등 삼각점인데.

 

▲(덕암산 고스락 풍경 4)

조망을 제1의 잣대로 친다면 이 봉우리가 덕암산입니다.

전망데크와 표지석까지, 실질적인 덕암산으로 대접받고 있네요.

 

▲(덕암산 고스락 풍경 5). ‘그리운 덕암산’이라....

 

▲(덕암산 고스락 풍경 6).

전망대는 산 위에서 세상과 시선을 나누는 곳이지요.

햇빛이라는 밝은 조명탄이 세상을 비추는 장소입니다.

 

▲(덕암산 고스락 풍경 7).

산자락의 풍진에 닳고 닳은, 산 닮은 사람이,

산의 변치 않는 정직성을 향해 마음을 전송합니다.

 

▲(덕암산 고스락 풍경 8).

살아있는 인간의 온기가 세상으로 퍼져나갑니다.

산의 품에 안긴 채 뜨겁게 山情을 나누어 가집니다.

 

▲(덕암산 고스락 조망 1).

오늘 걸어나갈 산줄기의 멋들러진 자태가 숨을 멎게 합니다.

눈 앞에 펼쳐진 초현실적인 풍경에 그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됩니다.

 

▲(덕암산 고스락 조망 2).

산천경개에 영혼을 빼앗긴 이 순간,  동상이 된 듯 움직임을 멈춰야 했습니다.

 

▲(덕암산 고스락 조망 3).

강태봉~도덕봉~석천산의 경개가 자꾸 눈에 밟힙니다.

산이 하도 험해서 강철산이라고 불렸다는 강태봉입니다.

 

▲(덕암산 고스락 조망 4).

부곡하와이도 다시 옛 영화를 되찾을 수 있으려나.

 

▲덕암산은 아직 보여줄 게 더 남았나 봅니다.

쉬어가기 좋은 곳에 제단이 덩그러니 놓여 있네요.

 

▲태양은 지구상 생명체의 근원이죠.

해맞이 행사를 했던 흔적이 동쪽을 향해 앉아있습니다.

 

▲덕암산에서 덕대산을 바라봅니다.

‘덕’자 형제들이 멋진 콜라보 무대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참을 떨어졌다가 올라야 할 봉우리가

나무들 사이로 고개를 내밀며 겁박을 하고 있네요.

 

▲햇빛과 바람에 풍장되고 있는 나무를 바라보니,

산을 향한 욕망의 송곳니가 거추장스럽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삼방고개).

 

▲따뜻한 기운을 머금은 봄햇살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범산의 산사랑이 산길에 가득한 봄기운을 빼닮았습니다.

 

▲믿음이 없는 말은 소음에 불과하지요.

산을 향한 변하지 않는 믿음을 가지고 약속을 합니다.

보잘것없는 먼지가 되는 그날까지 산을 사랑하겠다고.

 

▲나무들의 몸짓이 궁금합니다.

애정 표현일까요, 아님 강자의 횡포일까요.

 

▲산길 옆에 누워있는 분들의 행운을 기원합니다.

지상에서 선잠 자던 기억을 털고 지하에서 꿀잠 자는 행운이 있기를.

 

▲부곡병원 방향으로 길을 잡습니다.

한걸음 한걸음이 自然史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기록이지요.

 

▲틈날 때마다 까칠한 봉우리가 겁박을 하네요.

미끈하게 생긴 얼굴을 내밀며 유혹을 하고 있습니다.

 

▲산길을 걸으면서 산에 대해 하나씩 깨쳐갑니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아는 건 별개의 문제겠지만.

 

▲최근에 지은 듯한 산뜻한 산불초소가 나타났습니다.

안녕하세요? 거기 근무하시는 분의 목소리도 산뜻했습니다.

 

▲(산불초소봉 조망 1).

동쪽(좌측)에 펼쳐지는 풍경이 일품입니다.

농공단지 뒤 좌우로 균형을 잡고 솟은 산은 무척산과 불모산일 테고.

 

▲(산불초소봉 조망 2).

서쪽(우측)에 펼쳐진 산군도 만만치 않네요.

원앙고개 좌우로 펼쳐진 산줄기가 날개를 닮았습니다.

 

▲(산불초소봉 조망 3).

산행을 하는 쫄깃한 맛 중 하나가 돌아보는 재미지요.

내 발자국이 새겨진 산줄기를 돌아보면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오르기 위해서 내려가는 길입니다. 역설적이죠.

날지 못하고 땅을 디디고 걷는 두 발 인간이라,

팔도고개로 내려서야만 다시 오름길에 댈 수 있습니다.

 

▲(팔도고개 풍경1).

소리소문 없이 다가오던 봄이 산꾼들에게 들켜버렸습니다.

 

(팔도고개 풍경2).

계절의 옷을 갈아입던 산자락의 산천초목들이

산꾼들 눈썰미, 귀썰미에 포착되어 같이 어울립니다.

 

▲(팔도고개 풍경3).

봄기운이 서성이는 팔도고개에서 오름길로 들어섭니다.

눈에선 불꽃이 튀고 숨구멍은 씩씩거리며 시동을 걸기 시작합니다.

 

▲가풀막이 시작되고 가시덤불이 엉기기 시작합니다.

글쎄. 생각이 멈춰지고 말도 멈춰지고, 침묵이 흘러갑니다.

 

▲길 흔적은 사라지고, 그저 위쪽를 향해서 밀어붙일 뿐.

산기슭의 정적 속에 숨소리만 가득하게 차오르고 있었네요.

 

▲3대 항암 약초(개똥쑥, 와송, 부처손) 중 하나라는 부처손.

아직은 수분이 없는 계절이라 손이 안으로 오므라든 모양새네요.

 

▲말없이 그저 고도를 높이는 데만 집중합니다.

산의 침묵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고 생각을 비우게 합니다.

 

▲(290.3m봉)

코를 박을 것 같던 가풀막은 더 까칠한 오름을 위한 준비단계.

 

▲(290.3m봉 조망 1).

폼나게 솟은 봉우리가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저기를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막막해지기도 합니다.

산행 당시엔 처녀봉인 줄 알았는데, 처녀봉의 전위봉이었네요.

 

▲(290.3m봉 조망 2). 설렘이 폭발합니다.

낙동강의 본류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생강나무가 산길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습니다.

 

▲(443.7m봉),

애태우며 올랐던, 처녀봉이라 착각했던 봉우리입니다.

 

▲처녀봉을 오르기 위해 다시 내려갑니다.

오늘 구간은 업 다운의 폭이 엄청나서 진을 완전히 빼놓네요.

 

▲드디어 처녀봉이 비싼 모습을 보여줍니다.

내려설 때의 시간이 실패가 아님을 새로 시작하는 오름의 시간이 증명합니다.

 

▲(비봉고개 풍경 1).

우리는 길이 아닌 러닝머신 위에 서 있는 건 아닐까 싶네요.

러닝머신 위에선 넘어지지 않으려면 쉬지 않고 달려야 하지요.

 

▲(비봉고개 풍경 2).

넘어지지 않으려면 머신에서 내려오거나 전원을 끄는 방법도 있겠네요.

산길에서 벗어나려면 중탈하거나 산행을 완료하는 방법이 있는 것처럼.

 

▲한바리 올려치기 위해 산자락으로 파고듭니다.

희열이 밀려옵니다. 땀방울이 숨소리에 뒤섞여 행복감으로 돌아옵니다.

 

▲산이 제공하는 가풀막을 불평없이 받아들이는 게 산꾼의 기본이겠죠.

마음은 산 위로 향하면서 눈은 올라왔던 가파른 길을 돌아보고 있었네요.

 

▲(처녀봉 고스락 풍경).

처녀봉 오름길은 도도했습니다. 결코 호락호락한 산이 아니었습니다.

 

▲뿌리째 뽑혀 먼지로 돌아가고 있는 나무가 무상함을 웅변해줍니다.

산행은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405.2m봉)

 

▲낙동강을 향해 맥 기운을 조절하고 있는 산줄기입니다.

 

▲오늘 우리의 방문을 사전 통지하지도 않았는데,

멧선생 가족들이 목욕탕을 우리에게 양보해 준 걸까요.

 

▲(비룡산 고스락 풍경).

 

▲(비룡산 조망 1).

낙동강 건너편의 산들이 올망졸망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천마산, 마금산, 옥녀봉, 작대산이 제각각 멋을 뽐내고 있네요.

 

▲(비룡산 조망 2).

어미산과 신선봉 사이, 창녕함안보도 어렴풋이 짐작됩니다.

 

▲산자락이 막판에 야생 한판을 선물합니다.

합수점이라는 중요한 이야기를 위한 거름이겠지요.

 

▲(269.2m봉)

 

▲산마루금을 걸으면서,

생각과 부딪치고 생각을 비워가다 보니,

어느듯 그리워하던 낙동강변에 닿았네요.

 

▲낙동강 건너편, 천마산이 잘 생긴 모습을 뽐내고 있구요.

산사랑이라는 가늠할 수 없는 크기의 사랑이 뿜뿜 솟아납니다.

 

▲(학포양수장). 여기서 걸음을 멈출 수는 없지요.

청도천의 서쪽 산울타리로서의 콜라보레이션을 완성하기 위해,

열왕(청도)지맥의 운명은 합수점까지 끈질기게 이어져야 합니다.

학포양수장에서 합수점까지의 거리는 약 2km.

 

▲(학포수변생태공원).

공원내 자전기길을 따라 합수점으로 향합니다.

 

▲걸어온 산줄기를 돌아보자니 맹세 하나가 새겨집니다.

산이 되자! 내면의 목소리가 깊은 산울림으로 들려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생태공원이 연두빛깔 천지가 되겠지요.

연두연두 하면서 전염병처럼 퍼져나갈 봄빛의 향연이 상상됩니다.

 

▲본포교 밑을 통과합니다. 합수점까지의 거리 약500m.

 

▲합수점까지의 과정이 힘들수록 마음의 문은 더 활짝 열립니다.

땀방울의 농도가 더 진할수록 울컥한 감동의 폭이 더 넓어집니다.

 

(청도천 가동보). 청도천이 낙동강과 합수하는 지점이죠.

청도천은 밀양시 청도면 두곡리 천왕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로,

열왕(청도)지맥이라는 분수령의 동쪽 물줄기. 길이는 약29km.

청도군 각북면 비슬산에서 발원하여 밀양강과 합수하는 청도천과는 구별됩니다.

 

▲(합수점 풍경 1).

합수점 앞에 설 때마다, 자신을 향한 채찍질을 멈추지 않습니다.

산길을 걸어오면서 힘들 때마다 물러섰던 나약함을 도려내고 싶답니다.

 

▲(함수점 풍경 2).

분수령을 연결하며 달려온 산줄기가 수몰하는 합수점에 이르면,

자아비판의 잣대가 엄격해지고 머릿속 양심이 심장을 지배하게 됩니다.

 

山化의 진도가 조금 더해져 합수점을 떠나는 인사말이,

‘갈게’가 아니라 또 ‘올게’로 바뀔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Ⅴ. 산행 기록

 

Ⅵ. ( Epilogue )

 

기다림, 그리움, 설렘이 쌓이는 산길 풍경 속에서

山經 뿌리는 더 깊고 굵어져 든든한 버팀줄이 됩니다.

낙동강은 무얼 추상의 경계 안으로 던져 넣은 걸까.

합수점이 복받쳐 오르는 짠한 출렁임을 선물했네요.

산과 물이 짝꿍되어 차린 신방이 넘 아름다웠습니다.

 

산을 바라봅니다. 보는 게 다 아는 것은 아닐지라도.

무식하면 두려움이 없고, 무지만큼 무서운 것도 없죠.

아직은 산꾼보다는 등산객 호칭이 더 어울리는 초보.

목적지도 없이 출발하며 시원스레 액셀을 밟아댑니다.

그러다보면 고인 물이라는 딱지는 떼지 않을까 싶네요.

 

글을 읽어주신 귀한 당신께, 감사한 마음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