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명산에서 맑고 밝은 기운을 가득 충전했다네. ▣
▲반월봉의 죽미령평화공원 전망대.
Ⅰ. ( Prologue )
山經을 뭉개며 무대포로 덮치는 도시의 물결.
도심 속으로 숨어버린 마루금의 초라한 초상.
둘간의 숨바꼭질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죠.
그래도 마루금을 쫓는 술래잡기는 계속됩니다.
뭉개진 맥을 찾는 힘은 뿌리에 대한 갈망이죠.
백두대간이 뿌리인 산줄기의 흐름은 과학이고,
그중에 한남정맥의 지맥 컬렉션은 빵빵합니다.
오늘, 한강 남쪽 산줄기에 발을 얹어 보려구요.
청명지맥, 그 희미한 맥에 흔적을 새겨보렵니다.
Ⅱ. 청명지맥 얼개
한남정맥은 남쪽과 북쪽으로 각각 5개의 지맥을 분기시키는데,
쌍령지맥과 서봉지맥 사이에서 남쪽으로 분기하는 산줄기가 淸明枝脈이다.
신갈분기점 부근에서 뭉개진 한남정맥이 소실봉 남쪽 151m봉에서,
남쪽으로 분기해 동으로 오산천과 서쪽으로 원천리천을 가르는 산줄기로,
돌고개, 청명산(190.1m), 쑥고개, 반월봉(114m), 죽미고개, 여계산(158.6m),
석산(135.2m), 장수봉(122m) 지나 황구지천과 진위천의 합수점까지 맥이 흐른다.
분기점에서 평택시 서탄면 회화리 합수점까지 도상 약32.2km(실거리 약40km).
오산천((烏山川)은, 한남정맥 선장산(360m) 남쪽계곡에서 발원하여
신갈저수지, 동탄, 오산 지나 서탄면 적봉교에서 진위천에 합수되는 15km 물줄기.
원천리천(遠川里川)은, 한남정맥 형제봉(448m) 남쪽에서 발원하여
신대저수지와 원천저수지 거쳐 대황교에서 황구지천에 합수되는 11.7km 물줄기.
Ⅲ.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4월 7일 (일요일).
2. 누구랑 : 산파고파 산행클럽 여러분과 함께.
3. 어디를 : 청명지맥 첫째 마디.
〔분기점~청명산~(아람산~매미산)~반월봉~죽미령〕
Ⅳ. 산행 지도
Ⅴ. 산행 흔적 및 느낌표 버무리기
▲오르기 위해서 꼭 날개가 필요한 건 아닙니다.
우리는 두 발로 한 걸음씩 올라야 하는 사람이지요,
청명지맥에 접근하는 첫 걸음을 구성역에서 시작합니다.
▲우선 두 발보다 두 눈으로 먼저 한남정맥을 올라봅니다.
진행방향 우측, 소실봉 부근의 정맥이 가슴을 부풀게 합니다.
▲느린 것이 때로는 아름다울 때가 있지요.
서둘러 사랑하고, 빨리 달리고, 후다닥 먹는 데 익숙한 시대.
종종 브레이크를 밟아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청명지맥 그 출발점에 접근하기 위해서 천천히 굽이돌고 있습니다.
▲굽이 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길 아래로 기어갑니다.
경부고속도로를 건너기 위해서 지하 굴다리(활주로 통로)를 통과합니다.
▲벚꽃이 흐드러진 도로를 룰루랄라 걸어갑니다.
‘스스로 있는 존재’인 自然의 섭리를 이길 수 없지요.
이 초월적 존재 앞에서 속도에 대한 숭배를 거두게 됩니다.
▲탐문수사를 하듯 지형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걸어갑니다.
▲또 하나의 굴다리(삼막곡 통로)를 만났네요.
탐문이 아니라 탐험을 하듯 호기심으로 무장합니다.
▲산이 좀 더 가깝게 다가왔습니다.
산 그림자만 보아도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우리앤힐스단지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네요.
‘서울이 가까운 트리플역세권’이라 광고하던 곳인데,
한남정맥이 가까워서인지 조망이 시원하게 터집니다.
▲어물어물 눙치며 여유롭게 걷다보니,
드디어 한남정맥 마루금에 닿아 있었네요.
▲산이라는 미인의 숨결에서 무심결에 편안함을 느낍니다.
▲(청명지맥 분기점).
이제부터 청명지맥 마루금 여행을 시작합니다.
좌 오산천, 우 원천리천의 분수령을 걸어가는 여정입니다.
▲(헛돌이 주의지점). 분기점 150여m 지점.
마루금이 시작부터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네요.
탄탄한 산길을 버리고 좌틀, 막산을 하며 기분을 충전합니다.
▲산에 홀리고 산줄기에 반해서 걸어가는 사람은
거친 산길 속에서 더 매력과 에너지를 느끼게 됩니다.
▲마루금을 잘라먹고 앞을 가로막아서는 놈이 있었네요.
영동고속도로를 건너기 위해 또 놈의 가랑이 밑을 기어야 합니다.
▲굴다리를 나오자마자 바로 좌측 산으로 올려칩니다.
▲짤려나간 마루금을 바라보는 마음이 큰 생채기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파괴된 산줄기를 보면 낮술에 취한 듯 마음이 불콰해집니다.
▲불콰해진 마음으로 山情을 짜내어 오릅니다.
중얼거리는지 칭얼거리는지 구분도 안 되는 산사랑입니다.
▲(158.8m봉),
산 꼭대기인 줄 알았는데, 쓰레기 매립지였던 모양입니다.
가스 배출구가 땅속 쓰레기들의 숨구멍 역할을 하고 있었네요.
▲설렘 반 걱정 반. 개나리 꽃길 따라 태광CC로 들어섭니다.
마루금 호기심이 골프장 출입금지에 대한 걱정을 넘어섰지요.
▲마루금을 깔고 앉아있는 사유지를 통과할 때마다
마음 속에선 갈등이 치열하게 전개되기 일쑤입니다.
산줄기는 이어야겠고... 혼술을 하는 기분이 되곤 합니다.
삼키는 소리와 내뱉는 소리의 경계, ‘캬아’가 연발됩니다.
▲캬아, 혼술하며 내는 소리는 생에 대한 독백의 소리지요.
돌아보면, 158.8m봉이 충고하고 있습니다. 산에 적당히 취하라고.
▲산마루금을 잇는다는 핑계를 대고,
판토타임하듯 두 팔 휘저으며 골프장을 활보합니다.
▲‘일반인이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신속히 지나가세요’
살면서 이런 곳에 다시 올 일도, 올 돈도 없을 거라 생각하면서,
골프장 관리인의 느슨한 제지에 웃음으로 화답하며 빠져나왔지요.
▲이 꽃 저 꽃 꽃봉오리를 찾아다니는 4월의 꿀벌.
이 산 저 산을 찾는 심정은 4월의 꿀벌 같다고 생각됩니다.
▲골프장 경계를 따라 녹색 울타리가 쳐져 있었고,
모서리에 살짝 입을 벌리고 있는 출입문도 있었네요.
▲산에 씌어서 산영혼이 멋대로 드나들게 되면서,
등산객에서 어설픈 산꾼으로 신분이 변해감을 느낍니다.
▲쉬어가기 딱 좋은 원두막이 있어 잠시 주유를 합니다.
먼 길 가다가 잠시 쉬며 꿈을 꾸는 거겠지요. 꿈은 그냥 꿈이니까.
▲골프장 경계를 따라 장애물이 곳곳에 깔려 있네요.
그것들을 하나씩 해결하며 마루금 여행의 찐맛을 즐겼답니다.
▲수없이 많은, 이름없는 봉우리들을 오르고 내릴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쾌감이 단전에서 온몸으로 파도처럼 퍼져나갑니다.
▲진실은 어느 나라 감옥에도 가둘 수 없습니다.
그 진실 중 하나는, 땀방울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정표에는 전망대라고 씌여있는데, 전망이 전혀 없군요.
말과 뜻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아니함만 못한데 말이지요.
▲산행은 편견과 욕망과 물질주의에 날리는 강펀치입니다.
멋진 산길을 걷고 있으면 산은 힐링의 아이콘으로 둔갑합니다.
▲흔히들 말하기를,
인생의 힘은 근원적인 질문을 하는 데서 나온다고 하지요.
핵심을 꿰뚫는 안목은 뭔가를 내려놓을 때 가능한 게 아닐까 싶고.
힐링의 산길에서 일상의 원점으로 돌아올 때마다 조금씩 개이는 기분입니다.
▲(돌고개 풍경 1).
벽에 앉아 쉬는 나비처럼, 산 마루금에 붙은 채로 산을 호흡합니다.
▲(돌고개 풍경 2).
아무런 흑심도 그 어떤 욕심도 없이 산을 찾게 됩니다.
범산에겐 재능이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그 마음을 속이지 않을 재능.
▲(돌고개 풍경 3).
맑고 밝은 마음으로 淸明지맥을 찾았습니다.
봄날의 해맑은 날씨가 그 정취를 거들고 있습니다.
조망이나 산세는 좋은데 이름이 없는 무명봉.
산을 오르면서, 평범한 존재가 대접을 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저어기 송전탑 뒤로 청명산이 고개를 들이밀고 있네요.
이정표에 1.4km가 찍혀있는데, 걷다 보면 금방일 테지요.
▲(관자고개 풍경 1).
일반적으로, 고개는 쉬어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지요.
▲(관자고개 풍경 2).
평지에서는 고개가 넘어야 할 높은 곳으로 인식되지만,
산줄기 산행에서는 마루금 중 제일 낮은 곳이 고개가 됩니다.
맥 산행에서도 고개가 쉼터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한 명제입니다.
▲이 정도 산길이면 고속도로나 진배없지요.
그 산길 위에 봄날의 아지랑이가 아물아물 피어나고 있습니다.
▲청명산은 시민들의 사랑을 담뿍 받는 산인가 봅니다.
탄탄한 산길에서 마치 전류가 흐르듯이 등줄기로 환희가 전해집니다.
▲(청명산 고스락 풍경 1).
고통과 쾌감의 땀방울 속에 절절함을 섞으니 없던 기운이 솟아납니다.
▲(청명산 고스락 풍경 2).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이르기를,
정상에 서면 사방 30리가 훤히 내려다보여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실제 조망이 꽝이어서 실망 한 줌. 그저 맑고 밝은 기운만 안고 갑니다.
▲삼성노블카운티 사유지가 나타났네요.
▲‘CCTV 작동중’이라는 문구에 지레 홀려서,
대부분의 선답자들이 오른쪽 우회로를 선택하던데.
금방 좌측 목책 끝지점이 나타나고 별다른 장애물도 없었네요.
▲삼성노블카운티는 일종의 실버종합복지센터인가 봅니다.
▲카운티 단지가 엄청 넓고 잘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
최절정인 벚꽃 개화기가 좋은 느낌을 거들고 있었네요.
▲(노블카운티 정문).
삶은 희로애락의 물결이 철석이는 격랑의 바다와 같지요.
쳇바퀴 일상에서, 청명지맥이란 말에 허리가 곧추 서서 달려왔지요.
▲(쑥고개 풍경).
GS주유소 앞에서 청명로를 건너 산으로 붙게 되고.
▲좋은 산길이 희망입니다.
그 희망이 끄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지요.
▲오늘 또 한번 깨달았습니다.
인생의 어떤 시점에서는 포기해야 하는 때가 온다는 것을.
아람산 표지석을 보고서야 마루금을 놓쳤다는 걸 알았네요.
▲(마루금과 실제 걸은 루트 개념도)
▲산길이 이끄는 대로 열심히 걷고 있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고전적 멘트에 사로잡혀
점심상 차릴 자리가 어디 없을까 골몰해 있었는데.
▲어라, 아람산이 나타나네.
아차, 경희대 방향으로 빠지는 지점을 놓쳤구나. ㅋㅋ.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었지요. 언제 여길 와보겠어.
원래 매미산을 다녀올 계획이었으므로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예 아람산~기흥호수~매미산 코스를 제대로 걸어보자고.
▲지금은 아람산에서 매미산으로 향하는 중.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걸었습니다.
돌아 보면 마루금에 대한 미련으로 되돌아 갈 것 같아서.
▲덤으로 걸어가는 길섶에 갑자기 호수가 나타났네요.
▲오늘 여기 오길 참 잘했다.
헛돌이 산길에서 덤으로 주어진 기흥호수.
오늘 만난 많은 풍경 중 최고의 압권입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호수 풍경을 뒤로하고 다시 떠납니다.
호수 자체를 눈에 구겨 넣을 수는 없으니까. 그게 맥꾼이 사는 길이니까.
▲(매미산 고스락 풍경). 이런 비유가 적절할까요.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남의 집안 굴러가는 꼴을 보며 울고 웃지요.
마루금을 벗어난 산에서 마루금을 바라보며 마루금 사랑을 불태웁니다.
▲매미산에서 지맥을 향해 능선을 걸어가는 중.
▲다시 지맥 마루금에 접속했네요.
한눈 팔다가 돌아온 탕아에게 마루금은 더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녹색 울타리를 따라 능선을 밟아갑니다.
애정 없이 객기로 바람이나 쏘이자고 걷는 산길이 아닙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을 담아서 한 걸음씩 진중하게 밟아갑니다.
▲명산 순례나 봉 따먹기 산행은
마음에 없는 친구에게 좋은 말을 건네는 것과 같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약5km 정도는 삼성과의 전쟁(?)입니다.
마루금에 자리잡은 삼성의 경계울타리를 따라 우회하면서,
마루금을 밟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하는 구간입니다.
▲왼편 저 높은 지대가 원래의 분수령(마루금)이리라,
그렇게 짐작하면서, 그렇게 가상의 마루금을 걸어갑니다.
▲대기업 밀집지대여서 그런지 한식뷔페가 자주 눈에 띄네요.
▲파괴된 마루금을 보고 거듭 실망하면서도,
맥은 살아있으리라 또 기대하면서 찾아갑니다.
기대와 실망의 순환 속에서도 끝내 희망을 버리지 못합니다.
▲저 318도로를 건너야 하는데, 방법이 아리송합니다.
좌측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우측 도로 밑을 통과하거나...
▲방법을 재다가 차들이 뜸한 틈을 타고 그냥 무단 횡단ㅎㅎ.
도로 건너 높은 지대가 마루금인 게 확실하니 걸을 맛이 납니다.
▲도심 속에 막혀버린 마루금에 대해서,
더 이상 끝까지 싸울 수 없는 사이가 되었지요.
그래도 살아있는 원마루금을 만날 때마다
눈물이 날 지경이라며 싱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거어갑니다.
▲있는 그대로 산줄기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우회해야 하는 경우도 쿨하게 인정해야겠죠.
▲산을 깎아내려 마루금이 허물어질 순 있어도
흙을 채워넣어 새로운 산줄기를 만들 수는 없겠기에,
이 살아있는 산줄기 맥이 소중하고 귀하게 다가옵니다.
▲마루금에서 바라보는 우측 아래 풍경이 한가롭네요.
▲(변전소사거리).
▲마루금은 빨간 점선을 따라 흐르고 있는데....
▲(삼성반도체사거리).
아쉬운 마음이 타는 목마름으로 바뀌는 바람에 또 주유를 하게 되고.
▲(삼성반도체사거리).
원마루금은 빨간 선을 따라 동학산으로 향하는데 ㅋㅋ....
▲마루금을 우측에 두고 그저 우회하는 길입니다.
마루금이 분명 가까이 있는데, 마음으로는 그렇게 지척인데,
볼 수도, 밟아볼 수도 없다는 현실 앞에서 아쉬움이 되살아납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덤으로 주어진 메타세콰이어 산책길.
▲이 길은 마루금 입장에선 상처지만, 자랑이기도 합니다.
반듯반듯하게 서 있는 모습에서 힘이 느껴지는 명품 산책길입니다.
▲교통표지판 안내에 따라 능동마을 방향으로.
참을 인자 새기면서 도시길 순례를 계속합니다.
▲육교를 건너서 개나리 공원으로.
우리는 돌고 돌아 힘겹게 도로따라 여기까지 왔지만,
원마루금은 위쪽(북쪽) 동학산에서 여기로 흐릅니다.
▲(개나리공원 풍경 1).
삭막한 포장길만 걷다가 녹지공간을 만나니 숨통이 트이네요.
▲(개나리공원 풍경 2).
이렇게라도 우리 산하의 맥을 이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발이 허공을 내딛는 기분에 사로잡혀 꿈을 꾸는 듯 합니다.
▲(개나리공원 풍경 3).
맥길을 덮고있는 녹지공간이 참 귀하게 생각됩니다.
▲개나리공원과 동탄센트럴파크를 연결하는 횡단보도.
▲(동탄센트럴파크 풍경 1). 도심이지만 생기가 넘칩니다.
젊은 사람들 일색이어서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젊어집니다.
▲(동탄센트럴파크 풍경 2). 그렇지요.
생동하는 젊은 분위기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지요.
▲(동탄센트럴파크 풍경 3). 무얼 하는 시설일까요.
무당벌레와 나비 소품으로 봐서 곤충과 관련 있을 듯한데.
▲(동탄센트럴파크 풍경 4).
금곡초등학교를 1차 목표물로 정해 좌틀합니다.
▲(동탄센트럴파크 풍경 5).
산경 마루금을 걷고 있으면 이상한 믿음이 피어납니다.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듯이,
이유 없이 나를 사랑하는 존재도 있다는 것을. 그것이 산이라고.
▲(동탄센트럴파크 풍경 6).
산길을 걷다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가. 본 적도 없는 길인데.
그럴 때는 그저 마음을 풀어놓고 편안하게 바라보기만 합니다.
▲또다시 도로투어를 시작합니다.
950m 정도, 생각없이 걷기만 하는 기계가 됩니다.
▲주다산교회가 보이면 도로투어가 끝나는 지점.
다시 흙을 밟는다는 생각에 몸은 날아갈 듯 가벼워집니다.
▲하루종일 산길을 걸으면서 자연과 대화하다 보면,
넌더리가 나던 사람도 간절히 만나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자연이 선물해주는 신통한 치유력이 아닐까 싶네요.
▲(86.8m봉)
▲북삼미로를 건너 화성오산교육청 뒷산을 오릅니다.
이 시각쯤 되면 서두른다고 피곤한 몸이 달라지는 건 없지요.
겨울밭을 억지로 갈진 않듯이, 그저 걷던 대로 덤덤히 걸을 수밖에.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산행이 끝날 때가 되면 산자락을 붙잡는 심정이 됩니다.
되도록이면 뒷말은 안 해도 되는 상황을 만들고 싶은 거지요.
▲몸이 피곤해지면 그저 습관적으로 발을 옮기게 됩니다.
폰을 만지면서 습관적으로 시간 죽이기를 할 때처럼 말이죠.
▲우측, 북오산TG는 한산한 편이네요.
▲무른 흙도 자꾸 밀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주 단단해지듯이,
산행도 자꾸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고수가 되어있지 않을까요.
▲출구 두 개가 올바른 선택을 강요합니다.
오른쪽 출구를 선택해야 열정의 조각들을 제대로 조립할 수 있습니다.
▲길이 뚫려있는데 왜 길이 아니라고 할까요.
군부대 있는 줄 알고 간 떨어지는 줄 엄청 쫄았네요.
알고 보니, 토끼농장으로 가는 길, 도둑 경계용인가 봅니다.
▲산자락은 봄이라는 타이밍에 순응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두려웠네요. 내 인생이 타이밍을 놓치는 중일까 봐.
▲(반월봉 고스락 풍경).
반월봉 일대가 죽미령평화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죽미령평화공원 안내도).
▲(죽미령평화공원 풍경 1).
유엔군 참전과 관련된 전적지인가 봅니다.
▲(죽미령평화공원 풍경 2).
막판의 죽미령전망대가 하루간 피로를 말끔히 날려주었네요.
역사의 웅덩이에 빠진 발을 빼서 현재의 에너지로 승화시켜야겠지요.
▲(죽미령평화공원 풍경 3).
저 군인, 눈에는 무엇이 보일까요. 과거? 미래?
아님, 발전한 우리의 현재가 보일까요.
당신들이 흘린 피, 그 고마움 잊지 않겠습니다.
▲(죽미령평화공원 풍경 4).
반월봉이 품고있는 죽미령평화공원을 내려오면서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러나, 가 아니라 그저 산이라서, 하루동안 참 행복했다고.
▲(죽미령 풍경).
죽미령에서 마루금을 이어가려면 경부선 철로를 건너야죠.
▲죽미령에서 북서쪽으로 내려와 방법을 모색합니다.
경기대로는 지하로 통과하고 철로는 고가도로 건너 갈 예정.
▲(세마지하보).
▲세마지하보를 통과하고서, 돌아본 모습.
▲(경부선 고가도로)
▲철로를 횡단하면서,
허물어진 마루금을 마음으로 이어봅니다.
▲하루치 체력이 아침 해와 함께 차오를 때,
다시 제2구간 들머리를 찾아오려고 찜해 놓습니다.
▲오늘 실질적인 산행 날머리는 세마역이었답니다.
Ⅵ. 산행 기록
Ⅶ. ( Epilogue )
새순이 푸릇푸릇 연두연두 움트는 계절입니다.
주저앉아 있기에는 봄날이 너무 좋은 거 있죠.
울상짓고 있기에는 나이가 너무 아깝기도 하고.
산과 부딪칠 때가 제일 살아 있는 것 같았지요.
송골송골 땀방울이 처진 어깨를 토닥여 주었구요.
세상에, 산 품에서 가장 자유로워짐을 느낍니다.
산만 생각하면 뚱뚱한 지갑처럼 배가 불러옵니다.
산이 말했지요.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서두르면 함께 할 시간들을 허비하는 것이라고.
직설적인 청명산의 언어가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허접한 산행기를 읽어주신 귀한 당신, 늘 행복하세요.
'마루금 산행 > 청명지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명지맥 2구간 (죽미령~여계산~석산~노적봉~쌍수봉~합수점) (1) | 2024.04.2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