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적봉, 그 귀한 선물에 말문이 막혔다. ▣
▲노적봉에서 바라본 독산성, 양산봉.
Ⅰ. ( Prologue )
우리 산하 산줄기의 기둥뿌리는 백두대간이고,
해서, 마루금 여행은 뿌리를 찾아가는 길이지요.
산으로 향하는 마음의 뿌리는 산사랑이구요.
해서, 산행은 사랑을 행하는 원초적 행위입니다.
결국 맥은 뿌리, 산행은 뿌리에 대한 사랑이죠.
덤으로 산이 제공하는 힐링은 특급 선물이구요.
오늘의 인싸템은 진위천과 황구지천의 합수점.
오늘도 사랑을 갈구하며 뿌리를 찾아 떠납니다.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4월 21일 (일요일).
2. 누구랑 : 산파고파 산행클럽 여러분과 함께.
3. 어디를 : 청명지맥 둘째 마디.
〔죽미령~여계산~석산~(노적봉)~쌍수봉~합수점〕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흔적 및 느낌표 버무리기
▲임란때 권율 장군이 말을 쌀로 씻었다고 하여 洗馬臺.
驛舍 역시 독왕산성을 모티브로 설계되었다고 하네요.
오늘은 청명지맥 둘째 마디,
마음을 씻어내는(洗心) 심정으로 洗馬驛을 출발합니다.
▲지난 구간 날머리.
죽미령에서 경부산 철로를 건너왔던 고가도로입니다.
▲죽미령에 접근하기 위해, '밤톨이 유아숲체험원'으로 들어섭니다.
▲마음창을 아침 공기가 열고 들어와,
산과의 대화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는 듯합니다.
▲산자락은 소통의 낌새를 귀신같이 눈치 채고,
밤새 잠들어있던 풍경을 산꾼에게 활짝 펼쳐보입니다.
▲산의 형세가 닭의 벼슬처럼 생겼다 하여 如鷄山이라는데,
여기 죽미령에서 여계산까지의 마루금이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죽미생태통로의 단풍이 가을을 방불케 합니다.
▲(돌아보기). 죽미생태교가 아는 체를 하네요.
▲여계산에 접속하기 위해 도로 투어를 진행하는 중.
▲큰 입을 쩍 벌리고 있는 세교터널 입구.
▲모든 관계가 다 그렇지만,
순전히 한 가지 감정만으로 유지되지는 않지요.
그러나 산으로 향하는 범산의 감정은
좋아한다는 한가지 감정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허리를 관통하는 터널공사로 인해,
깊이 상처 입은 존재의 모습이 여기 있습니다.
공을 들여서 그 상처를 위무하는 심정으로 오릅니다.
▲첫 출근하는 엄마가 아이에게 하듯이 공들여 설명하면서,
상처 입은 산에게 산사랑을 뿌리는 정성으로 산을 오릅니다.
▲이 정도 덤불이면 한여름엔 꽤 힘들겠네요.
그래도 깨갱 꼬리를 내리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산길이 건강해보입니다.
연두연두 봄빛깔이 건강한 혈색으로 비칩니다.
▲(여계산 고스락 풍경 1).
산을 살아있는 생물로서 백 퍼센트 감정이입을 해봅니다.
마음이 통하는 찐친으로 말없이도 대화가 가능한 존재로...
▲(여계산 고스락 풍경 2).
해발 160m도 채 안 되는데, 오늘 청명지맥 최고봉이랍니다.
하기사, 산의 가치를 높이로만 재단할 것은 결코 아니지만요.
▲(여계산 고스락 풍경 3).
황매화냐 죽단화냐를 놓고 설왕설래했었는데.
두 꽃의 차이는 홀꽃이나 겹꽃이냐로 구분한답니다.
그래서 죽단화는 겹황매화라고도 한다는 걸 알았네요.
▲(여계산 고스락 풍경 4). 如鷄山의 시간은 08시 25분,
여계산이 시간과 공간을 사람과 함께 나누며 흐르고 있습니다.
▲(여계산 고스락 풍경 5).
여계산은 고스락 부근이 두 개의 봉우리로 구성되어 있네요.
멀리서, 높은 데서, 바라보면, 실루엣이 닭벼슬처럼 생겼을까요.
▲(여계산 고스락 풍경 6).
산자락이 역사와 전설을 머금고 이야기를 만드는 현장입니다.
▲(여계산 고스락 풍경 7).
애처로운 혹은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은 산이 가진 힘이지요.
▲(여계산 고스락 풍경 8).
자식 잃은 부모의 복장 터지는 아픔은 시공을 초월합니다.
▲여계산에서 석산 방향으로 내려서면서 바라본 왼쪽 풍경.
▲비번을 입력하지도 않았는데, 삐리릭 하고 석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석산, 꽃무릇이라고도 하는 그 석산(石蒜, 학명:Lycoris radiata)일까요?
▲산에만 들어서면 만개한 꽃처럼 마음은 순식간에 확 피어납니다.
▲산을 오르면서, 세상이 아름답다고 앞뒤 없이 생각합니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느낌은 산이 던져주는 이해할 수 없는 마력이지요.
▲이정표가 뭔가 조금 이상하네요.
지도상에는 석산 정상이 분명 왼쪽인데, 오른쪽을 가리키고 있네요.
▲그래도 손해 볼 거 없으니 왼쪽으로 걸음을 옮겨봅니다.
▲삼각점이 있어서, 발품이 응답을 받은 느낌이 들었답니다.
▲이상한(?) 이정표로 원위치해서,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석산 정상(0.15km)'으로 향했네요.
석산 정상이 어디인들 그게 뭐 대수일까 싶네요.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살아 있어서 참 좋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 별것 아닌 하루라 해도 삶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오색둘레길을 따라 노적봉 쪽으로 키를 잡습니다.
▲눈 앞에 녹색 산줄기가 자랑처럼 펼쳐져 있네요.
좌 가장일반산업단지 -청명지맥- 우 e편한세상 아파트.
▲누구나 후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 만한 미래가 있지요.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지금을 망쳐선 안 되겠지요.
오늘 이 순간을 사랑하렵니다. 눈이 부시게. 온 마음으로.
▲아파트 주변이어서 산책길이 잘 정비되어 있네요.
산길에서 마주치는 주민들도 모두들 밝은 표정들이었구요.
▲우리 모두 이 시대에 대한 발버둥일 뿐이겠지만,
이 산속에 꼭 자신이어야만 하는 알토란 이유를 떨구고 싶습니다.
▲e편한 세상 아파트 틈새로 멋진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독산성, 세마대, 권율장군, 양산봉 등이 줄줄이 엮어져 나옵니다.
▲(노적봉 분기점).
지맥에서 약1km 떨어져있는 노적봉을 알현하고 오겠습니다.
▲도돌이표만 찍는 삶을 생각하면 한없이 서글퍼지지만,
이런 멋진 산길을 만나면 묘한 포인트에서 설렘이 일어납니다.
▲숲속 그윽한 향기에 푹 빠져있던 산길은
묘터를 빌미삼아 시원한 숨통을 틔어주기도 하고.
▲날카롭게 파고드는 봄 기운이 너무 쿨해서,
이 산길에 불길한(?) 관종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고민의 진원지인 일상으로부터 탈출한다는 핑계를 대지만,
산은 늘 마르지 않는 마음 속 그리움의 샘물과 같은 것입니다.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꾹 눌러 참았다가
산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원없이 토해냅니다. 그저 좋다고.
▲(노적봉 고스락 풍경 1).
몸에서 피어오른 더운 기운이 땀으로 배출될 때쯤,
덤으로 주어진 선물, 노적봉이 짜잔! 하고 나타났습니다.
▲(노적봉 고스락 풍경 2).
여길 오길 백 번 잘했다. 모두들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네요.
▲(노적봉 고스락 조망 1).
랜드마크 격인 일진전기타워가 주변 산들을 가늠하게 해주네요.
▲(노적봉 고스락 조망 2).
노적봉이 제공하는 시원한 조망은 마음까지 시원하게 씻어주었지요.
▲(노적봉 고스락 조망 3).
독산성이 이렇게 가까운 줄은 미처 알지 못했네요.
노적봉, 사랑저수지, 독산성이 짝이 맞는 퍼즐처럼 조화로워 보입니다.
▲다시 지맥으로 복귀하였습니다.
노적봉에서 충전한 에너지로 가던 길을 계속 갑니다.
▲봄빛이 완연한 산길에서, 심장이 타들어갑니다.
이 좋은 계절의 빛깔이 너무 아까워 애절함마저 일어납니다.
▲(왕림고개 풍경 1). 310번 도로가 산줄기를 가로질러 갑니다.
▲(왕림고개 풍경 2).
산줄기 산행에서 고갯마루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지루함에 마침표를 찍고 또다른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이 됩니다.
▲(116.8m봉)
▲묘비의 글귀가 마음 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네요.
이곳은 영원한 우주의 섭리 속에 조상과 후손이 만나는 자리...
▲(쌍수봉 고스락 풍경).
▲‘순결’을 상징한다는 조개나물꽃.
지천으로 피어 봄의 한복판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걷는 산줄기도, 우리 자신도 모두 우주의 일부.
그러니 산행은 우주가 우주를 다독이며 만끽하는 과정이지요.
▲왼쪽이 가장일반산업단지.
석산에서부터 산업단지를 역시계 방향으로 반원을 그리는 형태.
▲파란지붕 건물이 '백세가든'이라는 음식점입니다.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지표로서 손색이 없네요.
▲인도어 클라이밍 하며 산행 준비할 땐 막막하던 지형도
막상 산자락에 붙어보면 의외로 쉽게 궁금증이 해소되곤 합니다.
그냥 붙어보는 거지 뭐. 오르다가 아님 말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아님 말고’가 이상하게 큰 위로가 되곤 합니다.
▲처음 밟는 땅, 어디인지도 세세히 모르면서,
지형의 높낮이만 읽으면서, 높은 곳을 지향하는 여정입니다.
▲죽단화는 제때를 만나 저리도 흐드러지게 피어있는데,
백년도 채 살지 못하는 우린 여기서 무슨 생각으로 걷고 있는가..
▲저 무인텔에선 이 시간에도 사랑은 익어가고 있을 텐데.
정작 산사랑에 푹 빠진 범산은 이 시간에도 마루금을 그으며 걷고 있네요.
▲구수한 보리밥이 땡겼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었네요.
▲또다시 도로투어가 시작됩니다.
1km는 족히 딱딱한 길을 밟아야 한다네요.
▲(벌음교차로).
▲남부대로주유소(GS)를 지나면 서부모터스가 나타납니다.
서부모터스 직전에서 우틀하면 흙 마루금을 밟을 수 있습니다.
▲양팔을 휘저으면서 헤쳐나가야 하는 덤불지옥이라도,
‘흙’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눈이 시큰거려 코에 힘을 주게 됩니다.
다른 건 곧잘 참으면서 산길에선 더럽게도 못 참는 머저리입니다.
▲외진 길 모퉁이를 돌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힘들 때마다 내게 어깨를 빌려준 이름 모를 길들을 떠올립니다.
▲길 왼편, 오산시교통차고지는 대형버스들을 가득 담고 있구요.
▲두곡1교. 그냥 지나쳐 직진합니다.
▲산이 너를 보호해 줄거야.
어머니의 그 목소리를 소중히 품고서 세월을 헤쳐왔지요.
▲어허, 천지개벽이 일어났네요.
선답자들의 산행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입니다.
▲산과 산꾼의 관계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서로를 단 한순간도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관계?
산업단지라는 명목하에 작살난 지형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아스팔트 바닥에 갈린 것처럼 차츰 아파왔습니다.
▲옛 무덤(고인돌)이 유적이 되는 시대입니다.
우리는 죽어서 후일 어떤 형태로 유적이 되어야 할 것인가.
▲경동나비엔 정문을 스쳐갑니다.
▲감정이 소화가 안 될 때는 걷는 게 약이 될 때가 있지요.
그때그때 감정을 못 치워 마음이 쓰레기통이 되면 큰 일이잖아요.
▲산마루금을 오르고 내리면서,
감정을 발산하는 모습에서 어떤 해방감을 느끼게 되는 거죠.
▲가끔씩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리의 반사경 속으로 산을 닮은 사람들이 들어와 있네요.
▲교통표지판의 ‘마두리’ 방향으로 직진합니다.
▲아스팔트길이 차에게는 편한 길이긴 하지만,
걷는 이에겐 매끈한 길일수록 튕겨나와 치는 기분이 들지요.
▲희미한 마루금을 읽고 걷는 행위가 뜬구름 잡는 것 같지만,
산이라는 경계는 여태 만났던 세상 중에서 가장 큰 세상이었습니다.
▲우측 전면의 마두리저수지가 보인다면,
마루금을 놓치지 않았다고 안심해도 되겠죠.
▲육안으로 보아 자연스러우면 그게 마루금이겠지요.
논두렁길이어도 좌우 제일 높은 곳이 마루금이겠거니,
그렇게 길을 귀하게 대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걸어갑니다.
▲중요한 건 현재의 시간이고 현재의 사람.
지나간 시간과 옛사람이 현재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되겠지요.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감읍하면서 힘을 내 봅니다.
▲쉬운 길을 걸을 때 어렵게 올랐던 산길을 생각합니다.
“너무 쉽게만 가려고 하지 마. 세상에는 그런 거 없다.”던
어느 지인의 말씀을 가슴에 새깁니다. 산같이 큰 말씀입니다.
▲나비뜰 수문 앞에서 마루금은 종을 칩니다.
비록 인공수로지만 일단 물을 건너게 되니,
산자분수령은 머릿속에서만 뱅글뱅글 돌게 됩니다.
이후는 그저 합수점에만 의미를 두고 걷는 걸음입니다.
▲약 2.5km 정도의 경지정리된 나비뜰 직선길.
합수점이라는 꼭지점이 현재의 유일무이한 목표입니다.
▲산자락에선,
늘 찾아가는 건 산사람이고, 맞이하는 건 산길이죠.
합수점에서는,
떠나는 건 산사람이고, 배웅하는 건 산줄기의 환승체인 물줄기.
▲합수점 가는 둑방길 양켠이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애기똥풀이 지천으로 피어 환영 무드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합수점 앞에선 줄곧 걸어온 발바닥의 고통 따윈 의미가 없어집니다.
산줄기가 잠수하고 물줄기로 우렁우렁 탄생하는 합수점 의미 앞에서는.
▲저 다리에 퍼질러 앉아 아름다운 합수점을 바라봅니다.
이 아름다움도 찰나에 불과하다는 걸 산의 가르침 덕분에 알았지요.
이 산이야기가 필요한 분들에게 무사히 도착하기를 바래봅니다.
▲세상에 끝나는 것들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근데 합수점을 보고서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산줄기가 물줄기와 합체되어 더 큰 의미로 탄생한다는 것을.
Ⅴ. 산행 기록
Ⅵ. ( Epilogue )
싱그런 봄빛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워서
설렘 따위론 단순화할 수 없는 결을 지녔지요.
산은 말이 없지만 마음창을 여는 단초인지라,
산속 기운을 카드 섞듯 섞어 희망을 잉태하고,
그걸 터 삼아 더 나은 모습으로 살아야겠지요.
산에만 들면 마음이 놓이고 웃음꽃이 핍니다.
한 땀도 벗어날 수 없는 山經은 종교와 같아,
들숨 한 땀, 날숨 한 땀. 구도하듯이 오릅니다.
진위천과 황구지천의 합수점을 생명줄로 삼아
구멍 숭숭한, 산과 삶의 퍼즐을 풀고 싶었습니다.
읽어주신 귀한 당신께, 감사한 마음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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