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금 산행/유봉지맥

유봉지맥 1구간 (팔공산 비로봉~신령봉~코끼리바위~넓문이고개)

범산1 2024. 5. 21. 19:43

팔공산에서, 신령천의 물뿌리를 생각하다.

 

▲팔공산 비로봉 오르며 바라본 청운대 풍경.

 

Ⅰ. ( Prologue )

 

사람은 안으로만 갇히는 게 아님을 잘 압니다.

살다 보면 안이 아니라 밖에 갇히는 때가 있지요.

산 밖의 일상에 갇혀 산 속으로 들지 못하는 때,

거대한 학교인 이 세상은 감옥이나 다름없게 되죠.

 

오늘도 인생길을 걷듯이 산길을 걸어갈 겁니다.

갇혔던 일상을 뚫고 팔공산으로 들어가렵니다.

국립공원으로 새 옷을 입은 후 첫 대면길이지요.

팔공산이 알을 까는 산줄기 하나가 궁금해졌지요.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5월 19일 (일요일).

 

2. 누구랑 : 산파고파 산행클럽 산벗님들.

 

3. 어디를 : 유봉지맥 첫째 마디.

   (하늘정원~팔공산)~ 신령봉~신원고개~넓문이고개.

 

Ⅲ. 유봉(서신녕)지맥 얼개

 

유봉지맥은 팔공산 치산계곡에 물뿌리를 둔 신녕천의 서쪽 산울타리다.

팔공산 비로봉(1192.9m)에서 동남쪽으로 분기해 동봉(1167.0m), 염불봉(1042m),

신령봉(996.5m), 봉화산(163.7m), 성동고개, 대왕산(166.1m), 봉화산(291.1m),

우천고개, 봉화산(276.8m), 유봉산(遊峰山. 245.2m)을 지나 영천시 오수동

신녕천과 금호강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33.7km의 산줄기이다.

 

Ⅳ. 산행 지도

 

Ⅴ.산행 흔적 및 느낌표 버무리기

▲主客倒라는 말이 있지요.

오늘 산행의 주목적은 유봉(서신녕)지맥을 걷는 것.

 

그런데 그 시작점이 팔공산 비로봉이다 보니,

시작점까지 오르는 일이 주목적인 꼴이 되고 말았네요.

 

▲팔공산을 가장 쉽게 오르는 방법은

하늘정원 주차장까지 차로 오르는 것이죠.

 

해발 1000m 이상을 날로 먹고 시작합니다.

 

▲비로봉 고스락까지는 팔공지맥과 겹치는 구간이라,

팔공지맥 때의 좋은 기억과 재회할 수 있다면 베리굿이죠.

 

▲세월이 흘렀고, 산길도 사람의 손을 많이 탔네요.

깔끔하게 변하기는 했지만 웬지 낯설어 보입니다.

 

‘원효 구도의 길’이라 하니 예의상 원효굴은 들러야겠지요.

 

▲원효굴 찾아가는 길은 저번의 경우와 판박이였지만,

그때의 추억 위에 도돌이표를 찍어둔 것만은 아니었답니다.

 

아, 전에는 간담이 서늘했었는데, 데크길이 열렸네요.

이젠 원효굴도 날로 먹게 생겼습니다.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전에는 간당간당 위태로운 이 길을 어떻게 갔을까요.

아마 간이 배 밖까지 나왔던가 봅니다. 그만큼 짜릿하기도 했구요.

 

▲이 위험한 절벽 중간에 전망대까지 갖추어 놓았습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투명해져 버린 것 같아 오싹해집니다.

 

▲원효굴과 오도암이 오버랩되면서 기분이 묘해지네요.

천 년 세월을 뛰어넘어 원효와 느낌을 공유하는 것 같기도 하고.

 

좌선대는 매정하게 등을 보이며 돌아앉아 있네요.

 

▲산파고파는 원효굴 앞에서도 산이 고픕니다.

 

▲말 그대로, 하늘(해발 1000m 이상고지)에 있는 정원이라,

패스워드를 치면 天氣누설의 파일이 좌르륵 열릴 것만 같은 예감.

 

▲산신령이 매설한 패스워드를 찾아서 유용하게 쓰고 싶네요.

세상 구석구석의 어둠을 걷어내고 밝은 세상을 만나고 싶으니까.

 

▲유봉지맥의 시작점, 팔공산 비로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걸음씩 쌓여가던 산길이 하나의 산이 되어 앞에 엎드렸네요.

 

▲유봉지맥의 시작점으로 향하는 가지런한 산길이

오르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혈관이 되어 살아 꿈틀거립니다.

 

▲비로봉 오르는 길섶에서 청운대를 바라봅니다.

하부의 오도암과 상부 청운대의 원효굴이 소통하고 있는 느낌.

 

▲(비로봉 고스락 풍경 1).

公山, 父岳, 中岳이라 불렸던 팔공산은

제천단을 두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지요.

 

▲(비로봉 고스락 풍경 2).

1등 삼각점, 그것도 1이 쌍으로 중첩된 비로봉입니다.

늦게나마 국립공원 감투를 쓰게 되었으니 제자리를 찾은 셈이지요.

 

▲(비로봉 고스락 풍경 3).

세상을 굽어보고 있는 저 바위를 보고 생각해 봅니다.

머리만 굴리며 뜨거운 가슴 없이 살아온 세월을 부끄러워해야겠다고.

 

▲(비로봉 고스락 풍경 4).

무분별한 통신시설로 난잡한 비로봉 풍경 속에서도

꼿꼿하게 자연의 품격을 지켜내고 있는 바위입니다.

 

▲신녕천의 서쪽 울타리, 유봉지맥의 출발점에 섰습니다.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경험을 쌓아간다는 생각으로 걸어가렵니다.

 

▲동봉이 미끈한 모습으로 어서 오라 손짓하네요.

비로봉이 개방되기 전에는 팔공산의 주인장 역할을 대행했던 봉우리죠.

 

▲팔공산 비로봉 철쭉은 여전히 건재하네요.

바위는 얼마나 아팠겠으며, 철쭉은 얼마나 발버둥이었을까.

바위 틈에 끼여 4~500년을 살아온 그 생명력을 추앙합니다.

 

▲팔공산에는 석불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국보로 지정된 군위아미타삼존석굴, 동화사 마애여래좌상,

관봉석조여래좌상, 비로봉마애약사여래좌상, 동봉석조약사여래입상.

여기 동봉석조약사여래불은 건각이라 서서 세월을 익혀내고 있네요.

 

▲동봉석조약사여래입상이 세상 사랑법을 가르쳐 주는 듯합니다.

세월의 사슬에 꿰이어 사는 우리 시대 이야기인 것 같아 짠해집니다.

그 짠한 마음으로 한 걸음씩 오르고 내리면서 산길을 걸어갑니다.

 

▲(동봉 고스락 풍경 1).

30년 세월의 터울을 두고 동봉을 대하니 감회가 망울지네요.

동봉 닉네임은 미타봉, 미타릿지는 팔공을 빛내주는 보석이죠.

 

▲(동봉 고스락 풍경 2).

비로봉이 개방되기 전에는 여기 서서 얼마나 비로봉을 갈망했던가.

 

▲(동봉 고스락 조망 1).

동봉석조여래입상처럼 서서 조망의 황홀경에 빠져봅니다.

화산 능선의 고랭지는 여전하겠지요. 화산산성도 여전할 테고.

 

▲(동봉 고스락 조망 2).

낙동정맥이 멀리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자처하고 있네요.

 

▲(동봉 고스락 조망 3).

영남알프스의 맏형을 자처하는 가지산도 얼굴을 내밀고 있고.

 

▲(동봉 고스락 조망 4).

가팔환초의 끝자락 너머로 비슬지맥(선의산, 용각산)이 흐르고.

 

▲(동봉 고스락 조망 5).

달구벌을 겹겹으로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가 눈물겹도록 아름답네요.

 

▲(동봉 고스락 조망 6). 아, 지리산이 보입니다.

희미한 하늘금이 등불처럼 마음속을 환히 비춰줍니다.

 

▲(동봉 고스락 조망 7). 오늘은 복 받은 날입니다.

지리산, 가야산, 덕유산까지 한 눈에 넣을 수 있다니.

 

▲(동봉 고스락 조망 8).

어느 산 하나 소홀이 대할 수 없는, 내 마음의 보물들입니다.

 

▲신령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대개는 팔공의 주능선이라 하고 가팔환초라 일컫지만,

우리는 유봉지맥이라 새기면서 마루금으로 귀하게 대접합니다.

 

▲마루금 좌측,

공산폭포를 품은 치산계곡이 신령천 물뿌리를 대고 있고.

 

▲마루금 우측.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桐華寺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팔공산은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매력덩어리입니다.

 

▲능선마루에 즐비하게 줄을 서서 바위들이 행진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산은,

마음속 무지개와 실용주의 현실 사이를 중재하는 존재.

 

▲염불봉이 유혹하고 있습니다.

좌측 사면으로 우회하는 등로가 마련되어 있으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 염불봉을 대면하기로 합니다.

 

▲(염불봉 풍경 1).

조물주가 이 봉우리 위에 바위덩이를 올려놓은 이유는 무얼까요.

자연계의 패스워드를 풀려면 얼마나 진심을 실어야 할지 막막합니다.

 

▲(염불봉 풍경 2). 현상의 배후는 한 치 뒤가 암흑이라 했으니,

이 아름다운 시절, 아름다운 풍경을 있는 그대로 마음껏 흡입합니다.

 

▲(염불봉 풍경 3).

盛年不重來 一日難再晨 及時當勉勵 歲月不待人.

 

검색해보니, 陶淵明의 《雜詩》에 나오는 구절이네요.

 

좋은 시절은 거듭 오지 않고, 하루에 두 번 새벽이 오기는 어려우니,

때가 되면 마땅히 노력하고 힘써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네.

 

▲염불봉을 돌아 내려서니 넓은 데크 공간이 카타납니다.

산이 침묵 속에서 전할 말을 고르고 있다는 느낌이 왔네요.

 

▲저 바위에 부처님을 곱게 새기거나,

멋진 글귀 하나 정도는 정성들여 새길 만한데.

그저 세월속 침묵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산자락입니다.

 

▲(동화사, 염불암 갈림길).

 

▲팔공산에 팔각정이라, 팔자 타령 핑계삼아,

無主公山 팔공산을 내 마음의 주인으로 모시고 싶어라.

 

매일 자는 잠이 곧 작은 죽음인 걸 알고 있는가.

 

느닷없이 훅 들어온 질문이 머리를 탕탕 때립니다.

갑자기 찾아온 무더위도 온몸의 진을 빼고 있습니다.

 

▲(도마재). 도마를 엎어놓은 지형이라는데,

신령재(新寧岾,956m)로 더 알려진 고개입니다.

 

▲산에는 세월의 잣대 구실을 하는 것들이 널려 있지요.

전에는 없던 이정표, 표지석, 심지어 새로운 산길까지....

옛걸음에 묻어있는 느낌을 되새김하면서 신령봉을 오릅니다.

 

▲(신령봉 고스락 풍경). 여기는 아직 구석기시대인가요.

팔공산 국립공원이 ‘도립공원’으로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신령봉 조망). 소위 '코끼리봉'이라는 암봉이 어서 오라고 손짓합니다.

이제부터는 팔공산 주능선에서 벗어나 신령천 서쪽 울타리를 따라 갑니다.

 

▲조금 걸어가다가 우측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주릉은 벌써 삿갓봉, 관봉, 환성산까지 내달리고 있었네요.

 

▲(돌아보기). 봉긋한 신령봉은 아쉬운 표정을 짓고있고.

 

▲(코끼리봉 풍경 1).

조물주의 상상력은 끝이 없는가 봅니다.

나무 액자에 갇힌 풍경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코끼리봉 풍경 2). 시루바위라고 개명해야 할까봅니다.

 

▲(코끼리봉 풍경 3).

손 끝에 와닿는 바위의 감촉이 너무 짜릿해서,

마음은 서서히 녹아내려 격한 해일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코끼리봉 조망 1).

깊디 깊은 치산계곡은 공산폭포를 녹음 속에 꽁꽁 숨겨놓고 있네요.

 

▲(코끼리봉 조망 2).

멋진 산들이 저마다의 명찰을 달고 공간을 분할하고 있습니다.

 

▲(코끼리봉 조망 3).

거쳐가야 할 무명봉(959m)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고.

 

▲벼랑길을 조심스레 훑으면서 지나갑니다.

나무뿌리를 부여잡기도 하고 부스러지는 흙더미를 움켜쥐기도 하면서...

 

▲용비어천가의 구절이 생각나는 풍경입니다.

 

불휘〮 기픈〮 남ᄀᆞᆫ〮 ᄇᆞᄅᆞ매〮 아니〮 뮐ᄊᆡ곶됴여름ᄂᆞ니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므로, 꽃 좋고 열매 많나니

 

ᄉᆡ〯미〮 기픈〮 므〮른〮 ᄀᆞ〮ᄆᆞ래〮 아니〮 그츨〮ᄊᆡ〮 내〯히〮 이러〮 바ᄅᆞ〮래〮 가〮ᄂᆞ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치므로, 내[川]가 되어 바다에 가나니.

 

▲(959m봉 풍경).

갑갑한 덤불숲을 헤치고 고개를 내밀었더니 조망이 빵 터졌네요.

 

▲(959m봉 조망 1).

늘 산속에 살다가 가끔 산 밖을 내다보는 기분이 이럴까.

용처럼 꿈틀대던 마루금은 실뱀처럼 가늘게 오그라 들었지만,

그래도 이 산줄기가 백두산에서 비롯된 족보있는 마루금이랍니다.

 

▲(959m봉 조망 2). 살짝 당겨보니,

확 뜨이는 동공 속으로 산자락이 희망을 짊어지고 달려듭니다.

 

▲(959m봉 조망 3).

유봉산이 희망의 마지막 보루인 양 뿌옇게 자리를 틀고 있었네요.

 

▲“이런 지형에서 자연산 송이가 많이 납니다.”

마사토 지대가 등장하니 누군가 가르쳐 주었네요.

 

▲마사토 지대에 서니 좌측으로 조망이 열립니다.

미끈한 모습을 뽐내며 눈을 즐겁게 하는 조림산 뒤로.

삼국유사, 화본역, 아미산, 군위댐 등등이 연줄처럼 엮여나옵니다.

 

▲역시나 송이가 많이 나는 곳이었네요.

가을철는 조심해서 이곳을 지나야 할 것 같습니다.

 

▲저 봉우리를 또 넘어야 하나 투덜대고 있는데,

다행히도 산길은 봉우리로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네요.

 

▲(부귀사 갈림지점).

팔공산 둘레길은 부귀사 방향으로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산길은 봉우리 사면을 타고 우리를 끌어주었고.

 

휘늘어지게 춤사위를 선보이는 나무의 자유가 부럽기도 했지요.

 

▲무더위에 지친 산객을 토닥여주는 그늘사초의 부드러움이었네요.

 

▲이정표의 ‘신원리캠핑장’은 거조암이라 생각하면 틀림없을 듯.

거조암의 靈山殿(국보 14호)이 구미를 당기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누구나’의 것일 때,

세상 모든 존재의 의미는 보편성을 획득하게 될 텐데...

 

철망으로 구획하여 영역표시를 하면 과연 특별해질까?

그저 걸어가는데 불편해서 넋두리 한 번 뱉어보았네요.

 

▲우측 임도로 올라야 ‘경로이탈’ 경고를 듣지 않을 것이나,

올랐다가 바로 좌틀해야 할 것이기에 잠시 잔꾀를 부립니다.

그냥 좌측 임도 평지를 따라가도 뭐라 할 사람 없지만 글쎄...

 

▲무더위 속을 걸을 때면 뜬금없는 생각이 일어나곤 하지요.

인간은 약하게 태어난 것도 강하게 태어난 것도 아니라

그저 생존하도록 태어났다고. 그래서 걷다 보면 끝이 보인다고.

 

▲뙤약볕 속을 무심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멀리 시커먼 花山이 풍력발전기를 돌리며 응원을 줍니다.

 

▲철망울타리를 어찌나 옹골차게 처놓았는지...넘는데 진땀을 뺐네요.

 

▲(226.8m봉)

 

▲(신원고개).

바람 한 점 없는, 때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무더위는 한 순간이고 산줄기는 기나긴 지구 역사의 표본입니다.

맥 산행이 무엇에도 변하지 않는 지구 역사의 산증인이면 좋겠습니다.

 

▲담장을 수놓은 빨간 장미에게서 붉은 열정을 흡입합니다.

 

▲(199.6m봉)

 

▲몇 번 철망을 통과해야 했는데, 설치자가 센스쟁이였네요.

줄로 묶어놓아, 풀고 통과할 수 있게끔 기지를 발휘했네요.

피곤한 몸 다치지 않고 산사랑의 마음 상하지 않고 얼마나 좋은가.

 

▲‘산’과 ‘삶’은 자음 순서상 거리가 가까운 말이죠.

두 말 사이에 땀이라는 연관어가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을 오르면서 흘리는 땀은 삶의 기름진 거름이 된다고.

 

흘러내리던 구슬땀이 시원한 강물처럼 가슴을 쓸고 지나갑니다.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면 카타르시스가 온몸을 휘몰아치곤 합니다.

 

▲몸은 산길 위를 걷고 있어도

정신은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것 같은 해방감.

몸과 정신 사이의 여백을 산사랑이 메우고 있지요.

 

▲(넒문이고개 풍경 1).

고갯마루에 자리잡고 있는 특이한 지형,

넓문이못이 물을 한가득 가둔 채 반겨줍니다.

 

▲(넒문이고개 풍경 2).

중앙분리대가 없는 곳을 택해 도로를 건너고.

 

▲(넒문이고개 풍경 3).

금강조각원 앞에서 내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두꺼비집을 내린듯 산과의 의식회로를 차단합니다.

 

Ⅵ. 산행 기록

 

Ⅶ. ( Epilogue )

 

어디로, 어떻게 오르는지도 모른 채 오를 때

젤 높이 올라갈 수 있음을 땀이 알려주었지요.

그래서 찰나에 불과한 삶이 길게 느껴질 때는

산을 희망의 끈이라 여기며 바락바락 오릅니다.

팔공산은 동아줄보다 탄탄한 희망의 끈이었네요.

 

하늘정원에서 하얀 개망초를 보고, 울컥했었네요.

세월도 막지 못할, 작아서 더 오붓한 행복이지요.

깜부기불처럼 깜박대며 되살아나던 기억들입니다.

걸음 행간에 짜냈을 몸짓들과 안간힘을 모은 것,

산행기는 앞으로 나아가려고 돌아보는 방편입니다.

 

이 글 읽고 계실 당신께도 안간힘이 온전히 전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