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금 산행/영암지맥

영암지맥 1구간 (상릉마을~분기봉~머루고개~영암산~선석산~지경재)

범산1 2024. 10. 8. 23:54

지금, 영암지맥은 솔버섯이 천지삐까리더라.

▲영암지맥 분기봉(산불초소)에서 바라본 영암산 풍경.

 

Ⅰ. ( Prologue )

 

시월에야 햇빛의 힘이 좀 빠지기 시작하더니,

바람도 잎새 틈새로 연신 자맥질해 들어오네요.

고운 바람결이 가슴팍의 깊은 현을 건드립니다.

 

산줄기의 고전인 대동여지도를 헤집다 보니,

馬鋪川 북쪽 울타리가 가슴을 파고 들었지요.

여태 경험하지 못했던, 강력한 허기를 만났네요.

 

馬鋪川이 白川으로 불린다는 걸 알게 되면서

영암산을 품은 마루금이 둥둥, 북을 울립니다.

그속에서 온전히 지구와 분리된 별을 꿈꿉니다.

 

Ⅱ. 영암지맥 얼개

 

영암지맥은 산경표의 족보가 조금 복잡합니다.

백두대간에서 몇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출발선에 서게 됩니다.

백두대간⇒수도지맥⇒금오지맥⇒영암지맥으로 이어지면서,

각각 낙동강, 황강, 회천(감천), 백천이라는 물줄기를 잉태하지요.

 

금오산 약 5km 직전, 능밭재 부근 550m 무명봉에서 출발하여,

영암산(785m) 선석산(742m) 각산(468m)을 품은, 도상 35.3km 산줄기.

白川(馬鋪川)의 동쪽 산울타리(분수령)로 자리매김하면서,

성주군 선남면 선원교 아래, 낙동강과 백천의 합수점에서 몰하는 맥입니다.

 

Ⅲ.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10월 6일 (일요일).

 

2. 누구랑 : 산파고파 산행클럽 여러분과 더불어.

 

3. 어디를 : 상릉마을~분기봉~머루고개~영암산~선석산~지경재.

 

Ⅳ. 산행 지도

(대동여지도에서 찾아보는 영암지맥)

角山이 마포천(백천)의 남쪽에 위치한 점이 현재 지형과 상이하네요.

 

Ⅴ. 산행 흔적 및 느낌표 버무리기

▲일단, 네비게이션에 ‘김천시 남면 월명리 986-2’를 찍었지요.

네비는 굽이굽이 외진 길을 올라 멋진 별장 앞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별장 마당에 서니, 마음의 앉은 자리가 편안해졌습니다.

 

▲들머리 잔칫상에 영암산이 눈요깃감으로 올라와 있었네요.

 

▲영암(백천)지맥 분기봉을 향하여 발품을 팔기 시작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금오지맥 능밭재에 이르렀네요.

옷가지에 가시덩굴과 잡풀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걸로 봐서,

한참을 헤맨 모양새입니다. 출발부터 정신이 확 깨는 듯했네요.

 

▲산불초소봉(550m)이 멋진 조망을 선물해줍니다.

산불감시원이 남겨놓은 뼈있는 말씀도 심금을 울리구요.

 

▲(산불초소 조망 1). <금오산 기점, 360도 조망. 시계진행방향 순>

 

해가 떴는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하늘은 꾸무리한데,

가을 공기는 맑아서 시계가 상당히 멀리까지 열려있습니다.

 

▲(산불초소 조망 2).

계절은 가을, 팔공산과 유학산이 성큼 마중나와 있습니다.

 

▲(산불초소 조망 3).

팔공산이 뒷배를 봐주고 있으니, 영암산이 더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산불초소 조망 4).

저 멀리, 비슬산이 기습적으로 달려들어 동공지진을 일으키네요.

 

▲(산불초소 조망 5).

그렇게 시끄럽던 시절을 묵묵히 지켜보던 백마산은 말이 없고.

 

▲(산불초소 조망 6).

허공을 통과해 온 대간 하늘금이 심장을 난타하고 있었지요.

 

▲(산불초소 조망 7).

위에서 구름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니,

몸 안에 새 에너지가 들어차고 있는 듯합니다.

 

▲(산불초소 조망 8).

세상의 시간은 급진적으로 흐르고 있을 텐데,

구름에 잠긴 저 세상은 짐짓 미동도 하지 않고 있네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조망삼매경에 빠져있다가,

정작 마루금은 출발도 안 했음을 문득 깨닫습니다.

 

지뢰를 밟은 것처럼 흠칫 놀라며 분기봉으로 향합니다.

 

▲(영암지맥 분기봉 풍경).

출발선에 서니 가슴 언저리에서 설렘이 일어납니다.

땀방울을 바쳐 山化하자고 단단한 표정을 지어봅니다.

 

▲멀리서, 영암산이 고개를 내밀고 어서 오라고 재촉합니다.

 

▲마루금 주변의 생소한 지형들이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발걸음이 속도를 못 내게 자꾸 발을 붙잡고 시소를 탑니다.

 

▲마루금에 뿌리박고 있는 거대한 나무들을 만나면,

가슴에서 뛰쳐나온 피돌기가 꿈틀대며 전신으로 퍼져갑니다.

 

▲멧돼지들 횡포를 막자고 둘러친 철망이 사람 발품을 더 늘려놓았습니다.

 

▲어떤 것은 설명할수록 본질에서 멀어지기도 하지요.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게 상책일 수도 있습니다. 산이 그렇지요.

 

▲(머루고개). 포장도로에 내려설 때마다,

산과 우리 사이에 세상이 끼어드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산과 산꾼 사이의 오붓함을 훼방 놓으면서,

주석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오는 세상의 덧칠들! ㅋㅋ....

 

▲산자락에 몰입할수록 자신을 망각합니다.

걸걸한 걸음으로 오르자고 자신을 채찍질합니다.

 

▲‘천지삐까리’라는 말.

지금 영암지맥의 솔버섯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솔버섯이 무더기로 걸음걸음 자주 인사를 하네요.

 

▲통신탑를 만나면 운봉고개가 가깝다는 신호.

 

▲허리짬을 파고 드는 가을공기가 너무 좋습니다.

산자락에 스며있는 세월의 꿈을 쓰다듬으며 걸어갑니다.

 

▲(운봉고개).

고개마루에 시원한 바람이 흐르고 있습니다.

산줄기도 고갯마루를 가로지르며 흐르고 있구요.

 

▲그늘막을 두른 철망이 산길을 길라잡아 주네요.

 

▲흐르고 머무는 것이 자연이려니와,

흐르고 머무는 것이 곧 사람임을 인식합니다.

 

▲(561.3m봉),

삼각점이 있다기에 잠시 올랐다가 돌아옵니다.

 

▲능선을 밟으면서,

걸판지게 놀아보고픈 꿈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영암산 쌍봉이 줄기줄기 유장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영암산이 연출하는 풍광은 쌍봉이 함께 하는 두레 공연입니다.

 

▲(신거리재 주변 마루금 개념도).

 

빨간 실선이 원마루금이지만,

공장과 고속도로 때문에 화살표 방향의 점선 루트로 진행했네요.

 

▲(신거리재 풍경 1). 김천시 남면과 성주군 초전면의 경계.

 

▲(신거리재 풍경 2). 억지춘양이란 말이 있지요.

미륵암 방향으로 하산했다면 좀 더 편하고 수월했겠지만,

남들이 걷지 못한 산자락을 밟았다는 자부심으로 자위합니다.

 

▲(신거리재 풍경 3).

바람이 메말라 사막이 되더라도, 저 고속도로는 넘어가야겠지요.

 

▲중부내륙고속도로 밑을 통과하자마자 우측 마루금으로 접근합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눈물이 메말라 소금이 되더라도,

산줄기에 대한 우리의 열정은 결코 식지 않을 것입니다.

 

월명 성모의 집을 지나 마루금에 접근하는 걸음이 가뿐합니다.

 

▲본격적인 영암산 오름이 시작됩니다.

 

▲목에 가시가 걸린 것 같은,

지루했던 여름의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선선한 가을 기운이 산자락에 가득 차 있습니다.

 

▲누가 영암산을 금오산의 변방이라 했던가.

가풀막의 기세가 대청봉 오색코스에 버금가네요.

 

▲세월의 더께를 걷어내고,

한때 꿈꾸었던 산세계로 조금씩 진입합니다.

 

▲(영암산 북봉).

왼쪽 방향은 보손지에서 연결되는 공룡능선 코스.

 

▲북봉에서 고스락으로 연결되는 능선이 암릉투성이네요.

 

▲눈물 날 만큼 아름다운 능선입니다.

그 아름다운 풍경의 일부가 되어 걸어갑니다.

 

▲(돌아보기). 금오산을 뒷배로 거느리니,

영암산 북봉의 당당한 위세가 더 돋보이네요.

 

▲가을이라는 계절을 품고있는 풍경은,

어디에 세워놔도 손색이 없을 비범한 모습이죠.

 

▲(영암산 고스락 풍경 1).

어라, 표지석 생긴 게 거시기하네요.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ㅋㅋ....

 

▲(영암산 고스락 풍경 2).

얼굴마다 꽉찬 보름달이 둥실 떠올랐습니다.

 

▲(영암산 고스락 조망 1). <선석산 기점, 360도, 시계진행방향 순>

 

앞으로 걸어갈 산줄기가 강물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영암산 고스락 조망 2).

칠봉지맥의 의봉산이 뿌연함 속에서도 의연하게 솟아있고.

 

▲(영암산 고스락 조망 3).

성주참외 비닐하우스가 하얀 바다를 이룬 가운데,

그 뒤로 숨어버린 가야산이 옥에 티로 새겨집니다.

 

▲(영암산 고스락 조망 4).

희미산 칠봉지맥이 그 끈끈함을 증명하고 있고.

빌무산은 대동여지도에는 비지산(斐旨山)으로 표기되었지요.

 

▲(영암산 고스락 조망 5).

산줄기에도 사람처럼 인격이 있는 걸까요.

 

염속산~ 빌무산~ 백마산으로 이어지는 금오지맥은,

날씨의 뿌연함 때문인지 티를 내지 않고 겸손합니다.

 

▲(영암산 고스락 조망 6).

오늘 걸어온 길이 손바닥 손금처럼 잘 보입니다.

그 뒤로 백두대간의 산들이 짱짱하게 도열해 있구요.

 

▲(영암산 고스락 조망 7).

몰강스런 햇빛을 견디던 여름철 산하는 그대로인데,

선선한 바람이 훑고가는 가을철 산하는 말이 없습니다.

 

▲(영암산 고스락 조망 8).

여기서 바라보니, 금오산이 영암산의 변방인 듯합니다.

 

▲(영암산 고스락 조망 9).

낙동강은 변함없이 흐르고 있고,

오랜만에 보는 천생산은 찐친을 만난 듯 방가방가.

 

▲(영암산 고스락 조망 10).

오전만 해도 뚜렷하던 팔공산은 그새를 참지 못하고 숨어버렸네요.

 

▲째깍째깍, 산상에서의 소중한 하루가 쉼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산행이 누구에게는 단지 하나의 취미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산행은 무료함의 끝이며 희망의 집결체입니다.

 

▲조금 생각이 짧았던가 봅니다.

계단의 폭이 너무 좁아 위험하기 이를 데 없네요.

 

▲산에만 들면 산 이외엔 모든 게 사소한 일이 되지요.

사무치는 산그리움이 모든 걸 흡수하는 마법을 발휘합니다.

 

▲‘위험구간 안내’ 판이 산행의 최고덕목인 안전성을 일깨웁니다.

열심히 걸었다는 알리바이만으로도 산행의 의미는 덕목이 되지요.

 

▲오늘은 스릴의 단맛을 팽개치고 안전을 택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꽃은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안전꽃입니다.

 

▲범산은 외진 산길에서도 외롭지 않은, 산의 일부이고 싶습니다.

 

▲우회로가 암릉구간과 만나는 지점이네요.

 

▲산길은 오로지 자신을 위한 길이어서 정말 재미있습니다.

지난 날 삶의 길이 누구를 위한 길이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영암산과 선석산 사이, 안부. 행복이 잠시 머물고 있는 듯.

2년 전 수확했던 노루궁뎅이술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습니다.

 

▲오후 늦게 예보되었던,

강수확률 60%가 과녘을 적중하려 하고 있네요.

웬 일일까요. 평소의 기상청답지 않게 말입니다.

 

▲(세종대왕자태실 갈림지점).

 

▲그저 재미로 짓는 산행기는 쓰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살리는 소금 같은 산행기를 쓰고 싶지요.

 

▲산길 왼편 기슭에 바위 항아리가 하나 있습니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이야기를 퍼 담은 자연의 보물.

 

▲산자락에 멋진 새길을 내볼 요량으로,

걸음걸음 산사랑을 숙성시키며 걸어갑니다.

 

▲(선석산 고스락 풍경 1).

영암산에서 선석산까지 1시간 이상 소요되었네요.

두 산은 멀고도 가까운 것이, 결코 둘이 아니었네요.

 

▲(선석산 고스락 풍경 2).

그리도 그립던 선석산에 올랐습니다.

갈바람이 그리움을 훌훌 날려보내고 있었습니다.

 

▲바람은 산길 속에 흩어지고, 가랑비 속에 남는 것은 촉촉함뿐이었네요.

 

▲(용바위 풍경 1).

가랑비가 용바위를 끌어안고 세월 속에 고요히 스며들고 있었네요.

 

▲(용바위 풍경 2). 그냥 용바위를 바라봅니다.

범산은 입으로 환히 웃고 눈으로는 가만히 울었지요.

 

▲(용바위 조망).

태실 앉은 자리가 왠지 잔잔한 평화를 선물하네요.

하루간 발품의 피로감이 이렇게 봉합되는가 봅니다.

 

▲먼 시간을 내다보는 눈빛으로 산길을 훑으며 갑니다.

 

▲‘돌박에 솔씨 나기’라 했던가요.

솔씨가 나무 밑동에 떨어져 4성장군이 되었습니다.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회복되고 있다는 조짐이 느껴집니다.

 

▲(태봉바위).

 

▲(불광교 갈림지점).

갈림지점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이야기가 멈추는 곳이지요.

어차피 선택할 수 없는 길은 외길 인생의 슬픈 삽화가 됩니다.

 

▲건강한 나무들은 산이 내게 주는 ‘힐링’의 따뜻한 선물입니다.

 

▲(비룡산 갈림지점). 비룡산이 유혹의 손길을 뻗쳤지만,

상상력이 깃들 여지를 남긴다는 핑계거리를 만들어놓고 뿌리쳤네요.ㅎㅎ.

 

▲길섶의 바위의자가 쉼의 여유를 안겨주었고,

눈 돌리면 길섶에는 솔버섯이 풍년을 노래하고 있었지요.

 

▲산자락이 나무들의 헝클어짐으로 아수라장이네요.

산행은 끝나가는데, 아직도 산에게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습니다.

 

▲무덤 한 기, 파란 망사옷을 입고 산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온몸에 찌르르 전류가 지나갔지요.

훗날의 자신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괜히 기분이 차분해졌네요.

 

▲(379.4m봉).

 

▲다음 구간의 각산(봉화산)이 성화입니다.

마감되기 전에 빨리 예약하고 가라고 말입니다.

 

▲이 산길을 내려가면 금방 그리워지겠지요.

때로는 포악스럽다 할 만한 그리움으로 몸살을 앓곤 합니다.

 

▲이 아름답고 고즈넉한 산길이

평생 마음 속에 간직할 풍경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길에선 그냥 걷기만 해도,

가슴 속에서 팟, 불꽃이 튕기는 소리가 들립니다.

 

▲우리는 지금 산길의 갈림길에서 천천히 걷고 있는데,

아랫 세상은 여전히 ‘경제성’을 따지며 미친 듯 내닫고 있겠죠.

 

▲세상에서 제일 맑은 건 사랑하는 임의 눈물이라지만,

지금 이 시각 제일 맑은 건 날머리에 내리는 가랑비이네요.

 

날머리 근처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그리 좋을 수가 없었네요.

 

▲마침표를 찍는 걸음은 늘 샘물 같은 에너지를 심어 줍니다.

산길의 푸르른 기운에 육체를, 영혼을 일치시키려 노력합니다.

 

Ⅵ.산행 기록

 

Ⅶ. ( Epilogue )

 

죽창같이 찌르던 긴긴 여름 햇빛이 사라지니

가을빛이 떼 지어 흐르는 풍경, 좀 어색했지요.

호기심이 차츰 싱싱한 무청처럼 쑥쑥 올라와서

좋았던 기억의 조각들이 퍼즐처럼 딱 맞춰졌지요.

바람결에 사람 감정을 잡아끄는 구석이 있었네요.

 

기억 회로 앞에서 어릿어릿한 안개가 흩어지고

깜박이던 형광등에 짠, 불이 들어온 것 같았지요.

영암산과 선석산, 그 맛난 마루금을 통과했더니

터널을 통과한 것처럼 머릿속이 맑고 환해졌네요.

사람과 산이 한통속으로 이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 산행기를 읽어주신 귀한 당신, 더 행복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