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금 산행/영등지맥

영등지맥 2구간 (동산령~가랫재~고산~감동고개~덕강재)

범산1 2025. 1. 22. 00:18

마루금을 거름 삼아 하루를 잘 경작했다네.

▲돌아보는 고산, 참 멋있더라.

 

Ⅰ. ( Prologue )

 

희망의 광맥이 되어주는 산이 그리웠지요.

오르고 내리며 삶의 이쪽과 저쪽을 읽고,

일상의 줄다리기에 방점을 찍고 싶답니다.

간절함과 외로움을 껴안고 산으로 갑니다.

간절함은 채우고 외로움은 털고 싶은 거죠.

 

그 안성맞춤으로 영등 산줄기가 다가왔네요.

영양3형제당의 막내당은 간절함의 대명사요,

孤山 언저리는 외로움 달래줄 망루로 제격.

기우제 명소인 峨岐山도 한 몫 거들겠지요?

그 산자락에 깃든 삶의 모습도 엿보고 싶네요.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5년 1월 19일 (일요일).

 

2. 누구랑 : 산파고파 산행클럽 동지 여러분.

 

3. 어디를 :〔영등지맥 둘째 마디〕

              동산령~가랫재~고산~감동고개~덕강재.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흔적 및 느낌표 버무리기

▲마루금은 이어져야 마루금이고 제맛이 나죠.

1구간의 날머리인 동산령이 오늘의 들머리입니다.

 

▲산길을 걷는 다리는 감정도 감동도 없습니다.

산길을 자근자근 밟으면서 한걸음씩 그저 걸어갈 뿐입니다.

 

▲(영양막내당 성황당 풍경 1).

첫술에 배부른 경우는 거의 없는 게 세상사인데...

오늘은 특별한 날인가. 첫눈에 눈이 휘둥그레 커졌네요.

 

▲(영양막내당 성황당 풍경 2).

언덕배기에 다소곳이 돌아앉은 채 고갯마루를 지키는 성황당.

 

지금은 말이 아무 소용이 없는 순간입니다.

켜켜이 쌓인 세월 앞에서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일상의 때를 벗어 던지는 시간이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영양막내당 성황당 풍경 4). 성황당은,

주요 길목(금장지맥, 덕산지맥, 영등지맥)에 터를 잡고서,

산과 사람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잡풀 무성한 밭뙈기에 햇살이 무성하게 내려앉고 있습니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도 무성하게 부풀어 오릅니다.

 

▲현재기온 영하 9도, 겨울이 제맛을 내고 있습니다.

영상9도, 기상청이 예보하는 오늘 낮 최고기온입니다.

 

편차가 심한 기온을 잊기 위해서 열심히 걸어야겠습니다.

 

▲초반부터 가풀막이 장난이 아닙니다.

무심으로 오르면서 자기의 진면목과 마주하는 순간입니다.

 

▲(427.1m봉).

 

▲알몸을 드러낸 겨울산이 점점 온기를 회복하는 시간입니다.

 

▲(411.7m봉).

 

▲생명을 다한 고목들이 산자락에 나뒹굴고 있습니다.

 

원소로 해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목도하면서,

흔들리는 ‘나’를 다잡아 줄 마음의 중심으로 삼게 됩니다.

 

▲줄기의 껍질이 유난히 크다 싶어서 올려다보았더니,

하늘을 덮은 이파리들의 狂舞도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산상의 능선 품이 평원처럼 광활합니다.

어디로 길을 잡아야 할 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마루금 왼쪽 아래 묘지군으로 인해 조망이 빵 터졌습니다.

방향으로 보아 낙동정맥의 주왕산군일 텐데, 마음의 근육이 꿈틀대었네요.

 

▲뿌리를 박은 채로 風葬되고 있는 나무가 사람을 가르칩니다.

부질없이 능력 밖 세상을 탐하지 말고 내적 평정심에 집중하라고.

 

▲(410.4m봉).

 

▲아, 사초도 빛을 잃고 계절에 순응하는구나.

부드러운 선으로 초록초록 야들거렸을 그늘사초입니다.

 

자연과 계절에 대한 질문의 시간을 하나씩 쌓아갑니다.

 

▲성터일까요. 돌들이 겹겹이 쌓여 있네요.

사람들 흔적이 가슴에 묵직한 감정을 불러옵니다.

 

▲물처럼 흘러가는 산줄기가 세상을 돌아보게 합니다.

 

세상이 소란해지면 사람들은 부나방처럼 달려들어 춤을 추지요.

양가죽을 쓴 늑대처럼, 한 줌 권력이 만능키인 것처럼, ㅎㅎ...

 

▲외로운 산, 孤山!

당당하고 반듯하게 공간을 가르고 있습니다.

 

▲(413.7m봉).

 

▲뜸베질하는 황소처럼 저돌적으로 걸어갑니다.

눈 앞에 아른거리는 가랫재와 고산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무들도 삭막한 겨울이 심심했을까요.

잎을 떨군 나무들이 저들끼리 교태를 부리고 있습니다.

 

▲(326.7m봉).

 

▲무덤일까요, 아님 참호일까요.

아리송한 모양새에 호기심만 깊어갑니다.

 

▲도로가 보입니다. 거스를 수 없는 평화가 느껴집니다.

고갯마루는 계속되는 산행 중 쉼을 생각할 여유를 주지요.

 

어머니의 손을 잡는 것 같은 느꺼움이 샘물처럼 솟아납니다.

 

▲(가랫재). 楸峴이라고도 불리는 고개입니다.

안동시 임동면과 청송군 진보면을 잇는 고개였는데,

터널이 뚫리는 통에 산꾼과 바람만이 스치는 곳이 되었습니다.

 

▲시끄러운 대낮의 올빼미 같은 세상입니다.

도깨비바늘같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세상입니다.

 

고산 오르는 산길 풍경에서 큰 위로를 받습니다.

 

▲행색은 시멘트 길을 낭자하게 걷고 있으면서,

마음은 여전히 산길을 걷고있는 행복한 산꾼입니다.

 

▲포장길 있다는 건, 길의 끝에 삶이 있다는 뜻이겠죠.

정말 그랬네요. 길의 끝에 집이 있고 과수원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마루금은 왼쪽 갈린 길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사람도 밭뙈기도 휴식기인가 봅니다.

겉보기에, 인적도 없고 자연의 생동감도 희미하네요.

 

▲곱게 갈아놓은 산비탈 밭뙈기를 조심스럽게 통과합니다.

 

▲길은 포장길에서 흙길로 바뀌었습니다.

산행은 등에 짊어진 것을 깨부수는 과정이지요.

 

▲또 과수원이 나타났습니다.

울타리를 견고하게 둘러친 모습으로 보아

멧돼지의 횡포가 극심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눈을 감자 바람소리가 요란하게 들립니다.

그 바람소리에 일상의 땟국을 씻고 싶었답니다.

 

▲오늘 산행 코스는,

울타리를 넘는 신종 장애물 경기를 겸하고 있습니다.

 

▲아, 저 앞에 고산이 외롭게 기다리고 있네요.

 

▲세찬 빗줄기에 시달렸을 산비탈이 안쓰럽네요.

붉은 피를 흘린 자국이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아이러니죠.

 

▲눈앞에 펼쳐진 풍경 속에서 보물찾기를 합니다.

천신만고 끝에 지난 구간의 영등산을 발견했습니다.

 

▲보물찾기를 하다가 뜻밖의 진주를 발견했습니다.

반변천이 감싸고 도는 광덕산이 눈을 황홀하게 하네요.

 

▲산자락에 푹 빠져 가무룩이 정신을 잡고 걸어갑니다.

이 순간만큼은 넘을 수 없는 현실의 벽이 없을 듯합니다.

 

▲버섯박사께서 언질을 주네요.

송이를 품은 전형적인 지형이라고.

 

▲어라, 이 산중에, 이 높이에 민가가 있다니.

영등지맥이 오늘 여러 번 사람을 놀라게 하네요.

 

▲게다가 여름철 특급 호캉스 시설까지 갖추었네요.

 

▲구색이란 구색은 다 갖추었네요.

자연을 즐기기엔 더없이 좋은, 질투나는 곳, 인정.

 

▲산자락에 묻혀 있으니 착각이 일어납니다.

시골집 툇마루에 앉아서 볕을 쬐고 있는 듯한.

 

▲남쪽으로 흐르는 영등지맥에서 좌측을 바라봅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일월지맥이 있네요.

 

▲아아, 낙동정맥이여! 육안으로는,

어렴풋이 맹동산의 풍차들이 보였는데....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길섶에

빛바랜 텐트 하나가 떡하니 서 있었는데...

누군가가 센스를 발휘해놓은 재래식 통시였네요. ㅎㅎ

 

▲오름길 헬기장에서 억새꽃이 나풀대고 있습니다.

산에서의 한순간 한순간이 너무 아까워서 안타깝지요.

 

‘잠은 죽어서 자는 것’이라는 경구가 가슴을 칩니다.

 

▲먼 발치에서 봉긋한 고산을 바라볼 때,

강기슭 손닿지 않는 벼랑에 핀 꽃을 연상시키더니,

걷다 보니 벌써 손에 잡힐 정도로 머리맡에 와 있네요.

 

▲마음이 발보다 앞질러 움직입니다.

마음이 먼저 저 하늘금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고산 고스락 풍경 1).

시야가 넓어지니 덩달아 마음도 넓어지는 듯합니다.

 

▲(고산 고스락 풍경 2).

온갖 호들갑을 떨어대는 일상과는 달리,

산은 우뚝하게 솟아서 변함없이 위로를 줍니다.

 

▲(고산 고스락 풍경 3).

산에서 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운 법이지요.

산의 일부가 되어, 동요하지 않고 우뚝 솟았습니다.

 

▲(고산 고스락 조망).

주왕산群이 진보면 뒤편에서 자랑처럼 불끈거리네요.

 

▲쌍봉인 고산의 남쪽 봉우리로 향합니다.

 

▲남봉도 자신의 본모습을 보이고 싶은가 봅니다.

해가 능선에 걸려서 그림자를 드리우며 무게감을 주네요.

 

▲산행기마다 단골로 올라오는 사진입니다.

시일이 지나면서 천막이 점점 누더기가 되고 있네요.

 

▲(고산 남봉 풍경).

걸어놓은 산패는 둘로 쪼개져 있고.

시그널은 만국기마냥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물은 곧은 곳에선 곧게 흐르고 굽은 곳에선 굽게 흐르지요.

맥꾼도 마루금 따라 물처럼 그렇게 곧게 또는 굽게 흘러갑니다.

 

▲다음 구간의 아기산이 미리 방가방가 인사하네요.

 

▲사정없이 내려꽂히는 하산길 주변으로

출입금지 끄나풀들이 팔랑거리고 있었습니다.

 

자연은 안 된다, 된다 구분지어 주장하지 않건만

사람은 여기는 돼, 안 돼 선을 긋고 요란을 떨고 있네요.

 

▲섬돌 위에 예쁘게 놓인 당혜처럼,

언덕 위에 집 한 채 참하게 얹혀 있네요.

거기서 바라보는 아기산은 또 얼마나 참하든지.

 

▲마루금은 원을 그리며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원을 그리는 저 마루금처럼 일상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기곡리, 도로가 마루금이 되는 곳.

평지를 걸으면서 산경의 실마리를 찾아갑니다.

 

▲마루금 우측, 명품 소나무가 공간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오후 들면서 차갑던 공기는 다소 완화되었지요.

속도를 내면서 머물러 있던 공기를 살짝 헝클어놓았네요.

 

▲하찮아 보이는 잡초도 다 꽃을 피우는 법이죠.

마루금 여행은 그 이치를 體得해 가는 과정입니다.

 

▲쉬어 가라고,

정자가 무언의 메시지를 쏘는 것 같았지요.

두리번거리며 마을 이모저모를 훑어보았습니다.

 

▲(돌아보기).

고산에서부터 걸어온 발자취를 머릿속에 새깁니다.

언젠간 이 그림에 대한 그리움이 봇물처럼 터지겠지요.

 

▲패스한 392.3m봉을 겸연쩍게 바라봅니다.

 

▲마루금이 가시철망으로 봉쇄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핑계 삼아 도로 따라 편하게 걸어갑니다.

 

▲마루금을 우측 옆구리에 끼고 불편하게 걸어갑니다.

불편함에서 벗어나 본래 마음으로 돌아갈 곳이 마루금이죠.

 

▲시멘트길 위의 걸음은 허방을 딛는 기분이었고,

적나라한 겨울햇살은 약함에 대한 강력한 채찍이었답니다.

 

▲마루금 아닌 지름길은 아주 짧았지만,

아주 멀고 낯선 세상에 다녀온 듯한 기분이었지요.

 

▲死者의 음택은 산경표 신도들에겐 유익한 이정표.

본래 모습을 찾아가는 길을 죽은 자가 가르쳐줍니다.

 

▲(436.5m봉).

 

▲(감동고개 풍경 1).

오늘 산행의 최고 난이도 구간은 감동고개 부근.

내림 구간, 오름 구간 모두 아찔한 가풀막이었네요.

 

▲(감동고개 풍경 2).

가풀막은 아찔했지만 동작은 부드러웠죠.

 

▲(감동고개 개념도). 원마루금은 굵은 녹색 실선.

실제 산행 경로는 빨간 화살표. 추천 경로는 점선.

 

▲(감동고개 풍경 3).

철책에 뚫린 출입구를 찾아 고갯마루를 빙 돌아갑니다.

불평은 사라지고, 대신 오르고픈 바람이 펄펄 솟았네요.

 

▲짧은 구간이었지만 십년은 감수했었네요.

절개지의 미끄러운 낙석덮개가 무시무시한 훼방꾼이었으니까요.

 

▲송진채취가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속이 썩어 텅텅 빈 나무는 사형선고를 받은 거나 다름없죠.

 

▲산하고 연애를 했지. 산에게 넋을 빼앗겼어.

너스레를 떨며 산을 오르는 걸음마다 신바람이 났지요.

 

▲산자락에 들 때마다 마음가짐은 늘 떨림입니다.

훈련소 끝내고 실무에 막 진입할 때와 비슷한 떨림이랄까.

 

▲우측은, 패스한 480m봉에서 내려오는 능선이고,

좌측은, 삼각점봉인 487.2m봉으로 뻗은 능선이지요.

 

그 사이 탄탄한 임도를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갑니다.

 

▲(돌아보기). 석재광산으로 엉망이 된 487.2m봉.

 

▲긴 세월, 바람소리를 간직한 산줄기는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까운 풍광이죠.

그래서 산을 뚫어져라 바라보기 일쑤입니다.

 

▲같이 슬퍼해야 같이 기뻐할 수 있듯이,

같이 땀 흘리며 걸어야 같이 山化될 수 있겠죠.

 

▲또다시 도로가 마루금인 곳을 만났네요.

빵조각을 따라가는 새처럼 도로만 따라가면 되지만,

왠지 마음이 편치 않네요. 너무 편하면 산을 모독하는 것 같아서.

 

▲오른쪽 멀리, 도로 마루금에서 마주치는 산!

오늘 몇 번이나 일월산과 두 눈이 마주쳤었던가.

그때마다 놀란 건지, 설렌 건지 심장이 멎는 것 같았지요.

 

▲(덕강3거리 풍경 1). 오늘 하루도,

산에 모든 걸 쏟아부어 아름다움만 남기를 기다렸습니다.

그 아름다움이 여기 날머리의 잔잔한 풍경으로 남았습니다.

 

▲(덕강3거리 풍경 2). 날머리에 설 때마다,

들머리에서의 진심과 그 열정을 한 번 더 확인합니다.

 

▲(덕강3거리 풍경 3).

날머리에 설 때마다 경계합니다.

몸은 강건한데 정신은 너덜너덜한, 불균형 상태를.

 

Ⅴ. 산행 기록

 

Ⅵ. ( Epilogue )

 

현실마당은 절망이 희망을 압도하고 있지만

그래도 새 365일이 막 이륙 준비를 마쳤네요.

노트북•핸드폰에 빠진 눈을 산으로 돌렸더니,

마루금은 하늘과 땅을 가르는 경계가 되었고,

몸은 쪽배처럼 능선마루에 둥둥둥 떠 갔었네요.

 

바람 북적이는 산길에서 정신이 번쩍 났고,

곤두선 솜털에선 전류가 흐르듯 짜릿했었네요.

山經의 그물을 칭칭 감고있는 우리 산자락!

성황당과 孤山은 현실을 잇는 실마리였고,

그걸 밑거름 삼아 또 하루를 잘 경작했네요.

 

== 읽어주신 귀한 당신, 늘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