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금 산행/가섭지맥

가섭지맥 3구간 (노루목재~고사리봉~고양봉~풍류산~하문리)

범산1 2025. 3. 4. 22:49

가섭지맥은 까도 까도 속이 안 보이는 양파였다.

▲모래봉에서 바라본 고사리봉 방향 풍경.

 

Ⅰ. ( Prologue )

 

산은 털어 낼 수 없는 그리움을 불러냅니다.

산에만 들면 거짓말처럼 마음이 편해집니다.

이 사실은 총구를 겨눈다 해도 변하지 않지요.

 

산은 낯설고 근원적 호기심이 솟는 원탕이고,

산속에선 매순간 생각과 시선이 쫀득해지므로,

세상과 일상을 연결하는 긴한 매개체가 됩니다.

 

때로는 자기 기억과의 거리가 필요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기 기억과의 거리를 좁힐 필요도 있죠.

가섭지맥과의 기억을 좁히려 충북선에 오릅니다.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5년 3월 2일 (일요일).

 

2. 누구랑 : 어처구니 님, 주산자 님, 범산.

 

3. 어디를 : 〔가섭지맥 셋째 마디〕

   (노루목재~모래봉~고사리봉~고양봉~풍류산~하문리).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흔적 및 느낌표 버무리기

▲(노루목재 근처 풍경).

아침 일찍(06:05)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지요.

대전역에서 주덕역까지 1시간 반 동안 꿀잠을 잤고.

주덕역 앞에서 택시를 잡고 네비를 찍었네요.

충북 괴산군 불정면 삼방리 468번지.

그런데 헐, 카드체크기와 산행앱이 작동되지 않는 오지!

 

▲기상청이 90% 확률로 전국적으로 많은 비 예보를 하는 통에,

산파고파답지 않게 본래 산행지였던 용암지맥을 취소하였지요.

 

미련이 남은 셋이서 지난 여름 중단했던 가섭지맥을 찾았습니다.

 

▲(모래봉 고스락 풍경).

 

▲감사하게도 기상청이 오보청의 명성에 걸맞게 예보해 주셔서,

산행하기에 더 없이 쾌적한 산공기를 마시며 능선을 걸어갑니다.

 

▲‘산에서는 뒷모습이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한번 더 실감합니다.

 

(모래봉 하산길 조망 1). 눈 앞에 펼쳐진 산줄기는

마침 쏟아진 새틋한 아침공기를 머금고 뒤척이고 있습니다.

 

▲(모래봉 하산길 조망 2).

358m봉 너머로 고개를 내민 봉은 고양봉인 듯하고.

 

▲(모래봉 하산길 조망 3).

산천은 만세를 부르면서 V자 속에 세상을 품고 있습니다.

 

▲발길 닿고 시선 머무는 산길마다 매력이 철철 넘칩니다.

 

▲(쇠실고개).

충주시 대소원면 금곡리와 괴산군 불정면 삼방리를 잇는 고개.

 

▲하늘금을 그으면서 오르는 산벗님이 그림이 되었습니다.

 

▲1등만 기억하는 일상의 틀에서 빠져나와,

해명과 변명을 듣기 위해 산을 오르는 지도 모르죠.

 

▲산에만 들면 이렇게 마음이 편해지는 걸,

산이 손가락을 감아 따뜻이 깍지를 만들어주는 걸...

 

▲나무껍질을 홀딱 벗겨놓았네요.

땔감이 필요했을까요. 너와집을 만들려고 했을까요.

 

▲산길을 걸어가면 이상한 만족감이 가슴을 채워줍니다.

 

▲둥글둥글한 봉우리들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습니다.

오른쪽 봉은 358m봉, 조금 멀리 왼쪽 봉은 고사리봉.

 

▲(작은쇠실재).

 

▲구르지 않는 돌엔 이끼가 낀다고 하지요.

한바탕 땀을 쏟았더니 358m봉 고스락이 반겨줍니다.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만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요.

땀방울을 흘리면서 산의 정직한 말을 직감으로 해석해냅니다.

 

▲절실한 눈동자는 마음을 대변한다고 봅니다.

초점을 또렷이 하고 앞을 응시하며 산자락을 밟아갑니다.

 

▲발을 디디고 서 있는 이곳의 아름다움은

어쩔 수 없이 다가올 저곳의 이미지를 궁금해 합니다.

 

▲파란 노루발풀이 누런 낙엽들 속에서 눈에 확 띕니다.

강장제로 알려져 있는데 차로 우려내 마시면 좋다고 합니다.

 

▲산비탈을 덮은 갈색 낙엽들이 산을 따뜻한 분위기로 만들고 있습니다.

 

▲(고사리봉 고스락 풍경). 고사리가 많이 자생하는 산일까요?

 

▲(고사리봉 조망 1).

고사리봉이 가슴을 시원하게 훑어주는 조망을 선물하네요.

저 멀리 도드라진 월악산 영봉의 특유한 기상이 압권입니다.

 

▲(고사리봉 조망 2). 주흘산,주월산, 고양봉....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후련하게 가슴이 뎁혀집니다.

 

▲분수를 모르고 너무 상체를 키웠을까요.

수학을 잘 몰라 가분수의 부담을 망각했을까요.

 

▲잡다한 생각들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중한 걸 마음의 원 안에 남기는 것도 중한 일이지요.

 

▲이성보다는 육감으로 산의 속내를 읽어내면서 걸어갑니다.

 

▲스포츠에서, 다른 쪽을 바라보며 패스하는 걸 노룩패스라고 하고,

인간관계에서, 알고 있지만 상대를 위해 모른 척 해주는 걸 노룩배려라 하죠.

산마루를 걸어가면서 흘깃흘깃 주위 풍경를 살핍니다.

걸어갈 산줄기를 바라보기도 하고 지나치는 옆봉을 훔쳐보기도 합니다.

 

▲살아가면서 정말로 괴로운 건

얼토당토 않은 세상의 개소리가 아닙니다.

시간 없음을 핑계로 삼은 산의 부재입니다.

 

▲산이 내 마음의 근원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마비되지 않은 내 안의 지점은 땀샘이겠지요.

 

▲이름과 얼굴 없이 산의 그림자로 살아가는 것도 생의 한 방편이겠죠.

 

적송 한 그루, 주변을 압도하면서 산자락을 지키고 있습니다.

기대 이상의 풍경과 믿음에 합당한 풍경을 만날 때 우리는 황홀해지죠.

‘기대’는 기대 이상의 것을 바라는 것. ‘믿음’은 있는 그대로의 것을 믿는 것이죠.

 

▲마루금을 기준으로 양 사면의 풍경이 사뭇 다릅니다.

 

▲오늘 구간 곳곳에 허리가 꺾인 소나무들이 눈에 띕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는 게 세상 이치이거늘,

뿌리가 깊은 나무도 분수 모르고 커 버리면 허리가 꺾이고 마는구나.

 

▲우리는 산이라는 그물에 든 공동운명체란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산길을 같은 마음으로 걷는다는 유대감이 자연스레 흐르고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를 보듬듯 산자락을 눈으로 만지작거립니다.

쓰다듬고 쓸어내며 소중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심정입니다.

 

▲(484.6m봉 고스락 풍경).

 

▲(484.6m봉 고스락 조망1). 고양봉은 오늘 구간 최고봉.

올라야 할 산이 있다는 건 희망이 있다는 말과 같은 의미죠.

 

▲(484.6m봉 고스락 조망2).

음성천을 향해 흘러가는 골짜기가 제법 웅숭하네요.

대한산경표에서는 가섭지맥을 음성북지맥이라고도 합니다.

 

▲(484.6m봉 고스락 조망3). 가섭지맥은,

한남금북정맥의 동쪽인 한강수계에 해당합니다.

 

▲이지점에서 마루금은 급우틀하여 가파르게 내리꽂힙니다.

직진하면, 꽤 큰 산줄기가 수주팔봉 맞은편까지 이어집니다.

 

▲말구리재로 향하는 내림길의 가풀막이 가히 살인적이네요.

 

▲마루금 여행은 감성적으로는 낭만의 영역이지만,

이성적으로는 산자분수령이라는 과학적 영역에 속하지요.

 

▲마루금 좌측에 위치한 연옥광산(주).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사람의 간사한 마음인가 봅니다.

예보된 봄비가 사라지고 시원한 바람 복을 누리고 있음에도

더 쉬운 길을 걷고 싶은 나약한 마음이 동하고 있었습니다.

혹자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라고 항변하지만. 반성합니다.

 

▲(현재위치 조감도).

 

▲(말구리재).

 

▲증오가 사랑만큼이나 중요한 삶의 축이라면,

산에 대한 욕망은 믿음만큼이나 중요한 동력이 아닐까요.

 

▲(돌아보기).

 

▲(말구리재 근처 풍경 1).

바람이 불어주기는 해도 공기가 비를 머금어서 그런지 습한 느낌.

 

▲(말구리재 근처 풍경 2).

한적한 코코캠핑장에는 애들의 낭낭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까르르 까르르....

 

▲(말구리재 근처 풍경 3).

고양봉으로 향하는 마루금의 뒷모습에 시선이 꽂혀 있습니다.

 

▲탄탄한 마루금을 따라 고양봉으로 건너갑니다.

 

아직은 미미한 가풀막이지만 기울기에 기울기가 더해지면서

오름길은 점점 곧추서는 모양새로 변하며 분위기가 고조됐지요.

 

▲오름짓이 힘들 때면 갓난아기 시절의 자식 기억을 떠올립니다.

아는지 모르는지 잠을 자는데 집중하는 갓난애의 맑은 세계가 힘을 주지요.

 

▲끝모르고 이어지는 가풀막이 힘겨워 고개를 들면,

허공에 디자인 되어있는 나뭇가지가 위로를 건네줍니다.

 

▲(고양봉 고스락 풍경). 오늘의 최고봉.

 

▲(숫골고개).

한참을 내려선 안부에 반바지님의 코팅지가 붙어있네요.

반바지님의 해맑은 미소가 떠올라 덩달아 마음이 밝아졌지요.

 

▲(앞산 고스락 풍경).

 

▲물푸레나무가 많이 보입니다. 도리깨나무라고도 하지요.

 

▲봉우리 하나를 넘으면 또 버젓이 서있는 봉우리.

산줄기 산행은 사람 속을 예리하게 긁어내는 재주가 있습니다.

 

▲뜬금없이 나타난 임도와 과수원과 울타리.

사람의 손때가 묻은 자연은 자연스럽지 않아서 마음이 아프지요.

 

▲(돌아보기 1).

 

▲(돌아보기 2).

계명산이 명쾌한 해답을 던져줍니다.

산행의 즐거움 8할 이상은 조망의 즐거움이라고.

 

▲열심히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올라갈 각오를 깔고서.

 

▲다행스럽게도, 철책 한가운데 공간이 열려 있네요.

 

▲(대간령).

백두대간 미시령과 진부령 사이에만 대간령이 있는 건 아니었네요.

 

▲너무 자주 나타나는 가풀막이 사람을 빡치게 하지만,

이도 산행의 일부분이라 생각하며 빡침을 단도리합니다.

 

▲(풍류산 고스락 풍경).

열심히 땀 흘린 후에 맞이하는 정상에서의 행복감!

힘듦 속에 진한 땀방울이 섞여 있어서 좋은 추억이 되는 거겠죠.

 

▲속마음을 읽기란 쉽지가 않겠지요.

산자락의 속마음을 읽기 위해 무진 애를 씁니다.

 

▲(현재위치). 풍류산이 풍류산을 부르고 있습니다.

풍류산에서 서남쪽 방향 능선을 걸어가면서,

동남쪽에 자리한 또다른 풍류산을 애틋하게 바라봅니다.

 

▲(현재위치 조감도).

 

▲저 능선 끝에서 좌틀(동남쪽)해야 합니다.

 

그저 바라만 보며 걸어보려 했는데,

이름이 같다는 동류의식 때문인지 마음이 찡해옵니다.

 

▲(지문령).

풍류산에서 지문령으로 접근하려면,

정신줄을 놓지 말고 바짝 당겨야 가능합니다.

 

▲저 앞에 봉긋 솟은 풍류산을 오르는데,

산이 사람 마음을 제 마음대로 들었다놨다 주무르네요.

 

▲저 능선 올라서면 풍류산이겠지.

능선은 진실을 말하는데 마음은 일방적으로 단정해버렸고.

 

▲설마, 이번엔 저 능선에 올라서면 풍류산이 맞겠지.

진실을 말하는 능선 앞에서 부끄러워 말문이 막혀버렸고.

 

▲이번에도 또 풍류산이 아니면 어떡하지?

그렇게해서 풍류산을 오르면서 한 단계 성숙해졌다는 후문? ㅋㅋ.

 

▲(풍류산 고스락 풍경).

풍류산은 정수리에 돌탑을 이고 있었네요.

 

▲지나온 흔적을 되감아 보고서야 깨달았습니다.

오늘 구간의 오름과 내림의 굴곡이 만만치 않았다는 사실을.

 

▲아침부터 참아왔던 봄비가 기상청의 체면을 살려주려나 봅니다.

날머리 2km를 남겨놓은 지점부터 빗줄기를 뿌려대기 시작했지요.

 

▲시원하게 퍼붓는 비를 감사한 마음으로 맞았지요.

 

▲무슨 용도의 시설물일까요?

 

▲내리 퍼붓는 비가 사람을 약하게 만들었네요.

임도 따라가자는 유혹에 긍정도 부정도 않고 졸졸 따라갑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참 못마땅했지요. 그러면서도 산꾼이냐고?

 

▲(구로시선정).

마루금을 벗어나 걷다가 이런 시설물을 접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무동고개).

여기서 가섭지맥 마루금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거리로 따진다면 무동고개 좌측 야산을 넘어야 하지만...

 

▲범죄없는 마을 하문리의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립니다.

 

▲그렇게 애를 태웠던 풍류산이네요.

부드러운 곡선을 자랑하는 폼이 부러웠지요.

 

Ⅴ. 산행 기록

 

Ⅵ. ( Epilogue )

 

중력을 이겨내고 허공을 향해 날아오르는 새처럼,

오늘도 일상을 밀어내고 그리운 산길을 올랐지요.

산길을 품 안에 안은 사람들 눈에 물기가 어렸고

일상의 서러운 기억이 땀방울에 밀려 흐려졌습니다.

봄비 맞고 축촉해진 산천과 한순간 잘 어울렸네요.

 

산행하는 동안 부질없는 욕심이 날아가길 원했고

이미 터진 걸 주워 담기보다는 쏟아내길 바랬지요.

산은 현재와 과거가 만나 현실감마저 지워주는 곳.

산행은 억지스러움을 털고 자연스러움을 찾는 여정.

굽이굽이 휘감아도는 달천이 걸음 끝에 있었습니다.

 

 

==읽어주신 귀한 당신, 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