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금 산행/가섭지맥

가섭지맥 2구간 (가섭산~비산삼거리~충북선~어래산~노루목재)

범산1 2024. 8. 20. 17:42

가섭산과 어래산의 野性은 살아 있었다.

 

가섭산에서 바라본 월악산 풍경.

 

Ⅰ. ( Prologue )

 

폭염, 날씨가 으뜸 주제로 등극하는 요즈음,

사소한 순간 하나하나가 엄청난 주제가 되지요.

현실이라는 이름과 의무에서 해방되고 싶었지요.

비 온 뒤끝에야 세상이 말끔히 맑아지듯이,

땀으로 샤워하면 찌들었던 마음도 맑아지겠지요.

 

인생 굽이굽이가 다 감사함의 투성이입니다.

늘 감사의 씨앗을 주머니에 넣고 살아갑니다.

그 씨앗을 산에 대한 호기심 마당에 심어놓고,

마음의 온상에서 거둔 거름을 정성껏 뿌립니다.

산에서 감사의 열매를 따려고 차표를 끊었네요.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8월 18일 (일요일).

 

2. 누구랑 : 산파고파 산행클럽 여러분과 함께.

 

3. 어디를 : 가섭지맥 둘째 마디.

   (가섭산~충북선 철로~어래산~노루목재~삼방리).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흔적 및 느낌표 버무리기

▲오늘 산행은 가섭산 고스락에서 시작합니다.

 

방송국 중계소 담장을 끼고 돌아가는 산길(?)은

잡풀 속에 아찔한 함정을 파놓고 팽팽한 긴장감을 선물했네요.

 

▲거기에다가 조망선물까지 던져주었지요.

아름다운 한금정맥 마루금을 눈이 아프도록 담아봅니다.

 

▲방송국을 중심으로 시계진행 역방향으로 반원을 그린 지점,

꺾이고 부러지고 뽑혀서, 널브러진 소나무들이 길을 막고 있었지요.

 

▲어떻게 길을 뚫어야 할지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지요.

 

▲허허로운 공간으로 흐르는 나무들 눈물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한 치 앞도 가늠 안 되는 밀림이 소름 돋았지만,

산은 꿈결 같은 조망풍경을 툭 던져주며 위로해 줍니다.

 

▲(가섭산 조망 1).

산천은 보련산과 천등산 사이에 남한강을 숨겨놓고,

구름과 유희를 즐기면서 짐짓 여유를 부리고 있습니다.

 

▲(가섭산 조망 2).

천등지맥은 물수제비를 뜨며 동심을 채우고 있고.

 

▲(가섭산 조망 3).

아, 여기서 월악산과 주흘산을 영접할 수 있다니.

오늘 산행은 여기서 접는다 해도 전혀 억울하지 않을 것 같았지요.

 

▲(가섭산 조망 4).

가섭산이 가르쳐줍니다. 행복을 멀리서만 찾지 마라고.

오늘 걸어야 할 산줄기가 기본적인 질문으로 놓여 있었네요.

 

▲(634.2m봉), 막막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산길의 야생 상태는 한결 부드러워졌지요.

 

▲(475.2m봉)

 

▲산속에서도 배려심이 흐르고 있었네요.

후답자의 안전을 담보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엿보입니다.

 

▲아름다운 풍경이 소리없이 노래를 부르며,

무더위에 지친 산꾼의 짜증을 잠재워 주었지요.

 

▲예 또는 아니오 라고 대답해도 충분할 상황인데도,

산자락은 친절한 무언의 답변으로 감동을 선물해 줍니다.

산을 향한 산벗님의 열정은 그 표정에서 무한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른쪽에서 미타사가 유혹을 했지만,

못 본 체, 못 들은 체, 짐짓 조용히 지나갔네요.

 

▲마루금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시설를 피해,

우회길을 걸어가는 심정이 착잡함으로 젖어듭니다.

 

▲(돌아보기).

지나쳤던 미타사 마애여래입상이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네요.

 

▲(현재위치 개념도).

빨간선은 마루금, 파란 점선은 실제 진행루트.

 

▲태양이 화염방사기를 난사하는 듯한,

뜨겁게 달아오른 도로를 힘겹게 걸어갑니다.

 

▲(歲熱圖?).

콘크리트 도로 한복판에서 여름 뙤약볕을 견디는 모습이,

한겨울 추위를 견뎌내는 歲寒圖의 소나무를 연상케 합니다.

 

▲살다보면, ‘설마’라 부르는 자기 함정에 빠지기 십상이지요.

 

설마, 전번 구간만큼 덥기야 하겠어, 하고 출발한 산행이었는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땀방울마저 바로바로 말라버리는 것 같네요.

 

▲(비산삼거리).

여기서 우회했던 마루금과 재회하며 잠시 더위를 잊었네요.

 

▲날씨가 숨쉬기 곤란할 정도로 뜨겁다 보니,

발소리보다 귓속에서 울리는 맥박소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가슴 속에서 불평이 시끄럽게 치받고 올라오네요.

아이 달래듯 자아의 등을 다독거려 재우면서 걸어갑니다.

 

▲산행기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풍경이죠.

앙증맞은 후라이팬을 때려 산속 고요를 깨뜨려봅니다.

 

▲너무 뜨거워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면,

산길을 태양계 밖으로 팍 차 버릴 텐데.

그래도 간간이 불어주는 바람이 자꾸 걷게 합니다.

 

▲간간이 나타나는 이정표가 새삼스러운 각성을 불러옵니다.

뾰족산 방향으로 길을 잡고 산향기가 이끄는 대로 따라갑니다.

 

▲벤치에 앉아 시간을 죽이고 있자니,

귀에 익은 레퍼토리가 도돌이표 찍듯이 겹칩니다.

 

산경의 기본인 山自分水嶺 원리가 현재 위치를 확인시켜 주네요.

지금 걷고있는 이 마루금은 음성천 북쪽 산울타리에 해당한다고....

 

▲여기까디 올라와 운동을 하는 주민이 있을까요.

311.4m봉은 탁상행정의 결과물에 멈춰 있는 듯합니다.

 

▲어딘지도 모를 미지의 산자락에 대해,

사전정보 없이 대면해 보고 싶은 건 인지상정 아닐까.

처음 보고 처음 딛는 산길에서 새로운 힘을 느낍니다.

 

▲마루금은 뾰족산 약500m 전에서 우틀로 방향을 틀지요.

 

▲(생태통로 공사현장 1).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모색하는 약속의 현장이네요.

 

인간이 과학보다 거짓말을 할 확률이 높지만,

그 반대의 경우를 그리면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생태통로 공사현장 2).

우리의 흔적을 따라 훗날 걸으실 분들은 다른 풍경을 보게 되겠네요.

 

▲(생태통로 공사현장 3).

폭염으로 인해 나가있던 제정신을 불러들여,

자신을 토닥이면서 한 걸음씩 해결해 나갑니다.

 

▲(220m봉 풍경).

 

▲어래산에 닿기 위해선 충북선 철로를 건너야 합니다.

철로로 접근하는 풍경이 폭염에 절어서 히마리가 없습니다.

 

▲뙤약볕 중간에 서서, 마치 지나가는 말처럼 묻곤 합니다.

 

우리는 무얼 위해서 이 무더위를 끌어안고 걷고있는 걸까?

무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속에 내재하는 산을 쌓는 게 아닐까.

 

▲철로 건너 올라야 할 어래산 자락이,

기다리고 있다고, 얌전하게 신호를 보내고 있네요.

 

▲철로 건너 갈색 전봇대 옆에 작은 틈새가 있습니다.

 

▲바람처럼 철로를 건너왔지요. 틈새는 생각보다 넓었구요.

 

▲가림막 하나 없는 허허벌판을 지나,

이제 본격적으로 어래산 속으로 들어갑니다.

 

▲태양열에 후끈 달아오른 의식회로가,

만화책의 장면들처럼, 툭툭 끊기며 한 장면씩 넘어갔지요.

 

▲오를 예정인 산자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배는 불러오고 의식은 말똥말똥해짐을 느낍니다.

 

▲뜨거운 땡볕으로 인해 사람은 히마리가 빠지지만,

복숭아는 빨갛게 익어가고 밤송이는 속을 채우고 있습니다.

 

▲(돌아보기). 걸어온 길을 엿보는 것은,

자신과 대화하며 공감의 계단을 오르는 것이죠.

 

▲해발 400m가 채 되지 않는 어래산이

예상외로 옹골찬 산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지요. 하염없이 느리게 째깍 째깍.

그만큼 길이 거칠었고, 갈팡질팡했고, 볼거리가 많았다는 이야기.

 

▲(어래산 오름길 조망 1).

발빠른 초침의 동작 위로 햇볕은 산천을 더 뜨겁게 달구고 있는데,

어래산에서 희양산의 잘 생긴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네요.

 

▲(어래산 오름길 조망 2).

군자산이 군자답게 주변 산군을 호령하고 있네요.

 

▲(어래산 오름길 조망 3).

산자락 하나를 다 잡아먹고 있는 힐데스하임CC.

 

▲어래산은 몇 번이나 사람을 속이고 있습니다.

여기가 정상이다 싶으면 저어기 앞에 더 높은 곳이 보이고....

 

▲능선을 뒤덮은 바위투성이들이 미인계를 쓰고 있습니다.

어래산 고스락은 바위群으로 몇 개의 群像을 이루고 있습니다.

 

▲배극렴이라는 선비를 만나러 임금이 왔었다는 썰.

산(자연)보다 전제군주가 상위 버전이던 시대상황이 답답하네요.

 

▲(비공개동굴).

어래산은 작은 덩치 안에 많은 걸 갖추고 있는 산입니다.

 

▲(어래산 고스락 풍경 1).

몇 단계의 트릭을 통과한 후에 드디어 고스락에 도달했네요.

불가마 날씨 덕에 짜증을 제대로 털어낸 후에야 겨우 닿을 수 있었습니다.

 

▲(어래산 고스락 풍경 2).

오를 때 솟구치던 치떨림은 마술처럼 멎었습니다.

 

▲(어래산 고스락 풍경 3). 어래산은 내 친구여!

입 밖으로 출력되는 감탄사는 썩 건방진 구어체였지요.

바로 직전 순간의 힘겨움은 까마귀처럼 까먹은 채 말이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님은 야구에서만 통하는 게 아니지요.

어래산 바위군은 한 번 더 멋진 위용을 뽐내며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릴렉스된 안정감을 꽁무니에 달고 산길을 만끽합니다.

 

▲(노루목재).

쇠실고개까지 계획했던 오늘의 일정을 여기서 꺾기로 합니다.

 

▲좌측, 주덕면 삼청리 쪽 풍경.

 

▲우측, 불정면 삼방리 쪽으로 하산길을 잡았지요.

 

▲(돌아보기). 삼방리로 내려와서 노루목재를 바라보았습니다.

 

▲(삼방리 마애여래좌상 1).

우연의 걸음으로 인해 마애불 미소와 인연이 닿았네요.

 

▲(삼방리 마애여래좌상 2).

천년의 미소에 전염되어 깜박 시간을 잊게 되는 것 같습니다.

 

▲택시를 호출해 하루간 소중했던 기억을 싣고 주덕역으로 달려갔네요.

 

Ⅴ. 교통편

 

(갈 때)

 

대전역(06:05발) ⇒ 음성역(07:27착), 무궁화호. ₩6,200

음성역 ⇒ 가섭사 (택시. ₩13,000)

 

(올 때)

 

삼방리 ⇒ 주덕역 (택시, ₩13,000)

주덕역(19:54발) ⇒ 대전역(21:25착), 무궁화호. ₩7,000

 

 

Ⅵ. 산행 기록

 

Ⅶ.( Epilogue )

 

출발부터 ‘설마’라는 저항의 벽에 맞닥뜨렸지요.

가풀막에 쫄고 가시에 긁히고 막막함에 좌절하고.

심호흡을 하면서 주문을 외웠지요. 다 지나가리라.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하는 덧셈인생도 좋지만,

완결점까지, 불행을 지워가는 게 낫겠다 싶었지요.

 

가섭산에서 시작하고 어래산에서 끝을 본 하루.

생각은 줄곧 의문을 줄기차게 퍼올리고 있었고,

마음껏 두드릴 키보드 앞에 앉은 기분이었지요.

가섭산 내림은 야생, 어래산 오름은 어안벙벙!

이 바코드 없는 특별상품의 이름은 ‘설렘’입니다.

 

=== 읽어주신 귀한 당신, 늘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