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을 본 적이 없는, 속 깊은 계룡산이었네.

▲계룡산 머리봉에서 바라본 문다래미 모습.
Ⅰ. (Prologue)
선선한 기온에서 계절 변화를 감지하고,
그 변화를 설렘과 버무려 산과 마주합니다.
뜨거운 가슴 달래려 빈 머리를 짰더니,
산이 맘을 흔드는 치명적 매력으로 왔네요.
계룡산은 어떤 눈의 영혼을 지녔기에
문다래미 핫 아이템으로 이리 심쿵케 할까.
계룡산은 어떤 심장의 영혼을 품었기에
숫・암용추를 만랩 캐릭터로 장착했을까.
산은 한없이 크고 난 한없이 작기만 한데,
옹골찬 계룡산이 자꾸만 영혼을 건드립니다.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5년 10월 5일 (일요일).
2. 누구랑 : 범산 홀로 호젓하게.
3. 어디를 :
괴목정~동제봉~암용추~삼신당~정도령바위~
문다래미~머리봉~숫용추~마애불~신원사입구.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흔적 & 느낌표 버무리기

▲유성온천역 6번출구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중.
괴목정에 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버스는,
충대농대 종점, 06시 30분에 첫출발하는 계룡시 48번 버스.

▲20분 정도 뜸을 들여서,
도착한 버스승강장은 ‘계룡대cc,괴목정’.

▲괴목정이라는 이름을 낳은 괴목(느티나무) 두 그루가
이른 아침의 고요를 거느리고 계룡산을 지키고 있었지요.

▲계룡산 도처에 널려있는 스토리텔링처럼,
괴목정도 전설 한 가락 깔고서 뿌리를 박고 있답니다.
이성계의 조선 개국, 도읍지, 무학대사, 지팡이 등등....

▲산을 다니다 보면 도리 없이 비탐구역을 가게 되죠.
그들(?)이 그어놓은 금줄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산 좋아하는 이들에겐 아쉽고 억울한 측면이 엄청 많죠.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날을 간택하고
조용히 계룡의 내밀함 속으로 새벽이슬처럼 스며듭니다.

▲망자들 무덤이,
산꾼들에게는 길을 찾는 이정표가 되기도 합니다.

▲괴목정공원에서 암용추로 넘어가는 길목에
CCTV가 있다 하기에 머리 굴려 동제봉으로 방향을 틀었지요.

▲(동제봉 고스락 풍경).
고스락 명패 하나 없고, 군사용 코팅지만 덜렁 붙어 있었네요.

▲현재위치를 네이버 지도에서 캡처합니다.

▲계룡산의 ‘계룡’은,
산 모양새가 닭의 벼슬을 닮아서 생겼다고도 하지만,
금계포란형・비룡승천형이라 하여 생겼다는 설도 있지요.
내밀함을 파고드는 입장에선 후자가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그들이 쳐놓은 금줄이
제대로 길을 잡았다는 반증이 되기도 하네요.

▲저 다리가 ‘돌아오지 않는 다리’ 차원를 넘어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로 인식됨은 피해의식일까요.

▲나무들에 둘러싸여 시야는 막혀 있는데,
용동저수지 앞에 설치된 조망데크 무얼 보라는 건지.

▲이게 금지구역 내의 풍경일까요.
계룡시에서 운영하는 ‘하늘소리길’의 영향일 테지만,
상시개방하면 산사랑하는 이에게는 더없이 훨 좋을 텐데...

▲계룡산 내밀한 곳을 들여다 보는 날을
오늘로 택일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추석 명절 이브이고, 날씨도 비가 예보되어 있고,
산을 사랑하는 데는 그들(?)보다 한 수 깊다 자부하니까...

▲생생한 걸음으로 땀방울을 우려낼 때,
건강한 도파민을 맛볼 수 있다는 건 진리입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계단길이네요.
계룡시에서 운영하는 ‘하늘소리길’의 영향일까요.

▲마음이 도타워집니다.
옛길을 눈 비비고 바라보니 새로운 눈이 열립니다.

▲산길 모퉁이마다 선답자들 정성이 올올이 쌓여있습니다.

▲오늘 산행의 첫 번째 타킷,
암용추를 만나러 갈 시간입니다.

▲드디어 전설과 마주할 시간입니다.
안내글에 의하면 룡들도 도를 닦는가 봅니다.
전설은 단지 전설일 뿐,
눈에 비치는 푸른 용소가 시원함을 던져주네요.

▲(암용추 풍경 1).
암용추 구조가 상,중,하. 3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최근 내린 비로 하단 풍경이 시원한 폭포를 연출하고 있네요.

▲(암용추 풍경 2). 중단의 흰 물줄기는
상단에서 시작된 기운이 가속 페달을 밟은 결과겠지요.

▲(암용추 풍경 3).
저 둥근 공간을 여성 생식기 구조와 연관 짓기도 하지만,
범산 눈에는 그저 특이한 계곡의 아름다운 풍경일 뿐입니다

▲(암용추 풍경 4).
암용추 상단의 물빛이 검푸름입니다.
그건 맑다는 것이고, 깊다는 것의 표시이겠지요.

▲(암용추 풍경 5).
암용추와 숫용추는 직선거리로 1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전설은 전해주고 있습니다.
지하로 연결된 두 용추에서 암용과 숫용이 사이좋게 지냈다고.
범산은 두 용추를 지상 능선으로 연결하기 위해 발품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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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사적지, ‘용산 십이일민회’ 흔적.
암용추 석벽 앞의 거목이 90년의 세월을 끌어안고 있고.

▲일제치하의 서슬 퍼렀던 시대상황에서의,
목숨을 건 결기가 느껴져 절로 숙연해지네요.
다만, 산을 아끼는 사람으로서 아쉬움은 있지요.
굳이 석벽에 이름을 새겨 자연 훼손을 해야 했을까.

▲알면 알수록 더 많은 문이 열리는 산자락입니다.

▲(삼신당 갈림지점).
삼신당을 눈에 넣고 가슴에 새기기 위해 우틀합니다.

▲산은 무엇을 강권하지 않지요.
대신 먼저 우리를 알아주는 고마운 대상입니다.

▲걸음걸음 옮기는 이 산길 이 순간이
인생에서 어떤 한 컷이 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명절 연휴가 주는 잠깐의 ‘신호대기’.
그 짬을 산과 함께 할 수 있어 참 소중한 시간이네요.

▲(삼신당 풍경 1).
삼신당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천지인 삼신을 모시는 천단이 있었다는 삼신당입니다.

▲(삼신당 풍경 2).
안내글에 의하면, 많은 사연을 간직한 곳이네요.
이성계의 백일기도, 독립운동 은신처, 무속계 신흥종파의 산실...

▲(삼신당 풍경 3).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장소라는 건
그 위치가 특별한 장소라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삼신당 풍경 4).
약수터 문을 열고 맑은 기운을 마셔봅니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듯하였네요.

▲(삼신당 풍경 5).
건물이 자물쇠로 채워져 있어 내부를 볼 수는 없었지만,
좋은 기운 흠뻑 받고 가는 걸음이 사뿐사뿐 날아갈 듯했지요.

▲삼신당 갈림지점으로 되돌아 나와
암용추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목입니다.
비박 명당처로 손색이 없는 바위를 만났습니다.

▲점입가경이라더니,
더 좋은 비박처가 나타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누군가 머물렀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서,
전류가 흐르듯 공감과 동감이 온몸을 감싸고 돌았지요.

▲굴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풍경은 색다른 감흥을 줍니다.

▲산길은 우리들의 정서적 탯줄이기도 하지요.
정서적 탯줄을 끊는 심정으로 산길을 걸어갑니다.
그 걸음마다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나타났습니다.
암용추 영역을 벗어나 천단으로 연결되는 고리이죠.

▲비는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하면서
산자락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었지요.

▲다리를 건너자마자 길은 희미해지고,
희미하던 길도 아예 자취를 감추고 말았지요.
그래서 막산으로 정신없이 오르다 보니
어느 결엔가 멋진 길이 배웅나와 있었네요.

▲누구에게나 똑 같은 산길이지만,
언제나 새롭게 다가오는 의미있는 길들입니다.

▲좁쌀만 한 마음으로 큰 대지 위에 선다는 건,
언제나 포만감을 동반하는 행복감을 선사합니다.

▲풍경은, 특히 산풍경은,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동화지만,
가까이서 보면 땀내나는 다큐입니다.

▲아, 가까이서 보니,
빗방울 얹힌 산뜻한 구절초꽃이네요.
길이든 사람이든, 눈앞에 나타나는 것은,
바로 판단하지 말고 얼마간 물음표로 남겨둘 필요가 있죠.
여백에서 우러나는 여유로움이 삶을 향기롭게 지탱합니다.

▲산을 오르면서, 침묵의 힘을 체감합니다.

▲그 능선에는 헤일 수 없는 세월 동안의
바람, 구름, 비, 따사로운 햇살, 여명 등이 스며있겠죠.
해서 산길은 세월이란 산역사가 담긴 외장하드와 같지요.

▲안내판이 ‘정도교 터’라는 정보를 제공해 줍니다.

▲‘꿈 깨니 또 꿈이요 깨인 꿈도 꿈이로다’.
흥타령 한 가락이 안개비 속의 산풍경과 딱 어울립니다.

▲오락가락하는 안개비는
천단 직전 헬기장을 몽환적 풍경으로 변신시켰고.

▲천단 아래 통신시설을 우회해서,
머리봉으로 향하는 길을 모색합니다.

▲길은 막히고, 철책 따라 우회 좌틀하는
과정의 난이도가 결코 만만치가 않았답니다.
후우, 나비가 바다를 무서워하지 않는 건
그 水深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기 때문이겠죠.

▲어찌어찌해서,
천단에서 머리봉으로 흘러내리는 주능선에 붙었지요.
정신을 차리고 뒤돌아 보니,
천단 아래 시설물은 구름 뒤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네요.

▲천단의 숨바꼭질 장난에 뒤질세라,
머리봉도 구름과 합작하여 감질나게 뜸들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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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봉으로 접근하는 능선길은 바위투성이.

▲전설이 풀풀 날아오를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몽환적인 풍경은 전설 속으로 사람을 안내할 가이드로 제격이지요.

▲(정도령바위 풍경 1).
옥황상제에게 미션을 받고 정도령은 천일기도를 올리고 있었고.
기도 999일째 되는 날 옥황상제는 간신들 꾐에 속아 대노했다는데...
그래서 신도안 사람 정도령과 파견된 두 신하(남녀)를 돌로 만들었다는 썰...

▲(정도령바위 풍경 2). 날씨가 왜 이런지,
꼭 백내장 걸린 것처럼 흐리망텅한 하늘이
정도령바위의 신비감을 가일층 부추기고 있습니다.

▲(정도령바위 풍경 3). 보는 이의 눈 위치에 따라
바위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신을 자유롭게 하네요.
사자바위, 미륵불, 정감록의 정도령 이미지와 겹칩니다.

▲(문다래미 풍경 1).
미션을 전달하기 위해 옥황상제는 두 신하를 정도령에게 파견했다지요.
간신에게 속은 옥황상제는 두 신하(남녀)를 정도령과 한 꾸러미로 돌로 만들었다는 썰.

▲(문다래미 풍경 2).
바위의 주둥이 위치가 바뀌었다는 건,
바라보는 이의 위치가 앞뒤로 바뀌었다는 의미겠죠.

▲(문다래미 풍경 3).
천단에서부터 문다래미로 흘러내리는,
머리봉 능선의 옹골찬 기운이 느껴집니다.

▲(문다래미 풍경 4).
문다래미는 ‘돌문이 달려있는 뫼(산)’라는 뜻이죠.

▲(문다래미 풍경 5).
석문의 의미는 도교, 선교, 무속신앙에 이르기까지
속세의 세계에서 선계(신계)로 들어서는 문으로 보고 있고,
풍수지리에선 기가 확산되는 중요지점으로 보고 있다고 하네요.

▲(문다래미 풍경 6). 옥황상제가 파견했던 두 신하는,
돌문인 문다래미가 된 채 서로를 그리며 입술을 맞대고 있습니다.
강아지바위와 두꺼비바위 사이 석문은 하늘로 통하는 천문이라고 하고.

▲(머리봉 풍경 1).
문다래미를 통과한 기운이 머리봉을 향해서 줄달음치고 있네요.

▲(머리봉 풍경 2).
계룡산의 정기가 머리봉에서 옹골차게 여물어,
주변 세상에 선한 기운으로 퍼지기를 갈망합니다.

▲옹골참이 산자락에 노다지로 깔렸더라도,
결국 개인적 체험으로 귀결되는 게 산행의 순리지요.
느끼면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자신의 것으로 되겠죠.

▲산길을 덮은 솔잎 한 쪼가리에도
다정하게 눈맞춤하는 여유를 가지고 싶습니다.

▲머리봉 능선은 고도를 낮출수록 유순해지면서
숫용추를 대면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전에 비를 흠뻑 맞으며 올라왔던 능선이
햇살 아래서 추억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습니다.

▲숫용추가 기다리고 있는,
머리봉 능선의 끝자락이 꼬리를 치고 있습니다.

▲향적산 능선도 힘차게 꿈틀대고 있습니다.

▲나무들은 인간보다 더 오래 이 땅의 주인 노릇을 하면서,
인간에게, 늘 자신을 기억해 줄 것을 은밀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능선 끄트머리를 꿰차고 앉은 밀양박씨지묘.

▲亡朴00之位.
막판 마당바위에서 세월을 낚고있는 묘비 하나.

▲아래에서 올려다 보니,
묘비가 그대로 하나의 봉우리로 보입니다.

▲숫용추는 계룡산의 핵심 화두이자,
내밀한 곳의 상징으로 써먹는 잣대이기도 하죠.

▲(숫용추 풍경 1).
숫용추의 모습은 아래에서 올려다보아야 제맛이 나는데,
오전에 내린 비로 인해 바위면이 번들번들 엄청 미끄러웠지요.
내려갈 엄두를 못내고 위에서만 바라보는 구경꾼이 되었네요.

▲(숫용추 풍경 2). 그래도 수량이 많으니,
숫용추가 우렁차게 본색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숫용추 풍경 3). 용추계곡을 훑어내리면서,
향적산으로 흐르는 기운과 천단에서 흘러내린 기운을 모아,
숫용추에서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고있는 계룡산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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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다리재(용천재)를 향해
용추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려 합니다.

▲때묻지 않아 야생성이 살아있는 용추계곡입니다.
이 계곡 여기저기서 멧돼지를 만났었던 곳이라,
계곡을 좌우로 몇 번 크로스하면서 눈 크게 뜨고 올랐지요.

▲서문다리재 직전의 너럭바위는 여전히 안녕하고...

▲너럭바위에서 바라보는 천단도 여전히 평온한 모습입니다.

▲(논산 상도리 마애불).
서문다리재에서 마애불 쪽으로 하산코스를 잡았지요.

▲마애불 앞의 거목이 마애불과 함께,
쌍두마차가 되어 세월을 끌면서 달려가고 있었네요.

▲(신원사주차장). 주차장은 텅 비어있었고,
오후의 시간이 빈 공간 위로 흘러가고 있었네요.

▲원래는 신・갑・동 셔틀버스를 이용하려 했으나 놓쳤고,
신원사주차장에서 18시 20분 출발하는 공주 310번 버스에 승차,
공주시내터미널에서 19:00 출발, 충남대행 300번 시내버스를 이용했지요.
Ⅴ. 산행 기록

Ⅵ. ( Epilogue )
그냥 걷는 것과 느끼며 걷는 건 완전 다르죠.
산자락 어드메쯤 영혼을 당기는 끈이 있는지,
부지런 떨며 올랐더니 끌림이 깊어만 갔지요.
느낌 있는 산행은 삶의 최고선과 등가물이고,
‘산은 삶의 다른 이름’이라는 말, 빈말 아니죠.
암용추와 숫용추의 전설에 숨죽여 몰입했지요.
아름다운 풍경에 질식해 숨을 쉴 수 없더니,
천단을 잇는 머리봉 앞에서야 숨통이 트였네요.
강력한 중력 땜에 시공간이 휘어져 버렸는지,
끝을 본 적 없는 계룡산이 안에서 꿈틀댑니다.
== 읽어주신 귀한 당신, 늘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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