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룡산 남부능선 위로 마음달이 떠올랐네.

▲향적산에서 바라본 함지봉 쪽 산파(山波).
Ⅰ. (Prologue)
산행은 안에 감춘 욕망의 은유적 분출이고,
호기심과 기대감 품고서 수행하는 미션이죠.
산이 강하게 밀당해 오면 이성은 무뎌지고,
온몸이 설렘으로 비상상태에 젖게 됩니다.
몸이 땀에 젖어 몸안의 세포들이 데워지면,
머릿속이 말끔히 개는 마법창이 열리게 되죠
길은 누군가 지나간 뒤에 비로소 생기는 것.
그 찰진 산길 위에 산사랑 맘을 입혀야겠네요.
어차피 인간은 지구를 잠깐 스쳐가는 나그네.
나그네에겐 늘 새 길을 낸다는 희망이 있지요.
오늘 능선은, 계룡산 기를 가두는 남쪽 담장!
그 능선에 산사랑의 마음을 옴팡 심으렵니다.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5년 10월 12일 (일요일).
2. 누구랑 : 범산 홀로 호젓하게.
3. 어디를 : 〔계룡산 남부능선길〕
(연산~황산성~함지봉~향적산~용천령~신원사주차장)
Ⅲ. 산행지도


Ⅳ.산행 흔적 & 느낌표 버무리기

▲도마동 시외버스 매표소 앞에 서있는 이유?
산행 들머리인 연산시장에 대기 위함입니다.
서남부터미널에서 06:55 출발하는 논산행 첫차.

▲대추상회 일색인 연산시장을 통과하니,
내 안의 어두운 숲이 환하게 열리고 있었지요.
1차 포스트인 연산향교 이정표를 발견하고,
삽시에 설렘이 비등점으로 치솟기 시작했네요.

▲차단기, 경보등, 경보종, 침목, 건널목 간수...
잊혔던 철로 건널목 풍경을 대하며 세월의 힘을 느꼈지요.

▲연산천은 오늘도 말없이 흐르면서
비구름투성이 하늘을 담고 있었습니다.

▲간밤에 내린 비 탓이겠지요.
관동2리 마을회관은 아직 고요에 젖어있습니다.

▲우측은 연산향교, 좌측은 혜림선원.
좌틀로 방향을 잡고 본격적인 산행모드로 돌입합니다.

▲계룡산의 남쪽을 완벽하게 둘러친 산울타리!
선택은 산사랑 이성의 몫, 실행은 걸음 본능이 수행.

▲혜림선원의 담장에 전시된 글귀들은
단촐한 정원을 더 아름답게 꾸며주고 있었고.

▲붉은 색감을 잔뜩 머금은 감들은
황산성 오르는 길을 가을빛으로 물들이고 있었지요.

▲야자수 매트가 깔린 산길이
빗물에 젖어 산뜻함을 선물합니다.
덩달아 오르는 걸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산세계에 흠뻑 빠져 들게 하는 마음의 고향은,
아마도 믿음과 희망 사이의 어느 어름에 위치할 겁니다.

▲(황산성 주차장).
예열을 마쳤으니 이제 재미있게 걸을 일만 남았네요.
황산성과 국사봉이라는 탄알을 머릿속에 장전합니다.

▲과거는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답이기도 하겠지요.
황산성에 대한 설명서가 과거의 쓰임새를 알려주네요.

▲빗물에 촉촉이 젖은 질퍽한 오름길이
지상낙원으로 통하는 지름길로 통합니다. 범산에게는.

▲‘거절하기 힘든 치명적인 제안’을 하는 건,
돈 클레오만이 아닙니다. 역사가 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지요.
황산성의 흔적이 유비무환의 생생한 알리바이를 증언합니다.

▲이쯤이 황산(264m)이겠지요.
비록 현실에선 소영웅주의자인 아웃사이더일지라도,
산행에서 거두어들이는 작은 희열이 찐 희망사항입니다.

▲비가 오면 기꺼이 비를 맞을 것이요,
햇빛이 쨍하면 터지는 조망을 즐길 것인데...
찌푸리기만 할 뿐 이도저도 아니라 속이 상하네요.

▲깃대봉(310m)은 아무런 표식도 없이,
스스로 무명봉임을 자임하고 있었습니다.

▲야성이 생생히 살아있는 산길은
현실에 찌든 현대인에게 ‘면세구역’이나 다름없죠.
아니, 어쩌면 심리적인 ‘면죄구역’일지도 모릅니다.

▲긴 산행에서 만나는 고갯마루나 능선안부는,
여유를 가지고 걸어가라는, 무언의 조언자 역할을 수행하지요.

▲(함지봉 고스락 풍경).

▲산사람은 산에 대한 애정을 먹고 그 힘으로 살지요.
걸어서 피곤함은 괜찮아도 산에 대한 싫증은 죄악이지요.

▲야생의 풍경이 들이닥치듯 눈에 박히네요.
시끄러운 건 내 머릿속이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수척골산 고스락 풍경).

▲(아랫산명재).
계룡 엄사면 도곡리와 논산 연산면 어은리를 가르는 고개.

▲나무나 사람이나 매일반이지 싶은데.
같이 살다가 한쪽이 풍장되는 꼴을 보는 심정은 어떨까.
생의 환희를 떨쳐낸 자리에 홀로 열매를 키울 수 있을까.

▲(윗산명재).

▲산길에 심취해 자신을 잊고 걸어갑니다.
향적산이 어느 방향인가 그 실마리 하나만 잡고 걸어갔지요.

▲산길 모퉁이마다 새로운 풍경으로 다가오는,
산자락의 무언의 눈과 다정하게 눈맞춤하며 걸어갑니다.

▲어느 외계에서 뚝 떨어진 공룡알일까요.
산길에 퍼질러 앉은 풍경과의 무언의 대화는,
사실은, 한계상황을 살아가는 인간의 유일한 희망일 지도 모르죠.

▲상월면 들판이 손금처럼 내려다보일 조망 명당일 텐데.
흐릿한 날씨가 명당의 가치를 단 1그램의 무게만도 못하게 추락시켰네요.

▲호젓한 산길 위로 산향기가 와르르 쏟아지는 느낌이었네요.
산길 위에서는 모든 상황이 진실로 향하는 통로가 됨을 깨닫게 됩니다.

▲눈앞을 가리던 구름의 장막이 서서히 걷히고 있습니다.
철탑을 이고있는 향적산이 구름을 희롱하며 즐기고 있네요.

▲(상여바위 풍경 1). 구름에 휩싸인 상여바위(농바위).
이승의 마지막 길을 지나가는 영혼들을 위로하고 있는 듯.

▲(상여바위 풍경 2). 능선자락에서 소리가 퍼집니다.
슬프지 않은 상여소리가 가슴속에서 풀풀 풀려나옵니다.
어~허이, 어~허이, 어~넘자 어~하.
북망산천이 머다더니 내 집 앞이 북망일세,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오실 날이나 일러 주오...

▲(상여바위 풍경 3).
돌아보니, 상여바위는 다시 구름에 잠겨 있습니다.
이별의 아픔과 삶의 유한함을 승화하면 상여소리겠죠.
명절 전에 벌초하러 고향에 갔더니
상여 멜 사람이 없어서 마을 상여집을 없앴다 하네요.

▲치받던 설렘이 몸을 빠져 나와 산길과 합세하면,
산길 도처에서 세상을 읽고 듣는 소리로 변하는 걸까요.

▲‘순수함’을 담아 산길에 새틋하게 피어난 구절초 군락.

▲(향적산 고스락 풍경 1).
향적산 국사봉에 태극기가 펄럭입니다.

▲(향적산 고스락 풍경 2).
천지창운비(天地創運碑)와 오행비(五行碑)가 기다리고 있었네요.

▲(향적산 고스락 풍경 3).
국사봉의 자태가 천계황지天鷄黃地(봉황이 깃드는 천하길지)로,
항일투쟁과 국권이 회복되기를 기원하면서 세워진 비라고 하네요.
(鷄⇒동쪽을 의미함, 黃地⇒중앙을 의미).
하늘에서 동쪽부터 기를 열어준다는 의미라고 하는데....

▲(향적산 고스락 풍경 4). 佛 : 서쪽을 의미함⇒서방정토.

▲(향적산 고스락 풍경 5). 南斗六星 : 南⇒양을 뜻함.

▲(향적산 고스락 풍경 6). 北斗七星 : 北⇒음을 뜻함,

▲(향적산 고스락 풍경 7). 오행비에는
동에 오(五), 서에 화(火), 남에 취(聚), 북에 일(一)이 새겨 있는데,
깨닫음을 얻어 극락정토에 가면 모두가 한가족이라는 뜻이라 하네요.

▲(향적산 고스락 풍경 8).
“여기 오길 참 잘했어”.
향적산에서 향적산이 아니라
아랫세상을 내려다보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지요.

▲(향적산 고스락 풍경 9).
향이 쌓이는 산이라더니, 산향기가 사방으로 퍼지는 듯합니다.

▲(향적산 고스락 조망 1).
계룡산이 구름 속에 숨어서 신비감을 부추깁니다.

▲(향적산 고스락 조망 2).
도덕봉~백운봉~금수봉~빈계산이 감싸고 있는,
수통골은 대전시민의 마음의 휴식처로 자리잡고 있지요.

▲(향적산 고스락 조망 3).
식장산과 서대산은 수줍음을 타고 있는 걸까요.

▲(향적산 고스락 조망 4).
오른쪽 멀리 대둔산도 한 자리 하고 있을 텐데.

▲(향적산 고스락 조망 5).
이 멋진 사진 한 장 건진 것만으로도
오늘 산행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향적산 고스락 조망 6). 탑산(塔山, 220m),
계룡산과 향적산 능선을 동시 조망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산은 없지요.

▲(향적산 고스락 조망 7).
상월면 들판이 가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향적산 고스락 조망 8).
노성산이 노성지맥을 이끌고 강경포구로 향하고 있네요.

▲산에만 들면 늘 잘 웃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산에서 내려가서 부대끼면서도 잘 웃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몇 년 전 왔을 땐 없었던 계단길을 웃으면서 내려갑니다.

▲산길을 걷다가 기진맥진해서 까무룩 잠이 들지라도,
이 산길에 내 마음 다 풀어놓고 그렇게 걷고 싶습니다.
그러다가 저런 대피소를 만나면 너무 고마울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계절을 통과하는 지금이
어쩌면 계룡산에게는 만개한 시절일지도 모릅니다.
계룡산, 네가 있어 고마워. 그 말을 소리 내어 전해봅니다.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산에 빠져있는 자신의 모습에 취했지요.

▲길섶에 널부러진 바위 한 덩이,
낙엽 한 쪼가리에도 애정을 담아 눈길을 줍니다.

▲(누룩바위).
오가는 이들 사랑을 듬뿍 받고있는 향적산의 명물이지요.
저 바위를 보고있으니 마음속에 둥실 보름달이 떠오릅니다.
아, 산이 그리워지면 이제 마음속 보름달을 떠올리면 되겠구나.

▲올듯올듯 하면서 결국은 참아주는 날씨가 고마워,
산길을 걷는 걸음이 그렇게 가볍고 행복할 수가 없었네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풉, 하고 혼자 웃기도 하다가...

▲(465m봉 풍경).
금남정맥에 들어서는 동시에 금줄을 넘어서는 지점이지요.

▲(465m봉 조망). 날씨가 맑으면,
계룡산 천단과 머리봉으로 흐르는 기운이
숫용추에서 갈무리되는 풍경을 만끽할 수 있을 텐데.
그리고 그 기운이 새나가지 않도록 울타리를 두른,
신원사까지의 마루금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벌렁거릴 텐데.

▲고래 한 마리, 계룡산으로 출타했다가 길을 잃었나 봅니다.

▲(누리장나무).
‘세상을 향기로 가득 채우는 나무’에게 눈을 맞춥니다.

▲소나무의 역동적인 꿈틀거림이
슬로모션처럼 한 장면 한 장면 의미심장하게 눈에 들어오네요.움 슬로모션처럼 한 장
면 한 장면 의미심장하게 눈에 들어오네요 직임이 슬로모션처럼 한 장면 한 장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참한 능선길을 걸으면서 무던히도 바랐지요.
이놈의 흐린 날씨가 제공하는 조망 제로의 갑갑함이 단타에 그치길.
그런데 아무 소용이 없었네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507m봉 풍경).
향적산~용천재 구간 능선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짚어 보니, 오른쪽 아래가 숫용추가 자리한 지점이네요.

▲(507봉 조망 1).
구름의 묘기대행진은 연천봉~문필봉 능선에서도 계속되었고.

▲(507봉 조망 2).
끝까지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가 민망스러웠던지,
천단과 머리봉도 살짝 자신의 몸피를 보여주었네요.

▲산에 들면 바깥세상에 주파수를 맞추던 습관을 단절하고,
산자락 고유의 냄새와 분위기에 스며들어 하루를 경작합니다.

▲숫용추계곡과 상도리마을을 이어주는 고갯마루.

▲(434m봉 고스락 풍경).
암봉에 올라섰더니 드디어 조망이 열립니다.
가슴이 뻥 뚫리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네요.

▲(434m봉 조망 1).
그렇게 비싸게 굴던 머리봉은 구름과 여유작작 놀고 있고.

▲(434m봉 조망 2). 어느 누가 짐작할 수 있으랴.
저 무심한 용추계곡의 끄트머리에,
계룡산의 핵인 숫용추를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434m봉 조망 3).
신원사 계곡과 연애골 물을 가두는 양화저수지도 보입니다.

▲능선 나뭇가지들 사이로 파고들었던 구름이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아직도 떠나지 않고 있네요.

▲(큰서문다리재). 일명 용천재.
좌측은 상도리 마애불 방향. 우측은 용추계곡 방향.
흔히 금남정맥 하면서 들•날머리로 이용하는 곳이죠.

▲직진해서,
금남정맥 마루금에서 좀 더 부대낄 예정입니다.

▲(446m봉). 오늘 산행 마지막 봉우리.
금남정맥과 작별하고 좌틀, 신원사주차장으로 향합니다.

▲예상외로 하산길이 탄탄하네요.
손에는 스틱, 귀에는 바람소리를 걸쳤던 능선길을 벗어나,
손에는 스마트폰,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설쳐대는 현실로 향합니다.

▲능선길 우측, 이끼 낀 바위전망대가 나타났네요.

▲저 아래,
계룡산의 자궁처럼 아늑하게 자리잡은 곳은 보광암.

▲능선길 좌측, 폼나는 전망대가 두 눈을 황홀하게 합니다.

▲(하산길 조망 1).
웅숭한 신원사계곡이 구름모자를 쓰고 마지막 포즈를 취해줍니다.

▲(하산길 조망 2).
계룡산이 다감한 산인지라, 막판에 보여줄 건 다 보여주네요.

▲(하산길 조망 3).
걸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능선의 아름다움이,
떨어져서 바라보니 더 멋지고 새롭게 다가옵니다.

▲(하산길 조망 4). ‘내가 저 능선을 걸어왔단 말이지’.
자신의 머리를 쓰담쓰담하면서 기분좋게 걸음을 옮깁니다.

▲신원사 입구 바로 옆길인데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별천지 같은 곳이 펼쳐지네요.

▲(별당마루길 35). 불이암의 주소.
다행히, 운치있는 사립문이 잠겨있지 않아 조용히 빠져나왔지요.

▲산을 빠져나오면서 다시 한번 깨달았지요.
산행은 ‘멀어져야만 얻게 되는 자유’를 실천하는 행위라는 걸.

▲(신원사 주차장).
오늘 산행은 천천히 걸으면서 찬찬히 산을 음미한 시간이었네요.
‘여우와 신포도’식 정신승리가 아니라, 실제 달콤한 포도였답니다.

▲한 시간 정도 버스를 기다리면서,
수퍼 앞에서 한잔했던 계룡막걸리 맛이 일품이었지요.
산행으로 인한 몸의 피로는 풀고,
마음의 풍요로움은 단도리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답니다.
Ⅴ. 산행 기록

Ⅵ. ( Epilogue )
산길은, 세상이라는 큰 학교의 강의실입니다.
3차방정식처럼 난해한 표정의 능선 위에서
맥락없는 생각과 낙차 큰 감정들이 뒤섞였네요.
이름이 뭐든, 모양이 어떻든, 본질은 산사랑.
금줄 그인 능선을 사랑과 원망을 섞어 보다가
원망이 사라지고 사랑만 남을 때를 기다렸지요.
난 오늘, 완전 사로잡혔고, 완전 미쳤었네요.
계룡산 시리즈가 막판 스테이지로 접어들면서,
능선에 뿌린 땀방울이 나의 눈물로 치환되고,
그 눈물이 그리움으로 변해 산처럼 쌓여갔지요.
어쩔 도리가 없어 수많은 산들을 떠올렸더니,
마음속에 솥뚜껑만 한 보름달이 둥 떠오릅니다.
== 읽어 주신 귀한 당신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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