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금 산행/자개지맥

자개지맥 3구간《삽재~약수봉~명학봉~갓근이재~합수점》

범산1 2024. 1. 18. 11:34

무섬 외나무다리에서 마루금의 의미를 깨달았다네.

 

▲내성천과 서천의 합수점 일몰 풍경.

 

Ⅰ. ( Prologue )

 

오늘은 무명봉들의 도토리 키재기 잔치판입니다.

그래서 땀방울 농도에다 산행 초점을 맞추렵니다.

 

끝이 좋으면 과정이 용서되는 게 세상일이지요.

그 맥락으로 합수점을 향해 무던히 걸어가렵니다.

 

발등에 쌓인 피로도 합수점 앞에 서면 사라지듯,

어떤 악몽도 잠을 깨면 다 사라져버릴 꿈이겠지요.

 

오늘 산행의 덤은 무섬마을의 겨울낭만입니다.

무섬으로 인해 우리 앞길이 밝아졌으면 좋겠습니다.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1월 7일 (일요일).

 

2. 누구랑 : 산파고파 산행클럽 여러분 (존칭 생략, 가나다순).

                 《범산, 신샘, 어처구니님 주산자, 진달래, 희망봉》

 

3. 어디를 : 자개(서천)지맥 셋째 마디

   《삽재~약수봉~ 흑석고개~명학봉~양갈배기~(종릉고개)~갓근이재~합수점》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발자취 및 느낌표 버무리기

▲(삽재). 영주시와 봉화군이 합쳐지는 경계지점.

합할 合자에 고개 峴자를 써서 ‘합재(합현)’라 불렀다는데,

세월 흐르면서 변형되어 지금의 ‘삽재’가 되었다고 합니다.

 

▲합재가 사람들 입을 수없이 거쳐 삽재가 되었듯이,

우연이 겹치면 필연일 공산이 매우 농후하게 됩니다.

이 출발점의 우연이 멋진 필연으로 이어지면 좋겠네요.

 

▲청룡의 해 갑진년, 새해 첫 산행입니다.

구도자의 절실함으로 산줄기를 한걸음씩 밟아나가렵니다.

 

▲본격적으로 산속으로 들어가면서 주문합니다.

새해엔 누가 내게 보약 같은 회초리 좀 들어주었으면.

 

▲첫걸음부터 산자락이 까칠한 회초리를 드네요.

산길이 거칠수록 내게 새겨지는 산의 지문은 선명해집니다.

 

▲가시덤불과의 한바탕 샅바 싸움을 치른 후

애닉스라는 사료공장 마당으로 내려섰습니다.

 

▲누구나 맘속에 난 길이 하나쯤은 있을 겁니다.

그 길 중 하나를 찾았고, 산길이 나를 붙들어 주었습니다.

 

▲慧園공원묘지.

혹 미인도로 유명한 慧園 신윤복의 후손들일까?

 

▲창고 뒤편으로 길을 이어갑니다.

 

▲하루하루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갑니다.

그러나, 달력의 첫 장을 넘기는 마음이 늘 새롭듯이,

첫걸음, 특히 새해 첫걸음의 느낌은 특별함이 있습니다.

 

▲토목공사가 진행중인 곳을 통과합니다.

오늘 걷는 이 걸음들이 늘〔오늘-오=늘〕,

더 높은 곳으로 데려다주는 걸음이기를 소망합니다.

 

▲마루금은 인삼밭 가장자리를 연결하는 지형인데,

그런데 그곳이 빽빽한 철망과 가시덤불로 막혀 있습니다.

때론 길이 삶이라는 강줄기를 바꿀 수 있음을 수긍합니다.

 

▲(솔고개). 우회하는 도로를 통해 마루금을 이어갑니다.

 

▲사고로 인해 뵙지 못하던 희망봉님이 시험 산행하는 날이라,

걸음걸음 옮길 때마다 왕느낌표가 살아나 가슴이 촉촉이 차오릅니다.

 

▲경운기는 계속 달리고 싶다?

 

▲일상에 몰입할 땐 태평양만큼이나 간극이 느껴지던 산도,

능선을 걸으면서 산과 밀착되면 간극 제로의 동일체가 됩니다.

 

▲(약수봉 고스락 풍경).

 

▲돗밤실 둘레길의 아름다움이 가슴에 불을 지르네요.

걸음걸음마다 꿈틀대고 있던 정겨움이 와락 달려듭니다.

 

▲(돗밤실 출렁다리 풍경 1).

‘돗밤실’이라는 지명은 '돼지의 밥인 꿀밤나무가 많은 동네'라는 뜻이랍니다.

 

▲(돗밤실 출렁다리 풍경 2).

이쪽과 저쪽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어주는 도구가 '다리'겠죠.

그게 출렁다리라면 사람의 감성을 울리는 효과가 더 크겠고,

그게 외나무다리라면 어릴 적 아련한 추억을 가뿐히 소환해 주겠지요.

 

▲(돗밤실 출렁다리 풍경 3).

출렁다리 아래에서 흑석쉼터가 유혹하고 있습니다.

 

▲(돗밤실 출렁다리 풍경 4).

출렁다리를 건너와서 반추하듯 되돌아봅니다.

 

▲(흑석사 갈림지점).

 

돗밤실 둘레길은 영주시 이산면의 명품 둘레길.

약5.6km의 원점회귀 코스로 소나무가 주종을 이룹니다.

이산면사무소~망월봉~약수봉~흑석사~제비봉~명학봉~묘봉~이산면파출소.

 

▲(돗밤실 둘레길 개념도).

 

▲(송천교 출렁다리 1). 둘레길 곳곳에 정성이 듬뿍 담겨 있네요.

 

▲(송천교 출렁다리 2).

이름값 한다고, 다리가 제대로 출렁대며 마음을 흔들어 댑니다.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명품 산길입니다.

우연과 우연이 겹쳐서 필연이 되기도 하고,

기적이라고 불릴 만한 큰 행운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이산과 저산을 이어주는 두 개의 출렁다리를 건너고,

돗밤실둘레길과 무섬마음을 이어주는 마루금을 걷노라면,

산과 사람이 하나되는 山我一如, 필연의 기적이 일어납니다.

 

▲(명학봉 풍경 1).

여기서 둘레길과 지맥길은 아쉬운 이별을 고합니다.

 

▲(명학봉 풍경 2). 돌을 물어 나르는 학?

둘레길이 스토리텔링을 덧칠해 산길에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죽음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듯 만물도 평등한 것 같습니다.

배움에도 사람이나 동물의 귀천이 없음을 명학봉이 알려줍니다.

 

▲네 갈래로 갈리는 지점이지만 길 찾는데 어려움은 없습니다.

삶엔 시범경기도 노카운트도 없기에 인생알바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겠죠.

 

▲도토리 키재기하는 낮은 산줄기 구간이다 보니,

여유롭게, 찬찬히, 산을 음미하면서 푹 빠져 걸어가게 되네요.

 

▲자연의 모양새 하나, 변화 한 꼭지도 중시하는 명수들이 있지요.

마루금 가까이 외진 곳에 터 잡고 사는 사람들 마음이 그렇지 않을까요.

 

▲왼쪽 가까이, 박봉산이 빼어난 하늘금을 긋고 있습니다.

 

▲(배해삼거리 풍경 1).

시내버스 승강장 등, 잠시 사람세상 내음을 호흡합니다.

 

▲(배해삼거리 풍경 2).

잠깐 현실로 변했던 시간을 다시 산세상으로 돌립니다.

 

▲(배해삼거리 풍경 3).

메일을 열고 로그인하는 설렘으로 산자락으로 들어섭니다.

 

▲물색없이 눈 앞에 펼쳐지는 마루금을 읽어나갑니다.

산줄기와 물줄기를 기준 잣대로 삼아 걸음을 길라잡습니다.

 

▲문수지맥의 대표격인 학가산이 명함을 내밀고 있습니다.

 

▲뭐라도 다 받아들일 것 같은 때, 지금이 그렇습니다.

지금은 머릿속에 ‘왜’가 사라지고 ‘그냥’만 존재하는 때입니다.

산이라는 최애 세상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순간입니다.

 

▲가로등과 네온사인과 차량불빛들이 무시로 쳐들어오는,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한적함을 산속에서나마 느끼고 싶습니다.

 

▲자연의 온 시선에, 온몸이 난자당하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열 받아서가 아니라 너무 자유로운 해방구여서 절로 뚜껑이 열립니다.

 

▲길 방향은 바뀌고, 바람은 찬 기운을 머금고 불어댑니다.

 

▲직관의 풍향계는 한결 같은 방향으로 돌고 있습니다.

열심히 걷는 것, 이 순간엔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지요.

 

▲(272m봉).

이름 없는 봉우리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허망한 위로겠지만, 그럼으로써 저도 위로를 받고 싶습니다.

 

▲앞에 펼쳐진 산길이 명품길임은 분명합니다.

산길 양켠의 야생성으로 보나, 굽이치는 곡선의 유연성으로 보나.

 

▲오늘 학가산은, 어디에서 어떤 각도로 보아도 엄지척입니다.

 

▲대간이 죽령을 중심축 삼아 좌우로 날개를 펼쳤네요.

좌측 도솔봉, 우측 소백산 연봉이 뿌듯함을 선물합니다.

 

▲세상의 궁금증은 다 묻어두고, 그저 그냥 산길을 걸어갑니다.

생각 열어놓고, 마음 내려놓고, 발길이 이끄는 대로 걸어갑니다.

 

▲선우에너지(주) 표지석은 산행기마다 나오는 단골메뉴.

잘 생긴 돌덩어리에서 에너지를 얻고 힘을 내어 걸어갑니다.

 

▲선우에너지(주)는 태양광 발전시설 업체인가 봅니다.

길 우측에 엄청난 규모의 태양광 시설이 포진해 있네요.

 

▲어떤 상황이든, 이면의 감정을 제거하면 본질만 남는 법.

능선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면,

걸어가야 할 그림이 그려지고 몸의 상태를 재점검하게 됩니다.

 

▲5번국도로 내려서는 산길 우측에 있는 시설물.

용도는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정표 역할로 제격입니다.

 

▲도로의 형세에 눈을 맞추고 앞길을 탐색합니다.

현 위치(간운로)에서 문수교차로까지 약600m 거리.

왼쪽 5번국도 교통량이 많지 않아 횡단하기로 결정합니다.

 

▲전후좌우 충분히 살펴보고 재빠르게 건너갑니다.

누군가 물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자주 있습니까?

저의 대답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나옵니다. 땡.

 

▲도로를 건너와서 횡단한 도로를 돌아봅니다.

볼 일을 보기 전과 볼 일 본 후의 마음은 다른 법이죠.

 

▲무단횡단으로 인해, 밀쳐졌던 생각을 끝어내었습니다.

너무 여유를 부리면 제 시간에 합수점에 도달할 수 없다고.

 

▲산행은 자신의 살아온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자신을 용서할 수 있게 마음을 비우는 과정이기도 하지요.

 

▲송전탑 아래에선 기이한 고요가 덮쳐옵니다.

리셋 단추를 누르듯 재빨리 그 아래를 통과합니다.

 

▲여름철의 야생이 잠시 잠들어있는 풍경, 위장 평화일까요.

 

▲합수점, 이렇게 지향점만 써놓고 고민합니다.

텅 빈 공간에 산자분수령의 원리만 커서처럼 깜박거립니다.

 

▲산은 어둠 속을 헤매는 사람에게,

삶에 대한 나침반이 되어 길을 밝혀 줍니다.

 

▲갈림지점(인동장씨지묘)에서 고민은 잠깐만 하고,

온전히 함수점으로 향하는 좌측 방향으로 기수를 틉니다.

 

▲(합수점 근처의 지형 개념도).

 

▲처음 걸어가는 마루금길은

늘 생생한 기운을 삶 한복판에 뿌려줍니다.

 

▲뱃심, 성심, 진심으로 오늘까지 산을 대해 왔습니다.

산에서 비로소 ‘나’다와지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까요.

 

▲(305.4m봉). 헛돌이 주의지점(직진 no, 우틀 ok).

 

▲여기선 눈 씻고도 눈 구경을 못하겠는데,

눈을 이고있는 소백산을 바라보니,  부러움만 남네요.

 

▲산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지요.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절대로 산과 하나가 될 수 없지요.

 

▲(갓근이재).

 

▲우측의 310.4m봉은 패스.

 

▲배움 비슷한 호기심으로 무장하고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마른 가지를 흔드는 겨울바람 소리가 메아리로 들립니다.

 

▲언제나 그렇듯 외진 산길의 매력은

나 자신을 지워주고 고립시킨다는 것이죠.

 

▲산에선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미안합니다’라는 말이 더 어울립니다.

왜냐하면, 산에서 말끔하게 비워지는 행복을 나만 만끽하는 것 같아서.

 

▲산 오르는 모습이 하늘 오르는 모습으로 비칩니다.

오후의 햇살이 푸른 하늘 도화지에 곱게 채색되고 있습니다.

 

▲설풋해진 오후 햇살이 연하게 풀린 먹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둥글게 난 희미한 길을 따라 원을 그리며 걸어갑니다.

통화 끝난 뒤에도 소리가 들려오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간절함이 묻어납니다.

 

▲깔끔하게 단장된 묘지군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일상과 산이라는 테마가 삶과 죽음이라는 궤적과 비견됨을 깨닫게 됩니다.

 

▲다듬어진 묘지군 옆에 서서 멀리 학가산을 바라봅니다.

 

▲학가산을 당겨보니, 산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학가산이 넌지시 철학적 질문을, 아니 답을 주는 것 같습니다.

죽음은 누군가에겐 끝이지만 남은 이에겐 부재를 견디는 과정이라고.

 

▲태양광시설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지역이네요.

 

▲(돌아보기). 자연과 인공의 적절한 조화를 꿈꿉니다.

지금은 차이와 다름을 강조하는 다양성의 시대지요.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 인식하는 디지털 이주민은 되지 말아야겠지요.

 

▲마루금 길섶에는 땀내가 세월의 때처럼 조금씩 축적돼 갑니다.

 

▲마루금에 고분 같은 대형 묘지들이 자주 보입니다.

답변을 들으면서 다음 질문을 동시에 생각하는 기자 머릿속처럼,

산줄기를 걸으면서도 늘 짝꿍인 물줄기를 궁금해하는 마음이 됩니다.

 

▲중앙선 철로 밑 철책 따라 우회하며 마루금을 이어갑니다.

그 길이 꽤 까칠하여 가슴이 미어지도록 의욕을 불태웠지요.

 

▲철로 아래를 ㄷ자로 건너와서 철교를 바라봅니다.

불만을 누르고 생각을 가다듬는 자세로 변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설풋한 햇살과 나풀대는 억새꽃이 혼연일체가 되어,

합수점으로 향하는 뚝방길을 환상로드로 만들고 있습니다.

 

▲하루 동안 내뿜은 발걸음들 잔해를 무섬교 밑으로 통과시킵니다.

 

▲빵 터질 줄 알았던 가슴은 오히려 얼어붙었습니다.

합수점 앞에만 서면 늘 상습적으로 끼어드는 덤덤함입니다.

 

나, 내성천과 합쳐도 돼?  우측 물길 서천이 물어오네요.

후후, 내가 뭐라고, 의견까지 묻고 그래. 불륜도 아니면서.

 

▲좌측 물길, 몸집을 불린 내성천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고,

 

▲우측 물길, 30여km를 달려온 서천은 짐짓 태연한 척 하네요.

 

▲서천군이 고향인 산우님이 고향 생각을 하며,

합수점 물에 하루 동안의 피로를 풀고 계십니다.

 

▲허전거리는 걸음을 멈추고, 합수점 앞에 오도카니 섰습니다.

넘쳐흐르는 벌거벗은 강물 위로 막판 햇살이 쏟아지고 있네요.

이 장엄한 자연 앞에서 결국 어쩌지 못하고 산꾼은 허물어집니다.

 

▲합수점에서 무섬교 다리 하나만 건너면 만나는 곳,

무섬마을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뜻하는 ‘水島里’의 순우리말.

 

▲선달산에서 발원한 내성천이 서천과 합쳐서,

태극 모양으로 돌아나가며 독특한 물돌이 지형을 이룹니다.

 

▲겨울바람에 꽁꽁 얼어붙은 가슴을 무엇으로 녹여볼까.

술이라도 들어가면 나을까 생각하다가 도리질을 했지요.

손톱만큼 남은 열정을 술로 날려버리긴 넘 아깝지 않을까요.

 

▲겨울낭만을 택했습니다.

외나무다리를 통해 육지 속 섬을 탈출하는 퍼포먼스!

 

▲150m 남짓한 외나무다리 위로 찬 겨울바람이 스쳐갔구요.

 

▲살다보면,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게 차가운 겨울바람뿐이겠습니까?

 

▲외나무다리는 마치 과거로 통하는 다리 같았습니다.

어린 시절, 돌다리를 건너가던 고향의 추억이 가로막았네요.

 

▲강물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외나무다리를 건너면서,

산줄기의 높은 곳만 이어가는 마루금과의 공통점을 발견했네요.

그 발견 하나만으로도 오늘 산행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Ⅴ. 산행 기록

 

Ⅵ. ( Epilogue )

 

오르는 내내, 귀벌레처럼 맴돌았던 단어 하나.

안에서 통통 튀다가 종주먹처럼 불쑥 솟았는데,

그건 바로 ‘잇다’는 의미의 함축어 ‘다리’였지요.

오르면서, 온몸은 ‘인간 센서등’으로 변해갔고

산과 산을 잇는 마루금이 오감을 열어주었네요.

 

마루금 끝자락에 육지 속의 섬 무섬이 있었고

거기 상징처럼 놓여진 외나무다리가 있었습니다.

흔히 원수는 외나무다리서 만난다고들 하지만

오늘 만난 건 찬바람과 정감어린 옛추억이었고,

덤으로, 마루금과 다리의 공통점 발견이었습니다.

 

산이 있어 행복하고, 읽어주셔서 또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