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금 산행/화왕지맥

화왕지맥 2구간 (배바위~비들재~구현산~석대산~등산~창령고개)

범산1 2024. 1. 24. 07:09

겨울능선에서 봄에 뿌릴 씨앗을 생각했네.

 

▲배바위~비들재 능선에 피어난 생명의 신비.

 

Ⅰ. ( Prologue )

 

빠르게 삭제되는 시간을 붙들어 매는 방편으로

겨울 한복판에서 봄에 뿌릴 씨앗을 생각합니다.

 

씨앗을 뿌리는 맘으로 오늘도 산으로 향합니다.

씨앗이 내뿜는 생명력이 우리을 감싸면 좋겠네요.

 

‘다시’라는 봄의 속성을 마음 깊이 새기다 보면

산과 삶에 대한 공감의 대문이 활짝 열리겠지요.

 

구현산에게 끝없이 말을 걸며 올라보겠습니다.

석대산은 현장감식하듯, 일일이 훑어봐야겠구요.

燈山을 등산하며, 마음의 등불도 밝혀보렵니다.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1월 21일 (일요일).

 

2. 누구랑 : 산파고파 산행클럽 여러분과 함께.

 

3. 어디를 : 《화왕지맥 둘째 마디》

    (도성암~배바위~비들재~구현산~석대산~남통고개~돌고개~등산~창령고개).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발자취 및 느낌표 버무리기

▲출발점에 섰습니다. 여기는 화왕산 도성암 입구.

자하곡 1등산로(맨 우측), 자하곡 2등산로(중간), 자하곡 3등산로(좌측).

등산로가 세 갈래로 갈리는 지점이라 입맛대로 길을 골라잡을 수 있지만,

우리는 화왕지맥 마루금(화왕산성 서문)에 닿기 위해 중간 길을 택합니다.

미련스럽지만 듬직한 벅수의 배웅을 받으면서, 오늘의 산행을 시작합니다.

 

▲소소원이라. 산장일까 찻집일까 카페일까.

퇴계 선생의 ‘晩步’에 나오는 시구절(蕭蕭原野冷)을 떠올려봅니다.

쓸쓸함과 차가움이 지금 이곳 산길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네요.

 

▲간밤에 내린 겨울비로 인해 산자락은 상큼하면서도 차분함이 가득합니다.

 

▲산길을 걷다보면 어느 순간, 세상이, 훅, 사라지곤 합니다.

산에 취해서 자신을 잊고 그저 산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지요.

 

▲올라온 길 돌아보면서 내려다 보면,

두고온 일상이 무덤덤함으로 남아있습니다.

 

▲산길이 하얀 표정을 짓고 있네요.

환영과 채찍의 의미를 버무려서 던지는 산의 메시지겠지요.

 

▲고래바위의 숨구멍과 부부소나무라,

화왕산이 엮어내는 스토리텔링이 미소를 머금게 하네요.

 

▲성문이 활찍 열려 있습니다.

화왕산성 서문을 통해 마루금이라는 멋진 세상에 접속합니다.

 

▲산성의 안과 밖, 걸음의 앞과 뒤가 맞물리는 산행!

생각했던 것과 직관적인 것이 조화를 이루는 산행이면 좋겠습니다.

 

▲윙윙대는 겨울바람을 피해 산성 모퉁이에 쪼그려 앉았네요.

펼쳐질 산줄기를 생각하면서 따뜻한 모주로 몸을 뎁히는 중입니다.

 

▲V자로 품을 벌리고 있는 자하곡 계곡을 내려다봅니다.

넓은 품 안에 스며있는 기운과 역사를 통째로 꺼내 보고 싶네요.

 

▲올라야 할 배바위 방향의 멋진 뷰를 미리 스케치합니다.

정황에 기댄 억측이 아닌 개연성 있는 스토리가 흐를 것 같은 예감.

 

▲예열은 끝났고 이제 남은 것은 자연스러운 몰입뿐입니다.

 

▲찬바람이 흰눈을 쓸면서 산성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눈 앞의 풍경 자체가 감정의 증폭제로 작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눈의 질퍽한 질감으로 인해 걸음은 늘어지기만 합니다.

복덩이여야 할 눈덩이가 아이젠에 찰거머리처럼 엉겨붙네요.

 

▲(배바위 풍경 1).

‘배바위 설화‘라는 안내판이 눈에 딱 걸렸습니다.

 

▲(배바위 풍경 2).

‘물난리’는 오래된, 믿거나말거나의 전형적 이야기 같고,

‘곽재우 세숫대야’는 급조된,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 같은 느낌.

 

▲(배바위 풍경 3).

삶의 매 순간에 몰입하여 감정적 항상성을 유지하고 싶구요.

흰눈을 이고 있는 저 바위덩이처럼, 변함없는 모습이고 싶습니다.

 

▲(배바위 풍경 4).

궂은 날씨 속에서도, '비 온 후 말갛게 갠 하늘' 같은 느낌을 추구합니다.

 

▲(곰바우).

 

▲소방무선중계탑과 산불감시초소가 길을 안내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야는 열리지 않았고, 여전히 기다림은 계속되었네요.

 

▲해맑은 시간은 언제쯤 도래할까?

그저 대답없는 질문만 산자락에 던지고 있었습니다.

 

▲삭풍이 우리들 뒷덜미를 베고 지나갔지만,

시린 한기를 밖으로 밀어내면서 열심히 올랐지요.

추위와 아픔은 같은 맥락 안에 위치하는 말인가 봅니다.

 

▲조물주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풍경이네요.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의 생명력이 경이롭네요.

 

▲살아 움직이는 구름호수에 넋을 빼앗겼습니다.

구경꾼이나 행인1의 자격으로 이 멋진 풍경을 바라봅니다.

 

▲만물상의 진풍경을 눈요기하였더니,

갇혀있던 답답함이 분해되어 흩어져 버립니다.

 

▲눈을 가리고 있던 무의식의 막이 한 순간에 찢겨나갔네요.

지금이, 바로 어떤 세계를 풍경으로 이해하는 섬광 같은 순간임을 깨달았네요.

 

▲(722.9m봉)

 

▲꿈결같이 멋진 산길을 걸어가니 걸음이 가벼워집니다.

마음속에서 센서등이 작동하여 환한 빛이 쏟아져내립니다.

 

▲조망바위를 만나서 마음이 부자가 됩니다.

커튼콜에 불려나온 배우처럼, 마음이 환해집니다.

 

▲(비들재 직전 전망대 조망1).

멋진 풍경 앞에서 안에서 일어나는 광란을 수습지 못하겠네요.

오랫동안 산을 대했는데도 멋짐에 대한 항체는 생기지 않은 모양입니다.

 

▲(비들재 직전 전망대 조망2).

산이라는 종교의 광신도로 길러진 눈에는,

산에 어리는 모든 풍광이 아름다움으로 채색됩니다.

 

▲(비들재 직전 전망대 조망3).

열왕(청도)지맥의 적자로 대접받는 영취산은 높은 영취산(739m).

영취산은 산줄기의 이름을 영축지맥에게 빼앗겼는데,

그 영향으로 열왕산이 어부지리로 산줄기 이름을 꿰찬 꼴이 되었네요.

 

▲"추우니까 쉬었다가라 말은 못하겠네. 그저 한숨 돌리고 가게나."

X자 무늬를 박은 헬리포트가 취재하듯이 직선적으로 위로를 건넵니다.

 

▲비들재로 향하는 하산 길목.

산자락이 아껴두었던 멋진 풍경을 툭 던져줍니다.

마음속에 드리웠던 커튼이 출렁거리는 게 느껴집니다.

 

▲저 뾰족한 송곳봉은 어디일까요.

비들재로 내려섰다가 치고올라야 할 구현산이네요.

 

▲내 마음을 묻어두고 가고픈 산길입니다.

머릿속 녹화버튼을 눌러 오래도록 간직하고픈 산길입니다.

 

▲배바위가 항공모함이라면 이 바위는 요트급은 될까나.

 

▲(비들재 풍경 1).

전국 곳곳에 비둘기재라는 지명이 꽤 회자됩니다.

비들재는 비둘기재의 줄임말 또는 상위 버전 쯤 될까요.

 

▲(비들재 풍경 2).

옥천리와 창녕읍내를 직통으로 연결하는 길목이 비들재입니다.

선무당 눈에,  옥천저수지와 관룡사를 품은 옥천리는 길지로 보입니다.

 

▲(비들재 풍경 3).

산우님처럼 바로 치고 오를 수도 있지만,

좌측으로 조금만 우회하면 계단길이 나타납니다.

 

▲(비들재 풍경 4).

수직으로 오르는 길, 우회해서 완만하게 오르는 길.

따지고 보면 별반 시간상 차이가 없는 똑같은 길입니다.

삶과 죽음은 지척간,이라는 진실이 옆구리로 훅 들어옵니다.

 

▲마른침을 삼키며 구현산을 향해 아득바득 오릅니다.

가슴속에 거치적거리는 생각들이 낙엽처럼 흩어지고 있습니다.

 

▲대자연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오르니 오히려 힘이 솟구칩니다.

 

▲갈래길에서 직선루트로 길을 잡았더니 암릉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엎치락뒤치락 하는, 산자락과 구름의 유희에 푹 빠져 있습니다.

 

▲(구현산 고스락 풍경 1). 돌아앉은 저 분은? 구현산 표지석 뒷모습이네요.

 

▲(구현산 고스락 풍경 2).

22년도 산행기에선 표지목이더니 23년도부턴 표지석으로 변신했네요.

결국 이 글은 산행기의 외피를 썼지만, 본질은 산모습의 변천기록입니다.

 

▲석대산 능선이 어서 오라 손짓합니다.

 

▲아무래도 세월은 산을 편애하는 모양입니다.

몇 년이 지나 다시 찾아도 산은 변함없이 젊은 모습인데,

다시 찾은 사람의 모습만 변해 있기 십상이니 말입니다.

젊을 때와 지금의 상태를 비디오 판독이라도 받는 기분이 됩니다.

 

▲(석대산 고스락 풍경 1).

포털 검색창에 석대산을 키워드로 넣어봤더니,

평안도에 여러 지명이 뜨고 산청 석대산과 창녕 석대산이 뜨네요.

 

▲(석대산 고스락 풍경 2).

뻥 뚫린 석대산 고스락이 두 눈을 시원하게 열어줍니다.

 

▲(석대산 고스락 조망 1).

구룡산, 관룡산, 구현산. 이미 기억창고의 보물이 된 산들이네요.

 

▲(석대산 고스락 조망 2).

용선대에 올라, 돌부처의 눈높이에서 아래를 굽어보면 어떤 기분일까요.

 

▲(석대산 고스락 조망 3).

좌측 영취산(739m)이 열왕산에게 이름을 빼앗긴 봉입니다.

 

▲(석대산 고스락 조망 4).

당겼더니, 옥천저수지 옆의 삼성암이 잡힙니다.

 

▲(석대산 고스락 조망 5).

500.8m봉 뒤편으로 내려갈 산길을 그려봅니다.

뱃속을 간질이던 새털 같은 웃음소리가 마구 들려옵니다.

 

▲이제부터 산길의 주흐름은 내리막이라는 사실.

그게 빡빡하던 마음공간에 여유를 선물해 줍니다.

 

▲(석대산 내림길 조망 1).

좌우 빨간 원 안에 잡히는 주요 포스트는,

500.8m봉의 조망바위, 남통고개 지난 지점의 골프연습장.

 

▲(석대산 내림길 조망 2).

모양새가 쌍가마 형상이라는 쌍교산이 독보적이네요.

 

▲들썩이는 머릿속도 다스릴 겸, 시간도 죽일 겸 겸사겸사.

산길을 걷는 일은 그렇게 시간을 잘 다스리는 매혹적인 일이죠.

 

▲(500.8m봉)

 

▲500.8m봉 기슭의 천길 벼랑 바위가 특급조망대를 만들었습니다.

 

▲(500.8m봉 전망대 조망1).

산은 멀리서 봐야 더 아름답다고, 석대산이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500.8m봉 전망대 조망2).

함박산이 고개를 내밉니다. 나도 여 있어.

 

▲(500.8m봉 전망대 조망3).

멀리 뿌옇게 꿈틀대는 산群은 무학산~여항산 라인.

 

▲저 잘 생긴 바위가 묻는 듯합니다. 산을 아십니까 라고.

‘도를 아십니까?’와 엇비슷한 느낌이어서 얼떨떨하기만 합니다.

 

저 잘 생긴 바위가 말하는 듯합니다. 세월을 견디는 중이라고.

 

▲(332.6m봉)

무명봉에 명찰을 달아주는 분들의 마음결이 궁금해집니다.

의식 밑바닥에서 꼬물거리는 선망이 꼬리를 물고 일어납니다.

 

▲빗물을 머금은 소나무 둥치들이 착시현상을 일으키네요.

산불에 탄 것처럼 검은 색깔인데, 실제는 건강한 소나무들입니다.

 

▲짧은 순간, 어떤 빛이 무심코 스쳐갔는데,

범산은 그것을 ‘유혹’으로 읽고 편한 길을 택했는데,

다 지난 후의 지금은, ‘어리석음’이라 결론을 내립니다.

 

▲마루금의 정석은 화살표 따라 진행하는 루트였는데,

범산의 발바닥은 점선을 따라 진행했네요. 후회막급입니다

 

▲깜부기불처럼 깜박이는 생각들(?)에 장단 맞추어 쉬운 길을 걸어갑니다.

 

▲5번국도 굴다리를 통과하고.

 

▲중부내륙고속도로 굴다리도 통과합니다.

 

▲이쯤에서 마루금과 재부킹이 되었네요.

머릿속 엔진에 전진 기어가 들어가는 느낌이 왔습니다.

 

▲한겨울의 낮시간은 재빠르게 흘러갑니다. 째깍째깍.

 

▲제이드 골프연습장 좌측으로 돌아오릅니다.

 

▲(돌아보기).

구현산~석대산의 혀 차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판단을 흐리는 가장 큰 방해꾼은 ‘게으름’이라는 병이지요.

‘게으름’이라는 놈이 산사람을 등산객으로 강등시키고 있습니다.

 

▲용케 피곤함의 거미줄을 피했다고 해도,

산꾼으로서의 양심의 거미줄은 통과할 수 없는 노릇이죠.

 

▲다시 산속으로 몸뚱이를 우겨넣고 산과 대화를 시작합니다.

산꾼이 산과 나누는 이야기는 최소한 '나무 위키' 이상은 되어야겠지요.

 

▲양심이 너덜너덜하게 뜯겨나간 기분이었지만,

발걸음을 박차고 오르면서 앞에 놓인 길만 생각합니다.

 

▲(148.2m봉)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연결하면서 발바닥으로 선을 그어갑니다.

 

▲무명봉들을 밟으면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걸 깨닫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이름 없는 것들의 소중함을 그리워하고 있었는지.

 

▲(들고개). 산사람의 영혼을 지배하는 절대자는 산이지요.

산 앞에서 기분이 ‘울컥’으로 물든다면 진정한 산꾼 아닐까요.

 

▲해거름이 되니까 바람이 목덜미를 베는 듯 한기가 더 깊어집니다.

 

▲(136.4m봉)

 

▲燈山을 찍으러 가는 길섶에는 야생이 살아있습니다.

답을 찾으러 가는 게 아니라, 고개를 끄덕이려고 가는 길입니다.

등산화 코에 답이 적혀 있는 것처럼, 코만 보며 열심히 오릅니다.

 

▲(燈山 고스락 풍경).

산이름이 등불과 관계있나 봅니다.  마음의 등불도 환히 밝히면 좋겠습니다.

 

▲어찌어찌하다가 마루금을 놓치고 쓰레기매립장 안으로 진입했네요.

 

▲사방이 높은 철망으로 막혀 있어서 막막했네요.

아덴만 여명작전을 방불케하는 지략이 필요했지요.

한 명의 낙오도 없이 전원 탈출에 성공해서 참 다행입니다.

 

▲(206.7m봉)

마지막 방해 없는 조망처가 기다리고 있었네요.

방해 없는 시간에 마지막 조망을 정리할 황금시간이었네요.

 

▲(206.7m봉 조망 1).

자신이 산사람이라는 최소한의 단서는 조망을 즐기는 것이리라.

산의 알맹이를 속속들이 즐겨야 살 수 있을 것 같아 숨구멍이 트입니다.

 

▲(206.7m봉 조망 2).

비슬산이 원거리에서 엄호하고 있는 구조가 마음에 듭니다.

 

▲(206.7m봉 조망 3).

지나온 화왕지맥을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 컷이네요.

 

▲(206.7m봉 조망 4).

열왕지맥에 대한 호기심이 한껏 달궈집니다.

 

▲(206.7m봉 조망 5). 종암산 또한 몹시 그리워지네요.

 

▲(206.7m봉 조망 6).

철학적 사유를 접목하여, 뿌리를 갖춘 산행을 하고 싶습니다.

 

▲(206.7m봉 조망 7).

산행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지만, 삶의 본질적 토대를 다지는 역할을 합니다.

 

▲(206.7m봉 조망 8).

딱히 이유가 있어 산에 가는 건 아닙니다. 다리가 저 알아서 데려갈 뿐이죠.

 

▲(206.7m봉 조망 9). 중앙 저 멀리 어디쯤, 우포늪이 누워있을 텐데.

 

▲겨울이라서 그런지 감나무 과수원이 황량하기만 합니다.

자신을 만물에 내어주는 봄의 씨앗을 생각하며 황량함을 털어냅니다.

 

▲산행 날머리가 다가오면, 수갑 없이 연행 당하는 기분이 됩니다.

배달 오토바이처럼 내달렸던 하루가 아쉬움으로 물드는 시간입니다.

 

▲하루간 산행의 멋진 판을 깰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산길에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며 걸어갑니다.

 

▲(창령고개).

저물어가는 시간이 이해를 넘어 무거운 공감으로 전해집니다.

이제는 산에서 나가야 할 시간이라고. 다음에 와서 마저 이어가자고.

 

Ⅴ. 산행 기록

 

Ⅵ. ( Epilogue )

 

젊을 땐 불만이 크고, 나이 들면 불안이 커지는 법.

연식이 쌓일수록 과거는 길어지고 미래는 짧아지지요.

 

걸음걸음 생각이 곁가지 치며 별처럼 뜨고 있습니다.

머리를 흔들어 깜박이는 잔상을 훌훌 털어버리렵니다.

 

산 앞에만 서면 낯선 세계로 통하는 창이 쫙 열리고,

무심코 넘겼던 게, 점점 의미를 갖고 들오기도 합니다.

 

깜박이도 켜지 않고 훅, 들어오는 게 산의 매력이라,

항상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無主空山을 갈망합니다.

 

산행기를 읽어주신 귀한 당신께 고마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