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재능선은 계룡산의 숨은 보물이었다. ▣
▲수정봉 쪽에서 바라본 구재 능선 풍경.
Ⅰ. ( Prologue )
자신을 산으로 내몰기 위해 최면을 걸었지요.
‘내 안에 있는 나’의 목청에 귀 기울여 보고,
산도 날 좋아하는 것 같다 설레발도 쳐봅니다.
산행 핑계거리를 찾는 방법도 가지가지입니다.
눈높이를 산높이에 맞추는 습관이 생겼답니다.
산이 주는 메시지는, 일상을 저만치 뛰어넘지요,
그건 말로 내뱉지 못했을 뿐, 듣고잡던 것이죠.
산행 후, 맘 모서리가 날강날강해지면 좋겠네요.
오늘은 상신계곡을 끼고 구재능선을 찾아갑니다.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6월 23일 (일요일).
2. 누구랑 : 범산 홀로 호젓하게.
3. 어디를 : 용암저수지~고청봉~꼬침봉~수월산~구재능선~수정봉~천정골.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흔적 및 느낌표 버무리기
▲새벽녘까지 추적이는 빗소리를 들으며,
누군가의 유혹에 넘어갈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결국 그 ‘누군가’는 계룡산으로 낙점이 되었답니다.
‘상·하신리를 옆에 끼고 올라 구재능선을 훑는 코스’를 그리면서,
현충원역에서 공암행 공주 시내버스(300번)를 1시간이나 기다렸네요.
불만거리 하나: 대전과 공주의 시내버스가 환승이 안 된다는 사실.
▲산행은 1번 국도 가랑이를 통과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지요.
▲용암저수지는 고청봉 오름길의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첫걸음부터 국공 표지판이 태클을 걸어옵니다.
다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산의 주인은 산사람이련만.
▲비는 내리지도 않는데 옷은 흠뻑 젖어버렸네요.
나뭇잎에 얹혀있는 빗방울들이 물폭탄을 퍼부어댔지요.
▲어느 산, 어느 코스를 수십 번 올라도,
오를 때마다 호기심이 산행의 입맛을 돋게 합니다.
꽉 막힌 자리에 산불초소를 설치한 분들의 마음은 무엇일까요.
▲(고청봉 고스락 풍경 1).
조선 선조 때 사람, 孤靑 徐起라는 분과 관련있는 산이네요.
공주에서 후학을 가르치다가 이 산자락에 묻혔다 하지요.
▲(고청봉 고스락 풍경 2).
산자락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조망이 필요한 법이지요.
하늘에 별이 빛나기 위해서는 꼭 어둠이 필요한 것처럼.
▲(고청봉 고스락 조망 1).
장군봉 능선이 찌푸린 하늘을 배경으로 근육질을 자랑합니다.
▲(고청봉 고스락 조망 2).
가마봉~꼬침봉 능선은 흐린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신리와 봉곡리 사이를 가르며 힘있게 꿈틀대고 있습니다.
▲(고청봉 고스락 조망 3).
봉곡리를 가운데 품고, 한바퀴 돌아드는 코스가 일품이지요.
반포초교~고청봉~꼬침봉~수월봉~달걀봉~국사봉~며느리봉~반포초교.
▲지도를 보지 않고 시각상으로만 판단할 때는,
고청봉에서 꼬침봉으로 바로 연결되는 듯이 보입니다.
그래서 계곡으로 내려꽂다가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현재위치).
고청봉에서 능선 따라 유순하게 직진하면 도달하는 안부지점.
▲꼬침봉을 향해서 능선을 따라갑니다.
하신리를 왼쪽 옆구리에 끼고 다정하게 오르는 산길입니다.
▲산 앞에만 서면 발가벗는 심정이 됩니다.
답답한 일상을 풀어놓고 하소연하고픈 심정이 되곤 하지요.
▲바락바락 땀을 쏟으면서 오르다 보면,
산은 시원한 바람을 일으켜서 답답함을 씻어주기도 합니다.
▲고갯마루에는 넘나들던 옛사람들 체취가 배어 있겠지요.
산을 매개로 오늘의 체취를 섞는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렵니다.
▲무덤가를 스칠 때마다 ‘지금, 현재’의 중요성을 각인합니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집중해야 할 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겠기에.
현재를 붙잡고 과거에 연연 않고 앞을 설계하는 사람이고 싶은 거지요.
▲계단을 덮고있는 낙엽이 녹색 이파리와 묘한 대조를 이루네요.
겨울과 여름이 공존하는 유월이라, 계절도 융합의 시대인가 봅니다.
▲(가마봉 고스락 풍경 1).
어느 분이 이정목에 ‘가마봉’이라는 코팅지를 달았는데,
가마봉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고 하네요.
전설 속 여인의 정절 鍊鍛의 불가마가 어느 모퉁이에 있을까.
▲(가마봉 고스락 풍경 2).
장군봉 능선을 감상하기엔 최상의 전망대라 할 수 있겠네요.
▲(가마봉 고스락 풍경 3).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지구의 磁力이 몸속의 자력과 일치하는 것은 걷고 있을 때라고.
바위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그 실체를 테스트하는 중입니다.
▲(가마봉 고스락 풍경 4).
산을 대하는 마음을 언어로 다 표현해낼 순 없지만,
바라보는 시선에 따뜻함을 담아서 그 마음을 대신합니다.
▲(가마봉 조망 1).
용산구곡으로 일컬어지는 비경을 품고 있는 상신계곡입니다.
산이 끼워준 색안경이 아닌, 마음 속 심안으로 보듬어 봅니다.
▲(가마봉 조망 2).
무릇, 상신리는 전형적인 보림(保任)의 터라고 합니다.
어머니 뱃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아늑한 상신리가
그 아득한 경지를 이루는데 마땅한 터라는 의미이겠지요.
▲8,9부 산길을 돌아들면서 상신리를 굽어봅니다.
이 걸음이 허허로운 마음을 보듬어주는 온기로 다가오기를.
▲(꼬침봉 고스락 풍경).
꼬침봉, 이름이 특이한데, 뭐가 꼬친다는 뜻일까.
요즘 시체말로 ‘삘이 꽂힌다’는 뜻은 아닐 터인데.
▲잔잔한 능선길을 차분히 걸어갑니다.
걷는다는 원시적 행위는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분리하는 과정이죠.
▲쭉쭉빵빵 잘 자란 나무들이
직선의 올곧음을 머금고 환하게 가슴에 스며들었네요.
▲상신리와 봉곡리를 넘나들던 고갯마루에,
오늘은 가슴을 뚫어주는 바람이 넘나들고 있습니다.
그 깊이에 풍차라도 돌릴 듯한 시원함이 배어있습니다.
▲산신령님이 경작한 딸기가 곳곳에 널려 있어 출출함을 달래주었네요.
▲직감의 텔레파시가 조망의 명당임을 알려줍니다.
▲가슴을 훑어주고 마음밭에 거름을 주는, 상신리 제1의 조망터.
아, 이 시원함을 선물해 주려고 산은 그렇게 유혹의 손길을 뻗쳤던 걸까.
▲(현재위치). 오늘 산행코스 중 지금의 위치가 어디쯤일까,
삶의 여정에서 나는 지금 어느 지점을 통과하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내려다보는 상신리의 품세가 아득합니다.
그리도 산을 올랐는데도 여전히 산을 좇고 있으니,
범산을 품어주는 산세계도 그저 아득하기만 합니다.
▲상신리에 닿기 위해 사람들은 차를 몰고 올라오는데,
범산은 발품을 팔고 올라와 거기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ㅎㅎ.
▲오늘 더텨갈 구재능선이 구름에 잠겨 신비감을 부추기네요.
▲묘를 쓴 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부디 同氣感應의 음덕이 후손들에게 전달되기를.
▲꺾인 채 風葬의식을 치르고 있는 나무 모습,
산꾼의 눈에는 멋진 환영의 퍼포먼스로 보입니다.
▲산 고스락 부근에 형성된 분지, 불가사이의 땅.
우측에 펼쳐진 분지형태의 지형을 바라보는 소감은,
천 리가 자갈밭이라도 나그네 목을 축일 샘은 있는 법...
▲웅숭한 산자락에 수월암이 자리하고 있었네요.
멍멍이들은 밥값하느라고 열심히 짖어대고 있었고,
스님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봅니다. 사진은 왜 찍느냐며.
▲(수월산 고스락 풍경).
수월산에는 관리되지 않는 묘지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우거진 수풀은 삼각점을 꼭꼭 숨겨놓고 보여주질 않았네요.
▲본격적으로 구재능선, 그 황홀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긴가민가하다가 길을 제대로 찾았을 때,
온몸의 관능이 간지러워 견딜 수 없게 되곤 합니다.
정곡을 찔렸을 때, 부끄러움의 뒤틀린 표현 형식일까요.
▲(현재위치).
조망은 전혀 없었지만 머릿속은 티없이 맑아졌네요.
▲계룡산이 하나씩 펼쳐보이는 퍼포먼스는
산사람을 뿅 가게 만들기에 손색이 없었습니다.
▲국공 덕분에 이런 비경이 보존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산꾼들에게 국공은 천적이나 다름없지만, 이렇게 칭찬할 때도 있네요.
▲아름다운 산길을 걷고 있으니,
마음 안에서 희열이 포도송이처럼 터집니다.
▲구재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거북이가 살았던 재라 하여 구재라고도 하고,
9명의 재상이 나오는 명당이라 하여 구재라 부른다고도 하네요.
▲(현재위치).
여기가 어디쯤일까 궁금하던 차에 공간이 조금 트였습니다.
▲풍경 속에 풍덩 빠져서 주변을 살필 겨를이 없었는데,
나뭇가지가 살짝 공간을 열어주어 잠시 조망을 즐길 여유가 생겼지요.
▲신선봉을 보고 있으니 자신이 신선이 된 기분이네요.
▲구재봉이 이름값을 못한 걸까요.
묘지를 이장한 흔적이 씁쓸함을 불러옵니다.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산자락의 퍼포먼스는
대자연의 윤기에서 묻어 나오는 관능적인 느낌을 줍니다.
▲올곧게 뻗어올라간 미끈한 소나무는 아니지만,
하세월을 야물지게 견디어낸 옹골찬 소나무들이네요.
▲가슴을 뻥 뚫어주는 너럭바위가 나타났습니다.
오전에는 상신리를 한눈에 넣을 수 있는 전망대였다면,
지금은 반대편 만학골을 감상할 수 있는 천연 전망대입니다.
▲(너럭바위 조망 1).
수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습니다.
덩달아 범산의 어깨도 들썩들썩 신명이 절로절로 일어납니다.
▲(너럭바위 조망 2).
만학골재로 향하는 금남정맥 마루금도 유려한 하늘금을 긋고 있고.
▲(너럭바위 조망 3).
살짝 당겨보니, 계룡저수지도 손을 흔드네요. ‘나 여 있소.’
▲(너럭바위 조망 4).
홀로 산자락을 독차지하고서 즐기는 희열은 극에 달했지요.
▲차마 엉덩이를 너럭바위에서 떼기 싫었지만,
그래도 귀소본능이라는 변죽을 울리며 한걸음씩 나아갑니다.
▲거부하기 힘든 산의 磁力을,
허물을 벗는 간절함으로 밀어내면서 걸어갑니다.
▲구재능선의 업다운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지만,
산의 일부가 되어서 걸어가니 그저 황홀할 뿐이었지요.
▲(현재위치).
푹 꺼진 안부에서 올려다보니, 눈 앞이 까마득할 뿐이네요.
▲네 발로 기어서 천신만고 끝에 능선에 올라붙었지요.
▲흔들바위처럼 생겨서 밀어보았지만 꿈쩍도 않네요.
풍경을 아프게 눈에 넣으며 걸어갑니다. 마치 가족처럼.
▲전방 우측에 언뜻 보이는 하얀 수정암봉.
짜릿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잠시 시간여행을 하면서 머물렀네요.
▲수정봉 직전, 멋진 암봉이 눈앞에 나타나더니,
해일같이 밀려오는 조망 작품을 투둑 던져줍니다.
▲(수정봉 직전 암봉 조망 1).
여태 숨겨놓았던 구제능선의 전체적인 윤곽이 일목요연하게 잡히네요.
▲(수정봉 직전 암봉 조망 2).
앞 봉의 어깨 뒤에 얼굴이 하나 비죽 솟아나오고,
그 봉의 어깨 뒤에 얼굴이 또 하나 비죽 솟아나오고....
그렇게 구재능선은 도란도란 자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수정봉 직전 암봉 조망 3). 봉긋봉긋,
구재능선이 보여주는 다정함에 치여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지요.
▲(수정봉 직전 암봉 조망 4).
걸어온 산길을 돌아보며 덤덤한 척 태연을 가장합니다.
풍진 세상 살다보면, 덤덤한 척 하는 묵살이 편할 때도 있지요.
▲(수정봉 직전 암봉 조망 5).
저 수정봉을 오르면 실질적인 구재능선은 종을 치는데...
수정봉을 앞에 놓고 보니, 아쉬움이 해일처럼 밀려옵니다.
▲(수정봉 직전 암봉 조망 6).
구재능선 종주를 환영한다고, 자주 찾아달라고,
수정암릉, 대자암릉, 연천봉능선이 3중주로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수정봉 직전 암봉 조망 7).
뿌연 계룡저수지 실루엣이 사랑하는 이의 손길처럼 달콤했었네요.
▲미지의 산길 여정은 예상할 수 없는 행복이 도사리고 있지요.
사방에서, 자신을 향해 행복의 총구를 겨누고 있는 듯한 기분 좋음.
▲바락바락 땀으로 온몸을 흥건히 적시면서,
가풀막 오름길의 힘겨움을 날려 버리려고 무진 애를 씁니다.
▲수정암봉에서 올라오는 (우측)능선과 만나는 지점이네요.
▲(현재위치). 범산은 깨달았습니다.
구재능선은 계룡산의 숨은 보물이라는 사실을.
▲(수정봉 고스락 풍경).
통신탑 근처 쯤에서 국공들 눈초리가 걱정되는 건
대한민국 산꾼들이면 누구나 감당해야 할 공통된 운명이겠지요.
▲구재능선의 긴 능선을 빠져나오자 금잔디고개였다.
수정봉에서 금잔디고개로 조심스럽게 내려서면서,
꽤 유명한, '설국'의 첫 문장을 잠깐 흉내내어 보았네요.
▲때로는 모르는 걸 아는 것보다
안다고 믿었던 걸 다시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하지요.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오간 산길이 새로움으로 다가옵니다.
▲(삼불봉 고개).
구재능선에서 산냄새를 흠뻑 쏘여 달아오른 범산은,
삼불봉고개에 부는 바람 한 줄기에도 그저 감읍했답니다.
▲늘 북적이던 남매탑이었는데,
오늘은 빈 돌의자들만 덩그러니 놓여있네요.
▲산자락이 텅 빈 것처럼 조용해도
남매탑은 오늘도 다정하게 나란히 서 있습니다.
▲남매탑과 큰배재 사이의 풍경 한 토막.
저 바위, 이 산길을 오가는 사람들을 빠짐없이 지켜보았겠죠.
▲(큰배재).
산바람 살랑살랑 부는 큰배재를 바람같이 스쳐 갑니다.
▲계룡산으로 인해 기운을 한껏 득한 몸을 이끌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타박타박 천장골을 더터 내려갑니다.
▲천정탐방지원센터 앞,
천정교에서 먼지를 털어내며 산행을 마칩니다.
Ⅴ. 산행 기록
Ⅵ. ( Epilogue )
머릿속에서 기억의 카메라가 돌기 시작했고,
그산을 만났던 날의 좋은 기억을 건져냈지요.
오늘, 그 구재능선을 큰 욕심 없이 걸었네요.
발 닿고 눈길 닿고 마음 닿는 모든 곳이 산.
아, 산자락이 아니라 시간에 갇힌 것 같았지요.
지름길이 종종 먼 길이 되는 경우가 있지요.
구재능선이 그 중한 이치를 가르쳐 주었네요.
가능한 한, 마음만으로 그리는 산은 지양하고,
발품 팔고 땀 흘려 내것 되는 산을 지향합니다.
지름길은 빠른 길이나 山化의 길은 아닙니다.
허접한 글을 읽어주신 귀한 당신, 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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