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봉지맥 3구간 (이레재~이봉산~의봉산~기산고개~열미재)

▣ 의봉산을 오르며 대가야의 혼과 소통하다. ▣

▲열미재 내려서면서 마주친 오도산, 미숭산 석양 풍경.

 

Ⅰ. ( Prologue )

 

오늘, 대가야의 숨결이 일렁이는 곳을 갑니다.

대가야, 그 거창한 이름을 감당할 수 있을는지,

마음이 화살이 되어 의봉산 과녘을 정조준합니다.

 

산경표는 인문지리를 새 각도로 조명한 거고,

어차피 산을 담을 마음의 그릇은 한정돼 있음에,

부대낌을 통해 내 안의 산을 성숙시키고 싶었지요.

 

남과 싸우지 않으려면 자신과 싸우는 수밖에.

폭염에 킬링되어도 땀방울에는 힐링되는 마법!

광야를 지나 山群에 상륙하는 맘으로 접근합니다.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9월 1일 (일요일).

 

2. 누구랑 : 산파고파 산행클럽 여러분과 함께.

 

3. 어디를 : 이레재~의봉산~담밑재~기산고개~열미재.

 

Ⅲ. 산행 지도

▲마루금의 뿌리를 찾아서 대동여지도를 탐색합니다.

회천(會川)이 대동여지도에는 대가천(大加川)으로 표시되어 있구요,

열미재 이후 합수점까지의 산줄기는 표시되어 있지 않네요.

 

Ⅳ. 산행 흔적 및 느낌표 버무리기

▲산을 통해서 사람세상을 읽어 보고픈 생각이 익어갑니다.

오늘, 이레재에서 알프스농장 옆구리를 파고 들면서 그 작업을 시작합니다.

 

▲산길을 잠식한 녹색물결 잡풀더미가 첫걸음부터 딴지를 걸어 왔지요.

 

▲여전히 여름의 열기는 아침부터 수그러들지 않고 있었지만,

가시덤불과 씨름하면서 그저 우격다짐으로 디밀고 올라갑니다.

 

▲儀鳳山, 오늘 산행걸음 중 절반 이상의 의미를 차지한다고 봅니다.

 

▲산길과 가풀막에 배어있는 세월과 역사의 기품을 품고서,

의봉산은 쉽게 자신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복선을 깔고 있는 듯합니다.

 

▲눈 앞에 펼쳐진 작은 바위들의 전시마당이

만어산의 萬魚石인 줄 잠시 착각을 하였답니다.

상징 해석을 통해 대가야의 魂들을 불러보고 싶었네요.

 

▲(돌아보기).

디지털 몽둥이에 조리돌림 당하는 게 현실이지만,

역사의 숨결에 망원경을 들이대고 긴 호흡으로 살아가야겠지요.

 

▲너덜지대가 2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9월이지만 날씨는 여전히 덥고 땀은 비오듯 흘러내립니다.

그래도 너덜지대의 아기자기함에 빠져 꿈꾸듯 훨훨 걸어갑니다.

 

▲현미경을 들이댈 것과 망원경을 들이댈 것을 구분해야겠죠.

우리 산줄기 전체를 조감할 때는 망원경을 들이대야겠지만,

한 능선, 한 비탈을 오를 땐 걸음걸음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야겠지요.

 

▲의봉산을 오르자면 단박에 올려치는 게 아니라,

봉우리 몇 개를 거쳐 오르내림을 몇 번 반복해야 합니다.

 

▲신기하기만 합니다.

산비탈의 나뭇가지가 한 방향으로 휘늘어져 있습니다.

때로는 깊은 숲이 되고, 때로는 광활한 바다가 되어주는 산입니다.

 

▲(441.1m봉)

 

▲(물한령 풍경).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막바지를 막장이라 그러지요.

그것에 대해 막막함이 아니라 마지막 장이라 해석하고,

다음에 올 첫장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되는 것이라 재해석합니다.

 

끝이 없을 것 같던 폭염이 한풀 꺾여 이 능선에 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세상이 사막 같아 보이는 시절에도,

산은 멋진 암봉군을 전시하며 큰 힘이 되어줍니다.

 

▲(이봉산 고스락 풍경).

 

▲힘겨웠던 무더위를 쉬 잊지 않고,

어려움을 이겨나갈 밑거름으로 삼아야겠습니다.

그늘사초의 부드러움이 능선을 장식하고 있네요.

 

▲때로는 해석되지도 않는 허망한 꿈을 꾸기도 하고,

프리즘 앞에서도 무지개를 보면 가슴이 뛰기도 하지요.

 

능선 평원을 걸어가니 안방처럼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의봉산 막바지에 고바위가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땀방울은, 현실의 문턱에 있다가 넘쳐흐르는 감로수랍니다.

 

▲의봉산 고스락 부근에 있다는 의봉산성과 봉수대는

엄청난 덤불에 잠식되어 흔적조차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대자연의 오버액션일까요?

정글, 이 한마디는 상식의 선을 넘어서는 막막함 같은 것이었네요.

 

▲(의봉산 고스락을 찍고 되돌아와야 하는 지점).

 

의봉산의 어법에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었습니다.

세월에 묻혀있는 옛숨결을 찾아 덤불에 묻혀있는 길을 더듬었지요.

 

▲(의봉산 고스락 풍경 1).

산에 대한 믿음은, 종교에 대한 그것처럼 난공불락입니다.

거울이 되어 버린 까칠한 덤불천국에서 마음의 창을 들여다 봅니다.

 

▲(의봉산 고스락 풍경 2).

덤불천국의 창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산사랑을 되씹고 있으려니 자꾸 술 생각이 났습니다.

 

▲(의봉산 고스락 풍경 3).

의봉산성, 의봉봉수대 흔적은 계절의 기세에 눌려 사라지고,

돌탑의 기상만이 공간을 무찌르며 의연하게 솟아 있었습니다.

 

▲드론의 시각으로 의봉산 주변을 조감해 봅니다.

대형 화산 분화구처럼 움푹 패인 지형이 이색적입니다.

 

▲묵혀온 세월의 크기와 깊이에 견주어 보면,

樹林에 점령당한 의봉산은 코믹할 정도로 작아 보였습니다.

범산이 말하고 싶은 건, 우화의 문법이지 역사학자의 논리가 아닙니다.

 

▲짙은 수풀 속에서 으아리꽃이 으아! 소리를 지르는 듯하네요.

 

▲바위에 치여 힘겹게 살아가는 나무가 사람을 닮았습니다.

 

무슨 까닭으로 이 세상에 던져졌는지 이유도 모르는 채,

사랑하고 미워하면서, 때 되면 늙고 병들며 사라지는 생이여.

 

▲칠봉지맥의 성긴 산길이 가르쳐줍니다.

 

사람의 그물에 걸려들어 힘겹게 싸우는 삶일지라도

부단히 너의 길을 걸으면서 자신을 만나라고, 자신을 찾으라고....

 

▲부단히 힘을 주는 산길을 걸으면서,

자신의 중심, 살아있는 샘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지요.

 

▲안의 삶과 바깥의 삶을 똑같은 무게로 살 수 있다면

그것은 성직자의 삶이겠지요. 그런 삶은 원하지 않습니다.

 

이 산길처럼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삶이면 족할 것입니다.

 

▲작은 길이 큰 길을 만났습니다.

산에서는 오히려 작은 길이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요.

 

▲큰 길에 나서서 돌아보니,

의봉산이 듬듬하게 뒷배를 봐주고 있었습니다.

 

▲우측, 금산재 방향으로 키를 잡고 걸어갑니다.

 

▲산에서는, 특히 더운 계절의 산에서는,

그늘 없는 큰 길이 불편하기 짝이 없지요.

 

▲임도 옆에 고즈넉한 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잠시 엉덩이 걸치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챙겨주네요.

 

▲(의봉산 임도 조망 1).

고령의 진산, 미숭산 뒤로 수도지맥이 흐르고 있습니다.

 

▲(의봉산 임도 조망 2).

산벗님이 뿌연 시계를 찌르면서 가야산을 가리켜주고 있네요.

 

▲(의봉산 임도 조망 3).

지척에 우뚝 솟은 가야산이건만, 미세먼지가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나 잘 생겼어. 나 좀 보고 가! ”

일월정 표지석이 정지 신호를 내고 있었습니다.

 

▲마루금에서 일월정까지는 약 200여m 거리.

 

▲해돌이와 달순이의 도움을 받아,

해와 달의 기운을 받기 위해 열심히 올라갑니다.

 

▲(星山 日月亭 모습).

고령군 성산면에서 매 신년마다 해맞이 행사를 하는 곳이라 합니다.

 

▲(일월정 조망 1).

시계가 또렷하지 않아 안목이 오히려 나빠지지만,

옥포농공단지 뒤로 청룡지맥이 말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일월정 조망 2). 금계산과 비슬산 사이,

용연사와 유가사를 품은 산천은 의구할 텐데...

 

▲(일월정 조망 3). 아, 낙동강!

비슬산群과 제석산群 사이를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가고 있네요.

 

▲(일월정 조망 4).

칠봉지맥은 좌<제석산>~우<깃대봉)을 떨구어 놓고,

막판의 기세를 몰아 합수점을 향해 유유히 흘러가겠지요.

 

▲일월정에서 짜릿한 힐링을 끝낸 산파고파는,

일월정 안내표지석이 있던 갈림지점으로 되돌아가는 중.

 

▲재미없는 임도를 꾸역꾸역 걸어갑니다.

산길과 時俗이 만나 갈등을 빚어내는 현장입니다.

 

▲지겹다 느낄만할 때 숲으로 통하는 길이 열렸습니다.

 

▲수목장 시설이 마음속 연못에 돌처럼 날아들었지요.

빛나는 순간과 평범한 시간이 교차하면서 누구나 삶의 주인공이 되겠죠.

 

▲새 길을 만나는 길목에서의 마음은,

새날을 여는 마중의식으로 가득차 오릅니다.

 

▲(담밑재).

고령군 운수면 팔산리와 성산면 고탄리를 연결하는 고개.

 

▲이정표가 금산재 방향으로 길라잡아 줍니다.

 

▲지난 구간만 해도 자신의 몸에게 통사정을 할 시간대인데,

이젠 바람도 잔잔하게 불어주어 9월에 들어섰음을 체감하게 됩니다.

 

▲송전탑 옆으로 뭉게구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쌈박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계절이 다가왔군요.

신선하고 명료하고 정확하다는 뜻의 최상급 말이죠.

 

▲이 시간대가 되면 감정적 추는 바닥까지 기울게 되지요.

피곤에 절어 파김치 직전이라도 막걸리 한 잔이면 기운이 생동합니다.

 

▲멧돼지와 소나무, 이것도 생존경쟁일까요.

 

멧돼지가 디지털에 적응한다면 더 좋은 맛사지법을 터득할 텐데.

사람도 나이 들수록 아날로그에 대한 그리움이 강해지는 듯합니다.

 

▲안목은 비교군이 있을 때 길러지는 법이죠.

험한 산길을 걷다가 잘 다듬어진 잔디를 보니 마음까지 맑아집니다.

 

▲광주대구고속도로 밑 그늘은 바람의 통로였습니다.

그 아래 한참을 서 있었더니 이 세상이 더 좋아졌습니다.

 

▲(기산고개).

고속도 굴다리를 통과하자마자 우틀하면,

905번 지방도가 통과하는 기산고개입니다.

 

▲(기산고개 주변 개념도).

 

▲산길을 걸으며 땀을 쏟더라도 생각할 시간은 차고 넘칩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방법 중 최고는 등산이 아닐까요.

 

▲마음 편하게, 26번 국도의 굴다리도 통과합니다.

 

▲소통방법 중에 대면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테지만,

전화로 직접 목소리를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도 있겠지요.

그것도 부담스러우면 문자나 카톡 등 간접적인 방법도 있을테구요.

 

▲산과의 소통은 산과 대면하고 땀을 흘릴 때만 확실하죠.

라떼 라든지 입으로만 떠드는 건 산에 대한 평가일 뿐이죠.

 

▲(돌아보기). 26번 국도 절개지를 올라서다가 돌아보았습니다.

 

오름길에 힘들다가도 걸어온 길 돌아볼 때면 미소가 번지지요.

산행을 하다보면 이 극적인 감정의 낙차를 수도 없이 겪게 됩니다.

 

▲몸이 피곤하다고, 시그널을 보낼 때면,

내친 김에 몇 발짝 더 나가볼 작정으로 걸음을 옮기곤 합니다.

 

▲시원하게 허공을 찌르고 올라간 소나무들 행진을 목격하니,

텅 빈 위장 속으로 소주 같은 시원함이 콸콸 흘러내리는 듯합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초록세상에 푸근한 눈길을 쏟아내며 걸어갑니다.

나의 일부를 가져다가 낯선 시공간에 겹쳐보면 없던 애정이 솟아납니다.

 

▲조상님을 생각하는 추석이 가깝게 다가와서 그런지,

해거름에 묘지들 주변 배롱나무가 붉게 물들어 갑니다.

 

▲(열미재 부근 조망 1).

비슬산이 꼬맹이 비둘산과 노닥거리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열미재 부근 조망 2).

대니산 앞 도동나루가 폼을 잡고서, 옛 영화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산벗님들이 석양의 운치에 푹 빠져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액자까지 갖춘 그림 같아서,

후다닥 서둘러 셔터를 눌러 마음창틀에 가두어버렸지요.

 

▲다음 구간 들머리 부근, 채석장이 험상궂은 표정을 짓고 있네요.

 

▲오늘의 걸음 매듭을 짓기 위해서 개포리 쪽으로 내려섭니다.

 

▲(열미재). 척하면 삼척이고 탁하면 목탁이랬지요.

오늘은 여기서 멈추지만 산행이 계속될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Ⅴ. 산행 기록

 

Ⅵ. ( Epilogue )

 

밥줄 때문에 고여있던, 현실의 덫을 털어버리고,

좋아한단 한 마디로 모든 걸 뭉개고 떠나온 산!

바꿔야 하는 건 세상이 아니라 ‘나’란 걸 알았지요.

 

잘 디딘 첫걸음이 하루 중심을 잡을 닻이 되었고,

의봉산 도움닫기로 쌈박한 마루금을 그려냈더니,

산향이 안으로 감싸돌며 삶의 결도 한결 달라졌지요.

 

산에는 상상력에 불을 붙이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간결하고도 여운 있는 수묵화 같은 맘을 다듬어,

산행기 속에 어떻게 희망 한 점 넣을까 고민합니다.

 

산행기는, 여태 날 변화시켰던 글들에 쓰는 답장입니다.

 

=== 이 글을 읽어주신 귀한 당신, 더 행복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