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군봉 능선에서 산드레날린이 폭발했네. ▣
▲장군봉 쪽에서 바라본 장군봉 능선 풍경.
Ⅰ. ( Prologue )
산만 생각하면 마음이 근질근질 알차게 달궈지고,
일렁이는 마음이 되어 산을 여러 번 읽게 됩니다.
산은 마음을 동하게 하는, 벅찬 것들 투성이입니다.
산만 생각하면 빈 맘에 아드레날린이 채워집니다.
내부 엔진에 장전되었던 산드레날린이 폭발합니다.
일상을 떠날 수 있다는 건 더없는 행복이자 자유지요.
산만 생각하면 마음엔 기분 좋은 자유가 드나듭니다.
산속 만물은 똑같이 평등하고 똑같이 귀한 존재지요.
나만 귀하단 착각를 털어내자 산들바람이 불어옵니다.
산은 서로가 이유인 동그라미를 그리는 마당입니다.
계룡산 장군봉 능선에서 동그라미 하나 추가하렵니다.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2월 11일 (음1.2)
2. 누구랑 : 범산 홀로 오붓하게.
3. 어디를 : 계룡산 장군봉 능선.
(병사골탐방센터~장군봉~갓바위~신선봉~큰배재~천장골~동학사입구상가)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발자취 및 느낌표 버무리기
▲(박정자삼거리 승강장).
산과의 대화 물꼬를 트기 위해 오늘은 계룡산 입구에 왔습니다.
대전역~동학사를 오가는 107번 대전 시내버스가 데려다 주었습니다.
▲박정자삼거리 승강장에서 빽, 용수천 변을 따라갑니다.
장군봉 향해 첫걸음을 뗌으로써 산과 소통 창구를 열었습니다.
▲계룡산이 뿜어낸 물, 용수천은 말없이 흐르고 있고.
활짝 웃기와 안 웃기 사이의 살짝 웃기로 그 옆에서 보조를 맞춥니다.
▲산 입구를 향해 걸으면서, 눈팅으로 장군봉 오름길을 예습합니다.
▲일상의 부대낌에 시달린 육신을 다독이며 산에서 희망을 캐내렵니다.
▲(병사골탐방지원센타).
▲지친 몸과 마음의 조각들을 산속에 훌훌 뿌려버릴 생각입니다.
▲계룡산의 다양한 산행코스 중에서
범산의 마음에 제일 와닿는 코스가 장군봉 능선입니다.
상급 암릉코스이면서 곳곳에 보물 같은 아지트가 숨어있기 때문이지요.
▲행간이 없는,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는 풍경이네요.
사연이 얽힌 오작교라면 미소라도 지으련만,
폴짝 뛰면 건널 수 있는 계곡 위에 돈 지랄한 것일까요.
▲가파른 오름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산행맛이 느껴집니다.
길고 거친 호흡이 들어가니 심장에 불꽃 같은 스파크가 터집니다.
▲드론의 시각으로, 내려다보면서 박정자삼거리 풍경을 감상합니다.
▲(아지트 Ⅰ). 장군봉 능선 코스의 특장 중 하나는
호젓하게 즐길 수 있는 숨은 아지트가 여럿 있다는 것.
범산이 생각하는 아지트의 조건 몇 가지가 있습니다.
①주능선에서 벗어난 곳. ②주능선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
③조망이 빼어난 곳, ④공간이 적당히 넓고 편안한 곳.....
▲5~6년 전만 하더라도 장군봉 능선은 위험한 코스였는데,
지금은 계단과 안전시설이 제법 잘 갖추어져 있어서 다행입니다.
▲(장군봉 오름길 조망 1).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장군봉은 우뚝 솟아 있습니다.
▲(장군봉 오름길 조망 2).
맑은 날의 우산봉~신선봉 라인의 칼날 하늘금이 그립네요.
있을 때 알지 못한 걸 없을 때 알게 되니, 부재가 인식의 근거가 되는가 봅니다.
▲(장군봉 오름길 조망 3).
와! 하는 감탄사를 뿌연 날씨가 삼켜버렸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와 산자락을 굽어보니,
반가움과 놀라움이 함께 밀려와서 걸음을 가볍게 해줍니다.
▲친절한 이정표를 대할 때면,
꼭 해시태그를 달아주는 고수를 만난 기분이 듭니다.
▲장군봉을 병사골 코스로 오르는 구간은 은근 힘이 듭니다.
그래서 쉼터를 만날 때마다 에너지를 충전해야 할 듯합니다.
▲극진한 생존의 기술 앞에 부끄러움이 일어납니다.
일상의 부대낌에 지친 기색을 보였던 자신이 계면쩍네요.
▲장군봉 주능선에 접속했습니다.
▲희끗희끗 눈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산으로 향하는 마음이 폭포처럼 쏟아졌고,
굳이 폭포를 피할 마음이 코딱지만큼도 없었지요.
▲(장군봉 고스락 풍경 1).
미세먼지와 먹장구름이 멋진 풍광을 압살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바라보는 황적봉~천황봉~쌀개봉의 하늘금이 죽여주는데.
▲(장군봉 고스락 풍경 2). 아쉬움을 안내판 그림으로 달랩니다.
▲(장군봉 고스락 풍경 3). 고스락 바로 아래 준아지트.
아지트 조건 중 ②항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준'자가 붙었네요. ㅎㅎ...
▲높이로만 따진다면, 저 봉우리가 장군봉의 주봉입니다.
▲산에서 파워워킹을 하며 빨리 가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구경할 게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느낄게 얼마나 많은데....
범산은, 최대한 천천히 느림의 미학을 실천해 볼 생각입니다.
▲장군봉의 두 봉우리 사이 안부지점입니다.
출입금지 표지판을 넘어 내려서면 멋진 바위굴이 있었고,
거기서 하룻밤 비박하면서 도 운운하시던 분과 대작했었는데....
잠은 죽어서도 많이 잘 수 있다며 객기 부리면서 밤을 새웠는데.
그것이 벌써 20년도 더 된 세월을 밀어내고 추억이 되었네요.
▲높은 장군봉에서 낮은 장군봉을 바라보았습니다.
▲(아지트 Ⅱ).
▲뿌연 시계를 이겨내고 걸어갈 능선이 와락 안겨왔습니다.
멋진 풍광 앞에서 숙연해지면서 어설픈 철학자가 되고 맙니다.
이 세상에 올 때는 자유의사가 아니었지만 떠날 때는 그게 가능하지요
역설적이게도 그 사실이 마음을 달래주고,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줍니다.
▲암봉을 돌아내려가면서 마음 한 자락이 허전해졌네요.
신비감을 자아내는 멋진 풍광도 알고 보면 신기루 같은 것이죠.
▲돌아보니, 바위 위의 저 소나무가 신선으로 비칩니다.
▲산을 자주 찾다보면 산을 조금이라도 닮지 않을까 해서....
능선을 걸으면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려고 두리번거립니다.
▲이 풍경은 아지트를 찾을 수 있는 시그널입니다.
▲(아지트 Ⅲ).
범산이 최고로 아끼는 조망처이기도 합니다.
여러번 여기서 신선(?)이 되어 소일한 적 있었네요.
▲(아지트Ⅲ 조망).
장군봉 능선 갓바위(임금봉)까지가 오늘 視界의 한계치네요.
▲철계단이 설치되기 전, 이곳은 살떨리는 최난코스였지요.
▲상·하행 길을 구분해 놓은 건 신의 한수.
▲(아지트 Ⅳ). 녹색 계단 직전,
작은 암봉을 넘어서면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아지트Ⅳ 조망).
▲아지트에서 내려다보면 자연사박물관 지붕이 눈에 밟힙니다.
▲녹색 계단, 어느 경계로 통하는 길목일까요.
▲(아지트 Ⅴ).
▲(아지트Ⅴ 조망1). 상신계곡이 손금처럼 펼쳐져있습니다.
▲(아지트Ⅴ 조망2). ‘임금봉 굿당’이 한자리 차지하고 있구요.
▲진실은 사실을 이기는 법이지요
세월이라는 판사가 조물주의 창의성에 유죄를 때렸다고 해도
대자연의 멋짐에 대해 무죄라는 진실이 전혀 오염되지는 않겠지요.
▲멋진 풍경을 대할 때마다 심장 뛰는 소리가 더 커지곤 합니다.
▲산! 이보다 가슴을 뛰게 하는 말이 또 있을까요..
▲(갓바위삼거리). 시간이나 체력을 감안하다면,
지석골이나 천장골 방향으로 끊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네요.
▲갓바위봉 오르는 능선은 조물주의 창의성 전시장이었습니다.
간절히 바라보면 환영이 뒤섞이는지 무심결에 시간을 나누고 있었네요.
▲임금봉이라고도 일컫는 갓바위봉.
거창한 이름치고는 허름한 표지석 하나 없었네요.
▲거대한 암봉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아이젠을 준비하지 못한 범산을 살떨리게 합니다.
▲(거대암봉 풍경).
암릉 위에 우뚝 선 소나무 앞에서 북돋아지는 것은,
산사랑의 설렘뿐 아니라 독보적인 미적 감각이기도 합니다.
▲(거대암봉 조망1).
삼불봉-큰배재-신선봉으로 이어지는 하늘금의 품질이 최상급입니다.
▲(거대암봉 조망2).
상신리와 미세먼지의 장막이 호평과 혹평 사이를 오락가락합니다.
▲(거대암봉 조망3).
하신리를 수호하고 있는 고청봉의 기상이 하늘을 찌르네요.
▲암릉길 모퉁이를 돌면서 바라보는 풍경이 조화롭네요.
계룡산 앞부분에 붙은 ‘계룡’의 의미가 아주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좌측 허리로 한참 우회하여 오르는 길이 있었으나,
무인감시탑봉은 암릉을 수직으로 치고 오르는 게 경제적입니다.
▲세상에 없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하염없이 올랐고,
세상에 있는 어머니를 닮은 신선봉을 바라보며 올랐습니다.
▲(무인감시탑봉 조망1).
장군봉에서부터 걸어온 능선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무인감시탑봉 조망2).
천장골의 깊이가 그 부드러움 앞에서 맥을 못추고 있네요.
▲(무인감시탑봉 조망3).
신선봉이 가까워지면서 조물주의 요술의 깊이가 점점 심해지네요.
▲무인감시탑봉이 비탐지역이었군요.
▲반짝이는 하얀 눈이 싸늘한 바람 속에서 큰 위안이 되었네요.
▲(신선봉 고스락 풍경).
생각으로만 존재하던 신선봉 앞에 계룡산 전체가 굽신거리고 있었네요.
▲(신선봉 조망1).
눈쌓인 겹겹의 산사면을 바라보니 안도감이 감돌았네요.
겨울다운 생생한 풍경을 영영 볼 수 없을까봐 얼어붙었었는데.
▲(신선봉 조망2).
외부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게 내부의 상상이란 걸 깨달았네요.
눈덮인 산풍경이 어느새 내부에 쌓인 감정의 해소구가 되고 있었습니다.
▲(신선봉 조망3). 눈쌓인 신선봉에서 바라보는,
천황봉과 삼불봉 실루엣은 진정 계룡산다웠습니다.
▲신선봉에서 큰배재로 내려서는 이 순간,
확실하게 인정할 수 있었던 게 하나 있었습니다.
흰 눈 덮인 신선봉의 느낌은 꿈결처럼 달콤했다는 것.
▲안전하고 완벽한 귀환을 위해,
흰색이 난무하는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갑니다.
▲(큰배재 풍경1).
만물이 환하게 웃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아기가 까르르 배내짓을 할 때의 표정을 닮아있었네요.
눈의 백색 조명이 온 산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큰배재 풍경2).
남매탑 방향으로 뿌연 신기루가 나타났습니다.
▲(큰배재 풍경3). 천장골 방향 초입 풍경.
그냥 이대로, 산이 던져준 따뜻한 느낌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천장골로 하산하다가 팔다리 다 잘린 나무를 만났습니다.
처연하고 장한 모습을 쓰다듬으며 왠지 미안함이 일었습니다.
▲오손도손 모여 뭔가를 마시는 풍경이 연상됩니다.
물이든, 커피든, 알콜이든. 그게 뭐든지, 정이 듬뿍 흐르는.
▲(문골삼거리).
▲남일 같지 않았네요.
생물(나무)과 무생물(돌)이 치열하게 투쟁하는 모습이.
▲몇년만에 찾아왔더니 산길이 변해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자연적으로 변한 게 아니라,
부자연스럽게 길 하나를 더 내고 옛길을 막아버렸습니다.
▲최대한 행복하게. 아니, 행복한 척이라도 해보자.
산자락 풍경에 비친 마음거울에 주문을 걸었습니다.
▲여기도 산길 방향이 바뀐 지점이네요.
계곡 왼쪽에 길이 있었는데 오른쪽으로 새 길이 생겼네요.
재주들이 비상합니다. 산이라도 옮기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愚公移山이라는 좋은 말을 이런 경우에 쓰게 될 줄이야.
▲천정교에 닿으면서 실질적인 산행은 종을 쳤지요.
산속의 외로운 시간이 나를 성숙시켰고 여유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목입니다.
산과 잡았던 손을 놓음으로 각자의 길을 걸어가야겠지요.
▲무심결에 내려온 길을 돌아보았습니다.
살다보면 또 무심결에 오늘의 산행기억이 떠오르겠지요.
▲세상은 참 편리하고 고마운 곳입니다.
산에 들 때 타고왔던 107번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Ⅴ. 산행 기록
Ⅵ. ( Epilogue )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자신을 잃고 있었습니다.
일상의 무거운 짐에 날개가 꺾인 나비 신세였지요.
마음에 안 들어도 자신이랑 헤어질 순 없는 노릇.
사는 것, 뭐 별거야? 놀다가 돌아갈 데가 있는 거지.
행복, 뭐 별거야? 일상 벗어나 찾을 산이 있는 거지.
일상은 산 찾아 떠나려고 잠시 머무는 휴게소일 뿐,
산은, 과부하에 걸린 일상을 명쾌하게 정리해줍니다.
책을 필사하듯, 걸음걸음 능선에 발자국을 찍었더니
느림은 땀의 흠집을 메꾸고 후광을 만들어주었네요.
계룡산은 다음을 생각하게 하는 매력덩어리였답니다.
---산행기를 읽어주신 귀한 당신,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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