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룡산을 오르면서 희망가를 불렀습니다. ▣
▲계룡산 자연성릉상의 봉우리들.
Ⅰ. ( Prologue )
봄이라는 계절이 마음을 들쑤시는 바람에,
문득 봄꽃의 새틋함이 몹시 궁금해졌습니다.
서둘러 피지 않지만 오래 가는 꽃이고 싶은데.
가난해도 작은 씨앗 하나는 버리지 않았지요.
山이 되고 싶다는, 희망가의 푸릇한 씨앗을.
그 山꿈을 품은 채 인생의 봄날을 보냈습니다.
어느 작가는 ‘황제를 위하여’ 계룡을 찾았지만,
범산은 꽃자리를 찾기 위해 계룡산을 찾습니다.
이 봄이 가기 전에 실한 꽃자리를 찾고 싶네요.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3월 24일 (일요일).
2. 누구랑 : 나홀로 + 황제를 위하여.
3. 어디를 :〔신원사~연천봉~관음봉~삼불봉~동학사〕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흔적 및 느낌표 버무리기
▲문득 계룡산의 봄날이 그리웠습니다.
유성과 신원사 사이를 운행하는 공주시내버스 소문을 들었지요.
하루 한번, 충대정문에서 09시 35분 출발하는, 귀한 버스를 타기 위해
현충원역 정류장에서 목빠지게 기다렸습니다. 약10분 후 도착했습니다.
▲유성에서 11명의 승객을 실은 340번 시내버스는
10시 15분 갑사를 들른 후, 10시 25분에 신원사주차장에 도착했구요.
▲멀리 쌀개봉과 천황봉이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혼자 즐기는 산행을 하다가 어쩌다 기록까지 하는 산행이 되었네요.
기록이 목적하는 바는 자신뿐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지요.
내적 만족감이 있어야 보여줄 게 생기는 법이니 더 충실해져야겠습니다.
▲입장료는 무료, 신원사 경내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합니다.
훈훈한 봄기운이 계룡산 신원사 일주문 주변을 감돌고 있습니다.
▲계룡산 초입이자 신원사 초입에 다다랐습니다.
계룡산을 주무대로 한 블랙코미디 같은 소설이 있지요.
웃음 속에 눈물이 고이는 소설 ‘황제를 위하여’가 생각납니다.
오늘, 계룡산 자체에 충실한, 우직스런 ‘우발산’이 되어보렵니다.
▲신원사 전체 조감도를 한번 훑어봅니다.
산 좋아하는 사람의 제일 관심사는 아무래도 중악단이지요.
신원사는 계절마다 사진 찍기 명소로도 유명하지요.
봄(벚꽃,철쭉,백일홍), 여름(배롱나무), 가을(단풍), 겨울(설화).
▲사천왕을 모신 천왕문을 향해 돌계단을 밟아오릅니다.
출입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모든 악귀가 물러나게 한다는 곳.
저 계단 넘어서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던 경계가 펼쳐질까요.
▲내 것인 줄 알았으나 받은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
아, 내가 산을 좋아하는 줄 알았으나 산의 모든 것이 선물이었네요.
▲신원사 대웅전(충남 유형문화재 제80호).
신원사는 계룡산 4대 사찰 중 하나지요.
동(동학사), 서(갑사), 남(신원사), 북(구룡사, 폐사).
국보 299호(노사나불 괘불탱)가 있는 절이지만 평시엔 볼 수 없다네요.
▲멀리서 보아야 제모습을 볼 수 있는 때가 있지요.
오늘의 계룡산 중악단 산신각이 그러했습니다.
절마당에 가득찬 연등 때문에 가까이에선 분간이 안 되었지요.
멀리서 보니 중악단의 배경을 이룬 산 능선이 와불로 보였답니다.
中嶽壇은 묘향산上嶽壇, 지리산下嶽壇과 함께 나라에서 산신제를 올렸던 곳.
▲중악단 담장 옆길을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신원사에서 암자들이 예의바르게 줄을 서 있습니다.
소림원, 금룡암, 보광원, 고왕암, 등운암 순으로 고도를 높여갑니다.
▲금룡암 주차장입니다.
신원사 시내버스주차장이 텅 빈 이유를 알겠네요.
찻길이 닿지 않는 고왕암과 등운암을 제외하고,
차량이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차량이 모두 만원입니다.
▲어차피 삶은 선택에 관한 이야기이고 정답은 없지요.
그리고 선택은 선택하지 않은 걸 오롯이 감당해내는 것이구요.
오래 전 일이지만 보광원~등운암 코스는 여러 번 밟았기에,
오늘은 고왕암~연천봉 방향으로 선택의 추를 저울질합니다.
▲고왕암 오르는 길이 낯설지만 산뜻함을 선물하네요.
▲극락교 부근의 풍광은 별천지를 연출하고 있고.
▲고왕암 오르는 길섶에 현호색이 천지삐까리입니다.
봄에 일찍 피어, 꽃말처럼 ‘희소식’을 전해주는 현호색.
인생을 위로하는 건 웃음보다 따뜻한 소식임을 깨닫습니다.
▲(고왕암 입구 풍경).
▲(고왕암 풍경 1).
세월의 흔적이 마음의 때를 말끔히 씻어주는 느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산사람은 살아가고 세상은 또 돌아가겠지요.
▲(고왕암 풍경 2).
百王殿과 약사여래불 사이로 조그만 통로가 있고.
▲(고왕암 풍경 3).
山王閣 앞, 산으로 빠져나가는 출입처가 있었네요.
▲오작교를 건너가는 딱 그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평시보다 느린 걸음으로 여유를 부려가며 산을 올랐습니다.
▲기습적으로 옆구리를 파고드는 발차기처럼,
봄기운이 사람 마음을 파고 들어와 당황시키기 일쑤지요.
▲산자락의 오만가지 표정들이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코뿔소 형상을 한 나무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고.
그 표정에 놀라 지나가는 객이 대수로운 표정으로 돌려줍니다.
▲어제, 신호등 초록색이 이삼 초 정도 남았는데
뛰지 않고 걸음을 멈추는 사람을 보고 신기해 했습니다.
주능선이 눈 앞인 지금 상황이 그때 상황과 비슷해서,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고 여유로움를 단도리했답니다.
▲(연천봉고개).
좌측의 등운암과 연천봉을 찍고, 다시 돌아와 관음봉으로 향할 것입니다.
▲저 소나무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걸까.
브레이킹 댄스를 선보이며 묘기를 자랑하고 있네요.
▲등운암 들렀다가 연천봉을 거쳐 돌아올 계획입니다.
▲(등운암 풍경 1).
밥때가 된 걸까, 굴뚝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네요.
▲(등운암 풍경 2). 눈높이의 천황봉을 보고서,
비로소 등운암이 앉은 자리의 높이를 짐작하게 되었네요.
▲(등운암 풍경 3).
등운암은 계룡산 산내암자 중 제일 높은 곳에 위치했다지요.
▲(등운암 풍경 4).
우와, 저 소나무 강풍에 비명횡사했습니다.
어쩌면 뿌리가 깊지 않아서 벌어진 일일 겁니다.
뿌리가 튼실해야 줄기와 이파리, 열매까지 튼실한 법이거늘.
▲보통 사찰의 제일 높은 위치에 산신각이 있지요.
등운암은 산신각이 山王殿이라는 명칭으로 불립니다.
특이한 점은, 여자 산신령이 호랑이 등을 타고 있다는 사실.
▲(연천봉 고스락 풍경 1).
정감록의 달콤한 유혹에 의존하여
예로부터 계룡산은 무속신앙의 성지로 군림해왔지요.
이씨조선이 망하고 정씨왕조가 계룡산에 들어선다고 했다던가.
시궁창 같이 힘든 현실보다 더 나은 세상이 도래하기를 희망한 것일 테죠.
▲(연천봉 고스락 풍경 2).
데크가 없어도 될 만한 넒이의 고스락이었는데,
인위적인 터치로 인해 자연미가 반감되고 말았네요.
낙조 관망할 전망대가 더 중한가, 자연미가 더 중한가.
▲(연천봉 고스락 풍경 3).
계룡산이 주무대였던 ‘황제를 위하여’를 생각합니다.
한국판 돈키호테의 웃픈 행동들이 뭇사람들 혈을 뚫어주었다고,
글을 읽는 동안, 슬프도록 웃기면서도 행복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발산’이라는 충직한 시민으로 분해서 존엄의 대상을 바꿔봅니다.
‘황제를 위하여’가 아니라 ‘계룡산을 위하여’ 산에 풍덩 빠져보렵니다.
▲(연천봉 고스락 조망 1).
우회로가 생기는 바람에, 문필봉은 그저 바라보는 봉우리가 되었고.
▲(연천봉 고스락 조망 2).
천황봉만은 바라보고 살아야 한다는,
정감록 신봉자들의 믿음은 맹신일까요?
▲(연천봉 고스락 조망 3).
머리봉과 향적봉 사이, 잘 생긴 숫용초는 잘 있겠죠?
▲(연천봉 고스락 조망 4).
금강 남쪽 울타리 금남정맥은 안골산을 거쳐 성정산으로 흐르고.
▲(연천봉 고스락 조망 5).
장군산은 계룡산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최적장소.
▲연천봉은 많은 생각에 젖어들게 하는 마력을 지닌 산입니다.
정감록이든 사이비종교든, 메마른 사회에 물줄기는 필요하죠.
늦은 우기에도 비는 오고, 더 늦어버린 후에도 눈물은 흐릅니다.
▲용트림하는 모습일까, 트위스트 스텝을 밟는 포즈일까.
▲(연천봉 헬기장).
▲(연천봉고개).
옛적에, 문필봉 코스도 몇 번 오르내렸었는데.
▲문필봉을 우회해서 관음봉 가는 산길은 오솔길 수준.
▲우회하다가 곁눈질했더니, 문필봉이 아쉬워하네요.
▲너무 과분한 친절 아닌가요.
산길을 산책길 수준으로 격하시켜 놓았습니다.
▲(관음봉고개).
▲관음봉 오름길을 바라보니 설렘이 솟구칩니다.
모래알을 삼켜 끝내 진주를 품는 조개처럼,
땀방울을 뿜어내 종국엔 엔돌핀을 끌어안고 싶네요.
▲(관음봉 고스락 풍경 1).
계룡산의 정상인 천황봉이 비탐방지역이라
실질적인 정상 역할을 하는 봉이 관음봉입니다.
그러니 계룡산을 날로 먹고 싶거든 관음봉을 오를 일입니다.
▲(관음봉 고스락 풍경 2).
관음봉은 휴일이면 늘 북적이는 곳이죠.
인증 한 컷 찍으려고 줄 서서 웨이팅 하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관음봉 고스락 풍경 3).
산을 향한 범산의 사랑은 지고지순합니다.
산속에서 산을 바라보며 행복에 젖는 순간이 너무 좋습니다.
▲(관음봉 고스락 조망 1).
금남정맥에서 관음지맥이 분기하는 곳이다 보니
쌀개봉은 마루금 산행에서 꽤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관음봉 고스락 조망 2).
논산평야 너른 벌판 중간에 우뚝한 노성산이 외로워 보입니다.
▲(관음봉 고스락 조망 3).
연천봉 자체는 아직도 정감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을까요.
▲(관음봉 고스락 조망 4).
금남정맥은 팔재산에서 안골산으로 끊임없이 흐르고.
▲(관음봉 고스락 조망 5).
월성산~주미산으로 흐르는 공주대간도 챙겨봅니다.
▲(관음봉 고스락 조망 6).
계룡산의 기운이 다 모인다는 삼불봉입니다.
멀리 좌우에서 전월산과 우산봉이 호위하고 있는 형국이네요.
▲(관음봉 고스락 조망 7).
안착한 동학사가 좌우 날개를 펼치는 형국도 볼 만합니다.
▲(관음봉 고스락 조망 8).
황적봉~관암산~백운봉~도덕봉으로 이어지는 관암지맥.
시각상으로는 산줄기가 겹쳐 보여 혼동을 유발하네요.
▲열려있는 산길을 보고, 이제는 알겠습니다.
계룡산은 사람들과 단지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구나.
위험한 산길이지만 안전망을 촘촘히 갖춰놓고 있었습니다.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자연성릉이 계룡산의 자존심으로 다가왔구요.
▲소를 잃으면 외양간을 고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건강을 잃으면 멋진 산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도 없겠지요.
소중한 건강을 잃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산길을 걸어갑니다.
▲지금 이 순간, 산속의 모든 것이 밑도 끝도 없이 사랑스럽습니다.
▲(돌아보기).
발로 걸어내려 온 길을 눈으로 거슬러 올라가 봅니다.
봐도봐도 관음봉 오름길은 매력덩어리로 똘똘 뭉쳐있네요.
▲조물주의 걸작품이 눈을 호강시켜 줍니다.
▲(돌아보기).
내버려두면, 타이밍을 놓치면, 그때는 아무 것도 아닌 게 될 것 같아,
격한 감동이 남아 있을 때 자꾸 돌아보며 그 감정 상태를 점검합니다.
▲뒤돌아보면서 명품 풍경에 과몰입했더니,
눈 앞의 풍경이 ‘나도 있다’고 너스레를 떨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잘못 들은 줄 알고 귓구멍을 후볐다가 내 귀가 멀쩡하다는 것만 확인했지요.
▲출입금지 팻말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줍니다.
▲위험구간에 대한 스릴을 상상하면서,
운치있게 다듬어놓은 우회길을 걸어갑니다.
위험성과 안전성에 대한 등가교환이 이루어지는 셈이죠.
▲관음봉~삼불봉 구간의 딱 중간지점입니다.
▲저 멋진 봉우리가 삼불봉일까요? 땡.
삼불봉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전위봉입니다.
▲공간을 채우고 있는 바윗덩이가
‘안성맞춤’이라는 말의 효용성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발이 저려오는, 계단 모퉁이를 돌아오릅니다.
잠시 생각합니다. 지금 딛는 걸음의 무게를. 이 선택이 최선이었는지를.
▲또 돌아보면, 마음을 붙잡는 풍경은 대기해 있고.
관음봉부터 봉봉이 건너온 자연성릉이 징검다리를 연상시킵니다.
▲드디어 삼불봉이 떡하니 나타나 동공지진을 일으킵니다.
마음에 잠재해 있던 삼불봉에 대한 간절함이 드디어 폭발했습니다.
▲삼불봉을 바라보는 양지녘에 누워있는 저 분, ‘참 좋겠다’
싶다가도 ‘살아있는 우리가 더 좋지’ 하고 마음을 고쳐먹습니다.
▲구불구불 웨이브 물결이 산길을 수놓고 있네요.
▲삼불봉 고스락을 밟으려면 저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한 계단 한 계단에 감동, 감탄을 쌓다 보면 금방이겠지요.
▲계단 위로 푸른 하늘이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팍팍한 계단길과 진지한 대화를 나눈 후 찾아온 합의된 휴전이지요.
▲(삼불봉 고스락 풍경).
삼불봉 설화를 계룡산 제2경으로 치는 걸 보니
삼불봉은 겨울이 와야 진면목을 볼 수 있는가 봅니다.
▲(삼불봉 고스락 조망 1).
천황봉 천단은 언제 또 가볼 수 있으려나.
▲(삼불봉 고스락 조망 2).
연천봉부터 걸어왔던 궤적이 벌써 사랑과 추억의 대상이 되었네요.
▲(삼불봉 고스락 조망 3).
산으로 옴팍 둘러싸인 상신리의 구도가 눈을 사로잡고,
멀리 국사봉과 장군산 뒤에서 세종시가 엄호를 하고 있습니다.
▲(삼불봉 고스락 조망 4).
장군봉 능선과 갑하산 능선이 만들어내는,
콜라보레이션은 비교 불가한 으뜸 풍광입니다.
▲저 계단을 만든 분들을 칭찬합니다.
상․하행 왕복통행로를 만든,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네요.
▲(삼불봉고개).
▲높은 곳에서만 빛나는 건 아니겠죠.
낮은 곳에서도 뚜렷한 청사진은 통하는 걸 테니까.
그래서 하산길은 늘 벅찬 가슴 안고 걷는 길입니다.
▲(남매탑 풍경 1). 안내판 전설을 읽어보고 알았네요.
친남매가 아닌 의남매의 애틋함이 깃든 남매탑이라는 걸.
▲(남매탑 풍경 2).
애틋한 전설을 품고 세월을 삭히고 있는 5층석탑과 7층석탑.
▲(남매탑 풍경 3).
남매탑이 마술을 부린 걸까요. 7층석탑이 홀로 서 있습니다.
▲(남매탑 풍경 4).
상원암이 지금은 참배객의 출입을 금하고 있네요.
몇 번이나 국수와 떡국을 배식 받은 기억이 있는데.
▲고작 서너 시간, 산자락 모든 게 가족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이 푸근한 생각을 쟁이고 일상으로 내려가서,
산처럼 뿌리 내리고 산처럼 꽃을 피우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또 선택할 일이 생겼네요.
이번에는 동학사 방향으로 길을 잡으려 합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돌계단을 밟고 내려가다 보니,
문득 1인칭 부조리극의 배우가 된 듯한 환각에 사로잡혔네요.
▲오른쪽 출입금지판 쪽은, 오래 전,
동학사와 다이렉트로 연결된 길이었는데.
▲산길에 취해 모든 게 괜찮아져버렸습니다.
순간의 모든 것들을 초딩 꼬맹이처럼 즐기며 내려갑니다.
▲수적천석(水滴穿石)의 현장을 목격합니다.
한방울, 한방울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벅찬 감동에도 등급이 있다면 오늘 계룡산 산행은 탑클래스.
▲잊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동학사 입구에 다다른 순간에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고왕암 직전에도 극락교, 동학사 직전에도 극락교. ㅎㅎ
▲세상의 먼지를 씻어내는 정자라,
동학사 입구에 자리잡은 洗塵亭의 의미가 새롭습니다.
▲계곡 좌우로 두 가닥 길이 비치되어 있네요.
범산은 좀 더 한적한 오른쪽 길을 택해 걸어갑니다.
동학사 입구에서 계룡산 매표소까지, 약1.3km 평지길입니다.
▲계곡 건너편의 미타암을 바라봅니다.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니 색다르게 보이네요.
▲계곡 건너편의 관음암도 바라봅니다.
▲계곡 가장자리로 난 길을 말없이 기대듯이 걸어갑니다.
▲가족이라는 제목의 정물화 한 점.
오늘 보았던 수많은 풍경 중 백미입니다.
▲자연성릉 상의 징검다리 같던 봉우리들을 보다가
실제로 징검다리를 사뿐사뿐 건너려니 기분이 묘해집니다.
▲동학사 계곡 주변 풍경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나무들이 즐비합니다.
▲길 옆에 자연관찰로라는 테마공원이 있었네요.
자연과의 대화의 출렁다리를 오가는 건 산행의 덤입니다.
▲(동학사 자연관찰로 안내판).
계룡산의 산태극 수태극을 형상화했다는데 글쎄....
▲계룡산 동학사 일주문을 빠져나갑니다.
삶의 방점을 못 찍고 간절함에 붙잡혀 떠도는 산똘뱅이 신세입니다.
▲입장료 받던 매표소는 불교문화안내소로 바뀌고.
오늘 산과 나누었던 무수한 대화는,
여전히 소화되지 않은 채로 가슴에 쟁여 있습니다.
우리가 만난 이 세상을 다 누릴 때 쯤 소화가 되겠지요.
Ⅴ. 산행 기록
Ⅵ. ( Epilogue )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있지요.
더 중요한 건, 어떻게 가야 하는가가 아닐까 싶네요.
삶은 결국 선택에 관한 이야기지만 정답은 없지요.
선택은 선택하지 않은 걸 오롯이 감당해내는 거고.
‘어떻게’의 핵심은 무얼 소중히 여기는가가 아닐까요.
우연히 ‘황제를 위하여’가 떠올라 계룡산이 그리웠네요.
우연, 핑계로 쓰기는 좋지만 실상은 치사한 단어입니다.
아무 것도 해결해주지 못하면서 마음만 붕 떠게 하니까요.
웃음 속에 눈물이 고이던, 소설속 장면들이 떠올라,
산오름의 헉헉댐 속에서도 따뜻한 눈물이 솟았네요.
오르내리는 곡절 속에서 간명한 결론에 도달했네요.
결국 산은 산이고 소설은 소설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허접한 산행기를 읽어주신 귀한 당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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