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님 오신 날, 문필봉이 우리들 마음에 들어오셨네. ▣
▲관음봉에서 바라본 문필봉능선 풍경.
Ⅰ. ( Prologue )
부처님 오신 날은 범산에게 특별한 날입니다.
이 세상을 다 준대도 바꿀 수 없는 귀하신 분,
하늘 같은 어머님이 이 세상에 오신 날이랍니다.
지금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은 분이지만
범산의 마음 속엔 늘 살아 숨쉬는 분이지요.
이 날만 되면 속절없이 그리움이 범람합니다.
범산은 어머니의 山기도로 낳은 자식이랍니다.
그래서 범산에게 산은 세상 무엇보다 특별합니다.
산으로 가는 길은 어머니에게로 가는 길입니다.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5월 15일 (일요일).
2. 누구랑 : 뚝배기 님과 범산, 둘이 사이좋게.
3. 어디를 : 갑사~연천봉고개~연천봉~문필봉~관음봉~은선폭포~동학사.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이모저모 및 느낌표 버무리기
▲오늘, 산까지 가는 과정이 험난했습니다.
유성에서 갑사(신원사)까지 가는 버스가 귀하다지만,
평일에는 승객들이 10명 안팎이어서 여유가 흐릅니다.
그런데 오늘은 특별한 날, 부처님 오신 날이지요.
340번 버스는 출발부터 좌석 없이 만원사례를 이루었고,
게다가 길바닥도 만원이라 버스는 거북이가 되었네요.
대자암 오르는 길섶에서 삐져나와 연천봉으로 향합니다.
▲연천봉으로 향하는 산길이 참 팍팍합니다.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계단길은 진을 다 뺐고,
코 닿을 듯 가파른 오르막은 다리를 후들거리게 했지요.
▲(연천봉 고개).
천신만고 끝에 오른 연천봉 고갯마루에는 바람이 시원했고,
행복이라는 건 고통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음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등운암을 들르고, 연천봉을 올랐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겠습니다.
▲ (등운암).
절이 올라앉은 해발높이가 720m 정도 되니,
절 마당에선 쌀개봉, 천황봉이 눈높이와 엇비슷합니다.
절에서 제공하는 쌀국수로 점심 한 끼를 맛나게 떼웠네요.
▲(연천봉 조망 1).
쌀개봉, 천황봉, 머리봉이 계룡산의 하늘금을 책임지고 있구요.
▲(연천봉 조망 2).
천황봉에서 향적산으로 향하는 금남정맥 마루금.
용틀임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계룡산입니다.
▲우와, 멋쟁이 산꾼이 연천봉에 나타났습니다.
흔들림 없는 삶의 잣대가 산을 빼닮은 분입니다.
▲오늘 산행의 방점을 찍을 곳은 눈 앞의 문필봉!
오후에 비가 예보되어있는 상태라 마음이 조금은 급해집니다.
▲비 갠 후의 하늘같이, 마음이 맑게 개이는 느낌이네요.
▲(연천봉고개). 다시 연천봉고개로 돌아왔습니다.
▲본격적으로 문필봉 탐색에 들어갑니다.
문필봉이 봇물 터지듯 넘치는 그리움을 잠재울 수 있을까.
▲그리움이 산과 어머님 사이를 건너다니고 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에 그리움을 싣고서 자박자박 오릅니다.
걸음걸음에 실리는 그리움은 날마다 새로움으로 부활하지요.
▲(문필봉 고스락 풍경). 봉수대 흔적일까요.
봉수대 꼭대기의 작은 돌이 붓끝을 닮았네요. 문필봉답게.
이름과 사물 사이의 끈이 될 만한 걸 찾아내고 싶었답니다.
▲문필봉은 전체적으로 보면,
4개의 봉우리(붓끝)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개 봉(①고스락)을 올랐으니 세 봉을 더 밟아야겠지요.
▲걸어갈 봉우리들을 바라봅니다.
선답자들이 디뎠던 산길, 쬐던 햇빛, 마시던 공기, 스치던 바람...
이것들을 생각하면서 오늘 나의 걸음도 그렇게 묻혀지리라 생각합니다.
▲절벽의 모습이 정으로 무수히 쫀 듯 특이하네요.
이 길의 끝이 보다 나은 세계, 보다 높은 세계가 아니어도 좋겠습니다.
먼저 가신 님을 향한 그리움이 조금이라도 해소된다면 참 다행이겠습니다.
▲②지점에서 바라보는 풍경입니다.
▲손 끝에 와닿는 바위의 까슬한 촉감이 황홀합니다.
슬랩 표면에 가닿는 신발 바닥의 느낌은 또 어떠하고.
▲올라야 할 ③봉의 모습이 유혹의 미끼를 던지고 있네요.
▲문필봉능선의 백미, ④봉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진경산수는 연쇄반응을 유발하며, 한 단계씩 美의 깊이를 더해갑니다.
▲백미를 영접하기 위해선 준비시간이 필요하겠죠.
안부로 내려섰다가 암봉 오름길을 물색하며 눈알을 굴립니다.
▲산을 향해 열려있는 마음은,
어머니 품과 같은, 산을 그리워하는 마음입니다.
사람의 근원은 어머니이니, 산과의 만남은 곧 어머니와의 만남이지요.
▲바위에 붙어서 오체투지하는 심정으로 오릅니다.
몸과 마음을 끌어모아 간절한 자세로 바위를 애무합니다.
▲저 환하게 피어난 웃음꽃을 기억하겠습니다.
마음 안을 환하게 비추는 저 웃음꽃을 늘 기억하겠습니다.
▲산은 바윗길을 열어주며 어떤 메시지를 전해 줍니다.
눈 앞의 바윗길은 부차적인 숙제라고, 삶의 본질적 숙제를 풀라고.
▲(문필봉 백미 풍경 1).
쌀개봉, 천단, 향적봉, 신원사계곡이 합심해 일군 멋진 하모니.
그 하모니가 ‘정감록’과 ‘황제를 위하여’의 자궁 역할을 했겠지요.
▲(문필봉 백미 풍경 2).
관음봉, 소나무, 산사람이 어울려 멋짐의 완결판을 매조지하고.
▲(문필봉 백미 풍경 3).
산신령님의 분재 솜씨가 인간의 손재주보다 훨씬 출중하네요.
▲(문필봉 백미 조망 1).
오늘, 계룡산의 핵, 천단을 원없이 바라봅니다.
금단의 땅, 발은 들여놓지 못하더라도 마음은 무제한 자유니까.
▲(문필봉 백미 조망 2).
소설 속 ‘우발산’과 공동방어선을 구축하고,
저 깊은 계곡의 심연 속으로 풍덩 빠져들고 싶어라.
▲(문필봉 백미 조망 3).
온 몸과 온 마음으로 밟고 온, 문필봉 능선이 자긍심으로 묻어납니다.
▲(문필봉 백미 조망 4).
미세먼지에 잠겨있는 산천경개가 참 속상합니다.
맑은 풍경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까요.
▲(문필봉 백미 조망 5).
인간계와의 인연의 끈을 끊으려고 돌아앉은 듯한 대자암!
대자암능선에서 내려다보던 신흥암 모습과 거의 판박이네요.
▲(문필봉 백미 조망 6).
신흥암을 품은 수정봉능선과 대자암을 품은 대자암능선.
전시회에 출품된 조물주의 작품을 특권인 양 감상합니다.
▲(문필봉 백미 조망 7).
관음봉이 어서 오라고, 반가움을 표시하고 있네요.
관음봉 방향을 길잡이 삼아 광야로 나설 준비를 합니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벼려야 저렇게 비워낼 수 있을까.
얼마나 모질게 닦아야 저 나무처럼 내려놓을 수 있을까.
▲관음봉 전망대의 숨겨진 뒷모습입니다.
앞과 뒤, 겉과 속의 다른 모습을 함께 바라봅니다.
잡다한 생각이 풍경의 행간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관음봉 풍경 1).
오를 때마다 북적대던 관음봉인데, 오늘은 사람의 그림자조차 없네요.
▲(관음봉 풍경 2).
세상의 소리를 듣는(聽音) 건 어떤 경지이고,
세상의 소리를 보는(觀音) 건 또 어떤 경지일까.
▲(관음봉 풍경 3).
관음봉의 도움을 받아 세상의 소리를 보는 중입니다.
▲(관음봉 조망 1).
계룡산의 정수리를 관음봉에서 바라봅니다.
바라보는 각도와 시간대에 따라 풍경의 맛이 달라지네요.
▲(관음봉 조망 2).
문필봉에서 바라보던 신원사계곡보다 더 깊어진 풍경입니다.
▲(관음봉 조망 3).
아, 문필봉 능선의 진면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산은 멀리서 볼 때 더 아름다움을, 한 번 더 체감합니다.
▲(관음봉 조망 4).
문득 삼불봉으로 향하는 자연성릉이
두 눈으로 뛰어올라 마음을 휘저어놓았네요.
▲(관음봉 조망 5).
너른 품으로 펼쳐진 동학사계곡이 가슴으로 파고듭니다.
내 안에 있는 예감의 더듬이가 살짝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오랜만에 기상청이 제 역할을 할 것 같다고. 여기서 산행을 접자고.
▲'말이 씨가 된다'고 옛말이 전하더니,
예감의 더듬이가 속삭인 말이 씨가 된 모양입니다.
은선폭포를 감상하고 있는데 비가 한두 방울 후둑입니다.
▲내리는 비는 어쩔 수 없고,
제비집처럼 걸린 심우정사를 한참 동안 바라봅니다.
▲하산길, 전망대라고 안내 간판까지 걸어놨네요.
신기하게도, 안내판 사진과 똑같은 풍광이 펼쳐졌네요.
▲동학사 임구 洗塵亭에서,
마음의 먼지를 씻는 것으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합니다.
Ⅴ. ( Epilogue )
날마다, 산을 타고 싶다는 유혹이 일어납니다.
서른 살 어름의 성욕처럼 은밀하게 일어납니다.
허나 현실의 굴레가 속을 긁고 날 슬프게 합니다.
마법 같은 山유혹과 쌀쌀맞은 일상 굴레의 대치.
둘 사이 대차대조의 결론은 늘 제로로 수렴하고,
결국 사금파리 언어의 현실에 무릎 꿇게 됩니다.
태산 같은 은혜로 세상구경을 시켜주신 어머니.
그 덕에 문필봉에 올라 세상 구경 잘 했답니다.
거기서 만난 풍경이 다 어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허접한 글을 읽어주신 귀한 당신,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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