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맥 산행/남강기맥

남강기맥 3구간 (바래기재-청태산-망실봉-관동고개)

범산1 2025. 6. 6. 18:14

거창의 거창한 산줄기가 미세먼지에 빠지다.

▲망덕산은 표지석이 일품이더라.

 

Ⅰ. ( Prologue )

 

올라가다 보니 /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그래 또 내려가다 보면 / 올라갈 일만 남겠지

오르고 내리다 보면 / 내가 바로 산이 되듯이

파도에 씻기고 씻긴 / 한 점 돌이 되듯이 (박상일, 산)

 

그저께 지하철 스크린도어에서 이 시를 만났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마음이 행간에 절절이 녹아 있었습니다.

마침 이번 구간 산행기를 읽고 잔뜩 움츠려 있었는데......

가시덤불 투성이에 길도 희미해서 알바의 연속이다.

동절기에는 걸을 만하지만 하절기에는 어렵겠다, 등등......

이 시 한편으로 심리적 힐링과 에너지 충전을 끝내고,

심쿵한 산행을 위해, 산이 되기 위해, 산으로 향합니다.

 

Ⅱ. 산행 얼개

 

■ 언제 : 2016년 3월 20일.

 

■ 누구랑 : 대전한겨레산악회 여러분과 함께.

 

■ 어디 : 바래기재-청태산-개목고개-망실봉-관동고개(13km).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흔적 & 느낌표 버무리기

▲'처음에는 모든 것이 살아 있었다'.

출발점에 설 때면 언제나 Paul Auster의 「내면보고서」글귀를 떠올립니다.

 

▲마루금으로 향하는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3개나 겹쳐있는 도로의 명패가 이채롭습니다.

 

▲건너편 '암소한마리'와 '행복한마리'가 유쾌한 혼동을 유발합니다.

 

▲노송과 연못의 절묘한 조화.

 

▲돌아보니, 한 폭의 정물화가 눈을 즐겁게 해 줍니다.

 

▲포장농로 따라 오르는 방법도 있지만, 똥고집을 세워 거친 산으로 올라갑니다.

 

▲길이란 처음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 '지나감'의 반복이 곧 길.

 

▲덤불천국을 빠져나와, 마음의 여유를 되찾습니다.

 

▲계절은 봄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우회 포장농로와 재회하는 지점.

 

▲자연은, 특히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고 당연하게 여길 대상은 아닙니다.

 

▲산은 무한제공되는 '배경'이 아닙니다.

 

▲산은 그저 산꾼을 빛나게 해주는 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 존중하고 보듬어 줄 때, 멋진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이 멋진 산길 덕분에, 몸과 마음이 완전 무장해제됩니다.

 

▲천천히 걸어가니 봄 숲의 솔향이 가슴 깊이 스며듭니다.

 

▲530m봉. 좌틀하여 청태산으로 향합니다.

 

▲땀이 촉촉히 스며들 때 즈음, 청태산에서 막걸리 한 모금 주유하였지요.

 

▲헐떡이던 숨을 잠시 고르면서 여유를 찾아갑니다.

 

▲뿌연 미세먼지 속에서도, 진행할 안시산과 망실봉 루트가 조감됩니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 등장하던 '알바구간'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첫번째 헛돌이 주의지점). 직진하면 아니되옵니다.

 

▲첫번째 시험구간은 무사히 통과.

 

▲(두번째 헛돌이 주의지점).

좌측의 희미한 덤불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자세히 보면 오래된 안내리본이 매달려 있습니다.

 

▲직진 내림길에 버젓이 안내리본이 매달려 있습니다. (헛돌이의 흔적)

 

▲봄이 꿈틀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세번째 헛돌이 주의지점).

직진의 튼실한 능선을 버리고 우틀하여 내려가야 합니다.

 

▲세번이나 시험구간을 무사히 통과하고나니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좌측 아래, 방사상 형태로 뻗은 농로가 독특한 풍경을 선물합니다.

 

▲솔고개에 오작교가 걸려 있습니다.

 

▲솔고개에선 봄바람이 솔바람이 됩니다.

 

▲청태산 돌아보기.

 

▲진행할 방향 올려다보니 안시산이 우뚝합니다.

 

▲안시산 당겨보기.

 

▲담장 같은 과수원 우측 능선을 따라 빙 돌아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세먼지의 농도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기온은 봄날이지만, 여기는 아직 앙상한 겨울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그 나무 참 요상하게 생겼네. 엉큼한 생각 한 줄기 스칩니다.

 

▲안시산을 향해서 가볍게 오르는 산벗님들..

 

▲산자락으로 파고든 봄이 우리들 가슴속에도 파고들었습니다..

 

▲입대할 때 밀어버린 빡빡머리처럼, 벌목한 능선이 시원한 조망을 제공합니다.

 

▲수직의 올곧은 나무도 멋지지만,

때론 살짝 기운 기울기에 정이 더 갈 때가 있습니다.

 

▲뿌연 미세먼지를 뚫고 진행루트가 펼쳐져 있습니다.

 

▲낮지만 옹골찬 마루금에서 큰 힘을 얻습니다.

 

▲다음구간 망설봉 당겨보기.

 

▲작은 고개 하나 스쳐 갑니다.

 

▲(헛돌이 주의지점).  안내리본이 많이 달려있어 안심입니다..

 

▲우측에, 포장임도가 올라와 있네요.

 

▲산자락에 야생성이 팔팔하게 살아있습니다.

 

▲밭이 곧 마루금.

 

 

▲문득 겨울이 가련하게 생각됩니다.

모두들 봄 봄 봄, 노래하며 겨울을 멀리하니 말입니다.

 

▲요즘은 꽃샘추위도 맥을 못 추는 것 같습니다.

봄을 질투하는 겨울의 시샘도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늘금을 긋고있는 마루금이 자랑스럽습니다.

 

▲'질투는 나의 힘'이라던, 기형도 시인의 외침이 들리는 듯 합니다.

 

▲나물 뜯는 여인의 손 끝에도 이미 봄은 내려와 있습니다.

 

▲나무는 죽어서, 죽은 사람의 울타리가 되고 있네요.

 

▲봄은 두릅망울에도 이미 스며 있습니다.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구나'던 기형도 시인의 독백을 생각합니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시인의 탄식에서 겨울을 돌아보고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개목고개 풍경 1).  거창군 마리면 방향.

 

▲(개목고개 풍경 2). 

산불예방 캠페인 차량도 지자체 경계선을 넘지 않고 돌아가네요.

 

▲(개목고개 풍경 3).  함양군 안의면 방향.

 

▲자신을 들여다 보는 건지, 카메라를 들여다 보는 건지.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출발합니다.

 

▲흙 속에서 파릇파릇한 진주들이 반짝입니다.

 

▲질투의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겨울에게,

그동안 삶의 일부가 되어주어서 고마웠다는 인사를 전해 봅니다.

 

▲지나온 길 돌아보기.

 

▲톱 한번의 손길로 작은 길이 열렸습니다.

 

▲자연은 녹색으로 봄을 쏟아내며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미끈한 나무들이 쭉쭉빵빵의 정점을 치고 있습니다.

 

▲자연이 제공하는 출입문을 감사한 마음으로 통과합니다.

 

▲듬직하게 뻗쳐오른 나무둥치에 손을 얹고서, 나무의 숨결을 느껴봅니다.

 

▲꽃을 보고 꽃처럼 환하게 웃어 봅니다.

 

▲가끔 산에게 운명을 물어봅니다. 내 산사랑의 깊이가 어디쯤일까 하고.

 

▲망실봉은 자꾸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산길을 걸으면서, 쏜살같이 관통해 가는 시간을 아쉬워 합니다.

 

▲녹색의 나뭇잎만 바라보아도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얼마를 견디어야 저 바위처럼 모나지 않은 모습이 될까.

 

▲마루금 오른쪽 사면의 독특한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네요.

 

▲자꾸만 뒷걸음질 치던 망실봉이 이제서야 멈춰선 것 같습니다.

 

▲산행의 즐거움이 표정에 살아 있습니다.

 

▲구슬재(공전고개).

 

▲내려왔으니 또 올라야겠지요.

 

▲산길이 조금 터프합니다.

 

▲적당한 햇빛과 비, 때로는 거친 바람이 합쳐져서 건강한 숲이 이루어지지요.

 

▲건강한 적송들을 바라보니,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해집니다.

 

▲공손히 허리 굽혀 나무터널을 통과합니다.

 

▲망실봉 고스락 근처에는 바위가 운집해 있습니다.

 

▲조망에 대한 기대를 잔뜩 안고, 고스락에 발을 올려 놓습니다.

 

▲(망실봉 고스락 풍경 1).

 

▲(망실봉 고스락 풍경 2).

망실봉 고스락에 또 하나의 큰 산이 우뚝 솟아있습니다.

 

▲취우령(아홉산) 방향(북쪽) 조망.

미세먼지 때문에, 조망의 명당이 볼 품 없는 야산으로 떨어졌습니다.

 

▲망실봉 자락에서 나른한 봄날의 한 때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잘 가는 것만큼 잘 멈추는 것도 중하다는 걸, 문득 생각합니다.

 

▲망덕산(망실봉)고스락 풍경 1.

 

▲망덕산(망실봉)고스락 풍경 2.

 

▲망덕산(망실봉)고스락 풍경 3.

 

▲망덕산(망실봉)고스락 풍경 4

▲망덕산(망실봉)고스락 풍경 5.

 

▲활공장의 너른 터에서 답답한 시야를 위로 받고 싶습니다.

 

▲미세먼지를 압도하는 큰 산이 우뚝 솟았습니다.

 

▲거창읍이 미세먼지의 늪에 완전히 잠겨 있습니다.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대한 조망의 꿈은 꿈으로 끝났습니다.

그래도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산줄기들을 가슴으로 마음껏 그려봅니다.

 

▲띄어쓰기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습니다(고유 종희→고 유종희).

 

▲저 활짝 핀 웃음꽃을 보시라. 인생의 답이 저 표정 안에 있지 않을까요.

 

▲좋은 정도가 분에 넘치면, 즐거움은 아픔이 되는 것인지....

 

▲덕천서원!

지리산 아래 산청의 것만 알았는데, 거창에도 있었네요....

 

▲해피한 마음으로 헬기장을 통과합니다.

 

▲밴드 Epitone Project는 '난 그 사람이 아프다'고 노래했지만,

범산은 멋진 솔숲을 대하면서 '난 이 소나무숲이 아프다'고 탄성을 질러댑니다.

 

▲'난 그대가 아프다'가 자꾸 발걸음에 감겨옵니다.

 

▲따뜻한 봄 햇살이 아쉬운 마음을 위로해 줍니다.

 

▲(새재).

문경새재도 아니고 순창새재도 아니고 거창새재랍니다.

 

▲겉옷을 빼앗기고 벌거숭이가 된 산자락.

 

▲안시산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린 산줄기도 볼만 하네요.

 

▲지나온 마루금 돌아보면서, 발걸음을 음미합니다.

 

▲알몸이라고 다 볼 만하지는 않네요. 특히 산은.

 

▲벌거숭이 산을 지나자마자, 다시 탄성을 자아내는 명품 산길이 나타납니다.

 

▲좌측 멀리, 감악산의 윤곽이 어렴풋이 잡힙니다.

 

▲오늘 분위기 넘치는 소나무길을 원없이 경험합니다.

 

▲응곡(곰실마을) 갈림지점.

 

▲전방 좌측의 관술봉.

 

▲송전탑 가랭이 밑을 존심 세우며 통과합니다.

 

▲무덤은 때로 이정표 역할을 합니다.

 

▲우측 사면길이 있으나, 관술령(봉)을 들렀다 가기로 합니다.

 

▲관술봉 고스락.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마눌님 왈,

뱀조심하고, 해빙기 미끄럼 조심하고, 가시덤불 조심하고, 미세먼지 조심하고......

마눌님은 범산을 물가의 아이로 취급합니다.

멋지고 듬직한 소나무가 버팀목으로 지켜주고 있는 줄도 모르고.

 

▲관동(함양) 방향으로 우틀.

 

▲마눌의 말은,

믿으면서도 괜히 해보는 소리라는 걸, 범산은 잘 압니다.

딸내미 덕분에 '응답하라 1988'을 본방 시청했던 장면 하나.

 

대국을 위해 떠나는 택이와 덕선의 대화.

"덕선아", "응?", "나, 져도 되지?", "응, 물론이지".

 

▲무조건 믿어주는 무한긍정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산처럼.

 

▲산자분수령 원칙을 고민하게 하는 지점입니다.

내려가서 확인하겠지만, 좌측 능선이 마루금이 아닌 것은 확실.

그렇다고 우측 능선이 100% 마루금이 맞다는 말도 아닙니다.

 

▲마루금을 정독하면서 내려서는데, 소나무는 왜 이리 멋지게 자랐는지....

 

▲다음 구간의 망설봉이 정면 멀리 우뚝 솟아 있습니다.

 

▲다음 구간 들머리를 이정표가 안내하고 있습니다.

 

▲(돌아보기). 마루금 읽기 실전교장.

우측으로 깊은 계곡이 흘러가므로 우측 능선은 마루금이 아닌 게 확실.

왼쪽 능선과 계단식 논 사이로 물이 흐르므로, 엄밀하게는 물을 건너는 셈.

논으로 개간되기 전에는, 논 중앙 어딘가로 작은 능선이 있었던 게 아닐까.

 

▲오른쪽 능선이 마루금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사진.

 

▲포장되어 있는 관동마을로의 하산길.

 

▲하산길 좌측의 저수지.

 

▲관동마을 회관.

 

▲관동마을에서 중동마을로 넘어가는 고개마루.

 

▲관술령 성황단.

 

▲씨를 뿌리는 모습인데,

밀레의「 The Gleaners(이삭줍기)」가 연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파종과 수확은 처음과 끝을 의미하는 정반대 개념인데도,

파종하는 모습이나 이삭을 줍는 모습이나 구부린 모양새가 비슷하긴 합니다.

 

▲망설봉에서 동쪽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이 곰살맞게 생겼습니다.

 

▲남쪽을 가로막고 선 사별산~골무산 능선이 벅차도록 사랑스럽습니다.

다음 구간에서는 사별산에서 저 능선을 버리고 좌틀해야겠지요.

 

 

♧ ♧ ♧ ♧ ♧          ♧ ♧ ♧ ♧ ♧

 

Ⅴ. ( Epilogue )

 

가끔 산속에서 도시속의 나와 다른 날 발견하곤 합니다.

팍팍한 현실에서 사소한 이해관계에 목 매던 도시인이

자연 속에 녹아들어 한없이 여려지는 동심이 되곤 합니다.

작은 풀 한 포기, 예기치 않은 풍경 한 컷에도 감동하구요.

지독한 미세먼지 늪에 갇힌 거창 산줄기도 뜻밖이었지만

망실봉에서의 망연자실할 여유는 전혀 뜻밖의 선물이었죠.

자연 속에 들면 숨겨진 보물들이 도처에서 튀어나옵니다.

숨겨진 보물이 무언지 모를 때 보물찾기는 더 설레는 법.

영원히 붙잡아 두고픈 시간들을 걸메고 산속을 걸으면서

소중한 삶 생각에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경험을 합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보물은 없나 또 자신을 돌아봐야겠습니다.

 

== 읽어주신 귀한 당신,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